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7 장 홍련교의 내전 (4)
정찬필을 쓰러뜨림으로서 사천지부로 온 총단의 무사들은 모두 제압한 장천은
다음 작업에 들어갔다.
일주일 후 불괴곡의 무사들이 모두 도착하자 재빨리 사천지부로 온 총단의 무
사들로 변장을 시작했고, 이어 외부의 일을 끝마치고 돌아온 사천지부의 무사들
마저 총단의 무사들과 같은 수법으로 처리하여 지부를 완전히 제압하는데 성공
한 것이다.
"수고했네."
"별말씀을 다하십니다."
지부의 회의실에선 불괴대제와 만근퇴 우경이 다음 일에 대해서 회의를 하기에
앞서 장천에게 사천지부를 점령한 것에 대해 수고의 말을 건넸다.
그들이 장천에게 일을 맡기기는 했지만, 설마 이렇게 단시간 안에 지부 하나를
완전히 점령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총단의 무사들로 변장하여 총단으로 잠입하는 일이 남았습니다."
장천은 두 사람을 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고, 그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
했다.
사천지부는 총단으로 들어서기 위한 발판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암혈당의 무사들로 변장을 하고 총단에 들어선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총
단의 지하감옥에 갇혀 있는 사람들을 구하는 것입니다."
"지하감옥에 있는 사람들을?"
"예. 그곳에는 저와 안면이 있는 사람들이 있으니 저희들의 뜻을 알린다면 도와
줄 것이라 생각됩니다."
"알겠네."
가장 최근에 총단을 나온 사람이 장천이라는 것을 아는 두 사람은 일단 그의
의견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는 암영자와의 접선을 하는 것입니다."
"암영자라..."
"현재 암영자들은 화의 무공을 익힌 교주가 없기 때문에 중립의 위치에 서서
자신들의 정체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문성이 화의 무공을 익혔다는 것을 밝힌
다면 저희 쪽으로 돌아설 것입니다. 다행히 지하감옥에 갇힌 인물 중 알고 있는
암영자가 두 명이 있으니 그들을 통해 나머지 암영자와 연락을 한다면 총단에
들어서자마자 강한 무사들을 아군으로 끌어들일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음.."
장천은 이미 총단을 점령하기 위한 계획을 어느 정도 세워두고 있었기에 그의
말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셋째 천마를 저희 편으로 끌어들이는 것입니다."
"천마를!!"
만근퇴 우경은 장천의 말에 놀란 표정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천마는 너무 위험하네, 간계에 뛰어난 자야. 자칫하다가는 우리들 전부가 그에
게 물릴 수 있네!"
장천 역시 구천신녀와의 이야기에서 천마가 위험한 인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
다.
하지만 현교주와 천마, 구시독인의 세력을 모두 적으로 돌리기에는 불괴곡의 세
력이 너무 약한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현재의 저희들로선 세 개로 나뉘어져 있는 마교의 세력 중 하나정도는
아군으로 끌어 들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세 개의 무리들을 모두 적으로 삼
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음..."
"다행히 문성은 천마의 아들이니, 그를 끌어들이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대사가 끝난 후가 문제가 아닌가..."
"그렇지요. 그런 이유로 저희들의 계획은 치밀하게 짜여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근퇴 우경은 천마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전대 교주의 제자였지만, 그가 죽자마자 일거에 반대파들을 숙청하고 교주의 좌
에 오른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우경은 반대파에 속해 있었는데, 교주의 장례식이 끝나기도 전에 모여 있
던 반대파의 핵심인물들을 모두 쓸어버린 그의 행동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
었다.
설마 스승의 장례식에서 무사들을 동원하여 반대파를 쓰러 버릴 것이라곤 아무
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전까지 가장 교주의 좌에 근접한 인물이 구시독인의 일파
였다는 것이다.
