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162화 (163/355)

제 31 장 혼돈의 강호 (3)

하지만 이미 그들이 도착했을 때는 냉혈살마의 모습은 사라지고 없었고, 주위로

십여 명의 무사들이 시체가 되어 누워 있었다.

괴이한 것이 있다면 동강이 나서 죽어 있는 무사들의 시체들 주위로는 단 한방

울의 피도 묻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장천은 시체를 훑어 보고는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잘려진 곳의 피가 얼어 있군. 이것이 냉혈살마라는 이름의 이유인가?"

검으로 배었을 때 극도의 냉기가 잘려진 곳의 피를 얼려 버림으로써 주위에는

상처에서 나온 피가 떨어지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빙공으로 유명한 북해빙궁의 무공조차 이런 정도는 아니다. 도대체 녀석의 정

체는 뭐지?"

화산파의 중년 무사는 죽은 자의 시신을 보며 혀를 내두르고는 중얼거리니 장

천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냉혈검...."

"냉혈검?! 설마 십대 신병의 하나인 냉혈검을 말하는 건가?!"

"그렇소."

장천의 말에 군웅들은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으니 상대가 냉혈검을 가지고 있

다면 보통의 병기로 상대할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냉혈검은 음공을 익히지 않은 자가 잡으면 광기에 사로잡히는 검, 그렇다면 지

금의 사태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구료. 아미타불."

소림사 중의 말에 다른 이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문제입니다. 냉혈검을 가진 자라면 우리 중 몇 명 이외에는 검이 뿜어내

는 냉기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거기에다 웬만한 병기로는 냉

혈검의 냉기조차 견디어내지 못하니..."

"냉혈검의 상극이라는 화룡신도가 있기는 하지만 천무성자께서 쌍도문의 소주

에게 넘겨주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냉혈살마의 일을 위해 문파를 나올 때 쌍

도문의 소주가 혈비도 무랑의 제자였다는 말이 있으니 그에게 도움을 받는 것

은 불가능하니 이걸...."

'큭!!'

그들의 말에 장천은 내심 가슴이 철렁하는 것을 느꼈지만 다행히 허리에 차여

져 있는 화룡신도는 헝겊으로 감아 놓아 타인이 알아보지 못하게 했기 때문에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냉혈검을 들고 있는 이준을 상대하기 위해선 화룡신도는 반드시 꺼내어

야 하니 이를 어찌할까 고민되는 장천이였다.

"일단 흩어지는 것은 위험할 것 같으니 함께 움직이며 냉혈살마를 찾도록 합시

다. 아무리 십대신병의 하나인 냉혈검을 가졌다해도 우리들의 협공에는 당해내

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게 하도록 합시다."

하지만 이들이 잘못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문파가 다른 세 무리들이 협공을 가

한다는 것은 오히려 힘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상처와 뼈를 가를 정도로 보아 내공은 2갑자 정도...이준 사형의 내공이 1갑자

인 것을 감안한다면 냉혈검에 의해 선천진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

다. 그렇다면 남은 시간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은 분명한데....일단 이들과 헤어져

서 찾는 것이 좋겠군.'

이들과 함께 있으면 행동에 불편함이 있다는 것을 생각한 장천은 군웅에게 포

권을 하며 말했다.

"이만 헤어질까 합니다."

"흥! 시체를 보니 겁이 나나보군. 어차피 기대도 안 했으니 눈앞에서 사라지거라!"

"....."

"두대협..."

자존심 강한 명문정파가 아니랄까봐 장천이 도망가는 것으로 판단하는 그들이

였다.

단지 유향만이 장천이 가는 것은 조금 아쉬워하는 것 같았으니 그는 그녀에게

미소를 지어 주고는 경공을 사용해서 빠른 속도로 그들에게서 벗어났다.

"헉!"

"저런!"

장천이 사라지는 것을 보며 군웅들은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으니 전광석화

같은 그의 뛰어난 경공술을 보았기 때문이다.

"대단한 경공이군!"

"흥! 발만 빠른 녀석이겠지."

그 정도의 실력을 보면 알 법도 하건만 화산파와 항산파의 사람들은 장천을 무

시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소림의 사람들은 조금 달랐으니 경공의 실력을 보며 장천이 고수라는

것을 어느 정도 짐작했던 것이다.

"정운 사형. 그 사람은 누구였을까요?"

"글쎄다. 누구인지 알 수는 없지만 상당한 무공을 소유한 사람인 듯 하구나."

