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0 장 장천을 둘러싼 암계 (2)
녀석들의 정체는 알 수 없었지만, 아직 적들이 쌍도문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던 장천은 경신술을 사용하여 빠른 속도로 그곳을 피해나갔으니 자신을
주시하는 자를 따돌리기 위함이였다.
장천이 경신술을 사용하여 몸을 피하자 그들을 쫓아오던 자들은 뒤처질 수 밖
에 없었으니 쌍도문의 피신처가 들키지 않게 돌아 올 수 있었다.
한편 무너진 쌍도문의 전각이 있는 서쪽에선 이십여명의 복면인들이 때를 기다
리고 있었으니 그들의 기도는 하나같이 평범한 자가 없었다.
그들 중 가장 눈에 띄고 있는 자는 각각 흑검과 백검을 들고 있는 두명의 남자
였는데, 두명이 발을 한발자국 앞으로 내딛자 나머지 사람들은 기도에 눌려 자
신도 모르게 걸음을 뒤로 뺄 정도였다.
"어서오십시요. 흑백쌍노 어른."
그들의 기도를 견디며 적의를 입은 복면인이 앞으로 나와서는 포권을 하며 인
사를 올리자 흑백쌍노는 기도를 갈무리하고는 자리에 앉아서는 말했다.
"우리를 부른 이유는?"
살기를 완전히 갈무리한 백노는 그를 보며 용건을 물으니 그는 종이 하나를 꺼
내어서는 그의 앞에 건네며 말했다.
"쌍도문의 소주란 자가 나타났습니다."
"쌍도문의 소주?"
그의 말에 흑노는 그가 건네준 종이를 받아 들었는데, 그것을 보자 아직 약관도
이르지 않을 것 같은 소년의 얼굴이 있기에 이맛살을 찌프리며 말했다.
"아직 어린것이 아니냐? 이런 녀석을 상대로 우리 흑백쌍노를 부른 것이냐?"
자신들이 상대해야 할 자가 어린 아이라는 것을 안 흑백쌍노로선 이맛살이 찌
프려질 수 밖에 없었는데, 적의의 복면인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 자가 혈비도 무랑의 제자라면 어떻겠습니까?"
"혈비도 무랑!?"
그의 말에 흑백쌍노는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음...진실로 이 아이가 혈비도 무랑의 제자라면.."
"우리의 상대로선 부족함이 없겠지."
혈비도 무랑의 제자라는 말에 흑백쌍노를 고개를 끄덕여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
어나서는 말했다.
"이 꼬마가 있는 곳으로 안내하거라."
당장이라도 녀석을 쓰러뜨리겠다는 모습을 보이는 흑백쌍노였는데, 적의의 복면
인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혈비도 무랑도 아니고 그 제자를 쓰러뜨리는데, 흑백쌍노 어르신들을 부른 것
은 아닙니다."
"응?"
"그럼 무슨 이유냐?"
흑백쌍노로선 그의 저의를 알 수 없어 되물을 수 밖에 없었다.
"현재 이 아이는 쌍도문의 소주라는 가면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무림의 인물들
중 이 아이가 혈비도 무랑의 제자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몇몇 사람밖에
없는 것이지요."
"음..."
"그런 이유로 저의 주인께서는 이 아이의 정체는 강호의 형제들에게 알리고자
하기에 이렇게 흑백쌍노 어르신께 부탁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할일은?"
"쌍도문을 돕고자 찾아온 정사의 인물들 앞에서 이 아이의 비도술을 끌어내 주
십시요."
"비도술을?"
"혈비도 무랑의 비도술은 한번 본자는 잊을 수가 없는 비술, 그것만 끌어 내신
다면 이 아이의 정체는 밝혀지겠지요."
적의 복면인의 말에 흑백쌍노는 조금 마음에 들지 않지만, 련주의 말도 있었던
지라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다."
"이 아이의 정체를 우리 흑백쌍노가 밝혀주지."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흑백쌍노가 사라지자 적의 복면인은 뒤에 서 있던 복면인들을 보며 말했다.
"적영!"
"예."
"관전자들을 예정된 장소로 끌어내거라."
"알겠습니다."
그의 명령을 받은 적영이란 자는 포권을 하며 말하고는 다른 인물들과 함께 사
라지니 적의 복면인의 입에서 미소가 흘러나왔다.
"흐흐흐...혈비도 무랑...네 녀석이 언제까지 모습을 감출 수 있는지 두고보자 푸
하하하!"
