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8 장 혈비도 무랑 (4)
"본인은 암영신군으로 전대 신군의 뒤를 이어 본교의 흐트러진 교리를 바로 잡
기위해 여러분들에게 모습을 드러내었소."
홍련교 내에서 비밀리에 감추어진 암영자가 모습을 드러내기는 이번이 처음인
지라 사람들의 모두 크게 놀란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거기다 불괴곡에서 왔다는 화룡대주가 암영신군으로 밝혀지자 이러한 소란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었으나 몇몇 사람들은 구시독인을 목을 벨 정도의 실력을
보았는지라 어느정도 수긍하는 자도 없지 않았다.
장천이 암영신군으로 등장하는 것을 보며 가장 놀란 것은 바로 불괴대제와 우
경을 비롯한 불괴곡의 무사들이였다.
자신들과 함께 불괴곡을 빠져나가고 문성을 교주의 좌에 앉히기 위해 힘을 썼
던 무사가 설마 어둠에서 홍련교를 지키고 있다는 암영자들의 우두머리인 암영
신군이란 것을 어찌 알았겠는가?
"암영신군이라 골치 아픈 일이군."
한 쪽에서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천마는 고개를 내저을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된 이상 저 암영신군이란 놈을 쫓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군.'
"어르신 저 자가 암영신군이라면 당분간 놓아 두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은석영은 불괴곡의 화룡대주가 암영신군으로 나서자 천마를 보며 자신의 의견
을 표출했는데, 그는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어차피 나의 아들 문성이 교주의 좌에 오르는 것은 이미 정해진 것이나 마찬
가지다. 물론 암영신군이란 자가 있으면 교내의 반대파 역시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겠지만, 암영신군의 나와 손을 잡지 않는 이상 구시독인과 유문영에게 있었
던 세력은 저자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저자는 구시독인과 유문영을 제거한 인물은 암영신군이 아닙니까? 오
히려 그들의 세력에 우리에게 올 것이라 생각됩니다."
은석영은 천마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말을 했는데, 그는 탁자위에 놓여진 용
정차를 들고는 말했다.
"구시독인과 유문영의 세력이 우리 쪽에 들어온다해서 그들에게 주어지는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
"시간이 지나면 분명 나와 불괴곡에서 온 녀석들로 본교의 세력이 갈라질 것이
분명할 터, 기존에 있던 자들은 나에게 오기에는 먹은 것이 없는데다가 외부 세
력이라고도 할 수 있는 불괴곡에 밑으로 들어가기는 더더욱 싫을터, 그렇다면
어디로 발길을 돌리겠는가?"
"....."
"만약 너의 뜻대로 한다면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은 구시독인이나 유문영의 밑
에서도 바닥에서 놀던 놈뿐, 어느정도 힘을 가진 녀석이라면 모두 암영신군에게
붙을 것이다."
"아!"
그제서야 천마가 생각하는 바를 이해한 은석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할 수
있었다.
또 한가지 장천에게 유리한 것이 있다면 바로 대의명분이라 할 수 있으니 홍련
교내의 인물이라면 암영자들이 교의 수호무사들이라는 것을 다 알고 있을 것이
니 그들이 표면적으로 나선다면 그들의 힘이 되어줄 인물들은 많을 것이다.
다른 무림 문파들과는 달리 홍련교는 종교를 기반으로 한 문파였기에 그 어떠
한 것 보다 교리에 따른 대의명분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천마의 이런 생각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신전에 있는 이들이 장천을 봐라보는
눈은 크게 달라져 있었다.
과거에는 갑자기 등장한 자가 자신의 윗자리를 차지한 것에 대한 시기심이나
불쾌함이 가득한 눈빛이였다면 지금의 경외감을 가진 눈빛이였다.
'일이 좋지 않게 변하는군.'
"어르신 무슨 언짢은 일이라도?"
"아니다."
