제 33 장 십대신병 소유자들의 싸움 (1)
만선루에서 호영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있던 혈마는 아쉽기는 했지만, 장천을 돕기 위해선 흩어져 있는 자신들의
수족을 돕기 위해서 길을 떠나게 되었다.
혈교는 멸문했다고는 하지만 그 엄청난 수의 혈교의 교도들이 모두 죽었을리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혈교의 총단에 있던 청해성에 도착한 혈마는 과거 총단의 모습을 보며 감회에 젖을 수 밖에 없었다.
지금은 흔적만이 남아 있을 뿐이지만, 혈마의 눈에는 과거 흥성했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는 듯 했기 때문이다.
"어머니...."
지금은 그 얼굴조차 생각나지 않은 어머니와 함께 어린 시절 혈교의 총단 근처에 있던 꽃밭에서 보냈던 즐거운 시
절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에 젖어 있을 수는 없는 일인지라 총단에 남아 있을 흔적을 찾기 위해 움직였는데, 그 때 어디선
가 비명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싸움인가?"
혈교의 총단이 있는 곳은 깊은 계곡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인적이 드문 곳이였기에 총단이 사라진 후 사람이 들
어올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본다면 혈교의 사람이 남아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곳으로 급히 경공을 사용하여 몸을 날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혈의를 입고 있는 무사들이 쓰러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그들은 온 몸이 찢겨저 대지를 피
로 물들이고 있었다.
"음..."
무사들이 입고 있는 옷은 과거 혈교의 말단 무사들의 복장이였기 때문에 그로선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끄악!!"
그 때 또다시 멀리서 누군가의 비명이 들려왔기에 혈마는 그 쪽을 향해 몸을 날렸다.
"크크크 감히 혈교의 이름을 사칭하다니...한 놈도 살려두지 않겠다."
붉은색의 철수(鐵水)를 양손에 끼고 있는 무사는 혈의의 무사들 앞에서 음침한 웃음을 흘리고 있었으니 엄청난 살
기에 주위에 있는 자들은 공포에 젖어 있었다.
"서..설마 혈교의 혈천마수(血川魔手)가 살아 있을 줄은..."
혈의무사들의 대장 인듯한 자는 그를 혈천마수라 부르고 있었다.
혈천마수 그는 과거 혈교에서 자랑하고 있는 고수 중 한사람으로 혈교가 사라지면서 그 역시 죽음을 당했다고 알고
있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혈의 무사들은 이곳에서 혈교의 행세를 하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죽은 줄 알았던 혈천마수가 나
타났던 것이다.
"혈류살조!!(血流殺爪)"
더 이상 볼 것도 없다는 듯이 혈천마수는 혈의 무사들을 향해 오른손의 철조를 휘둘렀는데, 그 순간 붉은색의 예기
가 뻗어나와서는 공포에 떨고 있는 혈의 무사들의 양단하여 찢어 버렸다.
"크아악!!"
혈천마수의 공포에 무사들은 사방으로 도망가기 시작했지만, 경공으로도 혈교에서 다섯손가락에 드는 그를 벗어날
수 없었으니 사방에선 혈조에 찢겨지는 무사들의 비명소리가 터져나오고 있었다.
[슈우욱!!]
대여섯명의 무사들을 찢어 죽인 혈천마수가 혈의 무사들의 대장을 공격하려 하는 순간 갑자기 귀를 찢어버리는 듯
한 파공음이 들려오니 그는 크게 놀라 뒤로 몸을 날렸다.
[쿠구궁!!]
엄청난 굉음, 놀랍게도 혈의 무사들의 대장의 복부를 찢고 날아온 것은 한발의 화살이였으니, 그것은 사람의 몸을
꿰뚫은 것도 모자라 두그루의 나무를 굉음소리와 함께 쓰러뜨리는 위력을 보이고 있었다.
"역시나 혈교를 사칭하면 그 잔당이 모습을 드러내리라는 나의 생각을 틀리지 않았군."
"크윽!!"
단 한발의 화살이였지만 그 위력이 심상치 않은지라 혈천마수는 긴장 할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수풀을 헤치며 거대한 몸집의 남자가 철궁을 들고는 그 모습을 드러내었으니 그는 바로 강호에서 신궁이란
이름으로 유명한 쌍도문의 구궁이였다.
"네 녀석은 누구냐!"
혈천마수는 내공을 끌어 올려 소리치지 구궁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본인은 쌍도문의 구궁이라 합니다."
"구궁? 오! 네녀석이 신궁이라 불리는 놈이로구나!"
혈천마수는 그가 신궁이라 불리는 후지기수라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그의 화살에서 보여주었던 위력을 보며 믿겨
지지가 않았다.
그가 알고 있었던 신궁은 활 실력은 뛰어나지만 무공은 그리 높지 않다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놀랍군, 이류 축에도 못낀다고 알려져 있던 자가 나 혈천마수를 놀라게 할 정도의 무공을 지니고 있다니 말이야."
"후후 과찬이십니다."
구궁은 혈천마수를 보며 천천히 등에 있던 화살을 뽑아 시위에 재웠다.
