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157화 (158/355)

제 30 장 장천을 둘러싼 암계 (4)

혈마가 치료를 끝내고 밖으로 나오자 장천은 그에게 호영의 상태를 물어 보았

다.

"혈마 어른. 호영 아주머니의 상태는 어떻습니까?"

"몸의 독혈은 거의 뽑아 내었으니 앞으로 한달 정도면 원래의 상태로 돌아 올

것이네."

"다행이군요."

혈마의 말에 장천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는데, 혈마의 얼굴을 보니 상당히 고생

한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한 것은 쌍도문에 있었을 때는 이것보다 더 힘든 시술을 많이 했음

에도 이렇게 지친모습을 보인 적이 없는지라 그 역시 나신의 여인을 앞에 두고

시술을 한다는 것은 참기 힘든 것임을 눈치챌 수 있었다.

"혈마 어른 호영 아주머니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응? 무슨 말인가?"

"제가 아는 사람이 호영 아주머니와 중매를 부탁했었는데, 저로선 그 사람에게

기녀를 소개해 주기가 조금 그런지라 망설이고 있어서 말입니다."

그 말에 혈마는 장천은 보며 노기 띈 표정을 짓고는 소리쳤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내가 사람을 잘못 보았군!"

"무엇을 그리 화를 내십니까! 어르신?"

"사람을 신분으로만 평가하려 하니 그런 것일세 내가 본 호루주는 정숙하며 기

개 또한 있는 여인이라 오히려 겉만을 꾸미려 애를 쓰는 강호의 어리석은 여인

들보단 백배 더 뛰어난 여인이였네!"

혈마의 말에 장천은 입가에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그렇군요. 제가 실례를 했던 것 같습니다."

혈마의 말을 들으며 장천은 그가 호영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니

아무런 감정도 없는 사람을 욕하는 것에 크게 노기를 띄울 사람이 아니라는 것

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랜시간 수옥에 갇혀 있었던 탓에 남녀의 감정에 대해선 잘 모르는 혈마였기

에 이런 실수를 했던 것이네, 그는 혈마에게서 벗어나 호영의 방으로 걸음을 옮

겼다.

"아주머니 이제 몸은 어떻십니까?"

장천의 말에 그녀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소도주께서 보내주신 분의 도움으로 몸은 많이 편해졌습니다. 내일이라도 당장

일어날 수 있을 것 같군요."

"다행입니다."

호영의 말에 미소를 지은 장천은 근처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는 그녀를 보며 말

했다.

"호영 아주머니 행여나 말씀드리는 것인데, 혈마 어르신을 가까이 하지 마십시

요."

"예? 무슨 말씀인지?"

"애석하지만 그분은 본도에 속한 사람이 아닙니다. 지금은 저에게 힘을 빌려주

고 있지만 사실 사파의 인물입니다."

"그런!"

"언제 저희들에게 암수를 펼지 알 수 없는 인물이니 호영 아주머니는 그 분을

조금 멀리하시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아!"

장천의 말에 호영은 탄식을 내뱉으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니 그녀 역시 혈마

에게 좋은 감정을 품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두 사람에게 각기 별로 좋지 않은 말을 던지고 온 장천은 자신의 머물 거처로

돌아갔고, 다음날 혈마에게 호영의 치료를 부탁했다.

혈마는 또 다시 혼자 호영과 한방에 머물게 되었는데, 자신을 보는 그녀의 눈에

서 슬픈 빛이 비추어지자 크게 이상하다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병이란 것은 마음의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을 하는 것이나 혈마는 침착한 목

소리로 말했다.

"호루주. 무릇 병이란 것은 심신의 의지가 약해진 것을 틈타 외부의 독기가 몸

안으로 스며들어오는 것을 말합니다. 이런 이유로 병을 앓고 있는 자는 마음을

가라앉혀 마음을 굳건히 하고 천천히 몸을 치료해야 하는 것인데, 호루주의 눈

에는 근심이 보이니 걱정입니다."

"아!"

자신의 마음의 변화를 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해주는 혈마의 모습을

보며 호연은 그 사람의 따뜻함에 더욱 가슴이 아플 수 밖에 없었으니 그가 진

실로 장천의 말대로 사파의 인물로 자신들에게 해를 끼칠 인물이라면 지금의

따뜻한 이 한마디가 거짓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에 미치자 자신에 혈마에게 가졌던 연모의 감정은 슬픔으로 바뀌니

그녀의 눈에선 한줄기 눈물이 천천히 흘러내렸다.

"호루주!"

호영이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며 혈마로선 크게 놀랄 수 밖에 없었으니 왜 그

녀가 눈물을 흘리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무슨 잘못을 한거지...여인에게 눈물을 보이게 하다니...이런...'

남녀의 감정에 미숙한 혈마인지라 왜 그녀가 눈물을 흘리고 있는지 알 수 없는

혈마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으나 혈교의 술법으로 그녀가 눈물을 흘리는 원

인을 알아 낼 수는 없는지라 한참을 안절부절한 모습을 보이다가 자리에서 벌

떡 일어나서는 그녀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아! 어르신!"

"호루주! 내가 무슨 말을 실수한지는 모르지만, 지금 당신의 마음에 이런 근심

이 생긴 것은 나로 인한 것 같아 이렇게 사죄를 드리는 것이요."

"어르신 제발 일어나십시요."

혈마의 행동에 호영은 크게 당황해서는 아픈 몸을 들어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주려고 했는데, 아직 몸에 힘이 없는 상태인지라 지탱하지 못하고

침상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아!"

"호루주!"

