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167화 (168/355)

제 32 장 혈풍 (2)

홍련교의 수뇌부들의 회의가 있은 지 십일 후 하북의 유명한 문파 중 하나인 형의문이 의문의 집단에 의해  멸문이

되는 일이 벌어졌다.

500명이 넘는 식솔들 중 단 한사람도 살아 남지 못한 이 혈사가 일어나자 무림맹에선 백명이 넘는 정예로 이루어진

무사단을 보내어 이 사건을 조사하게 하였으니 일주일만에 무사단은 이 혈사를 주범이 대사련이라는 것을 밝혀  낼

수 있었다.

대청에서 자신의 아들과 아내를 지키기 위해 싸웠다고 생각되는 형의문의 문주 안철산의 몸에서 대사련의 일문  중

암기로 유명한 은형방(隱形?)의 독침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이 암기는 안철산의 겨드랑이에 교묘하게 꽂혀져 있었기에 이것을 찾은 것은 거의 기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일이였

으니 이 사건으로 무림맹은 강남의 대사련이 혈비도 무랑이라는 소란을 틈타 강북으로 대거 진출하려 한다고  생각

하게 되었다.

형의문은 강남에서 강북으로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로 사용한다면 상당히 중요한 지점이였던 것도 이러한 추리를 가

능하게 하였으니 무림대살령으로 잠시간 손을 잡은 정,사,마는 이로써 서로간의 피를 보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이

르게 된 것이다.

물론 이 형의문의 혈사를 일으킨 주범은 홍련교의 무리였으니 형의문을 멸문시켜 이 것을 대사련에게 돌리게  하는

계획을 세운 인물은 바로 불괴대제였다.

형의문을 멸문시킬 때 사용한 수법은 정, 사, 마 어디에도 알아 볼 수 없는 수법을 사용하여 그들을  죽인 불괴대제

는 겉으로 드러나는 증거는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게 만든 후 가장 주의 깊게 조사 될 시신인 형의문의  문주의

몸에 대사련의 흔적을 희미하게 묻혀 놓음으로써 정파의 의심을 대사련 쪽으로 돌리게 만든 것이다.

한편 이시간 장천과 유능예는 쌍도문의 피신처를 향해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이상하군...이상해."

"무슨...?"

장천은 인적이 드문 산길로 능예와 함께 길을 감에도 계속 이상하다는 말을 되뇌이고 있었기에 그녀로선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용문산으로 갈 때만 해도 나를 노리는 자들은 상당한 수였는데,  이상하게 여기까지 오면서 나를 노리는 자

들의 모습을 좀처럼 볼 수가 없어서 말이야."

"아!"

장천에게 지금까지의 일을 들었던 능예였던지라 그제서야 그가 이상하다고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는 능예였다.

"아무래도 강호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 같은데, 좀처럼 외부의 소식을 전해들을 수 없으니 알 수가 없단 말이야.."

"일단 마을로 내려가는 것이 어떻겠어요?"

"음..그렇게 하지."

전 무림에 공적으로 지목된 장천에게 마을로 내려가는 것은 조금 위험한 일이기는  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채 있

는 것 보단 능예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그는 그녀와 함께 마을로 내려갔다.

장천과 능예는 얼마 후 객잔에 도착 할 수 있었다.

객잔안은 저녁 무렵인지라 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그들 중 대부분이 무인인지라 장천은 근처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능예와 함께 자리를 잡고 앉은 장천은 근처에 있던 무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아무래도 우리 문파도 조만간 휩쓸릴 것 같단 말이야."

"빌어먹을 사파 녀석들 형의문을 멸문시킨 것도 모잘라 이번에는 대정문을 멸문시켰다고 하더군."

"대정문까지?"

"그래 요즘 들어 강호가 그리 조용하지 않다 했더니 대사련이 무림 일통의 꿈까지 꾸나 보더군."

대정문이라면 과거 쌍도문의 문주였던 등평의 생일에 문파의 사람들이 온 적이 있었기에 장천은 조금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대정문은 작은 문파는 아닌데, 도대체 누가?'

대정문은 크게 이름난 명문은 아니였지만 그렇다고 작은 문파는 아니였다.

그런 문파를 멸문 시킬정도라면 단순한 문파간의 다툼이라 볼 수 없었다.