그 당시만 해도 천마의 세력은 미비하다고 알려져 있었는데, 일이 터지고 나자
구시독인의 세력에 있던 마교의 인물들의 반 이상이 천마에게 붙었고, 이 일로
구식독인은 교내의 분투에서 뒤로 밀려버렸던 것이다.
후에 세력을 다시 키워 그를 교주의 좌에서 내려오게 하는데는 성공했지만, 암
암리에 세력을 키우고 암계를 펼치는 것에는 천마를 따를 자가 없었다.
"우리들의 일이 성공한다면 가장 문제일 것은 천마입니다. 이런 이유로 일이 시
작했을 때 천마의 세력을 최대한 깎는 것이 승부의 관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장천의 말에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은 했지만, 그 일이 쉬운 것이라고
는 생각하지 못했다.
어쨌든 회의실에서 몇 가지 안건을 정한 세 사람은 각자의 방으로 흩어졌다.
"형!"
문성은 장천이 회의를 마치고 들어오자 반가운 얼굴로 맞이했다.
"심심하지 않았니?"
"조금 심심하긴 했지."
"후후..조금만 기다리면 심심한 일은 없을 거야."
장천은 문성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뒤에 있을 일에 문성이 충격을 받을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팠다.
버려지긴 했지만, 문성은 천마의 아들이었기 때문이다.
천마의 간계가 문성에게 미치지 않기를 바라는 그였지만, 세상일이 마음대로 되
는 것은 아닌지라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었다.
그라면 자신의 아들이라도 도구로 이용할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다시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불괴곡의 인물들의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되었다.
장천은 응조수 이진천으로 하고 총단으로 향했고, 불괴대제와 만근퇴 우경은 암
혈당의 무사로 변장을 하여 총단으로 향했다.
'오랜만이군..'
총단의 입구에 도착한 장천은 다시 오게 된 총단을 보며 감개무량할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이곳에 나올 때는 적이 되어 죽음의 일보직전까지 갔었으니 어찌
이런 생각이 나지 않겠는가?
"멈춰서시요!"
입구로 다가서자 역시나 숨어 있던 총단의 무사들이 소리쳤기에 장천은 앞으로
나아가서는 소리쳤다.
"본좌는 암혈당의 당주 이진천이다."
앞으로 나선 장천은 이미 이진천의 얼굴을 변장했기 때문에 그들을 보며 소리
치고는 품에 있던 신분패를 들었다.
"어서 오십시오. 이당주님!"
이진천은 그의 위치와는 달리 총단 내에서 어느 정도 명성이 있는 인물이었기에
무사들이 앞으로 나와서는 장천의 앞에 포권을 하며 인사를 했다.
"사천지부의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니 문을 열어주게."
"예."
장천의 변태변골술은 목소리마저 이진천과 똑같을 정도였기에 무사들은 그가
다른 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또 이진천의 얼굴이 크게 알려져 있었기에 입구를 지키는 무사들의 대장도 더
이상의 검사 없이 그들을 안으로 들여보내 주니, 장천의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총단의 내부로 들어섰다.
하지만 지금부터가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총단에선 암혈당의 무사들과 안면이 있는 사람들이 있을 터, 단시간 안에 천마와
연락을 통해 내부에서 세력을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총단에 들어선 이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장천을 비롯한 50명 정
도의 인물이 총단의 지하감옥으로 향해 사람을 동조자를 빼내오는 것이었고, 불
괴대제와 만근퇴 우경은 천마를 만나 동맹을 맺는 일이었다.
이것을 성공하기만 한다면 그들의 정체가 드러난다고 하더라고 천마의 세력권
안에서 몸을 보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총단 내부의 지리를 잘 알고 있는 장천은 총단에 들어서자마자 이미 선출된
무사들과 함께 북쪽에 있는 불괴곡의 지하감옥으로 향했다.
지하 감옥 자체가 탈출하기 어려운 곳이었고, 장소가 총단 내부인지라 지하감옥
을 지키고 있는 총단 무사들의 숫자는 대략 50명 정도였기에 그들을 처리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게 생각했다.
