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128화 (129/355)
  • 제 25 장 견즉사의 호청명 (2)

    하지만 이렇게 물러섰다가는 오립산에 이어 그의 후예에 까지 당하는 꼴이 되

    는지라 자존심때문이라도 물러설 수 없는 호청명이였다.

    "자네의 나이는...."

    "예. 제 나이는요?"

    자신의 말에 기대에 가득찬 눈빛으로 장천이 처다보자 호청명은 잠시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강렬한 빛이 새어 나올 것 같은 똥글똥글한 눈동자를 보며 도저히 거짓을 말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휴우....내가졌네... 도대체 자네의 나이는 몇살인가? 열다섯에서 백살까지 길게

    볼 수 있는 나이는 내 생전 처음이네."

    "후후 사실 저도 제 나이는 잘 몰라요."

    "무슨 말인가?"

    "전 고아였는데, 아버지가 양자로 들이셨거든요."

    "음..천무성골을 양자로 들이다니 쌍도문은 복이 터졌군."

    "후후 그런데 말이에요. 제 나이가 열다섯에서 백살까지라뇨?"

    호청명의 말에 장천은 궁금증이 밀려왔기에 물어 볼 수 밖에 없었는데, 호청명

    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사람의 나이를 보는 것은 꽤 많은 방법이 있다. 첫 번째가 이빨로 보는 방법이

    다. 둘째 피부로 보는 방법, 셋째 혈도로 보는 방법, 넷째 장기로 보는 방법 등

    열거하기는 어렵지만 백여가지 이상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하나 이들

    중 깨달음이나 내공이 극에 이르렀을 때 신체는 기를 받아들이는 그릇을 확장

    시키기 위해 탈태환골을 이란 것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런 경우는 신체가 달라

    지기는 하지만 확장된 단전의 크기를 통해 어느정도 나이를 유추할 수 있다."

    "와!"

    처음 듣는 이야기인지라 장천은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네 녀석의 경우에 내가 백살까지 크게 보게 된 이유는 단전의 크기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단전의 크기가 너무 크다니요?"

    "탈태환골은 한번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몸 안의 기가 확장되어 더 이상 단전에

    버티지 못하게 될 시 자연적으로 몸이 기에 순응하여 겪는 현상이다. 이런 이유

    로 한번의 탈태환골을 겪었다 하더라도 신체는 다시 한번 탈태환골을 통해 기

    를 저장할 수 있는 그릇을 만들게 되지 하지만 너의 경우에는 태어나서부터 단

    전 자체가 다른 사람과 다르던지 다른 일종의 개정대법을 받았는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그런 이유로 내가 나이를 밝히는데 상당히 힘들었던 것이다."

    "그렇군요."

    장천이 어느정도 자신의 말을 수긍하자 그는 한숨을 쉬고는 방안으로 들어갔으

    니 일단 내기에는 졌으니 그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함이였다.

    하지만 그의 발길을 막는 이들이 있었으니 또 다른 무리들이 견즉사의의 오두

    막으로 몰려왔기 때문이다.

    "앗!!"

    경공을 사용해서 나타나는 이의 모습을 확인한 장천은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

    었으니 그들은 바로 우경의 일당이였기 때문이다.

    "만근퇴 우경?!"

    "응?"

    우경 역시 장천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크게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불괴대제와 곡을 빠져나갔으리라는 것은 짐작하고 있다만 이곳에서 만나다니

    의외로군."

    그는 장천을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으니 긴장할 수 밖에 없는 장천이

    였다.

    하지만 이들이 이곳에 나타난 것을 보며 하나의 추리를 할 수 있었는데, 바로

    그들도 불괴대제의 무리들이 걸린 병에 많은 사람들이 쓰러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였다.

    "오래간만입니다. 그런데 우경 어르신께서 무슨 일로 이런 곳에 오셨는지 궁금

    하지 않을 수 없군요."

    "음..."

    그의 말에 우경은 안색을 찌프리고 말았다.

    역시나 장천이 생각했던데로 그 역시 불괴곡에서 나온 사람들이 괴이한 열병에

    걸리자 그것을 치료하기 백방으로 수소문을 하다 사천의 산골에 중원제일의 의

    원이라는 견즉불사 호청명이 있다는 말을 듣고 온 것이다.