"형의문의 멸문이 대사련의 소행이라니 무슨 소리입니까?"

장천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무사들에게 넌지시 물었다.

"이런 소식도 못들었소?"

"형의문의 식솔들이 모두 몰살당했는데, 무림맹에서 조사해보니 형의문  문주의 겨드랑이에서 은형방의 독침이 발

견됬답니다."

"은형방이라...하지만 은형방의 세력으로는 형의문이나 대정문을 멸문 시키기는 어렵지 않습니까?"

은형방 역시 중간 정도의 문파였는지라 장천은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물어 볼 수 밖에 없었다.

"제대로 발견 된 흔적은 그것 뿐이기는 하지만 그 밖에 다른 문파들의 흔적도 여러군데 보였다고 합디다."

그의 말에 장천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도상이나 검상은 웬만한 식견이 없는 한 그  무공의 종류를 찾아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도와  검이란 것은 흔한

것인지라 특징있는 검상이나 도상이라 할지라도 찾아보면 많게는 수십종류의 무공에서 찾아 볼 수 있었다.

이런 이유로 검상이나 도상으로는 병장기가 남지 않는 한  사소한 문파는 물론 정파나 사파의 구분도 극히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음...은형방의 암기가 중요한 열쇠이겠군.'

유일하게 남은 것은 은형방의 암기, 장천은 그것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았다.

근래에 멸문당한 문파인 대정문은 모르겠지만, 형의문은 결코 만만한 문파가 아니였다.

도가의 흐름에서 갈라져 나온 문파로 무당이나 곤륜과  같은 구대문파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래도 무공은 상당히

뛰어난 곳이였다.

은형방이 대사련에서 암기로 뛰어나다고는 하지만, 무공면에선 형의문에 대적할 정도가 아니였다.

하지만 문제의 암기는 형의문의 문자의 겨드랑이에서 발견됬다면 그것을 조금 생각해 볼 문제였다.

겨드랑이는 결코 쉽게 암기로 적중 시킬 수 있는 곳이 아니였기 때문이다.

형의문의 문주라면 결코 하수는 아닐 터, 그런 자의 겨드랑이에 암기를 적중시키는  것은 웬만한 실력이 없으면 불

가능했다.

몇가지 생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을 때 객잔의 문이 열리면서 십여명의 무인들이 모습을 드러냈는데, 한눈에 봐도

사파의 인물 처럼 보이는지라 객잔안에 있던 다른 이들의 표정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런.."

음식을 나르던 점소이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는 안색이 변해서는 뒤로 도망치듯 도망가기 시작했다.

"응?"

심상치 않은 기운에 장천 역시 주위를 돌아보니 방금 전 이야기를 나누던 무인 중들도 병기에 손을 가져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런..."

"당신도 조심하시요."

"무슨 일입니까?"

"아무래도 한바탕 싸움이 일어날 것 같으니 자네도 병기를 들게."

"이런...!"

객잔에 있던 다른 무인들의 눈에도 살기가 일고, 객잔의 점소이나 주인들의 행동을  보며 자주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전에만 해도 한 객잔안에 정파나 사파의 무인들이 마주처도 표정만 찡그릴 정도였는데, 지금은 살기가 돌고 있었기

에 잠시 강호에서 숨어 지내는 동안 크게 변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채재재쟁!!]

사파의 무인들이 가까이 다가오자 정파 무인들 중 한명이 검을 뽑아 들었는데,  그것을 시작으로 주위에 있던 무사

들이 병기를 뽑아 들고는 싸울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능예. 뒤에 숨어 있어."

"예."

장천은 등뒤로 능예를 물러서게 한 후 허리에서 병장기를 뽑아 들었다.

물론 화룡신도는 사람들에게 정체를 들킬 수 있기 때문에 뽑지 않았지만, 사실  그의 무공이라면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덤벼도 상대할 수 없는 수준이였기 때문에 그리 문제는 되지 않았다.

[쿵!!]

두 무리들이 서로를 보며 대치하고 있을 때 한쪽 구석에서 큰소리와 함께 탁자가 부서지니 모두의 시선은 그  쪽으

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객잔의 구석에서는 오랜 여행을 한 듯, 몰골이 지저분한 남자 한명이 술잔을 들고 있었으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낭군. 저 자의 무공이 상당한 듯 해요."