"부대주들은 각기 열 명의 무사들을 이끌고 외부에서 순찰하는 자들을 처리하고
나머지는 나를 따라 전각의 북서쪽으로 담을 넘는다."
"예."
장천의 지시가 떨어지자 두 명의 부대주는 포권을 하며 대답을 하고는 무사들과
함께 외부 순찰자를 처리하기 위해 움직였고, 장천은 삼십 명 정도의 부하들을
이끌고 비교적 무사들이 적은 북서쪽으로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북서쪽은 절벽과 인접해 있었기에 지키고 있는 인물들은 서너 명
에 불과했기에 장천은 세 자루의 비도를 꺼내어서는 천천히 내력을 집어넣었다.
[슈슉!!]
심호흡을 한번 한 장천은 지하감옥을 지키는 무사들을 향해 비도를 던졌고, 그
의 비도는 한치의 오차도 없이 그들의 목에 꽂혔다.
"큭!!"
비도가 목에 꽂히자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쓰러지는 무사들이었으니 장천은 그
들이 쓰러지자 사람들과 함께 담을 넘어 전각의 왼쪽으로 빠른 속도로 움직였
다.
살짝 전각내부를 엿보니 이십 여명의 인물들이 내부에서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는데, 이미 사전에 이들의 처리 방법에 대해서 설명을 했기에 간단하게 무
사들에게 지시를 하기 시작했다.
"가자!!"
어느 정도 무사들의 정리가 되자 장천은 손짓을 하며 소리쳤고, 불괴곡의 무사들
을 내부를 향해 빠른 속도로 쇄도해 들어갔다.
"누구냐!!"
갑작스럽게 무사들이 밀어닥치자 내부에 있던 자들은 크게 놀랄 서는 병기를
집어들기 시작했지만, 제 일선에서 온 자들은 암기를 다루는데 능숙한 자들인지
라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고 그들을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지하감옥이 총단 내부에 있는지라 외부의 적에 대한 감시가 소홀했던 점
도 많이 작용한 것이다.
하지만 총단의 무사들을 상대로 쉽게 승리할 수는 없는 일이었으니 이들을 모
두 쓰러뜨렸을 때는 장천 휘하의 무사들 역시 십여명이 죽음을 당한 후였다.
"대주! 열쇠를 찾았습니다."
"가자!"
지하감옥의 열쇠를 찾았다는 말을 들은 장천은 지체할 것 없이 지하감옥으로
내려갔다.
감옥 내부에서도 지키고 있는 자들도 있었지만 홍련교에서도 상위에 속하는 무
공을 지닌 장천을 상대로 하기에는 역부족이었으니 작전을 시작한지 한 시진 만
에 장천은 총단의 지하감옥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었다.
감옥을 완전히 장악한 장천이 제일 먼저 한 것은 암영자의 두 인물을 찾는 것
이였으니 바로 추노와 괴면추노와 귀대인 율명을 찾는 일이었다.
하지만 보통의 감옥에선 그들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었으니 장천은 떨리는 얼
굴로 지하감옥의 수옥으로 향하게 되었다.
수옥은 중죄인을 가두는 곳으로 감옥 내부는 발목 정도의 물이 고여 있었기 때
문에 그곳에 갇힌 인물들은 제대로 잠도 자지 못할 뿐 아니라 오랜 시간이 지
나면 몸이 썩어 들어가는 무서운 곳이었다.
그들이 감옥에 갇힌 지 일년이 넘어가는 시기였기에 장천으로선 두 사람이 살아
있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었다.
한참을 내부로 들어선 장천은 수옥이 있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으니 다섯 개의
수옥이 있는 방을 보며 천천히 첫 번째 수옥의 문을 열었다.
"큭!!"
