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152화 (153/355)

제 29 장 쌍도문의 멸문 (4)

"자네들이 이곳에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군, 적어도 이런 비열한 책략에 협조

할 자들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등평은 휘청거리는 다리를 바로 잡고는 자세를 잡고 흑백쌍노를 보며 말했다.

"오랜 시간이 흘렀군, 처음 자네와 우리 형제들이 만났을 때를 생각하면 말이

야."

백노는 등평은 보며 회상에 잠겼다.

처음 패쌍도 등평을 만난 것은 대사련에 두 형제가 이름이 오른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다.

당시의 쌍도문은 오립산이 문주로 있을 때로, 감숙성에서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은 문파였기에 대사련의 하위문파와 함께 쌍도문의 세력을 흡수하기 위해 움

직였지만, 어이없게도 이름 없는 문파인 그들에게 사파 거두의 제자인 그들은

패배를 하고 말았다.

그 이후로 두번의 대결이 더 있었지만 그 당시 흑백쌍검이란 이름을 가진 그들

은 등평에 이어 연이은 패배를 당하고 대사련으로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이십년이 넘는 끝에 연공을 마치고 돌아온 그들은 대사련에서 흑백쌍노란 이름

으로 사파의 거두가 될 수 있었지만, 과거 등평과의 싸움에서의 패배는 아직까

지도 잊지 않고 있었다.

"이번 일은 련주의 명령인지라 우리 같은 이야 따를 수 밖에 없는 일이였지."

"자네와 제대로 된 대결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야."

자신들을 보며 살기를 띄워 노려보는 등평을 보며 흑백쌍노는 검을 뽑아 들고

는 천천히 그의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큭..."

흑백쌍노의 합격술은 흑살검과 백생검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흑살검은 빠른

속도로 적을 요혈을 노리며 공격해 들어오고 백생검은 적의 공격을 방어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흑백쌍노의 합격술은 쌍둥이인 그들의 공수합격이 마치 한몸처럼 이루

어지기 째문에 상대할 자가 드물었는데, 두개의 도를 사용하는 등평에게는 이러

한 공수합격술이 통하지 않았던 것이다.

흑백쌍노는 이런 이유로 등평에게 세번의 패배를 당하게 되었고, 대사련 내에서

의 연공으로 등평의 쌍도술을 파해할 수 있는 공수합격술을 연성하게 된 것이

다.

흑노의 검술은 쾌, 백노의 검술은 변의 형태를 지니고 있었지만, 수십년간의 연

공으로 두 사람은 각기 서로의 장기인 쾌와 변을 익혀 공수합격술의 경지를 끌

어올린 것이다.

[채재쟁!!]

흑백쌍노의 공격이 시작되자 등평은 자신의 절기이기도한 패왕도법을 사용해서

는 강기를 뿌리며 그들을 공격했지만, 이내 흑백쌍노의 검에 막혀버리고 말았

다.

그의 패도적인 검강의 위력이 한사람에게는 통할지 모르지만 두 사람의 방어에

는 막히고 말았던 것이다.

"패쌍도 등평, 지금 역시 우리 한사람의 힘으론 너의 공격을 막을 수 없지만,

우리 두사람이 합치면 너의 패도적인 검강을 막을 수 있다 생각했지."

"큭!!"

흑노의 말에 등평은 이를 악물고, 다시 공격을 시도했지만, 독에 중독되었는지

라 이내 무릎을 꿇고 말았다.

온 몸이 독에 중독되어 있는 지금, 방금전의 검강은 마지막 힘을 다했던 공격이

였던 것이다.

흑백쌍노는 무릎을 꿇은 등평에게 다가가서는 그의 몸에 검을 가져가며 말했다.

"이것으로 자네와 우리의 연은 끝이 나겠군."

그 말이 끝남과 함께 검은 등평의 목줄기를 파고 들었고, 대지는 피로 붉게 물

들어갔다.

"쌍노 어르신 쌍도문 내에는 이제 살아있는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쌍도문의 식솔들은 대부분을 탈출을 했겠지?"

"상당수가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비밀통로가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전각을 불태워라. 무림에서 쌍도문의 이름을 지우도록 하자꾸나."

"알겠습니다."

흑노의 명령을 받은 무사는 빠른 속도로 움직이니 감숙성의 양대산맥으로 이름

을 날리던 쌍도문의 수많은 전각들은 이제 불길에 휩싸여 하늘마저 붉게 물들

여가기 시작했다.

