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171화 (172/355)

제 32 장 혈풍 (6)

한편 오경과 함께 무당으로 향한 장천은 드디어 신검진인을 만나게 되었다.

신검진인이 머물고 있는 곳은 무당의 본산이 아닌 서북쪽으로 떨어진 곳의 작은 오두막에 거처하고 있었는데, 작은

산길조차도 수풀에 가려 보이지 않을 정도인 것을 보며  장천은 이곳에 사람들이 많이 드나들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신검진인 정도의 인물이라면 무당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 것도 하건만 오두막은 아무도 살지 않는 것처럼  낡

아 바람이라도 세게 불면 쓰러질 것 같은 모습이였다.

'신검진인은 소림의 속가제자이지만 그래도 무당이 자랑하는 고수 중 한사람인데 이런 곳에서 머무르고 있다니..'

장천으로선 무림 서열로 치면 이십위권안에 들고도 남을 초고수인 신검진인이 살고 있는 오두막을 보며 고개를  갸

우뚱거리고 있었는데, 그 때 옆쪽의 수풀에서 부스럭거리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오동생인가?"

지저분한 몰골에 숲에서 한바탕 뒹굴었는지 긴 수염으로 잔가지가 걸려 흔들 거리는 모습의 노인이였는데, 그는 호

미와 바구니를 든채 오경을 보고는 가물거리는 듯  눈을 깜빡 거리더니 말했고, 오경은 그의 모습에  한 숨을 쉬며

말했다.

"휴..제발 무당에서 말하는데로 제자 좀 받으시유. 나이는 구십줄이 넘어서 뭐하는 짓이유?"

"허허허 내 오늘 귀한 손님이 올 줄 알고 산에 좀 올라갔었네."

오경의 말에 노인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바구니를 흔들어 보이니 그곳에는 버섯과 여러 가지 산나물들이 가득  담겨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오동생? 설마.."

장천은 그가 오경을 노제라고 부르는 것을 보며 그가 혹시 무당의 신검진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의 눈 앞에 보이는 노인은 산속에서 약초를 캐는 촌노와 다를 것이 없는지라 지금껏 신건진인 도복에  단

정한 모습으로 긴 수염을 쓰다듬으며 신선 같은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 장천으로선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

았다.

"다..당신이 신검진인이십니까?"

"허허허 그렇다네."

"....."

신검진인은 장천의 말에 너털웃음을 짓더니 일행들을 오두막 안으로 안내해 들어갔다.

오두막은 도저히 강호에서 검으로는 천하제일이라 일컬어지는 신검진인이 머무르는 곳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초라했

다.

삐그덕 거리는 의자에 앉아 신검진인은 미리  준비되었는지 일행들의 앞으로 차를 내왔는데, 그  향이 맑고 상쾌한

기분을 주는지라 장천은 크게 탐복하게 되었다.

지금껏 용정차 같은 값비싼 차도 맛보았지만, 신검진인이 내어준 차만큼 향이 뛰어난 것은 단 한번도 접한 적이 없

었기 때문이다.

"오! 자네에게 냉혈검이 있었군."

"아!"

신검진인은 일행들에게 차를 내어오던 중 장천의 허리에서 느껴지는 작은 냉기를 느끼고는 그에게 냉혈검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장천은 그 검이 신검진인의 소유였다는 것을 아는지라 냉혈검을 건네 주려 했는데,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되었다네, 아무래도 냉혈검은 자네가 가지고 있는 것이 나을 듯 하네."

"신검진인님...."

장천은 신검진인의 말에 다시 검을 허리에 찼는데, 무슨 생각이 났는지 그는  책장에서 무엇인가를 찾는 듯 뒤적거

리다가 책 한권을 꺼내어서는 그에게 건네 주었다.

"이건?"

"양의심공이네."

"아!"

신검진인이 양의심공을 전수해주자 장천으로선 크게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가 이 심공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였지만, 지금까지 그에게 양의심공을 바라고 있다는 말을 한 적은 단 한번도 없

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제가 양의심공이 필요로 하고 있는지 알고 계셨습니까?"

"허허허 화룡신도와 냉혈검 두개를 취했으니 그것을 융합하려면 양의심공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제가 이 심공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받거라. 네 녀석이 누구인지는 알지만, 신검진인이 양의심공을 건네주는 것은 오립산과의 약속이기도 했으니까 말

이다."

"예?"

오경은 양의심공을 받는 것을 망설이는 장천을 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니 그로선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자신에게 양의심공을 전해 줄 것이 약조되어 있었다는 것을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이해 할 수가 없습니다. 사조께서는 제가 양자가 되기 전에 돌아가셨던 분인데, 어찌 저에게 이것을 줄 것이 약조

되어 있었다는 것입니까?"

