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8 장 혈비도 무랑 (6)
"후후후 옛날 이야기나 늘어 놓고 있을 자리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혈마의 말을 막은 사람은 불괴대제였다.
"이 자리에서 네 녀석이 누구의 아들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단도직입적으로 말
하지 우리의 일을 방해할 생각인가?"
불괴대제는 미소를 띄우며 말하자 혈마 역시 그의 미소에 답을 하며 말했다.
"물론. 적어도 가증스러운 자에게 은인의 제자를 넘겨 줄 수는 없으니까."
"그럼 죽어라!!"
그 말과 함께 불괴대제는 두 손에 내공을 돋구어서는 혈마를 향해 장풍을 날렸
다.
[쿠구궁!!]
이미 정에 있던 주화입마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난 불괴대제인지라 엄청난 기
세의 장풍이 혈마를 향해 뻗어왔지만, 그는 간단히 장풍을 피하면서 흑마겸을
꺼내어 들었다.
"시작이로군!!"
우경은 불괴대제가 적에게 선공을 가하자 가볍게 발을 구르더니 장천을 향해
빠른 속도로 쇄도해 들어왔고, 장천 역시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었던지라 화룡신
도에 내공을 돋구어 그의 공격을 받아 쳤다.
[쿠구궁!!]
이곳에 모인 다섯사람은 현재 홍련교의 무공 서열로 치면 상위 오위안에 드는
인물들인지라 한번의 초식에도 사방의 건물을 크게 부서져 나갈 정도로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암영신군! 천마의 천마패를 조심해라!"
"천마패!!"
천마패는 십대신병의 서열 3위에 들어 있는 무기로 길이는 1척 정도에 불과하
지만 내공을 주입하면 하나의 봉으로 변하는 무기였다.
"차압!!"
아니나 다를까 잠시 천마가 드디어 몸을 움직였는데, 다행히 천마패를 사용하지
않고 장을 이용하여 장천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천마뇌살장!(天魔雷殺掌)"
"낙뇌신각!(落雷神脚)"
한 사람 상대하기도 버거운 현실에서 천마와 우경이 협공을 가하자 장천으로선
크게 당황될 수 밖에 없었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두사람의 기세가 너무 강한
지라 협공이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였다.
"홍염만화!!"
화룡신도를 사용하여 주위를 뜨거운 불길로 가득 채워 잠시 시간을 번 장천은
뒤로 몸을 날려 다음 대책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시간 문제로군!!'
세명의 초고수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다는 것은 조금 어려운 일인지라 고민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침상에 누워 있는 유문영이 도와준다면 어느정도 가능성도 있겠지만, 현재
그의 몸 상태로 보면 도움을 얻기에는 조금 어려웠기에 혈마와 둘이서 이들을
상대해야만 했다.
"만귀탈명(萬鬼奪命)!"
"혈영쌍참(血影雙斬)!!"
혈마와 불괴대제의 싸움은 거의 비등하게 이루어지고 있었지만, 무공 면에선 혈
마가 한 수 위일지 몰라도 경험이 크게 뒤처지고 있었기에 크게 밀리고 있는
형편이였다.
하지만 그렇게 위험한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었기에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역전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게 보였기에 조금 안심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장천
자신이였다.
홍염만화로 잠시 시간을 벌기는 했지만, 천마와 우경을 상대로 승기를 잡기는
불가능한 일이였기 때문이다.
"차압!!"
우경의 일각을 간신히 피하기는 했지만, 천마의 강공이 또 다시 밀려왔고, 그것
을 피하면 또 다시 우경의 공격이 밀려오는 악순환이 계속 되풀이 되고 있는지
라 정신 없이 몸을 피하는데만 급급한 장천이였다.
'젠장!!'
두 사람의 공격을 피한 장천은 왼손을 품에 넣어 비도를 잡고는 천마의 아랫도
리를 향해 집어 던졌다.
"회선비도(回線飛刀) 승(乘)!"
장천의 손에서 비도가 던져지자 천마는 크게 놀라 위로 몸을 날렸는데, 그것이
바로 장천이 노리고 있던 것이였다.
회선비도는 곡선의 형태를 그리며 날아가는 비도문의 초식이였기에 아래로 향
하던 비도는 곡선을 그리며 솟아 올랐고, 그대로 천마의 정수리를 향해 날아갔
다.