한편 비밀통로를 통해 빠져나간 쌍도문의 식솔들은 문파가 위치한 뒷산에서 불

타고 있는 전각들을 보며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흑흑흑..."

여기저기서 서러운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있었으니 장춘삼의 아내인 임아란은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사람들을 보며 소리쳤다.

"이게 무슨 소란인가!"

"태사숙모님..."

"자네들이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죽어간 동문들을 모욕하는 일이라는 것을

모르는가! 일어나시게 우리에겐 아직 일이 남아 있지 않은가!"

몇몇의 무인들 외에는 모두 여인들과 아이들만이 남아 있는 이곳에서 임아란은

이들 중 가장 높은 사람이라 할 수 있었기에 무너진 모습을 보일 수 없었다.

"할머니!! 엄마가 많이 아픈가봐요!"

그 때 곽무진의 아들이자 그녀의 손자인 곽연이 울음을 터뜨리며 말하니 급히

소화에게 달려가니 그녀는 허리에 피를 흘리며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신음을 하

고 있었다.

"소화야!"

"어머니..."

남궁소화는 임아란이 다가오자 고통스러운 표정을 감추며 미소를 지어보려고

애썼지만, 이내 미소는 사라지니 임아란으로선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다.

남궁소화는 쌍도문의 식솔 중에서도 무공이 높은 축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다

른 여인들과 아이들을 피신시키느라 가장 마지막에 위치해 있었는데, 전각이 불

타는 와중에 통로가 무너지면서 큰 부상을 입고 말았던 것이다.

내장이 밝으로 나올 정도로 심한 부상임에도 자신을 보며 미소를 지으려는 딸

을 보며 그녀의 눈에선 눈물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현아는..."

현아는 남궁소화가 이번에 낳은 아들로 태어난지 돐도 되지 않은지라 그녀는

현아에 대해서 물어 볼 수 밖에 없었고, 임아란은 문도의 손에 안겨 있는 현아

를 그녀의 곁으로 데려다 주었다.

"현아는 무사하단다.."

"다행이에요...흑흑..."

자신이 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녀로선 아직 돐도 되지 않은 아이를 두

고 간다는 것이 마음에 아플 수 밖에 없었다.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현아를 감싸안는 그녀였으니 어두운 하늘과 함께 정적으

로 감싸여진 숲에선 아이의 울음소리만이 울릴 뿐이였다.

그렇게 아이를 품에 안으며 남궁소화는 숨을 거두었고, 그녀의 죽음을 알기라도

하는 듯 아니는 더욱 크게 울음을 터뜨릴 뿐이였다.

임아란은 어머니를 여읜 현아를 가슴에 안고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태사숙모님..."

"...식솔들은 대피시키도록 하게..아직 이곳은 안전하지 못하니 말일세.."

"알겠습니다."

임아란의 명령에 그녀에게 다가갔던 무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하고는 다

른 문도들에게 지시를 내리며 미리 만들어 놓았던 쌍도문의 대피소로 사람들을

대피시키기 시작했다.

다음날 쌍도문의 멸문은 전 무림에 큰 파도를 일으켰으니 구파일방에 버금갈

정도의 대문파가 하루아침에 사라졌다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기 때문이였다.

하오문과 개방에 의해 사방으로 퍼지게 된 쌍도문 멸문의 소식은 얼마 지나지

않아 무림맹과 구파일방에게도 전해지니 쌍도문의 연이 있는 자들은 이 엄청난

소식을 믿을 수가 없었다.

가장 먼저 소식이 전해진 곳은 쌍도문와 함께 감숙성에 위치한 공동파로 천무

성자 양세기는 문도들이 전해온 소식을 듣고는 크게 놀란 표정을 지으며 되물

을 수 밖에 없었다.

"무어라 했느냐? 쌍도문이 어찌 되었다고?"

"개방에서 온 자에 의하면 어젯밤 의문의 복면인들의 습격으로 쌍도문의 공격

당했다합니다. 날이 밝은 후 개방의 방도들이 그곳을 샅샅히 뒤져보았는데, 살

아 남은 이는 단 한사람도 없다 들었습니다."

개방이 보낸 전령이라면 결코 헛소문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천무성자로선 뭐라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아..어찌 이런일이 구천에 있는 친구의 얼굴을 어찌 본단 말인가.."

