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9 장 쌍도문의 멸문 (5)
"기억이 가물거리기는 하지만 저를 구해준 사람이 있던 것 같았는데, 누구였습
니까?"
장천은 우경에게 마지막 일격을 당하려 할 때 정신이 가물거리는 상태였기에
누군가 자신을 도와주었다는 것을 알고는 물었다.
"음...자네를 구한 사람은 혈비도 무랑이네."
"혈비도 무랑이라 하셨습니까?"
혈마의 말에 장천은 놀라서는 되물을 수 밖에 없었다.
비도문의 마지막 문주이자 무림 제일의 공적이라고 불리는 혈비도 무랑이 설마
자신을 구해주었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혈비도 무랑...'
어린 시절 처음 의부인 장춘삼을 만났을 때도 그는 혈비도 무랑이란 존재와 관
련이 있었다는 것을 생각했다.
수많은 군웅들에게 쌓여 관속에서 정신을 차렸을 때도 그들은 자신을 혈비도
무랑이라는 존재로 알고 있었다.
그리고 홍련교의 들어선 후 혈비도 무랑의 본문인 비도문에서 일년간 무공을
닦았고, 지금 혈비도 무랑이라는 존재가 자신을 목숨을 구해주었다는 이야기를
듣자, 장천은 도대체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왜 혈비도 무랑이라는 존재가 나를....'
그로서는 이유를 알 수 없었기에 답답할 수 밖에 없었다.
그 후로 다시 일주일이란 시간이 지나자 장천의 내상은 어느정도 나아질 수 있
었다.
"이제부터 어찌할 생각인가?"
"일단 쌍도문으로 돌아갈 생각입니다."
장천의 말에 율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일단 자네의 본문으로 돌아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나와 암영자들은 호남
으로 갈 생각이네."
"호남이요?"
"호남의 지부에 암영자 중 한사람이 나가 있지, 일단 그에게 몸을 의탁하고 때
를 기다려 볼 생각이네."
장천은 내심 그들과 함께 쌍도문으로 가고 싶었지만, 일평생 홍련교에서 몸을
담았던 그들이 정파에 들어간다는 것은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고개
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혈마 어른께서는?"
"글쎄, 혈교를 다시 세울 생각도 해보았지만, 솔직히 그리 마음에 닿는 것도 아
니니 일단 자네와 함께 중원을 조금 돌아볼 생각이네."
홍련교의 지하감옥에서 평생을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였기에 돌아 갈
곳이 없는 처지였다.
이렇게 해서 장천은 귀대인 율명등의 일행들과 헤어져 혈마와 함께 쌍도문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산에서 내려온 장천은 저녁 무렵 객잔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저녁 무렵인지라 객잔 안에는 이십여명 정도의 여행객들이 음식을 나누며 담소
를 즐기고 있는 모습이 보였는데, 장천은 혈마와 함께 비어있는 자리로 향했다.
그들의 옆에는 무인 두사람이 술을 나누며 담소를 즐기고 있었는데, 자리에 앉
으려던 장천은 그들에게서 예상치도 못한 말을 듣게 되었다.
"쯧쯧..세상이 어찌 돌아갈련지 감숙의 쌍도문이 무너졌으니 이제 피바람이 불
겠군."
"!!"
감숙의 쌍도문이 무너졌다는 말에 장천은 그들에게 다가가서는 놀란 표정으로
물어 보았다.
"감숙의 쌍도문이 무너졌다니? 그것이 사실입니까?"
두 사람의 무인은 갑자기 옆에 있던 청년이 큰 소리로 물어보자 조금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청년의 허리에 두개의 도가 걸려 있는 것을 보고는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런...쌍도문의 문도인가 보군."
"쌍도문이 무너졌다니 무슨 소리입니까?"
장천의 물음에 구렛나루 수염을 기룬 무사가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나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소문을 듣자하니 이주일 전쯤에 복면인들에게 쌍도문
이 습격을 당했다고 하더군."
"그런..."
장천은 순간 다리에 힘이 빠지는 듯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이 없는 동안 설마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어르신..."
"알겠네, 일단 최대한 빨리 쌍도문으로 가보도록 하세."
장천의 말에 혈마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고, 두 사람은 객잔의 밖으로 나가
감숙으로 향했다.
밤낯을 가리지 않고 감숙으로 향했기에 두 사람은 이주일 만에 감숙성에 도착
할 수 있었지만 불타다 남은 전각만이 남아 있는 쌍도문의 모습을 보며 장천은
허망한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이럴수가..."
자신이 떠나올 때의 그 거대한 전각의 모습은 이제 타다 남은 검은 목재만이
흉하니 남아 있을 뿐이였으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떨리는 다리를 이끌고 안으로 들어선 장천은 부모님이 살고 있는 금오각으로
향했는데, 그곳 역시 처참하리 만큼의 폐허가 되어 있는지라 그 자리에서 쓰러
지고 말았다.
"어떻게..이런 일이.."
한참을 그렇게 폐허가 된 금오각을 봐라보던 장천은 무슨 생각이 났는지 자리
에서 일어나서는 쌍도문의 뒷산으로 몸을 날렸다.
