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1 장 혼돈의 강호 (1)
"자네 무림 대살령이 떨어졌다는 소문 들었나?"
"무림 대살령?"
"혈비도 무랑의 제자가 나타났다고 하더구만."
"아!"
공동파의 우문강에 의해 전 무림에 알려진 소문은 곧 이어 십수년만에 다시 무
림대살령을 나오게 만들었으니 강호는 시끄러워 질 수 밖에 없었다.
하남의 작은 주점에서는 무리에 종사하는 인물이 아님에도 그러한 소문들로 화
재를 이루고 있었다.
"난리가 났군. 또 다시 한바탕 소란이 있겠으니 말이야."
"요즘 분위기가 심상치 않잖아. 산서성 진주언가에서도 혈사가 있었다는 소문이
있네."
"진주언가라면 권으로 유명한 곳 아닌가?"
"들리는 소문에는 냉혈살마가 나타나서는 언가장을 휘저었다고 하던군."
"휴..혈비도 무랑의 제자에 냉혈살마까지 이곳에 까지 영향이 미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그러게 말일세."
사람들은 현재 강호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입에 올리고 있었으니 주점의 구석
에선 노년의 무사가 어린아이를 가슴에 안고는 술을 마시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의 허리에는 검과 도과 같이 걸려져 있었으니 마치 신선과도 같은 모습의 노
인은 바로 광무자 유운이였다.
'냉혈살마라...이준이 산서성까지 이르렀는가..'
냉혈살마, 광무자는 진주 언가를 휘저은 살마인 그를 알고 있었으니 바로 냉혈
검과 함께 유부인을 강제로 데리고 사라진 이준이였다.
냉혈검을 보통의 무인들은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는 절대의 신병이였다.
화룡신도는 사용하지 못하는 자를 거부한다면, 냉혈검은 그런 자를 자신의 주구
로 만들어 버리니 실력이 닿지 않은 자가 가지게 되면 광인으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것을 아는 광무자는 이준을 찾기 위해 유능예의 아이와 함께 백방으로 수
소문하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앞으로 한달인가...그 안에 찾지 못하면..이준은 ...'
냉혈검의 영향아래 몸은 점점 쇄약해지니 광무자는 이런 식으로 가다간 한달
안에 죽음을 당할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의 품안에는 이것을 해결할 물건이 있었으니 바로 한권의 비급이였다.
바로 사천당가의 당세문이 익히고 있는 소수마공이 적혀 있는 책이였으니 그는
이것을 이준에게 광인이 되어 버린 이준을 위해 당가에서 얻어 온 것이다.
다행히 사천당가에서는 소수마공을 이을 생각이 없는데다가 쌍도문이 사천당가
에 상당한 도움을 준 적이 있었기에 비급이 사본을 광무자가 넘겨받을 수 있었
던 것이다.
소수마공을 익힌다면 이준을 미치게 한 체내의 냉기를 내공으로 환원할 수 있
게 되어 광증을 치유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가 있는 곳은 안휘성, 산서성으로 간다고 해도 이준이 어디로 갈지 알
수 없었기에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런저런 일로 술을 마시며 고민을 달래고 있을 때 주점의 문 쪽에서 한 남자
가 문을 급하게 열고는 뛰어와서는 아까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사람들을 보며
소리쳤다.
"난리가 났어! 난리가 났다고!"
"무슨 일인데 그렇게 호들갑이야?"
"감숙성의 쌍도문이 드디어 칼을 들었다고 영운파에 이어 화성파를 멸문시켰다
고 하더군!"
"쌍도문이?"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는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으니 지금까지 외부의 문파
에 대해서 이렇듯 강경하게 반응을 보인 적은 단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아마 두 문파가 쌍도문 혈사에 관련되어 있는 것 같은데, 두 문파를 멸문시키
는 것으로 끝내지 않을 것 같더구만!"
사람들의 말을 들은 광무자는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고 말았으니 쌍도
문 혈사라는 것은 처음 들어본 말이였기 때문이다.
"쌍도문 혈사라니 그것은 무슨 말인가?"
"아...예. 싸..쌍도문이 외부로 무사가 나가 있을 때 복면인들에게 습격을 당했다
고 합니다. 문주를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당했다고.."
