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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비도무랑-150화 (151/355)
  • 제 29 장 쌍도문의 멸문 (2)

    무림맹 정검단이 갑작스럽게 쌍도문의 문도들이 머물고 있는 곳을 습격할 무렵

    맹의 고위 간부들이 머물고 있는 청룡관의 한 쪽에선 두사람의 남자가 담소를

    나누며 술을 들고 있었다.

    흑발의 긴 수염을 드리우고 있는 중년인은 백화주가 가득 담겨 있는 잔을 들어

    마시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로서 독문의 가장 문제거리였던 녀석들이 사라지겠구려, 축하하오."

    "모두가 구룡각주의 덕분이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구룡각, 호북에서 크게 이름을 떨치고 있는 문파의 하나로 구파일방에 미치지는

    못한다고는 하지만 각주인 민도형의 무공은 강북십웅의 세번째 서열에 오를 만

    큼 뛰어난 무공을 소유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흑발의 긴 수염을 드리우고 있는 중년인이 바로 구룡각의 각주 민도형이였으니

    그의 앞에는 화상으로 인해 일그러진 모습의 남자가 흉찍한 미소를 짓고는 민

    도형의 잔을 채워주고 있었다.

    화상으로 인해 흉찍한 몰골의 남자는 사천당가와 함께 독의 양대산맥 중의 하

    나인 남만 독문의 문주인 사도경이였으니 정파에 속하는 무림맹의 간부와 세외

    무림으로 사파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 독문의 간부의 만남이였다.

    "이번 일의 답례로 보름 후 쯤에 오백관의 황금이 구룡각으로 보내질 것입니

    다."

    "하하하 댓가를 바라고 한 일은 아니라오."

    하지만 오백관의 황금이란 말에 민도형의 얼굴에는 탐욕스러운 미소가 흘러나

    오고 있었으니 사도경은 속으로 그에게 비웃음을 던져주고 있었다.

    '어리석은 것, 우리의 일이 성공한다면 네 녀석의 오백관의 황금이 아니라 천관

    의 황금을 바처야 할 것이다.'

    손을 잡았다고는 하지만 사도경은 구룡각주인 민도형을 자신의 편으로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나저나 철사방 쪽이 일은 잘 진행이 되었는지 궁금하구려."

    "후후후 어차피 철사방이야 외부의 이목을 돌리기 위한 희생양일 뿐입니다."

    "하하하 과연 독문의 문주구려."

    사도경의 말에 그는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리고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본인은 이만 돌아가도록 하겠소. 일이 일인만큼 직접 손을 대야 하는 일이 많

    은 것 같아서 말이요."

    "그럼 구룡각주만 믿겠습니다."

    "하하하하."

    웃음을 지으며 나가는 구룡각주를 공손이 마중을 한 사도경은 가볍게 손가락을

    마주쳐서 소리를 내자 두명의 인형이 그의 뒤로 모습을 드러내었다.

    "쌍도문에서 보낸 녀석들은 잘 처리했겠지?"

    "예."

    사도경이 말한 자들은 곽무진이 쌍도문과 철사방 쪽으로 서신을 전달하기 위해

    보낸 문도들이였으니 그들은 이미 독문의 무사에 의해 죽음을 당했던 것이다.

    "크크크 천마가 아주 일을 재밌게 만들어 주는군."

    서신을 전달한 자들을 처리했다는 보고를 들은 사도경은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천마를 언급하니 그 둘 사이에는 이미 거래가 있었던 것이다.

    "철사방 쪽의 문도들을 철수시키고, 대사련에 연골독을 전달하도록 해라. 쌍도

    문을 처리하는데 큰 도움이 될 듯 하니 말이다."

    "예."

    사도경의 명령이 떨어지자 두 사람은 고개를 숙여 대답을 하고는 마차 안개처

    럼 방안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챙!! 채재쟁!!]

    귀를 째는 듯한 병기의 마찰 소리가 울리는 가운데, 대지는 수많은 무인들의 피

    로 물들고 있었으니 바로 철사방과 사천당가 쌍도문등의 정파연합과의 싸움이

    였다.

    지리적 이점을 이용한 철사방은 전반기에는 정파 연합을 상당히 괴롭혔지만, 광

    무자의 이준이 철사방이 준비한 함정들을 모두 파해함으로써 싸움은 정파 연합

    이 유리한 쪽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싸움이 시작된지 한달이 넘어가는 시점, 정파 연합은 드디어 철사방의 본거지를

    파악하고 총공격을 가했으니 오백명에 이르는 철사방의 문도들은 정파연합의

    무사들에 의해 거의 반 수 이상이 죽음을 당했고, 이제 싸움은 막바지에 이르렀

    다.