"어디로 가는건가?"
"만약의 경우를 위해 본문의 뒷산에 피신처를 만들어 놓은 것이 있는데, 그리고
가볼 생각입니다."
혈마의 물음에 장천은 급하게 대답을 하고는 몸을 날렸다.
한참을 산을 올라가자 우거진 수풀 사이로 거대한 동굴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
했는데, 그곳에서 사람의 인기척이 들려오자 살아 남은 사람이 있다는 생각에
급히 그곳으로 몸을 날렸다.
"누구냐!!"
갑자기 수풀에서 사람이 튀어나오자 네명의 남자가 쌍도를 뽑아 들고는 고함을
쳤는데, 장천은 그들의 모습을 보고는 크게 반가워하며 말했다.
"명진! 나일세 장천!"
"아! 소주!"
명진은 장천과 안면이 있는 삼대제자였는지라 그는 장천을 알아보고는 크게 반
가운 표정을 지으며 소리쳤다.
"소주께서 돌아오셨습니다!!"
장천이 돌아오자 그곳에 있던 문도들은 동굴을 향해 소리치니 그곳에서 수십명
의 사람들이 나와서는 장천을 보며 크게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다.
"소주!!"
하지만 장천의 모습을 본 사람들은 이내 두 눈에서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니 반
가움과 함께 지금에 처한 상황이 너무나 서글펐기 때문이였다.
"흑흑흑..소주..."
"도대체 어찌 된 일입니까?"
장천은 그들에게 연유를 물어 보았는데, 그 때 사람들 사이로 초췌한 모습의 여
인이 모습을 드러내자 그는 크게 놀란 목소리로 외쳤다.
"어머니!!"
"천아!!"
장천은 초췌한 모습의 어머니에게 달려가서는 큰절을 하고는 말했다.
"어머니..이 불효자를 용서해 주십시요."
"천아.."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장천은 눈물을 멈출 수 가 없었다.
자신이 방황을 하며 밖으로 나가 있는 동안 어머니가 이렇게 말랐다는 것을 참
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도록 하자꾸나."
"예."
"그런데 사숙 저 사람은?"
"나에게 도움을 준 어르신이네."
"아!"
장천의 말에 문도들은 혈마를 보며 포권을 쥐고는 정중하게 맞이했다.
어머니와 함께 동굴로 들어간 장천은 지금까지의 일을 모두 들을 수 있었는데,
문주인 등평 사백이 죽었다는 말에 비통함을 참을 수가 없었다.
"이떻게...!!"
"식솔들과 함께 간신히 이곳으로 몸을 피신할 수는 있었지만 복면인들의 정체
가 밝혀지지 않은지라 공동파의 사람들이 왔어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단다."
"철사방 쪽으로 간 아버지와 무림맹 쪽에 있는 사람들은 어찌 되었습니까?"
아들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사람을 보내보았지만, 아직 소식이 없구나."
"그런... 적어도 무림맹 쪽의 사람들은 벌써 이곳에 도착하고도 남을 시간이 아
니였습니까?"
"아마 무림맹도 이번 일에 관련이 되어 있는 것 같구나."
"크윽!!"
임아란의 말에 장천은 분노가 치솟아 오를 수 밖에 없었다.
그 동안 쌍도문은 무림맹에 상당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는데, 설마 그들이 배반
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구양사백님과 양사백님은?"
"두분께도 사람을 보냈으니 아마 몇주후면 소식이 있으리라 생각이 된단다."
두분의 사백이 안전하다면 쌍도문의 재건은 별 문제가 없을 것이란 생각에 장
천은 불행중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자신을 아들처럼 아껴주었던 등평 사백과 등소소와 남궁소화가 죽음을
당했다는 소식을 들은 장천은 노기를 참을 수가 없었으니 본문을 공격한 자에
게 피의 복수를 다짐하게 되었다.
장천이 돌아오자 피신처에 있던 사람들은 조금은 활기를 띄기 시작했는데, 쌍도
문의 대를 이을 후계자가 무사히 살아 돌아왔다는 것은 그만큼 희망이 남아 있
다는 뜻이기 때문이였다.
장천이 가장 먼저 한 것은 주변에 와 있는 정파의 무사들을 찾아가는 것이였다.
쌍도문의 피신처의 주변에는 오립산이 만든 기문둔갑진이 펼쳐져 있기 때문에
그 진을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고선 출입이 어렵기 때문에 정파의 무사들도 이
곳을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현재에 남아 있는 사람들 중에서 제대로 싸울 수 있는 사람은 이십여명 정도
밖에 되지 않는지라 만약 이 상태에서 기문둔갑이 파해되기라도 한다면 그나마
남아 있는 식솔들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외부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
이였다.
그런 이유로 믿을 수 있는 정파의 무리를 찾기 시작했으니 그가 가장 먼저 향
한 곳은 공동파에서 파견된 사람들이였다.
다른 정파는 모르지만 적어도 오립산과 크게 안면이 있는 천무성자가 문주로
있는 공동파는 믿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