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169화 (170/355)

제 32 장 혈풍 (4)

무당으로 가던 장천은 자신도 모르게 허리에 차있는 냉혈검을 처다 보았다.

'도대체 이 검은 신검진인의 손에서 나에게 들어 온 것일까?'

소림과 무당에서의 일을 모르는 장천인지라 냉혈검이 그것이 궁금하긴 했지만, 그 내용은 신검진인에게 들을 수 있

다는 생각에 고개를 내젖고는 만박광인을 처다보았다.

또 장천이 무당으로 가는 것을 그리 반대하지 않은 이유가 더 있었으니 바로 양의심공 때문이였다.

광무자가 말한 좌검우도의 무공을 완전히 자기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것이 양의심공이였기 때문이

다.

현재 장천은 화의 무공과 소수마공 둘을 모두 익히고 있었으나 무공을 시전할 때는 둘 중 하나밖에 시전하지  못하

는데, 만약 양의심공을 익히게 되면 이 두가지 무공은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바램일 뿐 과연 무당으로 가서 양의심공을 얻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였다.

어쩌면 이것이 함정일 수도 있었으니 장천으로선  불안한 마음을 버릴 수가 없었는데, 그런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만박광인 오경은 언제나 같은 모습을 보일 뿐이였다.

"자네는 무림십대신병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가?"

갑작스러운 우경의 물음에 과거 공동파의 문주인 천무성자 양세기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있는지라 그 이야기를 해주

었다.

"천무성자님의 이야기로는 태사부가 만든 것이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오경은 그에게 놀라운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러나 조금 이상하지 않은가? 무림십대신병에는 혈비도 무랑이 쓴다고 하는 비도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말이

야."

".....혈비도 무랑이 우연히 얻은 것이 아닐까요?"

"그렇다고 보기에는 조금 이상하지 않은가? 그 비도는 자네의 태사부가 태어나기 전에도 존재한 신병이였으니  말

이야."

"아!"

그제서야 장천은 우경이 이야기 하고 있는 바를 이해할 수 있었다.

혈비도 무랑의 전설 중 하나는 보검을 꿰뚫어 버리는 비도술을 보였다고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본다면 십대신병의

속하는 비도는 그 전부터 존재하고 있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와 함께 마교의 천마패와 혈교의 흑마겸도 오립산 이전에 존재한 십대신병이였기 때문이다.

"설마..."

장천은 그 순간 무엇인가가 생각났지만, 잠시 후 고개를 젖고 말았다.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쌍도문을 비롯하여 마교나 혈교는 모두 혈비도 무랑의 일문과 관계가  있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무림에서 내가 조사해 본 것에 의하면 무림십대신병 중 세가지  혈비도 무랑의 탈혼섬광구비도와 마교의 천마패,

그리고 혈교의 흑마겸은 수백년전부터 존재하고 있던 병기네."

"....."

"십대신병의 사용된 쇠는 중원에서 찾아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그것을 제련하는 것 조차 불가능하다 알려져 있네,

그렇다면 자네의 태사부는 어떻게 그 쇠를 제련하여 나머니 일곱 개의 신병을 만든 것일까? 궁금하지 않은가?"

"....선배님께선 저희 태사부께서 세 개의 세력과 관계가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장천의 말에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마교나 혈교는 아니네, 내가 관계 있을 것이란 생각한 세력은 단 한곳뿐이지."

"말도 안되는 소리입니다!!"

혈비도 무랑과 태사부가 관계있다는 말에 장천은 부정할 수 밖에 없었다.

만약 정말 그것이 사실이라면 쌍도문은 혈비도 무랑의 문파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삼류문파가 단숨에 대문파로 부상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하는가? 쌍도문이 소유하고 있는 수많은  영약과

놀라운 내공심법들이 돈만 있다고 쉽게 구해지는 것인가?"

"큭.."

장천은 아무런 부정도 할 수 없었다.

그의 말대로 영약이나 내공심법을 구하는 것은 돈만 있어서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선배께서는 쌍도문이 혈비도 무랑이란자의 계획 아래 만들어진 문파라는 것입니까.."

그 말을 하는 장천은 분노로 주먹이 크게 떨리고 있었다.

정파로 정의를 위해 싸운 쌍도문의 정신이 그의 한마디로 모두 무너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네의 발견 역시 이상하지 않은가? 수많은 군웅 중에 왜 장춘삼이였을까? 마교로 잠입해 들어가는 네 녀석이 어

쨰서 수백년 동안 아무도 본적이 없는 비도문에 들어갔고, 혈비도 무랑의  무공을 배운 것일까? 마교에서 배신자로

쫓길 때 자네를 살린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또 마교에서 혈비도 무랑은 왜 자네를 구해주었을까? 우연이라고 하기

에는 너무나 이상하지 않은가?"

"큭..."

"여보..."

그 모든 것은 장천 역시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문제들이였다.

유능예는 장천의 얼굴이 점차 파랗게 사색이 되는 것을 보며 걱정스러운 마음에  그의 손을 잡았지만, 충격은 그렇

게 쉽지 사라지지 않았다.

