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156화 (157/355)
  • 제 30 장 장천을 둘러싼 암계 (3)

    자신들을 습격한 복면인들을 처리한 두 사람은 다시 숲을 내려왔고, 다음날 새

    벽쯤에야 겨우 만선루에 도착 할 수 있었다.

    만선루는 감숙에서 이름난 기루중 하나였기에 큰 전각이 한눈이 눈에 들어왔지

    만, 새벽녘이라서인지 그리 사람은 많지 않았다.

    기루의 대문 앞에 들어선 장천은 문을 두드리니 한 참 후 하품을 하며 하인 한

    명이 대문을 열고 모습을 드러내었다.

    "무슨 일인데, 새벽부터 난리유. 아직 문 안 열었으니 오후쯤에나 찾아오시구

    려."

    "우린 쌍도(雙島)에서 온 사람이다. 만선루주를 만나기 위해서 왔으니 안으로

    안내하거라."

    "쌍도!!"

    대외적으로 쌍도문의 사업체들은 비밀로 되어 있었기에 쌍도(雙島)란 은어를 사

    용하는데, 하인은 그것에 대해서 잘 아는지 깜짝 놀란 표정을 짓더니 문을 열고

    는 두 사람을 안으로 맞아 들였다.

    "어서 오십시요. 루주께서 쌍도에서 오신 분을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음..."

    하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장천은 혈마와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과연 감숙에서 이름난 기루인지 안을 들어서자마자 아름답게 꾸며진 장원의 모

    습이 보였다.

    정원을 지나 전각 안으로 들어서자 새벽부터 아름다운 기녀들이 꽃단장을 한

    채 걸음을 옮기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장천 일행들은 하인의 안내를 받으며

    전각의 깊숙한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하인을 따라 봉황각이란 곳에 들어서자 지금까지 보던 곳과는 또 다른 모습이

    눈에 들어왔으니 마치 선계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작은 연못가에 피어난 연꽃은 새벽녁의 이슬을 받아 신비할 정도의 빛을 드리

    우고 있었으니 꽃길을 지나 전각 안으로 들어서자 네명의 여인들이 장천 일행

    을 맞았다.

    "어서오십시요."

    "쌍도의 소도주 장천이라 합니다. 잠시 루주를 만나뵙고자 합니다.."

    "루주께선 쌍도에서 오신 분들을 기다리고 계셨답니다. 저희들을 따라 오십시

    요."

    네명의 여인들의 안내를 받으며 봉황각의 전각 안으로 들어선 사람은 잠시 후

    봉화의 문양이 새겨져 있는 방으로 들어섰는데, 그곳에서 투명한 희장에 가려져

    있는 침상에서 한 여인이 누워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루주님 쌍도에서 오신 분들입니다."

    "콜록콜록..."

    여인의 말에 침상에 누워 있던 여인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휘장을 걷

    고는 장천에게 다가와 공손히 절을 했다.

    "소도주께 천한 것이 인사 올립니다."

    "호영 아주머니!"

    루주인 호영의 모습을 보는 순간 장천은 크게 놀랄 수 밖에 없었으니 과거에

    봤던 호영은 아름다운 자태를 보이는 여인이였는데, 지금은 눈빛이 어둡고 병약

    한 모습으로 가득해 있었기 때문이다.

    "콜록콜록.."

    장천에게 인사를 하던 호영은 잠시 후 심한 기침을 하며 쓰러지고 마니 크게

    놀란 장천은 급히 호영의 몸을 부축하고는 침상에 눕혔다.

    "혈마 어르신 부탁드립니다."

    "알겠네."

    장천의 말에 혈마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녀의 맥을 잡아 진맥을 하기 시작했

    는데, 한참을 그렇게 호영의 맥을 살펴보던 혈마는 혓바닥을 차며 말했다.

    "이런 장기에 큰 내상을 입었군, 가장 심각한 것은 폐쪽인데 몇일만 더 늦었어

    도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울 뻔 했네."

    "그렇다면 호영 아주머니의 병은 치유될 수 있단 말씀이십니까?"

    "어렵긴 하지만 본문의 대법과 몇가지 약만 있으면 가능할 것 같군."

