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1 장 혼돈의 강호 (6)
"어째서 그런 일을 승낙하시는 것입니까!"
".....무진사질...그렇다면 자네는 무슨 선택을 하겠다는 것인가? 전무림을 상대로
칼을 들어 보일 생각인가?"
"큭...."
요운의 말에 곽무진은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었으니 일개 문파로 전 무림을 상
대로 칼을 휘두른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와 같은 일이기 때문이다.
"후후후후 과연 무쌍도 요운이군. 물건을 내오거라."
요운의 말에 음흉한 웃음소리를 흘린 그는 뒤에 서 있던 무사에게 말하니 그는
커다란 봇짐을 그들의 앞에 내려놓았다.
"이건?"
"자네들의 무공이 장천이란 꼬마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잘 알지 않는가? 그래
서 몇가지 선물을 준비했지...후후후."
그의 말에 요운은 천천히 봇짐을 열어 보니 그곳에는 네개의 도와 함께 두권의
무서 그리고 두개의 옥병이 들어 있었다.
"응? 이것은?"
요운은 그들이 건네 준 도가 예사로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바람개비 모양의 쌍도는 곽무사의 것이요. 회류풍이란 이름을 가진 도로 십대
신병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현철로 만든 도로 십대신병가 부닥치더라도 부러지
는 일은 없을 것이요."
"음.."
그의 말에 곽무진은 천천히 회류풍을 들어 보았는데, 자신의 절기인 선풍도를
시전하는데 적합하게 만들어져 있는 도인지라 적어도 두배 이상의 힘을 낼 수
있을 듯 했다.
"요무사가 가질 도는 질풍살이라는 것으로 역시 현철로 만들어져 있오. 그대의
강한 도격을 두배로 살려 줌과 동시에 검격의 속도 역시 두배 이상으로 이끌어
낼 것이요."
"....."
요운은 자신이 가질 도를 보며 조금 놀랄 수 밖에 없었으니 칼은 투명할 정도
로 얇은 검은 색을 띄고 있어 마치 종이를 휘두르는 듯한 착각을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상에 이런 도가 있으리라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으니 만약 이 도로 적을 벤다
면 피 조차 묻지 않을 정도로 예리함을 만들어 낼 것 같았다.
"자네들의 앞에 있는 무서는 500년 전의 도왕(刀王) 패천상의 심급인 경천심급
으로 지금의 자네들의 도를 한층 더 강하게 만들어 줄 것이요. 그리고 옥병에는
공청석유가 들어 있을테니 경천심급을 익히기 전에 그것을 마신다면 적어도 1
갑자 이상의 내공을 얻을 수 있을 것이요."
"음..."
생각보다 상대가 상당한 준비를 했다는 것을 안 요운은 빠져나갈 수 없는 함정
에 빠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기한은 두달, 그 시간이면 충분이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어 낼 수 있으리라 믿
소이다. 하하하!!"
요운과 곽무진에게 두달의 시간을 준다는 말과 함께 복면인은 대소를 터뜨리며
방을 나갔다.
"사숙..."
"어쩔 수 없다. 어쨋든 이것을 익히도록 하자꾸나. 장사제를 벤다 하더라도 이
정도의 무급이라면 나중을 생각해도 그리 나쁠 것은 없다."
"...알겠습니다."
요운의 말에 곽무진은 고개를 숙이며 따를 수 밖에 없었다.
지금 그에게는 요운의 말 외에는 아무것도 믿을 수 있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요운과 곽무진에게 물건을 건네 준 복면인은 어두운 방으로 들어가서는 무릎을
꿇고는 말했다.
"대인 쌍도문의 녀석들에게 물건을 건네 주었습니다."
"...장천의 소재는..."
"화산파에 있는 자의 말로는 용문산에 있는 듯 합니다. 냉혈검은 잘 전달된 듯
합니다."
"물러가라..."