혈비도 무랑의 이름을 말하며 광소를 터뜨리는 그의 눈빛에는 살기마저 감돌고
있었다.
한편 자신을 습격한 복면인들을 쓰러뜨리고 경신술을 사용하여 피신처로 돌아
온 장천은 일이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범상치 않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데, 도대체 영문을 알 수 없군.'
하지만 이내 그 생각을 지워버릴 수 밖에 없었으니 일단은 식솔들을 챙기는 것
이 우선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동굴로 들어서자 자신의 어머니인 임아란이 사람들을 지휘하는 것이 보였으니
장천은 어머니에게 가서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어머니."
"천아. 이제야 오느냐. 그래 공동파의 사람들은 만나 보았느냐?"
"예. 공동파에서는 우문강 어르신께서 오셔서 식량을 비롯하여 몇가지 원조를
약속 받을 수 있었습니다."
"잘했다. 지금의 상황에선 외부에 있는 본문의 식구들의 도움을 받을 수 없으니
공동파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구나."
"그렇습니다."
쌍도문은 과거 오립산이 세워 놓은 사업이 있었기 때문에 돈에 대해선 문제가
없었지만, 지금의 상황에선 사람들을 함부로 밖으로 내보낼 수 없는지라 피신처
에 저장해 놓은 것으로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무림맹으로 가 있는 사람들과 철사방의 일로 나가 있는 쌍도문의 정예가 돌아
와 확실한 복면인들의 대비책을 만들어 놓지 않는 이상, 밖에 있는 사업체와 연
락을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한 임아란이였다.
"이곳 일은 괜찮으니 일단 혈마란 분과 함께 만선루(萬仙樓)로 가서 호영(狐英)
이란 분을 만나고 오너라."
"호영 아주머님을요?"
호영은 쌍도문의 소유하고 있는 만선루의 루주의 직에 있는 여인으로 과거 몇
번 쌍도문을 찾아 온 적이 있었기에 장천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였다.
"그래 일단 우리들이 안전하다는 것은 알리는 것이 좋을 듯하구나 호영이라면
필시 이곳으로 몇번 찾아 왔을 터인데, 아무래도 이곳 사정이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아서 말이다."
"알겠습니다.'
자신도 복면인들의 습격을 받았는지라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고는 혈마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혈마는 복면인들의 습격에서 부상을 당한 사람 중 아직 치유가 되지 않은 사람
들을 금침대법으로 치료해주고 있었는데, 혈교 자체가 시체를 이용한 술법을 사
용하는 곳인지라 의술도 크게 발달이 되어 있었기에 혈마는 온지 얼마 되지도
않아 사람들에게 크게 호응을 받고 있었다.
"혈마 어르신."
"아! 이제 오는가? 잠시만 기다리게."
혈마는 장천을 보며 손을 내저으며 말한 후 자신이 앞에서 등을 보이며 엎드려
있는 사람의 어깨에 빠른 속도로 금침을 꽂은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시진 정도 후면 자연적으로 금침이 빠질 것이니 그 때 까지 움직이지 말고
계십시요."
"알겠습니다. 혈마 어른."
간단하게 주의사항을 알려준 혈마는 잠시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뻐근한 목을
풀고는 장천에게 걸어왔다.
"무슨 일인가?"
"저랑 같이 만선루란 곳으로 가주셨으면 해서요,"
"만선루?"
"예. 본문의 사업체 중 하나인데, 그곳에 본문 식솔들의 소식을 알려야 하거든
요."
"그런데 왜 나를?"
"어머니는 아무 말도 없으셨지만, 아무래도 그곳의 루주님이 몸이 조금 안좋으
신 것 같습니다."
"음..알겠네."
장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혈마는 간단하게 물건을 챙기고는 그와 함께 밖으
로 나갔다.
장천이 루주인 호영이 몸이 안좋다고 판단한 이유는 임아란의 말 때문이였는데,
호영은 쌍도문과 친분이 있는 사람으로 이곳 진식의 생로를 알고 있었는데, 그
럼에도 불구하고 한번도 찾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는 것은 필시 복면인들로 인하여 이곳으로 오지 못했다는 뜻이였기 때문
이다.
피신처의 진식을 빠져나온 두 사람은 산 아래를 향해 경신술을 사용하여 내려
갔는데, 한참을 내려가던 두 사람은 한 순간 걸음을 멈추고는 병기에 손을 가져
갔다.