하지만 다행히 그 모습을 본 혈마가 빠르게 신형을 놀려 그녀의 몸을 안을 수

있었는데, 자신이 연모하던 남자의 품에 안겼다는 것을 안 호영은 얼굴이 시뻘

겋게 변하고 말았다.

"아!"

"이런!"

나신까지 본 상태였지만, 아직 부끄러운지 혈마 역시 얼굴이 시뻘겋게 변했으니

그녀를 땅에 떨어뜨릴 수는 없는지라 천천히 침상에 올려놓고는 자리에 앉았다.

"호루주께 결례를 범했군요..."

"아닙니다. 어르신..."

그의 말에 침상에 몸을 기대어 앉은 호루주는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정리하는

모습을 보이니 그 모습 또한 혈마에게 마치 선녀의 모습과 같이 보일 뿐이였다.

이렇게 아침 치료가 끝나자 혈마는 호루주의 방에서 나와 거처하는 방으로 돌

아섰는데, 도저히 방으로 돌아 온 후에도 마음이 안정이 되지를 않자 안절부절

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혈마 어르신 무슨 근심이 있으십니까?"

"아! 아니네."

장천의 물음에 혈마는 손을 내저으며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말하고 있었지만,

어느정도 눈치를 챈 그는 천천히 그의 앞으로 가서는 말했다.

"호영 아주머니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떻게 생각하다니?"

"아직 삼십대라 하지만 들리는 말에 의하면 수궁사가 남아 있는 여인이라하며

자태 또한 뭍여인과 비교하여 뒤처짐이 없습니다."

"지금 자네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겐가!"

장천의 말에 혈마로선 그의 속셈이 무엇인지 의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저를 도와준 혈마 어르신에게 약간의 보답을 하고자 할 뿐입니다. 이곳 루주는

본문의 소유이니 루주 또한 본문의 소속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녀의 몸이라 혈

마 어르신과는 어울리지 않을 수 있으나 마음이 드신다면 첩으로 들릴 수 있어

서 하는 말입니다."

"그런!"

혈마로선 장천의 말에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혈마 어르신께선 마교의 감옥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신 분이시니 아직 가까이

하시는 여인이 없으니 약간의 보답을 할 뿐입니다. 자고로 영웅은 호색하다하니

혈마 어르신 같은 분에게 삼처사첩이 없는 것이 이상한 것이지요."

장천의 말이 끝나자 혈마는 노기를 띈 표정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는 소

리쳤다.

"자네!! 나를 모욕하는 것은 참을 수 있으나 호루주를 모욕하지는 말게! 그 사

람은 자네의 문파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 아니던가!"

"어르신?"

"이만 나가보겠네!"

장천에게 크게 화를 낸 혈마는 화가 난 모습으로 문을 열고는 밖으로 나가니

그는 의자에 앉아서는 가볍게 차를 한모금 마신 후 만족한 미소를 띄웠다.

"이제 거의 다 된듯 하군. 호영 아주머니에게나 가볼까?"

혈마가 화를 내고 자신을 떠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안한 것은 아니지만 그가

병자를 두고 떠나리는 없다는 생각에 여유롭게 호영이 있는 방으로 걸음을 옮

기는 장천이였다.

"아주머니.."

"소도주께서 오셨습니까?"

이제 몸이 많이 나아진 듯 호영은 시녀의 부축을 받으며 자리에 일어서니 장천

은 시녀를 밖으로 보낸 후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주머니 아무래도 혈마 어르신이 심상치 않군요."

"무슨 말씀인지."

"그분이 다른 생각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아!"

"그런 이유로 부탁을 한가지 드리고 싶은데 괜찮겠습니까?"

"무슨 부탁입니까."

"제가 보기엔 혈마 어르신이 호영 아주머니에게 마음이 있는 것 같은데.."

"아!"

장천의 말에 그녀는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무림의 문파에 속해 있는 기녀들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는 호영

인지라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천한 몸인 저를 이런 자리까지 오르게 해주신 보답을 하여야 겠지

요."

그녀는 오랜 시간 쌍도문과 시간을 보내온 사람이였다.

고아로 자란 것을 오립산이 거두어 이렇게 루주의 자리까지 오른 이였으니 문

파가 원한다면 자신의 몸을 버릴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이였다.

하지만 상대가 연모하고 있는 혈마이다보니 가슴이 아플 수 밖에 없었는데, 다

른 사람이라면 모를까 진정으로 연모하는 이에게 거짓된 모습을 보여야 하기

때문이였다.

하지만 장천의 말을 거부할 수는 없었기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요청

을 받아 들였다.

정오가 지나자 혈마는 다시 그녀의 몸을 진맥하고자 방 안으로 들어섰는데, 호

영의 모습을 본 그는 크게 놀랄 수 밖에 없었다.

"호루주?"

그의 눈 앞에 보이는 호영은 말끔하게 옷을 갈아입고는 분단장을 한 모습이였

으니 아침에 보았던 그녀의 모습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기에 그는 놀라지 않

을 수 없었던 것이다.

"어르신 이리로 오시지요."

방안의 탁자 위에서는 주안상이 차려져 있는지라 혈마로선 영문을 알 수 없었

지만 그녀가 시키는데로 자리에 앉았고, 호영은 미소를 지으며 그의 앞에 있는

잔에 술을 따라주며 말했다.

"그 동안 저를 보살펴 주신 것에 감사드리고자 간단히 술을 마련했습니다."

"음...하지만 호루주. 아직 몸이..."

술자리가 나쁘지는 않지만 아직 호영의 몸이 완쾌된 것이 아닌지라 그로선 조

금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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