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145화 (146/355)

제 28 장 혈비도 무랑 (3)

제갈유명이란 사람이 만든 기관을 알지 못하는 장천으로선 과연 그가 잘 해낼

까 걱정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현재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하나도 없는지라 한숨을 쉴 수 밖에 없

었는데, 그 때 그의 방으로 귀대인 율명이 들어왔다.

"아. 율명어른."

"소교주에게 다 들었다. 유문영을 살리려고 한다고?"

"예."

"암영자들에게 소식을 전했으니 너를 도와주기는 하겠다만, 아무래도 조금 힘들

것 같구나. 불괴곡의 무사들에게 도움을 얻을 수는 없는 것이냐?"

"음...."

율명의 말에 한참을 생각해 보았지만 역시나 하나의 이해관계로 모인 사람들인

지라 도움을 얻기에는 만만치 않았다.

"홍련교에서 기반을 잡으면 적이 될 사람들인지라 도움을 얻기가 만만치 않군

요."

"음....그렇다면 우리들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밖에 없겠군."

시간은 지나 정오가 되어왔고, 드디어 유문영의 열화의 계의 의식이 준비되기

시작했다.

열화의 계의 의식이 행해지는 곳은 총단의 북쪽에 위치한 염화의 신전이였는데,

그곳에는 사람 한명이 들어갈 정도의 입구가 있는 붉은색의 거대한 가마니가

보였다.

"저것이 열화의 계가 진행되는 가마니이군."

"소교주?"

장천은 자신의 옆에서 중얼거리는 사람이 소교주라는 것을 깨닫고는 크게 놀라

소리쳤다.

"음..소교주라고 하니 누가 들으면 홍련교의 소교주인 줄 알겠군. 다음부턴 혈마

라고 부르도록 하게."

"그나저나 기관진식은 완성이 된겁니까? 이곳에 처음 들어오는 것 같은 모습인

데?"

"후후. 물론 이미 제갈유명의 기관은 완성되었지."

"휴...."

하지만 장난치듯 말하는 혈마의 모습에 장천으로선 안심이 되지 않았다.

"열화의 계가 진행이 되면 유문영에게 안에 설치된 기관진식 안에서 귀식대법

을 시전하라고 전하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어떻게 이 안으로 들어왔지요? 지금 이곳은 간부 이외에

는 들어오지 못하는 곳인데?"

"하하하 화룡대주의 이름을 대니 간단하더군."

"음.."

"어쨋든 잘 해보도록 하게."

혈마는 장천의 어깨를 두드려주고는 다시 밖으로 나갔다.

"도대체 적응이 안되는 사람이군."

정오가 다 되가자 천마를 비롯하여 홍련교의 상위 간부들이 한명씩 들어오기

시작했고, 불괴대제와 만근퇴 우경 역시 안으로 들어섰다.

"화룡대주 이제서야 자네의 숙원을 풀겠군."

불괴대제는 장천을 보며 미소를 지으며 말하고 있었지만, 그의 말에 기뻐할 수

가 없었다.

'휴...'

천마와 불괴대제 두 사람 모두 유문영을 죽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였으니

만큼 지금에 와서 되돌릴 수는 없는 노릇이였다.

한편 천마의 옆에는 은조상과 은석영 형제가 옆에서 보좌를 하고 있었는데, 그

들 사이로는 심상치 않은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다.

"그것이 정말인가?"

"예. 구시독인을 처리할 때 쓴 무공은 분명 혈비도 무랑의 비도술이였습니다."

"음...."

구시독인과 장천과의 싸움을 보지 못했던 천마는 화룡대주가 혈비도 무랑의 수

법을 사용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잠시 생각에 잠길 수밖에 없었다.

정파와 사파도 그렇듯이 마교 역시 과거 혈비도 무랑에 의해서 많은 수의 교의

요인들이 희생되었기 때문이다.

"일단은 열화의 계의 의식을 진행하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일단은 유문영을 처리하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한 천마는 일단 그 일을 뒤로 미

루기로 하고는 의식을 진행하기로 했다.

잠시 후 열두명의 붉은 색의 사제복을 입은 사람의 손에 이끌려 유문영이 모습

을 드러내었는데, 그는 죽음을 앞에 둔 지금에도 전혀 흐트러지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장천은 유문영에게 전음을 통해 기관장치가 안에 있으니 그곳에서 귀식대법을

사용하라는 말을 내뱉었지만, 그가 들었는지 알 수 없었기에 긴장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드디어 의식이 진행되고 유문영이 가마니 안으로 들어가자 서서히 가마니에 불

이 때지기 시작하면서 시뻘건 불 앞에서 수십명의 여인들이 나신으로 춤을 추

기 시작했다.