    "대사형!"

    "아! 이사제. 다친 곳은 없는가?"

    "철사방의 삼류잡배들을 상대하는데 무슨 문제가 있겠습니까."

    "그럼 다행이지. 아! 유부인은 안전한 곳으로 잘 모셨는가?"

    "예. 문도들 중 몇명을 유부인이 거처하는 곳으로 보냈으니 큰 문제는 없을 듯

    합니다."

    "음..."

    광무자는 유부인의 이야기를 할 때 이준의 얼굴에 밝아지는 것을 보며 조금 안

    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상하군요. 독문의 무사들의 모습이 보이지를 않으니 말입니다."

    "나 역시 그것이 조금 이상하던 차였네, 사천당가가 있다고 해도 독문의 독에

    상당히 고전하리라 생각했는데 말이야."

    이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에 잠긴 광무자였지만, 좀처럼 독문의 속셈을

    알 수가 없었다.

    "아! 여기들 다 모였군."

    "장사숙님."

    장춘삼이 피로 물든 쌍도를 들고 다가오자 두 사람은 포권을 하며 반갑게 그를

    맞았다.

    "무슨 이야기들을 그리 심각하게 하는가?"

    "독문의 무사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조금 이상하다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

    습니다."

    "음. 나 역시 마찬가지이네, 아무래도 독문이 철사방을 이용한 것 같은 기분이

    드는군."

    "그렇습니다. 하지만 철사방이란 존재를 아무런 이유 없이 버릴 독문이 아닌지

    라 조금 걱정이 되는군요."

    광무자는 심각한 어조로 장춘삼을 보며 이야기를 했다.

    "음...사천 당가의 일을 생각하면 독문의 무슨 짓을 할지 걱정이 되는데...일단은

    당대협에게 이야기를 해서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야 겠군."

    "그러는 편이 좋을 듯 합니다."

    "아! 그리고 이 사질."

    "예."

    "듣자하니 자네가 아름다운 여인을 보호하고 있다고 하던데 사실인가?"

    "아! 유부인을 말씀하시는가 보군요. 예. 대사형과 길을 가다 우연히 만나게 된

    사람입니다."

    "음.."

    장춘삼 역시 이준이 그 여인을 말할 때의 표정을 보며 미간을 찌프리고는 말했

    다.

    "아무래도 자네가 성혼 할 때가 된듯 하니 본문으로 가면 내 사람을 알아보도

    록 하겠네."

    "사숙어른."

    "자네의 혼기가 조금 늦었다고는 하나 본문의 이름과 자네의 가문이라면 충분

    히 자네의 마음에 드는 여인을 만날 수 있으니 그만 유부인은 잊도록 하게."

    "..."

    장춘삼의 단호한 말에 이준은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보아하니 몇일이면 이곳 일도 정리될 듯 한데, 사질은 어찌할 생각인가?"

    "이왕 나온 김에 한 일년 정도 강호를 돌아 볼 생각입니다."

    "음... 알겠네, 문주께는 그리 전하도록 하겠네."

    "감사합니다."

    장춘삼이 사라지자 이준이 크게 한숨을 쉬니 광무자는 그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말했다.

    "사숙께서는 다 사제를 걱정해서 하는 말이니 너무 아쉬워하지 말게."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좀 처럼 유부인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를 않는군요."

    "쯧쯧..."

    그의 말에 혓바닥을 찰 수 밖에 없는 광무자였다.

    철사방의 일이 대충 정리된 후 이준은 유부인이 머물고 있는 객점에 들렸는데,

    그곳에서 소천을 가슴에 안고 젖을 먹이고 있는 그녀를 볼 수 있었다.

    "아! 오셨습니까?"

    "예. 유부인."

    뽀얗게 드러나는 그녀의 가슴을 보며 이준은 얼굴이 시뻘겋게 변한 채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아! 제가 실례를 했군요."

    이준의 모습에 그녀는 조금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는지 옷을 추스리고는 소천을

    안고는 그의 앞에 차를 따라주며 말했다.

    "철사방 쪽의 일이 정리되었으니 이제 문파로 돌아가시겠군요."

    "그렇습니다."