[쾅!!]
그 순간 광무자는 격분을 이기지 못하고 탁자를 내려치고 말았다.
그가 움직인 것은 사천에서 개방을 통해 이준을 소식을 알아내고 곧바로 안휘
성 쪽으로 온 것인데, 그 동안 외부의 소식을 듣지 못한 채 있었기에 쌍도문 혈
사의 소식은 그가 최대한 빨리 이준을 찾기 위해 서둘렀던 시점이였던 것이다.
그런 이유로 그가 제대로 된 소식을 들 을 수 있을 시점에는 쌍도문 혈사에 관
한 소문은 어느정도 수그러든 상태였으니 혈사를 알지 못했던 것이다.
사람들은 광무자의 눈에 살기가 번뜩이는 것을 보며 크게 두려워하며 뒤로 물
러서니 그의 기도는 범인들이 당해낼 것이 아니였다.
"으아앙!!"
그 때 품에 있던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자 광무자는 그제서야 자신이 흥분을 했
다는 것을 깨닫고는 살기를 갈무리하고는 아이를 달래기 시작했다.
"아이야! 이 할애비가 잘못했구나."
소천을 달래는 그의 모습은 보통의 할아버지가 손자를 달래는 것과 다르지 않
았으니 주점에 있던 사람들도 공포에서 벗어 날 수 있었다.
'일단 본문으로 돌아가야 겠군.'
이준의 일이 급하기는 하지만 사문보다 더 비중을 크게 둘 수는 없는 일인지라
광무자는 그를 포기하고 사문으로 걸음을 옮길 수 밖에 없었다.
감숙성으로 향하는 광무자는 강호에 흘러가는 소식을 입수하며 움직였으니 실
로 크게 어지러운 분위기였다.
혈비도 무랑의 제자, 아직 그 정체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무림맹, 홍련
교, 대사련의 수뇌부를 중심으로 수천명의 무사들이 강호를 휘젖고 있기 때문이
다.
하지만 단순히 무림대살령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였으니 현재 중원의 곳곳
에선 이 세개의 세력들이 혈비도 무랑의 제자를 찾는 다는 구실로 영역을 넓히
며 곳곳에서 충돌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세개의 세력 외에도 쌍도문을 비롯하여 수많은 문파들이 각자의 이해
관계로 싸움을 벌이고 있었으니 무림은 그 유래를 찾아 볼 수 없는 대혼란에
빠져 있었다.
'이상하군 이상해..'
이러한 혼란은 불과 3개월도 되지 못하는 시점에 한꺼번에 터져 나온 것이니
광무자로선 이상하게 생각 할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곪은 부분이 많은 무림이였다고 하더라도 한두개의 문파도 아니고 강호
전체의 대소문파들이 집단으로 미친 듯이 싸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였
기 때문이다.
광무자는 누군가가 무림을 뒤에서 조종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중원 삼대 세력인 홍련교, 대사련, 무림맹을 흔들고 조종할 정도의 세력은 존재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그 존재는 이미 수십년전에 사라지고 없었기 때문이다.
광무자는 쉽새 없이 감숙성을 향해 걸음을 옮겨, 반달 정도가 지난 후 섬서성의
북부의 현에 도착한 그는 객점에 들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는데, 그 때 객
점의 밖이 시끄럽게 변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무슨 일인가?"
음식을 가져온 점소이를 보며 밖의 소란의 원인을 물어 보았다.
"아! 그저께부터 이 난리인데, 들리는 소문에는 뭐라나 혈비도 무랑의 제자라는
자가 이곳에 숨어 있다고 하더군요."
"혈비도 무랑의 제자?"
그 말에 무림대살령의 주인이 이곳에 숨어 있다는 것을 안 광무자는 크게 놀랄
수 밖에 없었지만, 이내 고개를 젖고 말았다.
그의 손에는 유부인의 아이인 장소천이 있기에 그를 잡기 위해 몸을 움직일 수
없었고, 지금은 그런 자보다 쌍도문의 일이 더 급했기 때문이다.
다른 일들은 상관하지 말자고 다짐하며 광무자는 아이에게 음식을 씹어 먹이며
자신도 음식을 먹고 있었는데, 객점의 문 쪽으로 더러운 옷을 입고 있는 한 중
년인이 힘든 기색으로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크윽..."