냉혈살마의 일로 나온 소림사의 무인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정필은 장천의 모습

을 보며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냉혈검이라니...그것은 파계승 노진이 가지고 있던 것이 아니었습니까?"

"그렇지...소림사의 배신자 노진....아무래도 일이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은 것

같구나. 파계승 노진이 이곳에 있다면 우리 중 단 한 사람도 살아 남지 못할 것

이니 말이다."

정필은 노진이란 이름을 중얼거리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파계승 노진, 그는 과거 소림사의 달마원에 있었던 무승이였다.

뛰어난 무골을 지닌 그는 달마원에서도 으뜸 가는 무공을 지녔지만, 우연히 소

림사로 찾아온 한 여인에게 반하여 파계를 하고 말았다.

불행히도 여인은 소림사에 추적대에 의해서 죽음을 당하고 마니 노진은 그 일

로 살계와 색계를 범하며 무림의 살마 중 한사람으로 이름이 올랐으니 이십여

년 전 당시의 냉혈살마를 해치운 후 냉혈검을 손에 넣고는 무림에서 모습을 감

춘 인물이었다.

'무림십대신병 중 숨어 있던 네 개의 신병 중 하나가 나타난 것인가..'

무림십대 신병, 전설의 무구라고 알려져 있는 이들 신병 중에는 대외적으로 그

종적이 알려져 있지 않은 것들이 있었다.

잠시 무림십대 신병에 대해서 알아보면 일위는 혈비도 무랑이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 탈혼섬광구비도(奪魂閃光九飛刀)란 이름을 가진 아홉 개의 비도였

다.

혈비도 무랑의 독문병기라고 알려져 있는 이 비도는 스스로 주인의 손으로 돌

아오는 힘을 지니고 있으니 혈비도 무랑이 이 비도를 사용했을 땐 수백의 무인

이 달려든다고 해도 그를 쓰러뜨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전해지고 있었다.

2위는 하나의 목검으로 자량신화목검(慈良神化木劍)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으

니 사람을 상하지 않게 하는 무기로 알려져 있으나 목검 자체에 3갑자가 넘는

내공이 서려 있어 단 한번의 초식으로도 검풍이 서린다고 알려져 있었다.

검의 주인인 신목검객(神木劍客) 소나(小羅)라는 인물이 사라진 후 검 자체도

사라졌다.

3위는 홍련교의 전대 교주인 천마가 가지고 있는 천마패로 사기가 가득한 마병

이였다.

싸울 때는 봉으로 변하는 무기로 천마패 자체에 무공이 적혀 있는데, 천마는 그

무공 하나로 홍련교에서 당해날 자가 없었다고 한다.

4위는 파사신검(破邪神劍)으로 천마패의 상극이 되는 무기로 사악한 기운을 날

리는 힘을 지니고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현재 황제가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 검이다.

5위는 진천벽력궁(振天霹靂弓)이란 활로 벽력의 힘을 지니고 있으니 벽력궁으로

쏘아진 화살은 섬광과도 같은 속도에 그 위력도 상상을 불허하는지라 막을 자

가 없다고 알려져 있다.

이 역시 어느날 갑자기 무림에서 사라진 병기였다.

6위는 흑마겸(黑魔鎌)으로 과거 혈교의 교주가 가지고 있었다고 알려져 있는 무

기로 구시의 힘이 있어 시체를 조종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전해지고 있

다.

혈교가 멸망하면서 구시독인의 손으로 넘어갔지만, 현재에는 혈마가 지니고 있

다.

7위는 냉혈검(冷血劍)으로 음공을 지니지 않는 자는 광기에 빠져 살마가 된다고

전해지는 검이었다.

검 자체의 위력도 뛰어난 이것으로 베인 자는 피를 흘리지 않고 죽는다고 알려

져 있는데, 소림사의 파계승 노진이 가지고 사라졌다 하나 다시 그 모습을 드러

내었다.

8위는 귀혼부(鬼魂斧)로 귀신조차 벨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는 도끼로 전설로

우연히 한 나무꾼이 얻은 후 이름이 알려진 무기였다.

귀혼부 역시 지금은 그 종적이 사라진 무기였다.

9위는 유성신창(流星神槍)으로 내력을 주입하여 사용하면 그 창의 흐름을 볼 수

없다고 전해진다고 한다. 현재 신창(神槍) 진명(秦明)이 가지고 있으나 그 자신

이 무림에 은거한 상태이기에 외부로 모습을 보인 적은 십 년 전이라고 전해져

있다.