"큭!!"
아직 장천의 비도술은 그렇게 뛰어난 경지가 아닌지라 회선비도의 경우에는 직
선비도보다 속도가 떨어졌기에 천마는 고개를 젖혀 간신히 정수리에 비도가 꽂
히는 것을 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마에 하나의 혈선이 그어 졌으니 얼굴로 흐르는 핏줄기를 느끼며 그
로선 등에서 식은 땀이 흘렀다.
'이것이 혈비도 무랑의 수법인가..!!'
천마 역시 장천이 혈비도 무랑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에게 비도술
을 배운 제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이유로 그의 비도술이 완전하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완전하지 않
은 수법으로도 이 정도의 위력을 내는 것을 보며 결코 살려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천마 비도술을 조심하시요! 녀석의 비도술은 방향을 예측할 수가 없으니 피하
는 것보다 차라리 병기로 처내는 것이 좋을 것이요!"
"고맙소!'
우경은 장천의 비도술을 경험한 적이 있는지라 그에게 충고를 건넸고, 천마는
품에서 천마패를 꺼내어 들었다.
'젠장!'
비도술 하나로 천마에게 천마패를 꺼내어 들게 만든 장천으로선 상황이 더 악
화되었는지라 욕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차라리 비도술을 사용하지 않은 편이 좋았을 것이란 생각을 했지만, 이미 때는
지나갔으니 그로선 천마패를 상대할 방법을 생각 할 수 밖에 없었다.
한명 이들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는 두 사람의 인물이 있었으니 그들은 장천이
머물고 있던 전각의 지붕 위에서 아무 말 없이 다섯사람의 싸움을 봐라보고 있
었다.
"저 아이의 비도술도 이제 어느정도의 경지에 이른 것 같군."
"그렇군요. 하지만 문주에게 내려오는 수법을 배우지 않는 한 저 이상은 발전하
기 어려울 것입니다."
거지 노인의 말에 중년의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어떻할텐가? 저렇게 가다가는 천마와 만근퇴라 불리는 자에게 당할 것 같은
데..?"
"그것이 운명이라면..."
"차갑군.."
그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는 거지노인이였다.
"큭!!"
한편 천마가 천마패를 꺼내어 공격을 시작하자 장천은 크게 밀릴 수밖에 없었
고, 얼마 지나지 않아 왼쪽 어깨에 천마패에 가격당해 나가 떨어지게 되었다.
"젠장!"
상당한 공력이 실린 일격이였는지라 장천의 왼쪽 어깨뼈는 부러져버렸기에 이
제 비도술을 사용하는 것은 조금 어려운 형편이 되었다.
천마의 입에선 살기 어린 미소가 흐르고 있었지만, 우경은 표정은 그리 밝지 않
았다.
'우경의 손에 죽는 것이 마음은 편하겠군.'
이젠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생각에 마지막 일격을 준비하는 장천이였는데, 그
때 한 쪽에서 빠른 속도로 일단의 무사들이 뛰어 오는 것이 보였다.
"율명 어른!!"
그 선두에 선 자의 모습이 바로 율명이였기에 장천은 크게 소리쳤는데, 그들이
나타나자 천마는 미간을 찌프릴 수 밖에 없었다.
"벌써 돌아왔는가.."
천마로서도 암영자들을 빠른 시간안에 모두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한지라 그들
은 외부로 유인하여 시간을 벌었던 것인데, 생각보다 그들이 빨리 모습을 드러
내자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귀영신군은 내가 맡겠소!"
우경의 말에 천마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암영자들을 향해 몸을 날렸고, 우경은
왼쪽 어깨를 늘어 뜨리고 있는 장천에게 다가가면서 말했다.
"유감이군. 자네를 내 손으로 없애야 한다니 말이야.."
"아직 한팔이 남아 있으니, 적어도 심심하게 보내드리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그래야지 매아가 사모했던 아이니까!!"
그 말과 함께 우경은 각공을 사용하여 장천을 압박해 들어가기 시작했고, 장천
은 한손으로 화룡신도를 휘두르며 그에 공격에 대응해 갔다.
하지만 한쪽 팔이 부러짐으로서 그의 움직임은 자연히 느려질 수 밖에 없었고,
내공 역시 급격하게 떨어지는지라 얼마 지나지 않아 우경의 일각에 복부를 강
타당하고는 담벼락에 몸이 처박히고 말았다.