우경 역시 장천이 이런 식으로 자신을 부각시키자 안색이 달라질 수 밖에 없었
으니 현재 홍련교에서 상위에 속한 신분을 가진 세사람의 인물 즉 천마, 불괴대
제, 우경은 모두 장천을 한시라도 빨리 처리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이러한 생각은 율명 역시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유문영이 열화의 계에
서 벗어났을 때 교리에 입각하여 그의 직위를 확립시켜 주기 위해선 암영자의
존재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시간은 점점 지나가고 드디어 열화의 계의 의식이 진행되는 가마니의 열기가
서서히 줄어 들기 시작하니 의식을 진행하던 이는 가마의 입구를 막고 있던 돌
을 부수기 시작했다.
장천은 과연 혈마의 기관장치가 성공했을까 조마조마 할 수밖에 없었다.
서서히 가마니의 열기가 빠져나가기 시작하는데, 잠시 후 신전에 있던 사람들은
크게 놀라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헉!"
"유문영!"
놀랍게도 가마니 안에서 온 몸이 시뻘겋게 화상을 입은 채 피를 흘리고 있는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바닥으로는 피와 함께 짖물러진 살점들이 떨어지고 있었고, 복부의 한 쪽으론
내장이 새어나오고 있는 모습, 어떻게 사람이 이런 모습을 움직일 수 있을까 의
심이 갈 정도의 모습이였다.
"우웩!!"
수많은 인간의 시체를 보았음에도 지금 나오는 이의 모습에 역겨움을 참지못한
사람들은 바닥에서 먹은 것을 토하고 있었으니 장천 역시 목구멍에서 무엇인가
가 넘어 오는 듯 했지만, 그것을 참을 수 밖에 없었다.
"성공이군."
그 때 그의 옆에서 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으니 바로 혈마였다.
"저게 성공이라고?"
"후후후."
혈마는 자신의 기관이 성공했다고 말하지만 저 정도의 상처로 살아있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다.
"살아 있다..."
"열화의 계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일단 목숨을 건졌다고 하는 것은 열화의 계의 의식에서 신벌에서 벗어
났다는 뜻이였기에 사람들은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고, 유문영의 부하였던 자들
은 가마니에서 벗어난 그를 치료하기 위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어허 이러면 안되는데...뭐하는가? 빨리 멈추게 하라고!"
혈마는 장천을 보며 그들이 유문영에게 달려가는 것을 멈추게 하라고 말하니
장천은 경공을 사용해서는 그들의 한달음에 그의 앞으로 착지했다.
"멈춰라!!"
장천의 목소리가 터지자 유문영에게 달려가던 사람들은 모두 자리에서 멈춰 설
수 밖에 없었다.
"본교의 교리에 따라 유문영은 암영자가 그 죄를 판별하도록 하겠다."
"큭!!"
교주의 신분을 가진 자가 아니면 암영신군을 행동을 막을 수가 없기 때문에 사
람들은 장천의 명령을 거부할 수가 없었고, 그는 온몸에 화상을 입고 피를 흘리
는 유문영을 등에 업고 신전을 빠져나갔다.
'이상한데...'
유문영을 업고 나가던 장천은 그의 몸이 상당히 무겁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 방금전에는 몰랐지만, 그의 몸이 키는 그리 많이 커지지 않았지만, 두배이상
의 몸집으로 변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일단은 상처를 치료하는 것이 우선
이기 때문에 그를 급히 총단의 의당으로 옮겨 갔다.
의당에는 이미 혈마가 몇가지 준비를 하고는 기다리고 있었다.
"혈마!"
"일단 유문영을 이곳에 눕히도록 하게!"
그의 말에 장천은 유문영은 침상에 눕혔는데, 그가 눕자 혈마는 칼을 들어서는
그의 몸을 째기 시작했다.
"무슨 짓입니까!!"
크게 놀란 장천은 혈마의 칼을 잡고는 소리쳤는데, 그는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
다.
"이런! 자네 제갈유명의 기관이 무엇으로 만들어진지 아는가?"
"무엇으로 만들어지다뇨?"
"제갈유명은 적에게 사로잡혀 그 주위에는 기관을 만든 물건이 없었다고, 있다
면 그를 호위하고 있던 십여명의 무사들 시체 외에는 말이야!"
"...설마?"