10위는 화룡신도(火龍神刀)로 공동파의 문주인 천무성자 양세기가 가지고 있었

으니 쌍도문의 소주인 장천에게 넘어간 검으로 화기의 힘을 지니고 있는 신도

로 냉혈검의 상극이라 알려져 있다.

이 열 개의 신병 중 그 종적을 알 수 없던 것은 자량신화목검과, 진천벽력궁, 냉

혈검, 귀혼부 네 가지였으니 그 중 하나가 무림에 다시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

다.

신병을 지니고 있는 자는 천하제일을 노릴 수 있다 전해지고 있었으니 이들로

선 냉혈검을 가지고 있는 냉혈살마를 처리하는데 고심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 이들 삼개 문파의 사람들과 헤어진 장천은 이준을 찾기 위해 산 전체를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었지만, 날이 너무 어두운 탓에 얼마 지나지 않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를 어쩐다..'

이준의 몸에 음기를 없애지 않으면 선천진기를 모두 소모해 죽게 된다는 것을

아는 장천으로선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또 다시 누군가가 죽기를 기다려야 한단 말인가..'

산 전체에 많은 무사들이 있는 만큼 희생자는 얼마 지나지 않으면 나오겠지만,

사람이 죽기를 기다리는 것은 장천으로선 조금 마음에 내키지 않는 일이였다.

하지만 당장 방법이 생각나는 게 없는지라 한숨을 내쉰 장천은 나무 위로 올라

가 일단 날이 밝기를 기다리는 것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다음날 장천은 날이 밝자마자 용문산을 뒤지기 시작하니 가끔가다 다른 무인들

은 볼 수 있었지만, 이준은 쉽게 찾아 낼 수가 없었다.

한참을 그렇게 용문산 전체를 뒤지고 있을 때 또다시 비명소리가 지르니 장천

은 그곳을 향해 급히 몸을 날렸다.

'제발 조금이라도 오래 버텨라!!'

장천으로선 그들이 냉혈살마를 잡아 주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으니 다행히

장천이 도착했을 때는 아직도 싸움이 계속 진행되는 중이였다.

"응?"

냉혈살마와 싸우는 이들의 모습을 본 장천은 조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바

로 어젯밤 헤어진 삼대문파의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칫!"

괜히 헤어졌다는 생각을 한 장천은 일단 화룡신도가 아닌 다른 쪽 도를 들어서

는 그들의 곁으로 몸을 날렸다.

"끄악!!"

내려서자마자 화산파의 무사 한 명이 목을 베이고는 땅으로 쓰러지니 장천은

내공을 돋구어서는 소리쳤다.

"멈추어라!"

엄청난 내공의 사자후에 사람들은 크게 놀라지 냉혈살마 역시 장천의 등장에

고개를 돌릴 지경이었다.

"음.."

입가로 침을 흘리며 거지같은 몰골을 하고 있는 냉혈살마는 긴 머리로 얼굴을 가

리고 있었기에 만약 광무자에게서 듣지 못했다면 그가 이준이라는 것을 짐작조

차 하지 못할 정도였다.

'명석하던 이준 사형이 저 모습이라니...'

그로선 이준을 잘 아는지라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는데, 고개를 돌려 살펴보니

항산파와 싸우고 있는 여인의 모습이 크게 낯이 있는지라 가슴이 급하게 뛸 수

밖에 없었다.

몰골이 상하기는 했지만, 그 몸놀림 하나 하나가 잊혀지지 않은 그였으니 장천

은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이름을 소리쳤다.

"능예!!"

"아!"

항산파의 비구니와 싸우던 여인은 크게 놀라서는 돌아보니 초췌하게 변하기는

했지만 그 모습이 자신이 항상 그리던 사람의 얼굴인지라 눈물이 쏟아져 나왔

다.

"가가!"

"능예!"

능예는 항사파의 비구니와 싸우던 것을 멈추고는 그에게 몸을 날리니 장천 역

시 뛰어 나가서는 달려오는 능예를 가슴에 안았다.

"능예!"

"가가..흑흑흑.."

사람들은 두 사람의 모습에 놀라는 표정을 지었는데, 냉혈살마는 그녀가 장천의

품에 안기자 짐승 같은 소리를 내고는 그를 향해 덤벼들었다.

"크와아아!!"

"능예! 몸을 피해라!"

장천은 이준이 광기가 가득한 얼굴로 덤벼오자 능예를 옆으로 밀치고는 내공을

끌어 올려서는 초식을 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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