    그곳에서 장천을 만났기 때문이다.

    자신의 딸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던 호청명은 불미스러운 일이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자신은 모르지만 장천의 경우에는 자신에게 이를 갈고 있다는

    생각에 오늘 일이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짐작한 것이다.

    "자네 역시 이곳에 온 것을 보면 불괴대제의 무리 역시 같은 병을 앓고 있겠

    군."

    "그럴 수 밖에요. 불괴곡에서 살아온 이들이라면 어쩔 수 없이 걸리는 병이라

    하더군요."

    "그런가...."

    장천의 말투에는 강한 억양이 실려 있는지라 그가 자신을 싫어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우경이였다.

    하지만 그로선 이곳에서 쉽게 물러설 수 없었다.

    자존심을 벌이는 한이 있어도 반드시 견즉불사 호청명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견즉불사 호청명 대협께서는 안에 계신가?"

    "예. 하지만 애석하게도 제가 선약을 했기 때문에 우경 어르신께서는 기회가 없

    을 것 같군요."

    "...부탁이네만 그 기회를 나에게 넘겨 줄 수 없겠는가?"

    "거절하겠습니다."

    "크윽...."

    단호하게 거절하는 장천을 보며 우경은 노기가 치솟아 올랐지만, 아직 호청명을

    만나지도 못한 이상 그의 오두막 앞에서 함부로 싸움을 걸 수는 없다는 생각에

    노기를 누를 수 밖에 없었는데, 그의 뒤에 있던 중년의 무인이 조심스럽게 그에

    게 전음을 날렸다.

    [어르신 일단은 호청명이란 자를 만나보는 것이 어떻습니까? 지금 상태에서 눈

    앞의 꼬마와 싸우는 것은 이로울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말이 틀리지 않는지라 우경은 장천을 지나서는 방문 앞에 서서 포권을 하

    고는 말했다.

    "남양의 우경이 견즉사의 호청명대협을 뵙고자 하오니 허락하여 주십시오."

    우경은 부탁하는 처지인지라 정중하게 포권을 하고는 물을 보며 소리질렀는데,

    그의 말을 듣고 나온 호청명은 일이 특유의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본인은 할말이 없네, 자네가 나를 찾아 온 이유가 저 꼬마와 같은 것이라면 내

    가 아니라 저 꼬마에게 부탁하게나 내가 치료한다고 한 곳은 꼬마가 말하는 한

    군데이니 말이야."

    "큭!!"

    역시나 청성파의 일이 있던 것처럼 호청명의 심술보가 터지고 말았으니 우경은

    미간을 찌프릴 수밖에 없었다.

    우경으로선 장천에게 또 다시 부탁한다는 것은 도저히 못하겠는지라 다시 한번

    그를 보며 포권을 쥐고는 말했다.

    "호대협...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거참 내 말을 못 들었는가? 치료를 받고 싶으면 저 꼬마에게 부탁하라고 하지

    않나?"

    노기가 치솟아 오른 우경은 당장이라도 자신의 앞에서 실실거리며 쪼개고 있는

    의원녀석의 얼굴을 부수어 버리고 싶었지만, 그가 없으면 자신의 식솔들의 목숨

    을 구할 수 없는지라 한숨을 쉴 수 밖에 없었는데, 그때 그의 앞으로 장천이 걸

    어와서는 말했다.

    "한가지 방법이 있긴한데 말입니다."

    "한가지 방법?"

    "예. 우경 어르신의 무리들과 불괴대제의 무리들과 하나가 된다면 한 곳을 치료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닙니까?"

    "큭!"

    장천의 말이 신음소리를 낸 것은 우경이 아니라 호청명이였다.

    내기에는 지기는 했지만, 불괴곡의 다른 무리들이 나타나서는 장천이란 꼬마와

    적인 것 같은 모습을 보이자 꾀를 내어서는 말한 것이였기 때문이다.

    전에 있던 청성파 역시 이런 식으로 붙여서는 살아 남는 한쪽에게만 약을 내어

    주기로 했던 것인데, 앞에 있는 꼬마가 자신의 계략을 부수어버리자 낭패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

    다행히 우경의 일파는 불괴대제의 무리들과 힘을 합치는 것이 싫은 모양이였기

    에 호청명은 속으로 그들이 꼬마의 말을 거절하기를 빌었다.

