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151화 (152/355)
  • 제 29 장 쌍도문의 멸문 (3)

    자정이 넘는 시간 쌍도문의 외곽으로 수백이 넘는 인형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

    었으니 그들은 한결같이 병장기와 함께 얼굴을 복면으로 가리고 있었다.

    복장 역시 가지각색이였지만, 모두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모인 사람들이였으니

    바로 감숙성의 양대산맥의 하나인 쌍도문을 멸문시키기 위함이였다.

    "평상시라면 모를까. 문도의 대부분이 무림맹과 철사방 쪽의 일로 나가 있는 지

    금 우리들의 습격을 막지는 못할 것이외다."

    "과연 이런 방법이 옳은지는 모르겠지만, 이것으로 무림은 한동안 혈풍 속에 잠

    기겠구려."

    검은색의 장삼을 입은 두명의 무인이 멀리 보이는 쌍도문의 불빛을 보며 이야

    기를 나누고 있었으니 그들의 손에는 똑같은 모양의 검이 들려 있었다.

    흑검과 백검, 복면으로 가리고 있어 알 수는 없지만, 몸에서 뿜어 나오는 기도

    는 범상치 않은 것이였다.

    "쌍도문을 멸문시킨다면 꽤 재밌는 일이 벌어지겠지요."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두사람의 뒤로 두개의 연편을 들고 있는 무인이 모습을

    드러내니 검을 든 두명의 무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자신들의 식솔들이 죽음을 당한다면 아마 쌍도문은 전 무림을 상대로 검을 들

    겠지요."

    "그렇습니다."

    "쌍도문과 연이 닿아 있는 무당이나 공동, 개방, 사천당가 등의 움직임은 어떠

    리라 생각하십니까?"

    "흔적을 남기는 녀석들의 문파는 역시 그들에 의해 멸문을 면치 못하겠지만, 독

    문이 원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였습니까?"

    "후후후 역시 흑백쌍노시군요."

    "독문의 호법인 쌍두연편 구랍만 하겠소이까."

    흑백쌍노, 대사련에 적을 두고 있는 무림 고수로 대사련의 십대거두 중에 속해

    있는 인물이였다.

    흑검과 백검의 사이에 갇힌 자는 죽음을 면치 못하리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그

    들의 협격술은 상당한 경지에 이르렀는데, 그런 그들이 쌍도문의 공격에 가담하

    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 쌍도문의 공격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은 혈비도 무랑에 의해 문내에 중

    요 인물들이 목숨을 잃은 대소문파와 함께 남만의 독문, 대사련의 중소문파, 그

    리고 마교의 암혈당이 참여하고 있었기에 그 수는 수백에 이르고 있었다.

    문의 정예들이 외부로 빠져나가 있는 쌍도문으로선 숫적으로나 질적으로나 그

    들을 막을 힘이 없었으니 흑백쌍노와 구랍은 이번 싸움에선 절대 패배가 없으

    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본인은 얼마 있지 않아 있을 쌍도문 문도들이 주도할 정사대전과 피의 복수를

    행할 혈비도 무랑에게 기대를 하고 있소이다."

    "쌍도문의 문도들이 정사대전은 이해할 수 있으나 과연 혈비도 무랑이 나타나

    겠습니까?"

    "마교가 대사련으로 보낸 정보가 사실이라면 혈비도 무랑의 제자가 가만히 간

    과하고 있지는 않겠지요."

    구랍의 말에 흑백쌍노는 말 없이 고개를 돌려 쌍도문 쪽을 봐라 보았다.

    "이제 시간이 되어가는군요."

    "시작해 볼까요?"

    흑백쌍노의 말에 구랍은 품에서 피리를 꺼내어서는 불었고, 조용한 밤 하늘을

    울리며 피리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순간 수백이 넘는 인형들은 각기의 병장기를 들고는 쌍도문의 전각을 향해

    몸을 날리기 시작했다.

    "습격이다!!"

    [땡 땡 땡!!]

    적의 습격을 알리는 종 소리가 쌍도문에 울려퍼지고 있었으니 이미 만반의 준

    비를 마친 복명인들의 습격을 막을 수는 없었다.

    [챙챙!!]

    병장기가 부닥치는 소리가 쌍도문을 시끄럽게 만들며 여기저기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문주!!"

    "방금 전 종소리는!!"

    "복면인들이 본문을 습격해 왔습니다."

    "이런! 수는 어느정도 되는 것 같더냐?"

    "족히 수백은 넘는 듯합니다."

    "수백?!"