어둠속에 있는 자의 말에 복면인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물러났다.
"대인, 저 자는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듯 하군요."
"그렇게 생각하는가?"
어두운 방안에선 대인이라 불리는 자 외에 또 다른 자들이 있었으니 그들은 복
면인이 사라지자 조용히 그의 처리에 대해서 입을 열었다.
"대인께서 원하신다면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의 말이 끝나는 순간 날카로운 파공음과 함께 한자루의 비수가 날아와서는
벽에 꽂히니 그 순간 붉은 피가 터져 나오면서 바닥을 물들이기 시작했다.
"크윽!!"
"불살(不殺)...시키지 않은 것은 생각하지도 말아라."
"크윽..주제도 모르고 설친 것은 용서해 주십시요."
"물러가라.."
"예..."
바람 소리와 함께 그의 인기척이 완전히 사라지자 대인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
어나더니 조용히 말했다.
"십대거두를 처리하거라."
"옛!"
기련산, 기련삼마가 머물고 있는 오두막에선 십여명의 시신이 나뒹그러져 있었
으니 그들은 하나 같이 이마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
"헉헉!!"
기련산의 험한 비탈길을 두명의 여인이 힘겹게 뛰어 내리고 있었으니 둘 모두
검은 피부를 가진 여인들이였다.
한사람은 과거 사파의 십대거두 중 하나였던 흑철돈녀였으니 그녀의 옆에 있는
또 다른 여인은 쌍도문에서도 본 적이 있었던 흑철돈녀의 증손녀의 무미미였다.
두 사람 모두 심한 상처를 입었는지 흑철돈녀는 어깨에 난 커다란 구멍에서 피
가 흘러내리고 있었고, 무미미 역시 관자놀이 부근이 심하게 찢어진 상처를 입
고 있었다.
"미미야! 어떻게든 이곳을 빠져나가 쌍도문의 장춘삼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한
다!"
"할머니!!"
"이 할미는 더 이상 살 수 없을 것 같구나! 어떻게든 이 할미가 추적자를 막도
록 해보겠다!"
"할머니 안되요!"
하지만 흑철돈녀는 단호한 표정을 짓고 있었기에 무미미는 한 사람이라도 살아
기련산에 있었던 일을 밝혀야 한다는 생각에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지! 자 가라!!"
흑철돈녀의 외침이 터져나오자 무미미는 더욱 내공을 돋구어서는 산비탈을 빠
르게 내려갔고, 흑철돈녀는 그 자리에서 멈추어서서는 내공을 돋구어 소리쳤다.
"네 녀석은 이 흑철돈녀님이 상대해 주마!"
[슈슉!!]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귀를 째는 듯한 파공음이 울려퍼지니 그것은 그녀
의 허벅지를 꿰뚫어 버렸다.
"끄윽!!"
허벅지에서는 금새 피가 분수처럼 쏟아졌지만, 그녀는 이를 악물며 고통을 참고
는 그것이 날아온 방향을 향해 장풍을 내렸다.
"흑풍철장!!(黑風鐵掌)"
그녀의 혼신의 힘을 다한 흑풍철장은 거대한 기운을 뿜어내며 숲을 파괴하니
오랜 시간 쌓아왔던 내공에 의해 수십그루의 나무가 흑풍철장에 의해 뿌리째
뽑혀 나갔다.
"헉헉..."
[슈슉!!]
"큭!!"
흑풍철장을 사용한 그녀는 진기가 급속이 줄어드는지라 가쁜 숨을 몰아 쉴 수
밖에 없었는데, 그것을 놓치지 않고 또 하나의 무엇인가가 날아와서는 그녀의
복부를 헤집고 들어왔다.
"끄윽!!"
내공을 돋구어 몸을 강철처럼 만들어 그것을 막으려 했으나 너무나 강력한 위
력이였기에 배에 반쯤 꽃힌 형국이 되어 버렸으니 고개를 내려서 그것을 보자
자신의 몸을 관통하던 것들이 화살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설마..."