    "불괴대제의 무리들과 힙을 합치라는 말인가?"

    우경은 불괴대제와는 그리 사이가 좋지 않았기에 힘을 합친다는 말에 다시 한

    번 물어보게 되었는데, 의외로 장천은 고개를 젖고 있었다.

    "그것이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인가?"

    "불괴대제와 힘을 합치라는 것이 아니라 저와 무성의 수하로 들어오라는 말입

    니다."

    "이 겁대가리 없는 녀석이 감히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거냐!!"

    장천의 이어지는 말에 먼저 노기를 터뜨린 것은 우경이 아니라 그의 주변에 있

    는 수하들이였다.

    자신들의 우두머리인 우경에게 수하가 되라고 말하니 어찌 화가 나지 않겠는

    가?

    하지만 장천은 그들의 살기 가득한 협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조금 어렵기는 하겠군요. 뭐 할 수 없지요. 사람이 죽어가는 판에 자존심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니 말이에요."

    "크윽..."

    우경은 입술을 깨물 수 밖에 없었다.

    현재 그는 어떻게든 견즉사의의 호청명의 치료를 받아야 하는 이유가 있었으니

    바로 자신의 딸인 매아가 병을 앓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이 나이를 먹게 되면 정에 더 민감하게 되는 법이니 말년에 얻은 외동딸이

    병을 앓고 있으니 어찌 답답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외동딸이였으니 그로선 갈등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

    다.

    장천은 우경의 이런 사연을 알지 못하는지라 고민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는

    그를 보며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의 수하가 되라는 말은 한번 던져본 말이였고, 안되면 불괴대제와 일정시간

    동안만 동맹을 하는 방식으로 이 기회에 자신들을 돕는 세력을 만들어 볼 생각

    이였다.

    불괴대제와 힘을 합치고는 있지만, 실제로 문성과 자신의 세력은 전무한 형편이

    니 우경의 세력이 탐이 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우경이 거절한다고 말한다면 잠시 할 수 없다는 식으로 말하다가 천천히 자신

    들을 도와주는 식으로 말을 바꿀 생각이였는데, 생각외로 우경이 심각하게 고민

    을 하자 무엇인가 다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우경이 이렇게 고민하다니...무슨 다른 이유라도 있나?....음...설마?'

    한참을 그렇게 생각하던 장천은 자신의 생각이 맞는지 틀리는지 알아볼 겸 살

    짝 운을 띄워 보았다.

    "그나저나 매아소자는 잘 있는가 궁금하군요?"

    "큭..."

    역시나 매아의 이름이 나오자 그의 안색은 더 시퍼렇게 변하고 마니 불괴대제

    의 아들과 마찬가지고 매아 역시 갑작스럽게 밀려오는 양기로 인하여 몸의 조

    화가 깨지는 병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딸을 꽤 아끼는가 보군..음...매아라...'

    자신을 죽일 뻔한 위기까지 몰고 갔던 매아이긴 했지만, 악의는 없었고 오히려

    자신의 뒷수발을 해준 것을 감안한다면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든 장천은 마음을

    결정하고 조건을 약간 완화시켜 그의 결정을 쉽게 해주기로 생각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무슨..."

    "어차피 우경 어르신 역시 일단 외부에서 식솔들을 정비한 후 홍련교의 남아

    있는 자들과 힘을 겨루실 생각이 아닙니까?"

    "음..."

    "솔직히 우경 어르신을 따르는 무리들이나 불괴대제의 무리들이나 각자의 힘으

    론 현재의 홍련교 내부의 인물들과 힘을 겨루는 것은 이란격석(以卵擊石)인 것

    은 자명한 일입니다. 저희들에게 중요한 것은 내부로 진입하는 것이니 일단 힘

    을 합쳐 확실히 본교에서의 기반을 다져 놓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음...."

    처음 수하로 들어가라는 말은 들어 줄 수 없는 말이였지만, 내부의 기반을 다질

    때까지 잠정적으로 협력상태를 가진다는 것은 구미가 당기는 일이였다.

    솔직히 그 역시 지금의 세력으로 홍련교 총단에 있는 기존 세력을 누르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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