혈교의 혈천마수는 십대거두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실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구궁의 모습을 보며 그는 천천히 혈조에 내공을 끌어올리기 시작했으니 잠시 후 구궁에게서 한발의 화살이 뻗어왔
다.
"큭!! 무음시?!"
육안으로는 확인 할 수 조차 없이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화살에 혈천마수는 크게 놀라 옆으로 몸을 날렸으나 화살
은 얼굴에 상처를 내며 뒷쪽에 있던 나무로 박혀 들었다.
소리하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한 화살에 그로서는 그것이 풍문으로만 듣던 무음시라는 것을 알고는 크게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무음시는 세상에 존재하는 단하나의 활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화살이였기 때문이다.
"설마 진천벽력궁?!"
설마 상대가 무립십대신병의 하나인 진천벽력궁을 가지고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혈천마수로선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과연 진천벽력궁. 그렇다면 전에 보았던 화살의 위력도 이상한 것이 아니지..'
진천벽력궁이라면 사람을 꿰뚫고도 두그루의 나무를 쓰러뜨린 위력도 이상할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하는 그였지만,
상대가 십대신병을 가지고 있다면 상대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들켜버렸군요."
혈천마수에게 진천벽력궁을 가지고 있음을 들키자 구궁은 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는 두개의 화살을 꺼내어서는
활을 재며 말했다.
"이렇게 된 이상 진천벽력궁의 위력을 보여 드려야 겠군요. 각오하십시요."
"큭!!"
진천벽력궁의 위력을 알고 있는 그로서는 미간을 찌프릴 수 밖에 없었지만, 일단 물러서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지라 궁사의 가장 취약점을 노리기로 결정했다.
활을 사용하는 자들은 근접전에는 약할 수 밖에 없는지라 철수를 사용하여 화살을 튕겨내며 공격할 요량으로 몸을
날렸다.
"회류시!!"
혈천마수가 달려드는 것을 보며 구궁은 두발의 화살을 날렸는데, 그 방향이 전혀 다른 곳인지라 혈천마수는 회심의
미소를 지을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쇄도에 놀라 화살을 잘못날린 모양이군! 네 녀석을 죽여 진천벽력궁을 접수하겠다!'
구궁이 화살을 잘못날렸다고 생각한 혈천마수는 그를 죽여 진천벽력궁을 빼앗으려 했는데, 잠시 후 그것은 자신의
착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놀랍게도 그가 날린 화살은 마치 이기어검술을 보는 것 처럼 자신을 향해 방향이 바뀌어 날아왔기 때문이다.
"크억!!"
놀란 혈천마수는 급히 몸을 틀었지만, 허벅지에 한발의 화살을 허용하고 말았다.
"설마..방향이 바뀔리라고는..."
공중에서 방향이 바뀌는 화살은 들어 본 적이 없는지라 그로선 이 공격을 피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후후후..."
구궁의 회류시는 화살의 흠집을 내어 인의적으로 공중에서 방향을 바꾸는 그가 자랑하는 궁술법이였다.
혈천마수의 허벅지는 화살로 인하여 호두만한 구멍이 뚫리고 말았으니 시뻘건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급히 혈도를 눌러 지혈할 수는 있었지만, 상당한 상처를 입었기에 움직임을 둔해 질 수 밖에 없었다.
"이만 사라져 주셔야 겠습니다."
허벅지에 피를 흘리고 있는 그를 보며 구궁은 천천히 한발의 화살을 활에 놀려 놓으니 혈천마수는 미간을 찌프릴
수 밖에 없었다.
"혈교의 재건을 이루지 못하고, 애송이에게 죽음을 당할 줄이야..."
수십년을 이곳으로 소교주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던 혈천마수로선 강호에 이름도 없는 애송이에게 죽음을 당할 줄
은 생각지도 못한지라 억울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상대를 너무 경시한 것도 있었으니 두 눈을 감고 죽음을 받아들였다.
"벽력시!!"
구궁은 혈천마조를 보며 진천벽력궁의 최고의 기술 중 하나인 벽력시를 사용하여 그의 이름에 맞는 죽음을 선사해
주려했다.
하지만 그런 그의 생각인 이루어지지 못했으니 벽력시가 혈천마조의 미간에 박힐 즈음 검은 기류가 빠른 속도로 날
아와서는 벽력시의 방향을 바꾸어 버렸기 때문이다.
[쿠구구궁!!]
방향이 바뀌어진 벽력시는 혈천마조의 옆으로 뻗어나가니 마치 천둥소리와 같은 굉음을 내며 숲의 한쪽을 초토화
시키며 터져 나갔다.
"누구냐!"
자신의 화살의 방향을 바꾼 검은 기류가 날아온 곳을 보며 구궁이 내공을 돋구어 소리치니 그곳에서 한 남자가 튀
어나와서는 그를 향해 또 다시 검은 기류를 날렸다.
"마겸살파(魔鎌殺破)!!"
"칫!!"
녀석이 내 뻗는 검은 기류가 범상치 않은 것이란 것을 느낀 구궁은 뒤로 몸을 날려 피하고는 그를 향해 활을 날렸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