허리에 도를 차고 있는 것을 보아 무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으니 점소이는
그가 워낙 지저분한지라 안색을 찌프릴 수밖에 없었다.
"면전에서 인상 찌프리지 말고 빨리 음식이나 가져와!"
자신을 보며 인상을 찌프리는 점소이의 머리를 가볍게 내려친 중년인은 품에서
은원보 하나를 꺼내어서는 그에게 집어 던져 주고는 자리에 앉았다.
"아이고! 여부가 있겠습니까?"
거지같은 무사가 돈이 있을까 생각하던 점소이는 은원보를 받자 크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급히 주방으로 달려갔다.
상당히 지쳤는지 중년인은 숨을 몰아쉬며 곧이어 나온 엽차를 들이켰는데, 주위
를 돌아 보다가 광무자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크게 놀라서는 소리쳤다.
"대사형!!"
"응?"
갑자기 중년인이 자신을 대사형이라고 외치자 광무자는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으니 낡은 복색의 중년인은 그에게 전음을 날렸다.
[대사형 저에요. 장천이라고요. 장천!]
[장천? 네가 장천이란 말이냐?]
[네!]
허름한 복색의 중년인이 장천이라는 것을 안 광무자는 크게 놀랄 수 밖에 없었
다.
장천은 걸음을 옮겨 광무자의 탁자로 간 후 반가운 얼굴로 말했다.
"대사형을 이곳에 보게 되다니 다행입니다."
"도대체 무슨 일인데, 이런 몰골인가..?"
"그것이 무림대살령을 쫓다보니..."
물론 장천은 겉으로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지만, 광무자와 전음으로 다른 이야기
를 나누고 있었다.
[사형...무림대살령이 쫓고 있는 사람이 바로 접니다.]
[말도 안되는 소리!]
[휴...홍련교에 있을 때 우연히 비도문이란 곳에서 비도술을 익힌 적이 있었는데,
혈비도 무랑의 비도술이라 하더군요. 그것을 공동파의 장로인 파사대협이 보게
되어 무림대살령에 쫓기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그런....사문은 어떻게 되었는가!]
광무자는 장천에게서 지금까지의 일을 모두 들을 수 있었으니 사실이 밝혀질
때 마다 그의 미간에는 주름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
문주인 등평은 물론 자신의 제자의 부인이 죽었다는 소식까지 들은 광무자는
노기를 참지 못하고 탁자를 내치고 말았다.
[크윽...]
[저는 쫓기는 신세라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철사방 쪽으로 갔
던 아버지와 정예무사들이 본문으로 도착한 후 혈사를 일으킨 증거가 남아 있
는 문파들을 휩쓸고 있다고 합니다.]
[들었네...음..]
유난히 동지애가 강한 문파가 쌍도문이였기에 가장 온순한 성격의 소유자인 장
춘삼이라도 등평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광분할 것은 눈에 선한 일이였다.
이렇게 된다면 두명의 다른 사숙들에 의해서 관과 지하무림이 움직일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은 광무자였다.
"그런데 그 아이는?"
"휴....그것에도 다 사연이 있다네.."
장천이 가슴에 안고 있는 아이를 보며 물어 보자 광무자는 아이와 관계 있던
사건을 이야기 하니 한참을 듣고 있던 그는 자신도 모르게 들고 있던 젓가락을
떨구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대..대사형...그 여인의 이름이 무엇이라 하셨습니까?]
[유능예라 하더군. 알고 있는 사람인가...?]
유능예,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이름이 광무자의 입에서 나오자 장천은 천천히 그
의 품에 안겨 있는 아이에게 손을 가져갔다.
"허허허..."
"무슨 일인가?"
광무자로선 갑자기 이상하게 변한 장천이 걱정될 수 밖에 없었는데, 그는 아이
를 받아서는 그 얼굴을 보며 눈물을 떨구기 시작했다.
"이 아이가 저의 아들입니다.."
"아들이라니? 헉..설마..."
"대사형...유능예란 여인은 마교에서 얻은 저의 처입니다..."
"......"
그의 말에 광무자 역시 들고 있던 잔을 떨구고 말았으니 지금의 사태가 너무나
괴상망측하하다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