"크크크 그럴만도 하지."

오경은 장천이 느끼는 의문점을 잘 알고 있는지 재밌다는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자네의 정체를 수상하게 생각하면서도 왜 양의심공을 전해주는지 알고 있는가?"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의 말에 장천은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장천 역시 지금까지 오경이  해주었던 말을 들으며 진실로 자신이

누구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자네가 당금의 무림의 혼란을 해결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이네."

"유일한 사람이라뇨?"

"의형제이기도 한 오립산과 자네가 혈연의 관계가 있을 수도 있다면 어떻하겠는가?"

"예? 무슨 말씀이십니까? 혈연의 관계라니요?"

도저히 믿기지도 않는 일이였다.

얼굴도 본 적이 없는 사조와 자신이 피가 연결되어 있는 관계라는 것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내가 이리 생각하는 것은 바로 자네의 양부인 장춘삼이 그 이유이네."

"아버지가요?"

아버지가 그 원인이라는 것에 더 큰 의문이 밀려오는 그였으니 오경은 신검진인이 가져 온 차를 한모금 마신 후 무

엇인가를 생각하는 표정을 짓고는 말했다.

"내가 처음 오립산을 만난 것은 이십오년 전이였지 그  때는 쌍도문의 이름은 강호에 그리 알려져 있지는  않았지

만, 그는 달랐네. 뛰어난 수완으로 모은 자금을 통하여 무림의 명문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고, 학문적 지식

은 물론 무공 역시 상당한 수준에 이르고 있었네."

"무공이라고요? 오립산 사조께서는 무공을 익히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물론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알고 있었지, 하지만 등평이나 장춘삼 같은  뛰어난 제자를 길러낼 정도의 인물이 무

공을 익히지 않았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가?"

"음..."

오경의 말에 장천은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지식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해도, 무공을  익히지 않은 사람이 자신의 백부나 양부와  같은 고수를 길러내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무공은 단순한 지식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동안의 경험과  함께 여러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

"그 당시 그에게는 세명의 제자가 있다고 알고 있었는데, 나를 만나러 왔을  때는 네 번쨰 제자 바로 자네의 양부

인 장춘삼을 데리고 있었지."

"아버지를요?"

"그렇다네, 그 당시 오립산은 강남에서 우연히 자질이 뛰어난 거지 아이를 주워 자신의 제자라 들였다고 말했지만,

나의 생각은 조금은 달랐다네. 우연히 잡은 아이의 맥문에선 족히 일갑자는 넘을 정도의 내공이 느껴졌으니까 말일

세."

"음..."

"일갑자의 내공은 아무리 영약을 섭취했다 하여도  제대로 된 내공심법을 수련하지 않는다면 얻어질  수 없는 양,

그런 이유로 난 아이가 단순한 고아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지."

"그렇다면 오립산 사조님과 아버지가 단순히 사제의 관계만이 아니라는 것입니까?"

장천의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오립산은 무공에는 등평을, 그리고 문에 관해서는 구양생을, 정보에 관해서는 양우생을 제자로 맞아 들였다. 무림

의 대부분의 문파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제자를 키워 단시간에 무림의 대문파로 성장시키는 것이 가능했지, 하지

만 장춘삼은 뭐지?"

"뭐라니요?"

"장춘삼은 다른 이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무공에는 등평에 미치지 못하고, 문에는 구양생에, 그리고 정

보수집 능력에는 양우생에 미치지 못하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지니고 있다."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무림의 명문가에선 문과 무 모두 뛰어난 자도 없지 않는지라 장천으로선 그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가  없었

다.

"아니 있다. 처음부터 장춘삼을 자신에게 중요한 누군가를 교육시켰다면 말이다."

"누군가라니요?"

"하나의 세력을 이끌 수 있는 자는 단순히 무공만 뛰어나다해서 가능한 것이 아니다. 힘만 있는 세력은 오래 가지

않는 법, 그런 이유로 문파의 수장이라 함은 그 만큼의 머리가 있어야 하지. 그런 면에서 모든 것을 지니고 있는 장

춘삼은 거대세력을 이끌기 위한 후계자를 교육시키는데 가장 적합한 인재라고 할 수 있지."

"....."

그로선 만박광인이 하는 말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그의 말대로라면 자신의 거대세력의 후계자로 오립산의 지시로 자신의 양부에게 수장으로서의 교육을 암암리에 받

아왔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였다.