"큭!!"
큰 내상을 입은 몸에선 피가 솟구쳐 올라오는지라 입에서 피를 쏟은 장천이였
으니 이젠 팔을 움직일 힘조차 없었다.
장천에게 천천히 다가선 우경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제 끝내야 겠군."
"....매아에게 미안하다고 전해 주십시요."
"알겠네!"
그 말과 함께 우경은 오른 발을 들어서는 그대로 장천의 정수리를 향해 뒷꿈치
를 내리 꽂았다.
[슈우욱!!]
하지만 그의 공격은 성공하지 못했으니 치켜든 오른쪽 허벅지에 한자루의 비도
가 틀어 박혔기 때문이다.
"큭!!"
갑작스러운 공격을 피하지 못한 우경은 그 자리에서 주저 앉고 말았는데, 장천
이 틀어박힌 담장 위로 한명의 복면남자가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누구냐!!"
우경은 자신을 공격한 남자를 보며 소리쳤는데, 복면인은 품에서 여덟자루의 비
도를 꺼내고는 조용히 말했다.
"혈비도 무랑..."
"헉!!"
그의 입에서 무림에서 금기시 되어 있는 이름이 튀어나오자 우경은 크게 놀라
서는 뒤로 자빠질 수 밖에 없었다.
"크윽..혈비도 무랑?"
장천은 혈비도 무랑이라는 말에 고개를 들어서는 그를 처다보려 했지만, 몸을
움직일 힘 조차 없었기에 그 자리에서 혼절하고 말았다.
"혈비도 무랑?"
갑자기 튀어나온 의문의 남자가 혈비도 무랑이라는 것이 밝혀지자 지금까지 싸
우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자세를 멈출 수 밖에 없었으니 그의 악명은 무림에서
모르는 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젠장! 혈비도 무랑이 직접 모습을 나타낼 줄이야!'
천마로선 혈비도 무랑의 출현에 간담이 써늘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 그가 진짜라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진짜 혈비도 무랑이라면 지금 이곳에
있는 자들 중에서 살아서 돌아갈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
이다.
무림인들은 밝히지는 않고 있었지만, 무림의 천하제일고수가 혈비도 무랑이라는
것은 어느정도 인정하고 있는 사실이였으니 그의 앞에서는 어떠한 이라도 한초
식을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혈마라 했는가?"
복면인은 천천히 불괴대제와 싸우고 있던 혈마를 보며 말했고, 자신을 부르는
말에 혈마는 크게 놀라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이 아이를 데리고 이곳을 벗어나게.."
"알겠습니다."
혈마는 혈비도 무랑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하고는 혼절한 장천을 등
에 업고 몸을 날렸다.
"젠장! 녀석은 꼬마녀석이 만들어 놓은 가짜라고!!"
불괴대제는 장천과 혈마를 놓치자 화가 나서 소리쳤는데, 그 순간 한줄기 섬광
이 뻗어나와서는 그의 어깨를 꿰뚫었다.
"끄악!!"
어깨가 꿰뚫리자 불괴대제는 자리에서 쓰러져서는 고통스러운 모습으로 비명을
질렀으니 혈비도 무랑의 아무런 느낌 없는 목소리가 그의 귀로 들려왔다.
"아직 네 녀석이 필요하니 목숨을 살려 주도록 하지."
"크윽!!"
불괴대제는 그에게 욕을 하고 싶었지만, 바보같이 목숨을 버릴 수는 없다는 생
각에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율명이라 했는가?"
"그렇습니다."
"암영자들을 데리고 아이의 뒤를 따르도록 하거라."
"예."
무랑의 말에 그는 남아 있는 암영자들을 데리고 경공을 사용하여 벗어나니 무
랑은 천천히 몸을 날려 전각안으로 들어가 유문영을 어깨에 짊어지고는 사라졌
다.
"헉헉..."
가까이 있던 탓에 혈비도 무랑의 가공한 기운을 가까이에서 경험한 우경은 크
게 숨을 몰아쉴 수 밖에 없었다.
"혈비도 무랑...."
우경은 소문으로만 듣던 혈비도 무랑이란 존재의 두려움을 처음으로 깨닫는 순
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