일종의 불의 신을 위한 의식무라고 할 수 있었는데, 현재 홍련교에서 가장 높은

직위에 있다고 할 수 있는 천마가 그 한가운데에서 불의 신에게 절을 올리고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열화의 계의 의식이군."

"우경 어르신?"

장천은 옆에서 말하고 있는 사람이 우경이라는 것을 알고는 놀란 표정으로 돌

아 보았다.

"열화의 계는 교내에서 교주의 좌에 있는 사람들만이 가지는 의식이라 본교에

서도 이것까지 합친다면 단 일곱번 밖에 없는 의식이지."

"그렇군요."

"그 일곱번 중에서 살아 남은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는데, 유문영이 살아서 나

올 수 있을까 궁금한데? 적어도 그는 교를 배신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실하니

말이야."

"음..."

열화의 계는 죄를 짓지 않은 사람은 살아서 다시 나올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

만, 뜨거운 열기 속에서 수시진을 동안을 버틸 수 있는 인간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는지라 보통 사형 의식과 별로 다를 바가 없었다.

"그나저나 자네 매아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예?"

"아직도 매아는 자네를 잊지 못하고 있는 듯 하네."

"큭..."

그의 말에 장천은 조금 긴장 할 수 밖에 없었다.

천진난만의 경지를 벗어나 남자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는 여인 매아를 그

가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홍련교 내에서 자네의 세력은 전무하다고 할 수 있네, 우리 매아를 받아들인다

면 자네의 힘이 될 수도 있는데 말이야."

솔깃한 이야기 였지만, 자신의 야망을 위해 한 여자를 이용한다는 것은 장천으

로선 받아 들일 수 없는 이야기 였다.

"거절하겠습니다."

또 유능예가 뻔히 살아 있는 것을 알면서 아내를 맞아 들이다는 것은 그녀에게

미안한 일인지라 거절 할 수 밖에 없었다.

"알겠네."

우경 역시 장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쉽게 받아 들였는데, 그는 이미 매아의

혼사를 결정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바로 천마의 아들은 문성, 그를 매아의 남편으로 내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미 천마와의 이야기는 모두 끝난 상태였지만, 매아가 장천을 잊지 못하는 것

을 알고는 다시 한번 제의를 한 것이다.

'장천...자네에게 호감은 가지만 딸을 위해서 죽어주어야 겠군.'

우경은 열화의 계의 의식을 보고 있는 장천을 보며 마음속으로 중얼 거린 후

천마의 곁으로 갔다.

"오셨소이까."

"천마 자네의 뜻을 받아 들이도록 하지."

"하하하하 우경형께서 저의 뜻을 받아 들여 주시다니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

우경 역시 천마의 간교한 면을 잘 알고 있었지만, 불괴대제의 비해서 세력이 떨

어지는 편에 속한 그로선 천마라는 이름은 반드시 필요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딸이 교내에서 편안히 살기 위해선 비겁하긴 하지만 장천을 팔아 넘기

는 것은 어쩔 수 없었던 것이다.

열화의 계는 점점 절정으로 올라가고 가마니를 태우던 불길은 천천히 약해지고

있을 때 염화의 신전으로 일단의 무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는데, 그들은 하나 같

이 교내에서 그리 알려져 있지 않은 자들인지라 천마의 무사들이 그들의 앞을

가로 막았다.

"멈추어라! 여기가 어딘 줄 알고 들어오려 하느냐!"

"흥!"

하지만 천마의 무사들은 그들의 한사람도 막아내지 못하고 있었는지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천마는 무엇인가를 생각하고는 소리쳤다.

"암영자?"

"그렇소."

천마의 말에 일단의 무사들의 앞에 있던 귀대인 율명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

고는 말했다.

"암영자가 나타났다."

"어떻게 암영자들이.."

그들이 암영자라는 것이 밝혀지자 염화의 신전은 큰 소란이 일 수 밖에 없었는

데, 귀대인 율명은 이십여명의 암영자들을 이끌고 장천의 앞에 서서는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암영신군님께 암영자들이 인사드립니다."

"일어나시요."

이미 이러한 일들은 사전에 율명과 이야기가 오간 상태였기에 장천은 놀라지

않고 가볍게 그들의 인사를 받고는 율명에게 일어서라 명령했다.

"암영신군이라고?"

암영신군은 홍련교 내에서 비밀리에 이어져 내려오는 암영자들의 우두머리를

칭하는 것이였다.

후대 교주를 지명하는 것을 물론이요. 후계자를 양성하는 임무를 맡는 것이 바

로 암영신군이였으니 장천의 전대 암영신군은 지하감옥에서 죽음을 당한 추노

였다.

이런 이유로 추노의 뒤를 이은 장천이 암영신군의 자리에 앉는 것은 어쩌면 당

연한 것이라 할 수 있었으니 장천은 열화의 계의 의식을 치르기 위해 모여 있

는 홍련교의 간부들을 보며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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