"네 나이 또래에는 전혀 가능하지 않은 내공과 천하제일을 다툴 수  있는 무공, 암영자들을 비롯한 무림의 고수들

을 옆에 두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우연으로 가능한 일이였던가?"

"....."

"마교, 혈교, 사파, 정파 네가 필요로 한다면 너의 도움이 될 사람들이 있다. 당금의 무림에서  정사마 모두에게 힘

을 얻을 수 있는 자가 있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가? 네 녀석의 주위에 있어나는 일들은 단순히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많은 우연이 겹쳐저 있다."

"큭!"

그의 말도 안되는 말에 이를 갈고 있던 장천은 한참을 생각에 잠겨 있다가 고개를 들어서는 물어 보았다.

"그렇다면 당신은 제가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차대의 혈비도 무랑!"

혈비도 무랑, 무림사에 공포로 자림잡고 있는 최악의 마인의  이름이 나왔고, 그 이름의 다음대가 자신이라는 말에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장천은 도저히 믿기지 않는 말에 뭐라 말을 할 수 없는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말도 안되는 소리...."

도무지 믿을 수 없는 말에 장천은 그것을 믿으려 하지 않았는데, 그때  갑자기 신검진인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는 오른손을 들어서는 그대로 옆쪽의 창문을 향해 검을 휘두르듯이 휘둘렀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그 순간 엄청난 검기가 일어나서는 벽을 부수며 밀려나가니 장천은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

고 말았다.

"무..무형검?"

검을 다루는 무사들의 꿈이라고 알려져 있는 이기어검의 단계보다 한단계 위의 경지로 알려져 있는 무형검, 몸안의

기로 무형의 검을 만들어 사용하는 단계로 예리함은 현철로 만든 보검을 압도한다고 알려져 있는 꿈의 단계가 신검

진인의 손에서 펼처지자 장천으로선 식은 땀이 흐를 수 밖에 없었다.

엄청난 내공의 압력에 그것을 뿌리칠 만큼의 힘조차 느껴지지 않느지라 장천은 무릎이 떨리고 있었다.

"이만 나오시구려."

신검진인은 자신의 검기로 의해 부서진 벽쪽을 향해 말하니 그 순간 흐릿한 잔상과 함께 한 사나이가 사람들의  앞

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복면을 쓰고 있어 그 진면목을 알 수는 없었지만, 몸에서 뿜어 나오는 기운은 무형검의 단계에 이른 신검진인과 비

교해도 밀리지 않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허허허. 누군가 했더니 혈비도 무랑이란 아이로구나."

"과연 무림제일검이로군요. 신검진인님."

"혈비도 무랑!!"

장천은 신검진인이 검기를 날린 사람이 혈비도 무랑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그 전에도 본 적은 있었지만, 지금처럼 자신이 움직일 수조차 없을 정도의  기를 내뿜고 있는 그를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였기 때문이다.

신검진인과 혈비도 무랑의 내뿜는 기운으로 인해 좌중에 있던  사람들은 어느 누구도 움직일 수가 없었으니 그 두

사람의 무공은 지금까지 대했던 고수들과 전혀 차원이 다른 수준이였다.

"크크크...네 놈의 계획이 밝혀지니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었던 모양이구나?"

만박광인 오경은 혈비도 무랑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보며 조롱하는 듯한 어조로 말하고  있었는데, 그런 오경의

도발은 전혀 통하지 않는 듯 혈비도 무랑은 천천히 기를 갈무리하며 말했다.

"이것 역시 계획에 있었던 일, 다만 신검진인의 경지를 읽지 못했던 것이 실수였을 뿐이다."

혈비도 무랑은 신검진인이 무형검의 경지에까지 이르렀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접근했다는 것이 실수였을 뿐, 장천

이 만박광인에게 당금 무림의 현실과 정체를 듣는 것은 계획에 있던 일이라고 말하고 있었기에 오경으로선  자존심

이 상했는지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힘들여 노부의 낡은 집까지 왔으니 차라도 한잔 할텐가?"

혈비도 무랑이 내뿜던 기를 갈무리 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신검진인은 다시 자상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니 그는

잠시 신검진인의 봐라보고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근처에 있던 자리에 앉았다.

"음..."

만박광인 오경은 그의 행동에 식은땀이 흐를 수밖에 없었다.

정파의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신검진인과 그는 적이라고도 할 수 있었는데, 검으로는 최고의 경지라고 할 수 있는

무형검의 경지에 이른 적을 앞에 두고 내공조차 끌어 올리지 않은 채 있다는 것은 상당한 강심장이 아니고는  불가

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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