    능예는 그간에 있었던 일로 그가 쌍도문의 문도로 철사방을 치기 위해 내려왔

    다는 것을 알 수 있었기에 그에게서 장천의 소식을 듣고자 했지만, 쉽게 말문을

    열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총각으로 알려진 소주에게 난데없이 아이까지 있는 여인이 남

    편이라고 말한다면 어느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실례가 되는 줄은 알지만 쌍도문에 몸을 의탁하고 싶은데..."

    "예?"

    이준은 장춘삼의 명령으로 쌍도문으로 돌아가면 유능예와 헤어져야 한다는 생

    각에 고심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녀가 쌍도문에 몸을 의탁하고 싶다는 말에

    크게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아이와 함께 갈곳도 없는지라...."

    유능예는 이렇게 부탁을 하는 것이 무리라는 것을 알기에 말끝을 흐트리고 있

    었는데, 이준은 아니라는 듯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실례라니요. 소천이는 대사형께서 점찍은 아이이니 유부인이나 소천이 모두 쌍

    도문의 식솔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유부인께서 본문에 머무르신다면 당연히 저희

    가 모셔와야 할 일이지요."

    "아! 이대협. 정말 감사드립니다."

    "별말씀을 다하십니다."

    이준의 말에 유능예는 장천의 소식을 들을 수 있다는 생각에 크게 마음이 놓일

    수밖에 없었다.

    '아이야..이제 아버지를 만날 수 있단다..'

    소천을 가슴에 안고 눈물을 흘리는 유능예의 모습을 본 이준은 무엇인가 이상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몸을 맡길 수있는 장소를 찾아서 흘리는 기쁨의 눈물이 아니였기 때문

    이다.

    '설마..쌍도문에 그녀의 남편이 있단 말인가..'

    그런 생각이 밀려오자 그는 불안감을 참을 수 없었다.

    자신의 물건을 남에게 주기 싫어하는 꼬마처럼 그의 가슴에선 욕심이 밀려오고

    있었다.

    '절대 줄 수 없어..어느 누구에게도...'

    그 날밤 유능예와 이준은 객점에서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

    "이런...."

    이준과 유부인이 사라졌다는 소식을 들은 광무자는 한 숨을 내쉴 수 밖에 없었

    다.

    어느정도 낌새는 있었지만, 설마 그가 이런 짓을 저지르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

    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사라진 곳에서 남은 것은 그녀가 사랑하던 작은 아이뿐이였으니 광

    무자는 엄마를 찾아 울고 있는 소천을 가슴에 안고, 한탄 할 수밖에 없었다.

    '바보같은 녀석...'

    광무자는 이준이 아이를 데리고 가지 않은 것에 고개를 내저을 수 밖에 없었다.

    "사질! 이준이 사라졌다는 것이 사살인가?"

    아이를 가슴에 안고 있을 때 장춘삼이 놀란 얼굴을 하고는 방으로 찾아왔기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런 것 같습니다."

    "이런...아무래도 내가 성급한 짓을 했던 것 같군. 그런데 그 아이는...?"

    "유부인의 아이입니다. 아마 사제가 그녀를 납치 한 후 아이를 내버려두고 같것

    같습니다."

    "음..."

    엄마를 찾아 울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장춘삼은 광무자에게서 아이를 받

    아 안고는 달래주기 시작했다.

    "불쌍한 아이로군."

    "사제가 잔인한 일을 저지른 것이지요."

    "듣자하니 냉혈검도 사라졌다 들었는데?"

    "어차피 저의 물건도 아닌지라 사라졌다해도 아쉬울 것은 없습니다만 사제가

    걱정이군요. 아직 사제의 실력으론 분명 검에 지배당할 것이 분명하니 말입니

    다."

    광무자의 목소리에는 진정으로 이준을 걱정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 아이는 어찌할 셈인가?"

    "일단 제가 맡고 있을 생각입니다. 유부인을 찾아 아이를 돌려주어야죠. 아이나

    그녀나 어느 한사람이 없다는 것은 조금 외롭지 않을까 해서 말입니다."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장춘삼은 이제 울음을 그치고 잠이 든 아이를 침상에

    눕히고는 말했다.

    "문도들을 이끌고 내일 쌍도문으로 돌아갈 것이네."

    그 말과 함께 장춘삼은 품에서 주머니를 꺼내어서는 그의 곁에 내려 놓았다.

    "이건?"

    "한 200냥 정도 될 것이네, 자네 혼자라면 모를까 아이와 같이 있으면 꽤 돈이

    들테니까 말이야."

    "아.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아직 아이를 길러보지 못한 광무자였기에 장춘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

    의 인사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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