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2 장 혈풍 (1)
"뭐야!!"
대사련, 중원 사파의 거의 대부분이 가입하고 있는 이 연합체의 중심부에 위치한 만사전에선 큰 소란이 일고 있었
다.
사파를 이끌고 있다고 할 수 있는 대사련의 련주 유일랑은 부하의 보고에 황당함을 감추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
었다.
"사파 십대거두 중 간신히 연락이 닿고 있는 다섯명이 모두 죽었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가! 도대체 그 자들을 죽일
수 있는 자가 중원에 몇명이나 있다고!!"
"그것이.."
련주의 노한 목소리에 소식을 올린 자는 말을 잇지 못하니 부련주 양진은 그의 앞을 막으며 말했다.
"련주. 일단은 그들을 처리한 자를 알아 내는 것이 더 중요할 듯 합니다."
"음..그렇군. 그래 흉수의 정체는?"
"그것 역시.."
흉수의 정체 역시 모른다는 부하의 말에 유일랑은 고개를 내젖고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손을 까딱거리며 그를 내
보냈다.
"휴...그들 다섯명으로 계획했던 일이 모조리 사라지는 판이군."
"그렇습니다."
과연 유일랑은 사파십대거두 중 다섯사람의 힘으로 무엇을 계획하고 있었던 것일까?
물론 그들이 사라진 후인 지금은 그 계획은 백짓장이 되어 있었다.
"양진 네 생각으로 누구의 짓일 것 같느냐?"
"어떻게 생각해 보아도 둘 중 하나 일듯 합니다."
"그렇겠지. 그들 다섯을 한번에 처리할 수 있는 인재를 보유하고 있는 곳이라면 무림맹과 마교 뿐일테니 말이야."
사파십대거두는 단순한 인물이 아니였다.
강호에서도 상위 서열의 무공을 지닌 인물로 그들 한사람으로 일당백 아니 그 부수적인 효과를 생각한다면 일당천,
일당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인물이였기 때문이다.
은거를 하고 있었다고는 하지만 그들의 중위에 몰려든 사파의 무사들의 숫자도 무시 못할 숫자, 그런 그들은 같은
시기에 모두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은 개인의 힘으로 불가능 한 일이였기 때문에 유일랑은 현 무림의 삼분하고 있는
세력 중 두개인 무림맹과 마교를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옆에 놓여 있는 탁자를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한참을 생각에 잠겨 있던 유일랑은 탁자에 놓여 있던 찻잔을 들어서는
차를 한모금 마신 후 말했다.
"아무래도 마교 쪽이겠군. 무림맹은 혈비도 무랑의 제자라는 놈과 용문산의 냉혈살마의 일로 정신이 없었을테니 말
이야."
"그렇습니다."
"어떻게 해줘야 될까? 댓가는 치뤄주어야 하겠지?"
유일랑의 말에 양진은 미소를 짓고는 가볍게 포권을 하며 말했다.
"련주께선 그리 말씀하신다면 강남의 쓰레기들을 모두 쓸어 버리도록 하겠습니다."
"부련주에게 모두 일임하겠다."
현 무림의 세력은 크게 분류하자면 강북은 정파를 위시한 무림맹이 강세를, 강남은 대사련의 세력이 강세를 유지하
고 있으며, 마교의 경우에는 사천의 북서부와 청해, 신강을 강한 힘을 유지하고 있었다.
물론 이 세개의 세력의 문파들이 다른 곳의 세력권에 없는 것은 아니였지만, 대문파를 중심으로 하지 않으면 뿌리
를 내리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였다.
이 중 마교의 경우에는 정파보다 그 상황이 더욱 심각하여 강북과 강남에 있는 마교의 지부들은 일반 교도들이 주
를 이룰 뿐 마교의 무인들의 숫자는 적은 수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강남의 대사련이 한꺼번에 움직이니 각지에서는 혈풍이 불 수 밖에 없었다.
강남에 있는 홍련교의 지부는 총 34개, 대사련의 련주가 부련주에게 모든 것을 일임한 지 단 5일 만에 지부의 평교
도 3만명이 죽음을 당했고, 무인은 사천명 가까운 수가 죽음을 당했으니 순식간에 강남의 마교의 지부는 강호에서
그 이름이 사라지게 되었다.