천무성자 양세기는 오립산의 오랜 친구였기에 그의 문파가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자 구천에 있을 친구의 얼굴을 생각하며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

"문강아..."

"예. 문주."

천무성자는 한참을 그렇게 고개를 숙이고 있다 옆에서 시립해 있던 파사대협

우문강을 불렀다.

"속히 문도들을 모아 쌍도문으로 향하도록 하거라."

"알겠습니다."

천무성자는 그 와중에 부상당하거나 살아남은 사람이 있을 것이라 생각을 하고

는 사람을 보내기로 결정했고, 우문강은 포권을 쥐어 인사를 하고는 밖으로 나

갔다.

"살아 남은 사람이 없다면, 분명 문파에 남아 있던 오립산의 수제자 등평이 죽

었을 것은 분명할터...이일을 어찌한단 말인가.."

천무성자로선 이번 일로 이어질 쌍도문에 복수에 걱정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쌍도문은 무림 문파로도 이름을 날리고 있었지만, 유림과 관과도 연줄이 있는

문파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정사의 사이에 있었음에도 구파일방이 정파로 인정을 한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였으니 등평이 죽었다면 나머지 세명의 사형제들이 가만히 있

지 않은 것은 분명했기 때문이다.

관과 연줄이 있으며 유림과도 인연이 있는 구양생과 대사련을 제외한 사파에

속하는 문파들과 하오문에 속하는 정보를 한 손에 잡고 있는 양우생, 무당과 소

림은 물론 거의 대부분의 구파일방과 정파의 중소문파와 손이 닿아 있는 장춘

삼이 등평의 죽음으로 무림에 대한 복수를 생각한다면 수십년 전에 있었던 정

사대전보다 더 많은 피가 강호에 뿌려질 것은 당연한 일이였다.

이러한 쌍도문을 건드릴 수 있는 조직이라면 무림을 세개로 양분하고 있는 세

력 외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마교, 대사련, 무림맹 그 중 하나이거나 전부 일수도 있다. 도대체 왜 그들이

이런 일을 저지른 것인지 알 수가 없군.'

천무성자는 이번 일을 해결할 방도를 생각해 보았지만, 좀 처럼 떠오르지 않는

지라 답답할 수 밖에 없었으니 잠시 후 문도 한명이 방안으로 들어왔다.

"문주님께 인사드립니다."

"무슨 일인가?"

"혈비도 무랑이 무림에 모습을 드러낸 것 같습니다."

"혈비도 무랑?"

문도의 말에 천무성자는 크게 놀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

"혈비도 무랑이라니 그게 무슨 말인가?"

"외부로 나와 있던 문도가 가져온 소식에 의하면 삼주전 부터 사파의 정파의

중소문파의 중요인물이 암살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있었다고 하는데, 그들의 사

인은 한결 같이 비도에 의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 사건과 맞물려서 혈비도 무랑

과 쌍도문이 손을 잡았다는 소문도 함께 돌고 있었던 것으로 보아 이번 쌍도문

의 혈사는 이것과 관련이 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되옵니다."

"혈비도 무랑...혈비도 무랑.."

무림의 공포라고 할 수 있는 혈비도 무랑의 이름을 계속 되뇌이던 천무성자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는 말했다

"개방에 사람을 보내어 근래 들어 혈비도 무랑과 관련되어 있는 모든 정보를

모아오도록 하게."

"예."

'아무런 이유 없이 혈비도 무랑과 쌍도문의 소문이 나돌리는 없다. 분명 무슨

연관이 있을 것은 분명할 터...도대체 어떤 조직이 무엇을 노리고 이런 일을 행

하고 있단 말인가..답답하다..'

한편 혈마와 암영자등과 함께 마교의 총단에서 빠져나온 장천은 내상을 어느정

도 치유하고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여긴..."

"마교의 총단을 벗어난 곳이네."

"아...총단을 빠져나왔군요..다행입니다."

율명과 혈마의 얼굴을 보며 장천은 그들이 살아서 총단을 빠져나왔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상당한 내상을 입고 있었던지라 일이 있은 후 몇주가 지난 상태였지만, 아직 몸

을 움직이면 통증이 밀려오는지라 미간을 찌프릴 수 밖에 없었지만, 간신히 몸

을 움직여 동굴의 벽에 들을 기댄 장천은 혈마를 보며 물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