"그래 열을 견딜 수 있는 기관진식은 바로 사람의 시체로 만들어 진 것이네, 그
러니 우리 혈교에서도 그의 비법이 이어지고 있는 거지."
그의 말에 장천은 뭐라 말을 하지 못했으니 그는 다시 칼을 들어 유문영의 몸
을 째면서 말했다.
"당시 제갈유명은 기관진식외에도 하나의 뛰어난 기술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강시술이였다네."
"강시술...."
"강시는 일단 만들어지면 보통 살아 있는 인간의 몸보다 몇배는 더 단단해 지
지, 물론 이런 이유로 체내의 모든 열을 빼앗기면 차갑게 변하는데, 다시 두세
가지 수법을 더한다면 강시의 피를 얼음보다 차갑게 만들 수 있다네."
"그런..."
혈마가 시체를 칼로 잘라내기 시작하자 서서히 갈라진 살 아래로 또 다른 옷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는 서두르지 않고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살점을 칼로 떼어내기 시작하니 서
서히 그 안에 사람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얼굴 부위의
모습이 완전히 드러나게 되었다.
"아!"
안쪽의 모습은 조용히 잠을 자고 있듯 누워있는 유문영의 모습이였으니 장천은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내지를 수 밖에 없었다.
"일종의 강시술을 혼합하여 만든 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데, 조금 방법이 역겹기
는 하지만 효과는 최고라고 할 수 있지."
점점 드러나는 유문영의 모습을 보며 혈마는 자랑스럽게 말을 한 후 그의 몸을
둘러싸고 있는 살점들을 모두 제거했고, 한시진 정도가 지나자 침상에는 완전한
유문영이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럼 처음 가마니를 나온 것은..?"
"물론 내가 강시를 조종해서 나오게 한거지, 안쪽의 사람은 귀식대법으로 움직
일 수 없는데말이야."
"그렇군요."
장천의 혈마의 치밀함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다.
혈마는 유문영의 몸을 다시 준비한 따뜻한 물에 집어 넣어 몸을 씻기고는 다시
깨끗한 침상에 눕혀 놓고 금침대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차가운 강시의 몸 안에 오랜 시간 누워 있었기 때문에 몸안의 장기는 음기로
인해 크게 상한 상태이지, 그것을 금침대법을 통해서 해소시키면서 양기를 계속
주입한다면 세시진 안에는 정신을 차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네."
장천으로선 수십년을 지하감옥에 갇혀 있던 혈마가 어떻게 이런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지 이해 할 수가 없었다.
그가 알고 있는 혈마는 어린 시절에 지하감옥에 갇혀 들어갔기 때문이다.
"굉장하군요."
"후!"
장천의 놀란 표정에 재밌다는 듯이 웃음을 지은 혈마는 손에 들린 금침을 빨른
손놀림으로 유문영의 요혈에 놓기 시작했고, 온 몸 가득히 금침을 꽂자 장천을
보며 말했다.
"자! 지금부터는 자네가 할 일이네, 화의 무공이라곤 양강계열의 무공 중에선
최고의 무공 중에 하나이니 이제부터 화의 기운을 천천히 불어 놓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이 사람의 몸이 어느정도 안정을 찾게 되면 내가 꽂아 놓았던 금침은 서서히
빠져 나올 것이니 마지막 금침이 빠질 때까지 화기를 불어넣는 것은 멈추면 안
되네."
"예."
혈마의 말대로 장천은 꾸준히 양강의 기운을 그의 몸으로 불어 넣기 시작하니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자 서서히 그의 몸에 박혔던 금침을 빠져나오기 시작했고,
혈마가 말한 세시진이 지나자 몸 가득히 꽃혀 있던 금침을 모두 빠져나갔다.
"휴..."
금침이 모두 빠져나가자 장천은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아서는 한 숨을 내쉬었으
니 혈마는 천천히 다가와서는 그의 혈도를 강타하기 시작했다.
"이제 또 무엇입니까?"
"별거 아니네, 혈도를 강타하면서 몸을 풀어주고 있는 것 뿐이니까."
혈마의 그런 작업은 또 다시 한시진 정도 계속되니 생각보다 힘든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