난데없이 대사련이 강남에 있는 모든 교의 지부들을 전멸시키자 홍련교의 총단에선 난리가 나게 되었다.
"도대체 대사련이 무슨 이유로 강남의 지부를 모두 쓸어 버렸단 말인가!"
천마 문천익은 자신의 아들인 문성을 옆에 두고 강남 지부의 몰살을 보고한 자들에게 호통을 치고 있었으나 모두
꿀먹은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대사련의 사파 십대거두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하는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였기 때문이
다.
"배교자 장천에 대해 무림대살령이 내려진 이 시점에 대사련이 마교에게 칼을 겨눈다는 것은 무엇인가 조금 이상한
생각이 드는군요."
노한 표정의 천마를 보며 외팔이가 된 불괴대제는 통증을 참기 위해 피우게 된 아편의 연기를 뿜으며 말했다.
"이상한 생각이 든다 하심은..?"
"혈비도 무랑은 전 무림이 두려워하는 존재, 그런 자의 제자를 척살하는 중에 본교에 칼을 겨눈다 함은 이제 그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 아니겠소이까?"
"음..."
어떻게 생각해 보면 그리 이상한 이야기는 아닌지라 천마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혈비도 무랑의 그 혼자의 이름으로도 전 무림을 떠들석하게 하는 존재, 그런 그가 세개의 세력 중 한곳의 세력을
지지해 준다면 그 세력은 호랑이에 날개를 단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가 큰 악명을 떨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에게 죽음을 당한 이들은 거의 대부분이 대문파의 고수들이였고, 그런
이유로 혈비도 무랑은 무림의 공적이 된 것이기 때문이다.
대문파의 일에 나머지 중소문파들은 따를 수 밖에 없으니 무림의 공적이 되었지만, 만약 대사련과 같은 거대세력이
혈비도 무랑을 지지하고 나선다면 피해를 입지 않는 중소문파들은 혈비도 무랑의 이름으로 대사련으로 모일 수도
있었다.
또 지금까지 무림맹이나 홍련교에 의해 문파가 크게 피해를 입거나 그와 관련되어 위축되어 있는 문파들은 모두 대
사련의 붙을 것은 뻔하니 한 순간에 세력비가 크게 달라질 수도 있는 일이였다.
"음...그렇다면 조금 곤란한 터인데..."
"어쨋든 우리 역시 대사련에 뒤질 것은 없습니다. 강호의 소문에는 아직 혈비도 무랑이 대사련의 세력과 힘을 합쳤
다는 것은 없으니 우리는 그들에게 당한 것의 상응하는 복수를 하며 정파에게 은근히 정보를 뿌린다면 쉽게 녀석들
의 계획을 파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알겠소. 대제."
불괴대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천마는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리니 드디어 대사련과 홍련교의 본격적인 싸움의 서장
이 오르는 시점이였다.
교주의 좌에 올라있는 문성으로선 아버지와 불괴대제의 이야기가 그리 마음에 들지 않을 수 밖에 없었다.
'휴...형...'
장천은 문성에게 친한 형과도 같은 사람이였기에 그를 위험에 몰게 한 아버지와 불괴대제들이 마음에 들리는 없었
으나 지금의 그로선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다.
교주의 좌에 앉아 있다고는 하지만 아무런 힘이 없는 허수아비와도 같은 입장이였기 때문이다.
'아무래도...운성과 이야기를 나누어야 겠군.'
교내에서 문성이 그래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은 자신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학식이나 여러가지
면에서 더 어른스러운 마운성 밖에 없었으니 그의 아버지가 불괴대제인 만큼 두 사람이 만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였다.
회의가 끝난 후 문성은 마운성이 거처하고 있는 저택으로 걸음을 옮겼는데, 저택에 들어서자 마운성이 청년의 지도
를 받으며 무공을 연성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도록 하여라."
"예."
문성은 자신을 호위하고 있는 무사들을 기다리게 한 후 마운성에게 걸음을 옮겼다.
"운성아!"
"아! 교주님 언제 오셨습니까?"