    등평으로선 문도의 말에 크게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수백이 넘는 자들이 습격을 해왔다면 단순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본문을 포기하는 한이 있어도 식솔들을 보호해서 통로를 통해 빠져나가라!"

    "하지만!"

    "이따위 전각이야 식솔들만 무사하다면 충분히 다시 세울 수 있다! 뭐하느냐!"

    "알겠습니다!"

    등평의 명을 받은 문도가 빠른 속도로 명령을 알리러 떠나자 그는 옷을 갈아입

    고는 두개의 쌍도를 들고는 밖으로 뛰어나갔다.

    "아버지!"

    "소소야! 너는 금오각으로 가서 숙모와 함께 이곳을 빠져나가도록 하거라!"

    "하지만!"

    "이 아비 혼자라면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거라!"

    "예.."

    등소소는 마음이 놓이지는 않지만, 아버지은 등평의 무공을 잘 아는지라 급히

    금오각을 향해 몸을 날렸다.

    한편 장춘삼의 가족들이 살고 있는 금오각에서도 복면인들이 기습을 해왔으니

    금오각의 정원은 이미 피로 물들고 있었다.

    "어머니!"

    "소화야! 아이들을 데리고 먼저 피하거라!"

    "예!"

    남궁소화는 자신을 공격하는 복면인의 허리를 베어 넘기고는 급히 어머니가 있

    는 곳으로 뛰어갔는데, 임아란 역시 한 때 여류고수로 이름을 날렸던 인물이였

    기에 복면인들보다는 한 수 위의 솜씨를 보이고 있었지만, 오랜시간 무공을 연

    성하지 않은 까닭에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그녀로선 갑자기 몰려든 복면인들의 습격에 정신을 못차릴 정도였지만, 소화와

    아이들이 도망갈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서 온 힘을 다해서 적을 쓰러뜨리고 있

    었다.

    "태사숙모께서는 몸을 피하십시요. 이곳은 저희가 맡겠습니다!"

    십여명의 복면인들을 쓰러뜨렸을 때 임아란의 곁으로 다섯명의 무사들이 뛰어

    오니 그녀는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아니네, 소화가 아이들과 같이 있을테니 일단 그 아이를 먼저 피신시키도록 하

    게."

    "...알겠습니다. 너희 둘은 안채로 들어가서 제수씨와 조카들을 피신시키도록 하

    여라!"

    "예."

    두 사람의 삼대제자를 안채로 보낸 그는 임아란에게 접근하는 복면인들을 베어

    넘기며 말했다.

    "문주께서 제일 식솔들의 안전을 제일 우선하라 명령하셨습니다. 태사숙모께서

    지금 피하시지 않는다면 저희 역시 이곳을 피할 수 없으니 부탁드립니다."

    "그런..알겠네."

    자신 때문에 이들이 피할 수가 없다는 말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안채로

    몸을 날렸고, 그녀의 앞을 막은 삼대제자는 나머지 두 사람과 함께 안채로 들어

    서는 입구를 가로 막고는 말했다.

    "지금부터 아무도 이곳으로 들어서지 못하게 하여야 한다. 태사숙모께서 몸을

    피하신다면 우리가 죽더라도 장태사숙께서 우리의 복수를 해주실 것이다!":

    "예!"

    그의 말에 다른 문도 역시 비장한 각오로 의기를 다지니 그들의 앞으로 수십명

    의 복면인들이 병기를 빼들고는 공격해 들어오기 시작했다.

    "끄아악!!"

    "꺄악!!"

    하지만 쌍도문 문도들의 결사의 항전에도 불구하고 문내의 힘없는 여인들이나

    아이들은 그들에 의해 쓰러지고 문도들 역시 압도적인 복면인들의 숫자에 눌려

    죽음을 면치 못했다.

    "끼아악!!"

    "흐흐흐!!"

    문주의 딸인 등소화는 금오각으로 가는 도중 복면인들의 습격을 받고 말았다.

    부서진 전각의 뒤로 쓰러진 그녀는 이제 움직일 힘조차 없었으니 복면인은 음

    흉한 웃음소리를 내며 그녀에게 덮쳐서는 옷을 찢어발기기 시작했다.

    "끼야악! 저리 가!"

    그녀는 필사적으로 그의 품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쳤지만, 이내 복부에 큰

    충격이 밀려왔고, 숨조차 쉬지 못할 정도의 고통이 밀려왔다.

    "흐흐흐! 귀여운 년!"