장천의 뒤에 있던 능예는 그의 모습을 보며 중얼거리니 그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5척2촌 정도의 작은 키에 불과했지만, 어깨가 크게 벌어졌고, 팔이 길어 권공을 익히기에 좋은 몸인데다가 태양혈은

크게 두드러진 것이 상당한 내공을 가진 인물로 볼 수 있었다.

그런 이유로 큰 소란을 일으켰음에도 정파와 사파의 무사들 중 어느 한 사람 그에게 소리치는 이가 없었다.

"크흐흐흑...."

한참을 그를 보고 있으니 술을 마시며 눈물을 흘리고 있는지라 사람들은 크게 이상하게 생각 할 수 밖에 없었다.

"저 사람에게 크게 상심한 일이 있는가 봐요."

"그런 것 같군."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리고 있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술을 마시며 눈물을 쏟고 있었으니 한참을 그렇게 울

던 그는 무사들을 돌아보며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더니 말했다.

"크크크 지가 꼭두각시인지도 모르고 잘났다고 쌈박질이나 하고 돌아다니기는 크크크.."

처음에는 그리 큰 웃음을 아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참을 수 없는지 그는 탁자를 뒤흔들며 괴소를  터뜨

리니 사람들로선 미친놈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뭐야 저 놈은?"

"미친 놈 아냐?"

사람들은 너도나도 그를 보며 수근거리고 있었으니 장천은 조금 생각이 달랐다.

'뭔가 있다.'

미친것 같은 행동을 하기는 하지만 그의 눈빛은 결코 흐린 눈빛이 아니였다.

정광이 넘치는 눈을 가진 자였기 때문이다.

무공을 익힘에 광증에 미치는 경우도 있지만, 흔한 것은 아니였다.

내공을 익힌다는 것은 정신을 맑게 해주는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장천의 눈에 보이는 정광이 보이는 눈빛을 보이는 자는 지극히 이지적인 인물이 많았기에 그가 다른 비유

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

그 때 등뒤에 있던 능예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손뼉을 치고 말하니 장천은 고개를 돌려 물어 보았다.

"무슨 일이야?"

"저 사람이 누군지 생각났어요."

"저 사람이?"

"예. 전에 아버지가 강호의 기인에 대해서 이야기 해 준 적이 있어요.  오척 3촌의 단신에 큰눈 그리고 긴팔, 권장

에 능하지만 가장 뛰어난 것은 그가 가지고 있는 지식이지요."

"지식?"

"강호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한 지식, 그가 모르고 있는 것은 없다고 할 정도라군요."

"설마...?!"

그녀의 말을 듣자 장천은 무엇인가 생각이 났는지 손바닥을 치고는 말했다.

"만박광인(萬博狂人) 오경(吳擎)?"

만박광인 오경, 유서 깊은 남경의 문가의 자손으로 태어났지만 열여덟에 대과의 시험을  친 후 강호를 떠도는 낭인

이 되었고, 그 해 대과에서는 장원급제를 한 사람이였다.

스물여덟 늦은 나이에 은거기인을 만나 무공을 익혔고, 십년 후 강호에 출두하여 철사장으로 크게 이름을 날렸다.

그 후 다시 십년동안 강호를 돌아다니며 세상의 지식을 습득한 오경은 만박이라는  명성을 얻게 되었지만, 그와 함

께 괴행으로 인해 광인이라는 명호까지 덤으로 얻었다.

강호에서 모르는 것은 하나도 없을 정도로 박식한 그였기에 많은 무림의 인물들이 그를 찾아오긴 하지만  떠돌아다

니는 낭인인지라 그를 찾은 자를 별로 되지 않았다.

"오경을 만나게 되다니 재밌군."

그 역시 오경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지라 장천은 호기심 어린 얼굴로 그의 앞으로 걸어가서는 말했다.

"대협께 인사드립니다."

"크크크 수십년만에 무림대살령에 오른 놈같지 않구나. 마누라까지 데리고 다닐 정도니 말이야. 크크크."

"무림대살령?!"

오경의 말을 나온 순간 객잔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크게 놀라지 않을 수 밖에 없었으니 정사마 모두에게  혈성이라

알려져 있는 혈비도 무랑의 제자가 무림대살령의 주인공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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