수옥의 문을 열자마자 썩은 냄새가 밀려오니 장천과 그의 부하들은 인상을 찌
프릴 수밖에 없었는데, 그곳에선 한 명의 죄수가 침상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것
이 보였기에 천천히 그의 곁으로 다가섰다.
"....."
이미 손과 발이 썩어 문드러진 인물이었으니 그의 얼굴을 들자 이미 눈 부분은
휑하니 파여져 구더기가 드나들고 있는 모습이었다.
"큭..."
그 자가 죽었다는 것을 확인한 장천은 재빨리 수옥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목구멍에서 무엇인가가 밀려오는 느낌에 토하고 싶었지만, 그런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는 것을 아는 장천으로선 그것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첫 번째 방의 인물은 추노나 율명이 아니었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그였다.
두 번째 방에는 아무도 없는지라 세 번째 방으로 향했는데, 문을 열자 하나의 인
형이 빠른 속도로 밀려와서는 장천을 향해 일권을 내뻗었다.
"차압!!"
놀란 장천은 급히 손을 들어서는 그의 공격을 막을 수 있었는데, 그의 신체의
모습이 눈에 익은지라 장천은 크게 놀란 목소리로 소리쳤다.
"율명 어른!!"
"....네 녀석은....누구냐.."
귀대인 율명은 상대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음침한 목소리로 말했는데, 장천은
그의 눈을 보는 순간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눈은 무엇인가에 의해 크게 훼손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큭..."
그의 눈이 멀었다는 것을 안 장천은 입술을 깨물 수밖에 없었다.
"율명 어른 접니다. 귀옥각주 두형..."
"두형....진정 두형이란 말이냐..."
장천의 말에 그는 손을 들어서는 그의 얼굴을 만지기 시작했는데, 이미 손끝은
썩어 문드러져 갔기에 그로선 장천의 얼굴을 확인할 도리가 없었다.
"뭣 하느냐! 율명 어른을 치료하지 않고!"
상태가 심각하다고 생각한 장천은 뒤에 있던 무사들을 보며 소리쳤고, 그들은
품에서 준비해둔 약을 꺼내어서는 율명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이미 첫 번째 공격이 그의 모든 힘을 사용했던 것인지 율명은 낯선 사람들이
자신의 몸을 잡았음에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율명 어른! 추노 어르신은!!"
"옆방에...하지만 이미 늦었다..."
율명의 말에 장천은 크게 놀라서는 네 번째 방을 열었는데, 그것에는 왜소한 체
구의 노인이 한 쪽 구석에서 외롭게 죽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추노 어르신!!"
그 모습에 장천은 소리를 치며 뛰어가서는 그를 안았지만, 이미 죽인지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인지라 그의 몸 전체에는 썩은 내와 함께 구더기가 기어다니고
있었다.
"흑흑흑...죄송합니다. 추노 어른..."
장천에게 추노는 사부와 같은 인물임과 동시에 할아버지와 같은 사람이었다.
추한 외모에 조금은 괴팍한 곳이 있었지만, 그래도 그런 모습 속에 자상함이 서
려 있었기에 장천은 추노를 좋아했었던 것이다.
하지만 다시 찾아 왔을 때는 추노는 싸늘한 시신이 되어 있었으니 어찌 눈물을
흐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미 썩은 몸에선 구더기가 기어다니고, 역한 기운을 내고 있었지만, 장천은 그
의 시신을 부여잡고는 슬픈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간신히 정신을 차린 장천은 초노의 시신을 안아 들고는 밖으로 나왔는데, 그 때
바닥으로 무엇인가가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건...크흐흐흑..."
추노의 몸에서 떨어진 것을 보는 순간 장천은 다시 한번 오열을 할 수밖에 없
었으니 그것은 나무로 만든 작은 목상이었다.
장천의 모습이 새겨진 목상이었는데, 상당 부분이 닳아 있는 것이 추노는 죽어
가기 전까지 그것을 고이 간직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