    "다행입니다."

    혈마의 말에 장천은 크게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아이야. 지필묵을 가져오거라."

    혈마는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기녀에게 지필묵을 가져오라 시키니 한참 후 그

    녀는 혈마의 앞에 물건을 가져다 놓았다.

    그는 붓을 들어서는 종이 위에 수십가지의 약초를 쓰기 시작하니 한참 후 그것

    을 들어서는 기녀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여기에 쓰여져 있는 약초를 급히 구해오너라. 적어도 한시진 안에는 약을 달여

    야 하니 서둘러야 할 것이다."

    "예."

    혈마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는 급히 처방전을 가지고 밖으로 나갔다.

    "루주께 한말씀 올려도 되겠습니까?"

    "콜록콜록..말씀..하십시요."

    "이제부터 제가 행할 것은 금침대법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것인데, 이 대법을

    행하기 위해선 루주께서 나신이 되셔야 합니다. 남녀간의 법도가 유별하니 저로

    서는 대법을 행하기가 껄끄러울 수 밖에 없으니 루주의 허락을 받을까 해서 말

    씀드리는 것입니다."

    그 말에 호영은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

    나 천천히 옷을 벗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저를 도와줄 한분만 제하시고 다들 밖으로 나가 주셔야겠습니다."

    그의 말에 장천과 여인들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밖으로 나갔다.

    사람들이 밖으로 나가자 혈마는 자신을 도와줄 여인에게 호영이 옷을 벗는 것

    을 도와주게 하니 서서히 호영의 나신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병 때문인지 호영의 몸은 말라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에 혈마는 식은땀이 흐를 수 밖에 없었다.

    '음...'

    어린시절부터 홍련교의 수옥에 갇혀 있었던 그였는지라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

    을 관찰할 길이 없었으니 지금 호영의 모습을 보자 음욕이 생기는지라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내 신호흡을 하여 정신을 가다듬은 혈마는 나신으로 누워 있는 그녀

    를 보며 금침을 꺼내어 들었다.

    호영은 낯선 남자의 앞에서 나신을 드러내는 것이 부끄러운 듯 고개를 돌리고

    있었는데, 가끔씩 기침을 참으려고 찌프리는 모습이 마치 오나라때의 미인 서시

    를 보는 듯 하는지라 혈마의 가슴은 두근거릴 수밖에 없었다.

    '이런....미치겠군!!'

    아름다운 여인을 그것도 나신의 모습을 앞에 두고 정신을 집중하려니 혈마로선

    죽을 맛이였지만, 이런 여인을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는지리 입술을 깨물며 흩

    어지는 정신을 집중했다.

    "아!"

    호영은 혈마의 입에서 피가 흘러내리는 것을 보며 크게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그의 모습이 너무나 진지한지라 뭐라 말을 하지 못했다.

    금침을 손에 든 혈마는 드디어 그녀의 혈에 침을 놓기 시작하니 그의 손놀림에

    는 한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거의 반시진이 넘게 걸린 금침시술이 끝난 후 혈마는 크게 숨을 몰아 쉬고는

    옆에 있던 여인을 보며 말했다.

    "약초는 어찌 되었느냐?"

    "준비되었다 합니다.'

    "지필묵을.."

    혈마의 말에 여인이 지필묵을 가져오자 붓을 든 혈마는 한참을 무엇인가를 쓰

    더니 그것을 건네주며 말했다.

    "너는 이것을 가져가서 탕약을 달여오도록 하거라. 여기에 쓰여진 것에 한치의

    오차도 없어야하니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예."

    혈마의 말에 여인은 종이를 들고는 탕약을 끓이기 위해 밖으로 나갔고, 혈마는

    그녀의 맥문을 잡고는 다시 진맥을 하기 시작했다.

    "음...금침의 시술이 장기를 안정시키고 있으니 부인의 병은 치유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혈마의 말에 호영은 얼굴을 붉히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기녀의 몸으로 자라났다고는 하지만 남자의 앞에서 나신을 드러내고 누워 있는

    것이 어찌 부끄럽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자 혈마는 천천히 그녀의 몸에서 금침을 빼기 시작했으니

    그녀의 몸에선 검은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몸에 있던 독혈이 빠져나오는 것입니다."