"아무래도 우리를 노리는 사람이 꽤 많은 것 같구나."
"그러게 말입니다."
혈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장천은 화룡신도를 뽑아서는 가볍게 휘둘렀는데, 그
순간 뜨거운 불길의 검기가 형성되더니 숲쪽에 있던 나무를 두동강 냈다.
나무가 쓰러지자 그곳에서 3명의 복면인들이 튀어나왔으니 혈마는 흑마겸의 하
나를 꺼내어서는 그들을 보며 가볍게 휘둘렀다.
"혈마참!(血魔斬)"
"끄악!!"
간단하게 휘두른 초식이였지만 흑마겸에선 검기가 형성되더니 나무에서 튀어나
온 복면인들의 다리를 베어버리니 그들은 비명을 지르며 땅으로 쓰러졌다.
쓰러진 복면인들에게 다가간 장천은 한 사람의 태양혈을 양쪽 엄지손가락으로
누르고는 그의 얼굴을 붙잡고는 말했다.
"네 녀석들은 누군데 우리를 노리지?"
"크윽!! 우..우린..."
장천이 행하고 있는 것은 홍련교의 비전 중 하나로 일종의 현혹술로 상대에게
서 비밀을 털어낼 때 사용하는 수법이였다.
하지만 이런 것을 알기라도 하는 듯이 주위에서는 수십개의 암기가 그들을 향
해 쏟아져 날아왔고, 수법을 행하던 자를 데리고 피할 수 없었던 장천은 할 수
없이 그를 버려둔 채 뒤로 몸을 날리 수 밖에 없었다.
"끄악!!"
흑마겸에 의해 다리가 잘려져 나간 세명의 복면인들은 쏟아져나오는 암기에 고
슴도치가 되서는 쓰러지니 장천은 한숨을 내쉴 수 밖에 없었다.
"휴...아무래도 만만한 자들은 아닌 것 같군요."
"일이 그리 쉽게 풀리면 재미가 없는 모양이지."
장천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말한 혈마는 나머지 흑마겸을 뽑아 들고는 자세를
취했는데, 그 순간 수십의 인형이 협공의 진세를 이루며 산길의 양쪽에서 두 사
람을 향해 자세를 취했다.
"제가 앞을 맡도록 하지요."
장천은 두개의 도를 뽑아 들어서는 자신을 향해 진세를 이루는 사람들을 향해
가볍게 오른발을 내딛어 진각을 시전했고, 그 순간 강한 모래바람이 복면인들을
향해 밀려갔다.
"크윽!!"
"패룡포효(覇龍咆哮)!!"
흙먼지로 인하여 시야가 가려져 있는 틈을 타 장천은 패룡포효의 초식으로 두
개의 도를 휘두르니 순식간에 십수명의 복면인들의 몸은 두동강이 나서는 땅으
로 쓰러졌다.
강맹한 도법 중 하나인 패룡포효의 초식에 혈마는 크게 감탄을 하고는 말했다.
"굉장한 도법이군."
"본문의 진짜 도법이니까요."
"음...쌍도문의 진짜 도법이라..."
혈마는 장천이 보여주는 수법을 보며 쌍도문에 대해서 다시 평가할 수 밖에 없
었다.
지금까지는 근래에 이름을 날린 신흥문파 쯤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장천이 보
여주는 초식에는 상당히 오랜 시간동안 다듬은 흔적이 보였기 때문이다.
"쳐라!"
혈마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뒤에서 진세를 펼치던 복면인들이 공격
을 해오니 그는 흑마겸을 거꾸로 잡고는 오른발을 박차고는 그들의 앞에서 쇄
도해 들어갔다.
"섬영혈참!!(閃影血斬)"
마치 빛과 같은 속도로 몸을 날린 혈마는 자신을 향해 밀려오던 복면인들의 사
이사이를 헤집고 나가면 흑마겸으로 베어 넘기니 일다경도 되지 않아 그를 공
격해 들어오던 삼십여명의 복면인들은 대지를 붉게 물들이며 땅으로 쓰러졌다.
처음 홍련교에서 싸울 때는 혈교의 수법으로 무공을 이어 받았을 뿐 실전경험
이 없었으니 지금에 와서는 실전경험이 늘었기에 그의 무공도 상당히 상승한
것이였다.
지금이라면 홍련교의 삼대고수인 천마, 불괴대제, 우경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것이라 자신하는 혈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