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161화 (162/355)

제 31 장 혼돈의 강호 (2)

"으아아앙!!"

소천은 처음보는 아저씨의 품에 안기자 울음을 터뜨렸으나 장천 역시 눈물을

흘리고 있었으므로 피장파장이였다.

아이를 달래던 장천은 심각한 표정으로 광무자에게 물었다.

"산서성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렇다. 어찌할 생각이냐?"

"아내를 찾도록 하겠습니다."

광무자는 장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품에서 비급을 꺼내어서는 그것을 건

네 주었다.

"이건?"

"자네도 잘 알고 있는 당소저의 소수마공의 사본이네."

"이것을 왜?"

"이준은 냉혈검에 의해 광기에 빠져 든 상태다. 이것을 익혀 냉혈검을 빼앗고,

소수마공을 사용하여 골수까지 스며든 냉기를 제거한다면 이준은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 올 수 있을 것이야."

"알겠습니다."

자신이 해야할 일을 안 장천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이를 광무자에게 넘겨주며

말했다.

"대사형께서는 아이와 함께 피신처로 돌아가주십시요."

"알겠네."

이렇게 해서 장천은 소수마공의 비급과 함께 이준과 아내를 찾기 위해 산서성

으로 가게 되었다.

하지만 그의 앞길을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았으니 무림 대살령으로 인하여 사방

에는 그를 잡으려하는 무사들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변태변골술은 장시간을 사용할 수 없는 무공인지라 중요한 시점을 제외한다면

사용하지 않고 있었기에 장천은 인피면구에 의존하여 숨어 다닐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가 구할 수 있는 인피면구는 눈썰미가 뛰어난 자들에게는 드러날 정

도의 수준이였기 때문에 숨어 다니는 것은 어렵다고 할 수 있었다.

"젠장..."

인적이 드문 산길을 주로 다니고 있는 장천이였는지라 입고 있던 옷은 지저분

하게 변하고 몰골 또한 거지와 같으니 한 숨 밖에 나오지 않는 그였다.

하지만 용문산만 넘으면 산서성으로 들어설 수 있었기에 장천은 유능예를 만나

리라는 생각에 걸음을 재촉해 갔다.

한참을 걸었을 때 귓가로 계곡의 물소리를 들은 장천은 묵은 때라도 벗길 요양

으로 그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와!"

역시나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이 눈에 뜨이니 장천은 물속으로 몸을 날렸다.

[풍덩!]

"으이그! 시원하다!"

얼음같은 계곡물이 몸에 닿자 몸서리를 치며 좋아하는 장천이였으니 아직 어린

아이의 치기가 남아 있는 이유이라라.

아무튼 빨래도 할겸 때도 벗길겸 물 속에서 옷을 훌훌 벗으며 즐기는 장천이였

는데, 그 때 자신의 귀로 누군가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응?"

놀란 장천이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선 한 소녀가 자신을 보며 미소를 짓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우악!!"

웃통에 이어 바지마저 벗고 있던 장천은 크게 놀라 옷을 추스리기 시작했는데,

계곡물에 옷이 떠내려가자 크게 놀라서는 옷을 잡기 위해 발버둥 치는 소동을

일으켰고, 그 모습에 소녀는 더욱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호호호!"

"뭐야!"

그녀의 웃음에 조금 기분이 상한 장천이였다.

"재밌는 분이시군요."

"....."

한적한 산속에서 남정네를 만나고도 전혀 두려움을 보이지 않는 소녀를 보며

잠시 말문이 막힌 장천이였다.

그녀의 허리를 보니 검이 매달려 있는지라 무인이라는 것을 안 장천은 가볍게

포권을 하며 말했다.

"감숙에서 온 두형이라 하오! 여협께서는 잠시 고개를 돌려 주시겠소."

"웅..."

무인으로의 예를 다하여 말하니 그녀 역시 계속 지켜볼 수는 없는지라 고개를

돌렸고, 그 시간을 틈타 장천은 재빨리 옷을 입기 시작했다.

'쳇 아직 때도 못 벗겼는데..'

옷을 대충 입은 장천은 물 밖으로 나와서는 진기를 이용하여 젖은 옷을 말끔히

말려 버리니 다행히도 그의 옷은 원래의 색깔을 약간 되찾을 수 있었다.

"흠흠.."

장천이 기침을 하자 소녀는 고개를 돌려서는 살짝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다 입었나요?"

"그렇소..소저는 누구시길레 이런 계곡에서 혼자 계시는 것이요?"

"혼자라니요? 사저들과 같이 왔는걸요?"

"사저라.."

"전 항산파의 속사제자인 민유향(珉柔香)이라고 해요."

항산파라면 비구니가 살고 있는 문파라고 알고 있는 장천이였는데, 평범한 여인

들도 속가제자로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무슨 일로 이런 곳에?"

"진주언가에서 혈사를 일으킨 냉혈살마가 이곳으로 왔다는 정보가 있었거든요.

저희 말고도 이곳 용문산에는 산서성과 섬서성에 있는 많은 무사들이 몰려 있

다고요. 아저씨도 냉혈살마를 잡으러 이곳에 오신 것이 아닌가요?"

"음..."

그녀의 말에 장천은 의외로 방향을 잘 잡아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산서와 섬서의 무사들이 이곳으로 몰려 왔다면 무림대살령을 아는 이도

없지 않을 것이니 조금 위험스러운 곳이라는 것도 사실이였다.

일단 홍련교 시절에 썼던 두형이란 이름으로 있어야 겠다는 생각을 한 장천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요즘 하도 강호가 시끄러운지라 사람을 믿을 수가 있어야지요. 그래도 소저께

서 항산파의 여협이시라면 믿어도 괜찮을 것 같군요. 맞습니다. 냉혈살마를 잡

기 위해 이곳으로 온 것이지요."