    검은 피를 보며 호영은 놀란 표정을 짓자 혈마는 독혈이란 것을 말해주고는 그

    것을 닦아주기 위해 사람을 부르려 했지만, 이미 한명의 여인은 탕약을 위해 내

    보냈는지라 자신의 실수를 눈치챌 수 있었다.

    "이런!"

    그녀의 몸에서 빠져나온 독혈을 빨리 닦아내지 않으면 다시 피부속으로 스며들

    수 있는지라 혈마는 안절부절하는 모습을 보이다 할 수 없이 근처에 있던 수건

    을 들어서는 그녀의 몸을 닦아주니 호영의 얼굴은 더욱 시뻘겋게 물들여질 수

    밖에 없었다.

    한편 밖에서는 장천과 세명의 여인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었으니 안에 일어나는

    일을 전혀 모르고 있는 상태였다.

    "호영님이 병이 빨리 낳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여인의 말에 장천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런데 무슨 일로 호영 아주머니께서 병을 드신 것입니까?"

    "그것이 쌍도의 일로 잠시 외출을 하셨는데, 돌아 오셨을 때는 저렇게 병을 앓

    고 계셨습니다. 아마 사악한 무리의 습격을 받아 독에 중독된 듯 합니다."

    "음..."

    "쌍도에서 보낸 준 해독단으로 급히 해독하기는 했지만, 독이 골수에 퍼진지라

    이렇게 되었습니다."

    "그렇군요."

    자신을 습격한 복면인들이 호영아주머니를 습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장천이

    였다.

    "그나저나 전 그것 보다 루주님이 걱정입니다."

    "루주님이요?"

    "예. 그분이 기루에 계시다고는 하지만 아직 순결한 몸인데, 외갗남자의 앞에

    나신을 드러내시다니...아우..망측스러워라...!"

    상상만 해도 부끄럽다는 듯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고개를 흔들기 시작했

    다.

    "음...이왕 이렇게 된 것, 호영 아주머니와 혈마 어르신을 이어주는 것이 어떨까

    생각합니다."

    "예?"

    "혈마 어른 역시 동정의 몸인데다가 나이 또한 호영 아주머니와 비슷하니 금상

    첨화가 아니겠습니까?"

    "아!"

    장천의 말에 그녀는 잠시 혈마의 얼굴을 떠올려보니 조금 병약해 보이는 모습

    이기는 하지만 잘생긴 미중년인지라 자신의 루주의 남편이 된다해도 빠짐이 없

    다 생각했다.

    "하지만 두분이 서로를 허락하셔야 가능한 것이 아닙니까."

    "이래뵈도 한 때 이름난 중신아비였으니 저한테 맡기신다면 아무런 문제도 없

    을 것입니다."

    "아!"

    장천의 가슴을 치며 하는 말에 기녀들은 다 같이 탄식을 내질렀다.

    이런 분위기가 돌아가는지 모르는 혈마와 루주인 호영은 서로를 보며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감출 수 없었으니 그녀의 몸에서 흐르는 독혈을 깨끗히 닦아 준

    혈마는 그녀의 몸에 옷을 입혀주기 시작했다.

    "실례를 범했습니다."

    "..아닙니다. 의원이 병자의 몸의 병을 다스리려 함은 당연한 것이 아니겠습니

    까."

    "아!"

    그녀의 말에 혈마는 잠시 탄식을 내질렀다.

    내심 무엇인가 가슴에 아쉬움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한참 후 여인이 탕약을 가져와 그것을 마시자 호영의 기침은 크게 수그러들었

    으니 혈마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장기에 남아 있던 독혈은 거의 대부분 사라졌으나 가장 심했던 폐는 아직 독

    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앞으로 한달 정도 제가 처방한 탕약을 식후 세

    번 복용하신다면 페의 독도 완전히 사라질 것이니 심려하지 마십시요."

    "감사합니다."

    혈마에게 호영은 공손히 감사의 인사를 올리니 그녀의 자태에 혈마는 도저히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이것이 사랑인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