"후후후 오랜만에 뵙습니다. 흑철돈녀님...."
"너..너는!!"
어둠 속에서 활을 들고 나온 자의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흑철돈녀는 크게 놀란
표정을 지으니 그와는 일견식이 있었던 때문이였다.
"네..네가 왜..."
"저 역시 흑철돈녀님을 처리하고 싶지는 않지만...사파라는 족속들은 모조리 이
세상에서 멸살시켜 버리려니 어쩔 수 없이 흑철돈녀님도 그 명부에 들어가더군
요."
"..크윽!!"
화살에 의한 고통에 흑철돈녀는 무릎을 꿇고 말았다.
"당신의 증손녀는 무사히 보내드릴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요."
"설마...그것도 계획된 일이였더냐.."
"물론입니다."
"아..."
그의 말을 들으며 흑철돈녀는 무림에 밀어닥친 혈풍에 안타까움을 느낄 수 밖
에 없었다.
"네..네가 왜 이런 일을..."
"휴..그런 것 까지는 밝힐 수가 없답니다. 저의 윗분이신 대인께서는 저의 모든
것을 함구하기를 바라고 있으니까요."
더 이상 말할 것도 없다는 듯이 그는 손을 내저으며 말하고는 천천히 화살을
재어 그녀의 이마를 향해 겨누었다.
"크윽....원통하구나.."
"그럼...이만"
원통함에 이를 악물고 있는 흑철돈녀를 향해 한발의 화살이 소용돌이치듯 날아
오니 그것은 그녀의 이마에 커다란 구멍을 뚫고는 사라졌다.
[쿵!!]
화살에 의해 뚫려진 구멍에서는 피분수가 터져 나오니 잠시후 그녀의 거대한
몸집은 큰 소리와 함께 땅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사제와의 정을 생각하니 미안한 생각도 드는군요. 흑철돈녀님.."
쓰러진 그녀를 보며 중얼거린 그는 거대한 활을 어깨에 차고는 혀를 차며 중얼
거리니 서서히 드러나는 달빛으로 그의 얼굴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육척의 키에 단단한 근육으로 뭉쳐진 몸, 선량한 듯한 눈을 지니고 있는 그의
얼굴은 익히 알고 있는 얼굴이였으니 바로 쌍도문의 이대 제자 중 한사람인 신
궁 구궁이였다.
"노진 대사. 이 여인은 제 사제와 친분이 있는 사람이니 묻어주고 싶은데, 구덩
이를 파주시겠습니까?"
구궁은 흑철돈녀의 시신을 보며 중얼거리니 잠시 후 큰 강기가 날아와서는 땅
에 파해치니 큰 구덩이가 만들어 졌다.
"감사합니다."
감사의 말을 한 구궁은 흑철돈녀의 시신을 들어서는 구덩이에 내려 놓고는 천
천히 흙을 덫었다.
"차압!!"
옆에 있던 나무를 잘라 묘비를 만든 구궁은 그곳에 흑철돈녀 무삼랑지묘(黑鐵
豚女 武三琅之墓)라는 글자를 칼로 새긴 후 그녀를 묻은 무덤에 꽂아 넣은 후
조용히 말해다.
"경을 외워 주시겠습니까?"
"......"
"후후 파계승이라 그것만큼은 해주실 수 없는가 보군요. 알겠습니다. 나중에 고
승을 청해 보는 것이 흑철돈녀님을 위해서도 좋을 듯 하군요."
재미없다는 듯이 손을 내저은 구궁은 다시 한번 흑철돈녀의 무덤을 보고는 몸
을 날리니 그가 사라지자 하나의 물건이 날아와서는 그녀의 무덤 위로 떨어졌
다.
무덤 위로 떨어진 물건은 백팔염주였으니 노진대사라는 자의 물건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