일단 두 사람의 교내에서의 직위가 있는 만큼 마운성은 그를 보자 공손히 포권을 하며 인사를 올렸다.
"이야기 할 것이 있어서 말이야."
"이야기요? 알겠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셔서 차라도 한잔하시지요."
"그래."
마운성의 안내로 방안으로 들어가자 호위를 맡고 있는 부관 여명은 주위를 한번 돌아보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근처에 아무도 없습니다."
"알았다. 형 도대체 무슨 일이야? 갑자기 찾아오고 말이야?"
"이번 회의에 결정된 일을 말해주려고."
"이번 회의?"
마운성의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강남쪽의 지부가 대사련에 의해 습격 당한 것은 알고 있겠지?"
"응."
"그 일로 본교에서 대사련과 크게 붙을 모양이야. 그리고 정파 쪽에 소문을 흘려서 두 세력의 사이를 틀어 놓을 모
양인데, 아무래도 천이형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아서 말이야."
"음...역시나.."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었는지 마운성은 턱을 괴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는지 모르겠군. 지금 남아 있는 본교의 힘으로는 대사련과 싸울 경우 교 자체가 흔
들릴 수도 있는데 말이야."
"그런 이유로 정파의 시선을 대사련 쪽으로 돌리려는 듯 합니다."
"암영신군인 형을 이용하면 대사련을 효과적으로 억누를 수 있다는 생각인가?"
"하지만 과연 그것이 생각대로 이루어질까가 문제가 아니겠습니까?"
"그렇지 사람 일이라는 것이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일이니까 말이야."
마운성과 그의 부관인 여명이 열심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문성의 귀로 누군가의 전음소리가 들려왔다.
[주군. 방으로 누군가가 오고 있습니다.]
"응. 운성 지금 누가 방으로 오고 있데."
전음을 듣자마자 문성은 두사람에게 사람이 오고 있다는 것을 전했고, 마운성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를 한모금 음
미하고는 표정을 바꾸어 웃는 모습을 하고는 말했다.
"하하하! 정말 재밌어요!"
[드르륵!]
그 순간 문이 열리고 일단의 무리들이 방안으로 들어와 문성의 앞에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니 바로 불괴대제 그의
부하들이였다.
"오! 교주께서 와 계셨군요."
"불괴대제. 잠시 귀하의 자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소이다."
"알겠습니다. 전 이만 물러가도록 하지요."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는 말에 불괴대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물러섰다.
[두명의 무인이 문밖에서 엿듣고 있으니 전음으로 대화를 나누시기 바랍니다.]
또 다시 들려오는 전음에 문성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두 사람에게 전음을 던졌다.
[지금 두 사람이 우리 대화를 엿듣고 있으니 전음으로 대화를 나누도록 하자.]
[응. 그나저나 아버지도 우리가 자신들의 뜻을 따르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아.]
[조금 귀찮긴 하지.]
장천과 두 사람의 관계를 아는 천마와 불괴대제는 그들이 다른 수를 쓰지 못하게 철저히 감시하고 있는지라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어려운 일이였다.
[아무튼 천이형이 문성형에게 보내준 호위는 잘 있나보네?]
[응. 어딨는지 모르게 지켜주긴 하지만, 위급할 땐 도움이 많이 된다니까.]
문성의 주위에서 숨어서 그를 보호하고 있는 사람은 바로 장천이 사로잡은 이진천의 제자인 정찬필로 그는 승부에
서 패한 후 몸을 치료하곤 계속 문성의 주위를 돌며 그의 호위업무를 하고 있었다.
장천이 사라지기전 그에게 무서를 건네 준 덕에 그의 무공은 그때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늘어난 상태였기에 불괴
대제조차 그가 은신을 하고 있으면 움직이지 않는한 찾아내지 못할 정도였다.
[어쨋든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고, 아무래도 우리 아버지가 계속 내버려둘 턱이 없으니까 말이야.]
[그러지.]
마운성의 말에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가자!"
"예."
문성이 나오자 그의 호위무사들은 그의 주위를 둘러싸니 이 탓에 그는 혼자 움직이는 것이 힘든 형편이라 할 수 있
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