    움직일 수조차 없는 몸이 되어버린 그녀의 옷은 이제 갈기갈기 찢어져버리니

    나신이 된 몸은 복면의 남자에게 더러운 손에 의해 더럽혀지고 말았다.

    이러한 약탈과 부녀자들의 강간은 여기저기서 이루어지고 있었으니 이들의 모

    습을 보던 흑백쌍노는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부서져가는 전각 안에서 등소소의 몸을 더럽히던 복면인은 한 순간 누군가 뒤

    에 나타났다는 생각에 고개를 돌렸으나 이내 섬광과 함께 목이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더러운 녀석이로군."

    "대사련의 하위문파의 놈들인 것 같군요."

    그의 목을 친 이는 이번 쌍도문의 공격을 지휘하고 있는 대사련의 고위간부인

    흑백쌍노였으니 흑노는 나신의 몸으로 촛점 없는 눈이 되어버린 등소소를 보며

    혀를 차며 말했다.

    "쯧쯧. 쌍도문 문주의 딸이자 강북오미의 한명이였던 등소소라는 아이로군."

    "이 정도의 미모이니 저 녀석이 몸을 탐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나. 무림인으로

    힘없는 아녀자들을 강제로 취하려 하다니 녀석을 벤 검이 더럽혀진 느낌입니

    다."

    백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흑노는 검을 들어서는 그녀의 목을 찌르니 한 순간

    고통에 의한 신음과 함께 입에서 피를 쏟으며 그녀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이것이 내가 해줄 수 있는 최대의 배려로군."

    "독문의 구랍이 등평을 상대하고 있을 듯 하니 이만 자리를 뜨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그러지."

    흑백쌍노는 더럽혀진 몸으로 죽어간 등소소의 얼굴을 한번 보고는 쌍도문의 문

    주라는 등평이 있는 곳으로 몸을 날렸다.

    "헉헉헉!"

    "연환도격!(連環刀擊)"

    "큭!!"

    쌍도문의 본전으로 향하는 길에서는 수십명의 복면인과 쌍도문의 문도들의 시

    체 위에서 두사람의 무사가 싸우고 있었으니 두자루의 검을 들고 상대를 압박

    하고 있는 무인은 바로 쌍도문의 문주인 패쌍도 등평이였다.

    등평의 상대는 독문의 호법인 쌍두혈편의 구랍이였는데, 그의 연편은 이미 갈기

    갈기 찢겨져 손잡이만이 달랑 남아 있었으니 그와 등평간의 무공의 차이를 말

    해주고 있었다.

    등평은 다리와 옆구리에 상처를 입고 있었지만, 치명상은 아니였기에 쉬지 않고

    쌍두혈편의 구랍을 밀어붙였다.

    "과연 쌍도문의 문주로군!"

    "흥! 네 녀석의 손에 들린 혈편을 보아하니 독문의 잡종녀석인 듯 하구나, 철사

    방의 일은 본문을 습격하기 위한 미끼였는가?"

    "후후 원래는 그런 계획은 없었으나 일이 진행되다 보니 이렇게 가게 되었군

    요."

    다리에 긴 도상을 입은데다가 무기조차 없었지만, 구랍은 자신의 유리한 것 같

    은 모습을 취하고 있었는데, 그의 웃음이 이상하다고 생각한 등평은 잠시 후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큭! 설마..독?"

    "후후후 이미 쌍도문 전역에는 독문에서 가져온 독이 퍼져 있소."

    "이런..."

    등평은 근육이 마비되는 것 같은 증상을 느끼며 이것이 산공독의 일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급히 쌍도문의 해독단을 입에 넣었지만, 이미 해독하기에는 독이 너무 많이 퍼

    져있는지라 쌍도를 쥐고 있는 손의 힘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흥! 네 몸이 부서지는 한이 이어도 네 녀석의 목은 베고 죽으리라!!"

    등평은 자신을 조롱하는 듯한 그의 목소리에 노기를 느끼며 몸을 날리니 구랍

    은 그의 일격을 피하지 못하고 죽음을 당할 위기에 처했다.

    [채재쟁!!]

    하지만 그를 돕기라도 하는 듯 두개의 흑백의 검이 등평의 쌍도를 막으니 검의

    모습을 확인한 등평은 크게 놀란 목소리로 소리쳤다.

    "흑백쌍노?"

    "오랜만이군. 패쌍도 등평."

    등평의 말에 흑백쌍도는 억양없는 목소리로 대답을 하고는 그의 도를 튕겨내고

    가볍게 구랍의 뒷덜미를 잡고는 뒤로 몸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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