"하하하하 믿거나 말거나 그것은 자네가 알아서 하게. 난 그저 생각나는 대로 지껄였을 뿐이니 말이야."

"큭.."

장천이 분노로 이상하게 변하는 것을 보며 재빨리 빠져나가는 오경이였으니 이를 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계속 흥분하고 있을 일은 아니였기에 장천은 오경이 말한 일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그의 말대로 의문점은 한두가지가 아니였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라면 자신을 아들로 받아들인 아버지 장춘삼마저도 혈비도 무랑의 계획에 의한 것이 되기  때문

에 도저히 그것을 사실로 믿을 수가 없었다.

'도대체 난 누구지...'

그리고 그 생각의 끝은 자신이 무엇인가에까지 이르렀다.

만약 혈비도 무랑의 계획에 속한 사람이라면 장천 자신은 비도문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람이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무림대살령이 떨어진 자신의 처지를 누명이라 생각했지만, 오경의 생각되로라면 사실이 되어 버리기 때

문이다.

지금까지 그가 믿었던 모든 사람들은 거짓으로 자신을 대한 것이 되기 때문에 장천은 온 몸에 힘이 빠질 수밖에 없

었다.

한편 장천이 고민에 쌓여 무당으로 향하고 있을 때 북경의 한 저택에선 조정대신들의 밀회가 있었다.

이들 중 가장 권세를 가지고 있는 자는 태감 구로공(九老公)으로 팔순이  넘는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무공을

지니고 있는 황제폐하의 신임아래 동창을 모든 것을 맡고 있었다.

구로공의 옆에는 반백의 긴 수염을 지니고 있는 노인이 관모를 쓰고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으니 가는 바로  삼황

자의 스승인 태학사 이정(李整)이였다.

그 밖에도 조정에서 이름있는 고관들이 모두 모여있었으니 결코 범상치 않은 모임임을 알 수 있었다.

"콜록콜록!"

이름만 되어도 하늘의 새를 떨어뜨릴 권세를 가지고 있는 고관들 사이로 허름한 복장의 선비 한명이 괴로울 정도로

기침을 하고 있었으니 방안에 있던 많은 사람들은 크게 안타까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중 가장 크게 걱정하는 표정을 짓는 이는 바로 구로공이였으니 그는 안타까운 목소리로 선비를 보며 말했다.

"아두야...."

"콜록콜록...의부께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선비는 무명천으로 입을 가리며 자신을 걱정하는 구로공을 안심시키려 하고 있었지만, 흰 무명천으론 붉게 피가 묻

어 있는지라 그로선 마음이 아플 수 밖에 없었다.

바로 선비는 그가 양자로 맞아들인 아이였기 때문이다.

"이곳에 있었으면 되었을것을...쯧쯧.."

선비의 상태가 크게 안 좋은 것에 그는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미 지난 일이니 더 이상 그것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은 구로공은 차를 한모금 마신 후 말했다.

"관이 무림을 관여하지 않은 것이 관례이나 네 녀석 말이 사실이라면 내 두고 볼 수만은 없겠구나, 안 그렇소이까

이학사?"

"그렇습니다. 공께서 말씀하신다면 이참에 무림에 폐하의 권위를 보이는 것도 나쁘지 않다생각합니다."

이정의 말에 구로공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기침을 하고 있는 선비를 보며 말했다.

"네 동창에 이르어 둘터이니 걱정말고 쉬도록 하여라."

"의부...죄송합니다."

"쯧쯧쯧..."

선비의 죄송하다는 말에 구로공은 더 이상 볼 것도 없다는 듯이 자리에 일어나서는 방을 나갔고, 그가 나가자 이정

은 선비를 보며 말했다.

"자네가 이리 될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멀쩡하던 자네가 이리 되서  돌아오니 구로공께서 크게 진노하신 것도 이

상할 것이 없지... 쯧쯧"

"콜록콜록..태학사 어른께서는 그리 말씀하시니 저로선 의부께 큰죄를 지은 것 같습니다."

"감태의를 보낼 터이니 당분간은 쉬도록 하게, 자네와 같이 온 제자에게  이일은 맡겨도 문제없을 것 같으니 말일

세."

"알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태학사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다른 고관들도 하나 둘씩 방을 떠나기 시작하니 얼마 지나지 않아  방

에는 기침병을 앓고 있는 선비만이 남았다.

잠시 후 방으로 누군가가 들어와서는 인사를 하자 선비는 힘겹게 고개를 들고는 말했다.

"육명이냐?"

"예."

"의부께서 동창의 힘을 빌려주신다 하니 넌 동창으로 가도록 하거라."

"알겠습니다."

사부의 지시를 받은 그는 공손히 인사를 하고 사라지니 선비는 다시 고통스러운 기침을 하다가 주먹을 불끈 쥐고는

중얼거렸다.

"대사형을 죽인 무림! 결코 용서하지 않겠다."

노기가 가득한 목소리, 기침병으로 걸음조차 제대로 걷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였으니 그는 바로 장

천의 사숙인 구양생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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