"후후 혼자는 위험해요. 아무래도 무공이 그리 높지 않으신 것 같은데, 일단 저

희들과 합류하시는 것이 어떠세요? 저희 항산파 사람 외에도 화산파와 소림사

에서 오신 분도 같이 있거든요."

"화산파와 소림사에서요. 오!"

구파일방에서 이름이 높은 소림사와 화산파가 같이 있다는 말에 잠시 탄성을

내지른 장천이였다.

일단 그녀가 무공이 낮은 삼류무사 정도로 생각하고 있으니 그것을 따라 주겠

다는 뜻이였다.

'진기로 옷을 말린 것을 알아채지 못하는 것을 보니 아직 경험이 어린 아이로

군.'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에도 젖은 옷을 말릴 정도의 진기를 가지고 있을 정도면

어느정도 경험이 있는 무인이라면 장천의 무공이 높다는 것을 짐작하겠지만 유

향이라는 소저는 전혀 눈치를 못 채고 있자 경험이 없는 무림 초출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잠시 실례를 하도록 하지요."

장천이 승낙을 하자 유향은 잘됬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녀를 따라가자 얼마 지나자 않아 무인들이 모여 있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는

데, 왜 유향이 자신을 그렇게 따라가게 했는지 알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음..답답도 했겠군..'

항산파에서 온 사람들은 거의 다 비구니였고, 소림사의 중들, 화산파의 사람들

은 중년인 들이 대부분인지라 어린 유향에겐 심심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감숙에서 온 두형이라 합니다."

명문정파의 사람들을 보며 장천은 포권지례를 자신의 소개를 했다.

"대협께서도 냉혈살마를 잡으러 오신 분이신가 보군요. 아미타불.."

소림사에서 온 중들은 그래도 예의가 있는지 장천의 인사에 대답을 했지만, 다

른 이들은 묵묵부답, 명문정파의 사람이라 보니 몰골이 지저분한 장천을 보며

이맛살을 찌프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였던 것이다.

"유향! 뭐하느냐!"

"우연히 이분이 계곡 쪽에 계시길레 힘이 될까 해서.."

"흥! 저 따위 삼류무사는 냉혈살마를 보면 도망가기 바쁠텐데 뭐하러 데려왔는

냐!"

"....."

유향의 윗사람인 듯한 비구니는 장천을 대놓고 무시하고 있으니 그런 것은 화

산파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장천으로선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는 항상파의 비구니들이 못마땅 할 수밖에 없

었지만, 자신의 정체를 알릴 수는 없는지라 고개를 내젖고는 구석자리로 걸음을

옮겨서는 자리를 잡았다.

"흥!"

그렇다고 대놓고 쫓아내지는 못하는지 정민사태는 콧방귀를 뀌고는 항산파의

비구니들이 있는 곳에 자리를 잡았고, 유향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녀들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일단 날이 늦은 시간이였기에 이곳에서 노숙을 할 모양이였는데, 소림사의 중

한명이 장천에게 와서는 말했다.

"대협께서 가지고 계신 냉혈살마에 대한 일을 알 수 있겠습니까?"

"글쎄요. 저 역시 용문산에 그 자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지라 자세한 일

은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아미타불.."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다는 말에 승려는 다시 돌아서니 장천은 간단하게 나뭇

가지를 모아 놓고는 불을 피웠다.

삼매진화를 이용하여 불을 피울 수도 있었지만, 지금 자신의 수준을 그들에게

보여 주기 싫은 장천은 열심히 나무를 비벼서는 불을 만드니 뭇 무인들은 그

모습에 코웃음을 치고 있었다.

"들리는 소문에는 냉혈살마의 곁에 여인이 한명 있다는데, 그녀는 누구일까요?"

그 때 화산파에서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왔는데, 장천의 무공이 낮다

고 생각해서인지 소리를 죽여서 이야기 하고 있었다.

'여인..!!'

광무자의 말에 의하면 이준이 유능예를 데리고 갔다고 했기에 장천은 귀를 기

울였다.

"진주언가에서 살아 남은 사람에 의하면 그녀는 냉혈살마가 살행을 벌이는 것

을 끝까지 막으려 했다 합니다. 다행히 살마는 그 여인을 해치지는 못한다고 하

니 아무래도 살마에게 납치되어 끌려다니는 여인이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묶여 있지도 않았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진주언가의 혈사를 일으킬 정도의 자라면 밧줄로 묶지 않아도 상관은 없겠지

요."

"음.."

화산파 사람들의 말에 장천은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유능예라면 그가 살행을 시작할 때 충분히 도망갈 수 있는

무공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금제를 당하고 있는 것일까? 하지만 냉혈검을 제외하면 이준사형에게 그럴 능

력이 없을텐데?'

이준의 무공 중에선 유능예를 금제할 수단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장천은 고

개를 갸웃거릴 수 밖에 없었다.

쌍도문의 무공은 경공과 보법, 그리고 도법은 발달했지만, 점혈이나 다른 기타

무공에 한해서는 크게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밤을 지새우고 있을 때 어두운 밤하늘을 깨며 누군가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끄악!!"

"살마다!!"

"헉!!"

노숙을 하고 있던 사람들은 비명과 함께 살마를 외치는 소리가 들려오자 크게

놀라서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장천 역시 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향해 고개를 돌

렸다.

"끄악!!"

계속 들려오는 비명소리에 무사들은 병장기를 꺼내어 들고는 움직이니 장천 역

시 그들의 뒤를 쫓아 뛰어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