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127화 (128/355)

제 25 장 견즉사의 호청명 (1)

[챙!! 챙!!]

불괴대제가 붙여 준 열명정도의 무사들과 함께 장천은 삼일낮밤을 쉬지 않고

그가 살고 있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는데, 그가 살고 있는 오두막이 있는 곳에

서 병장기가 부닥치는 소리가 들려오자 범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무사들을 멈추게 한 후 조심스럽게 오두막 쪽으로 접근해 들어간 장천은 수십

명의 무사들이 호청명의 오두막 앞에서 싸우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미 싸운지가 꽤 되었는지 마당에는 십여명의 무사들이 죽거나 부상을 당하여

신음을 내지르고 있었는데, 어이없게도 한 노인이 그것을 보면서 곰방대를 물고

는 재밌다는 듯이 지켜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크크크크 뭣들하는게냐! 너희들 중 승자만이 기회가 있다는 것을 모르느냐?"

호청명은 자신의 앞마당에서 싸우는 자들을 보며 기괴한 웃음소리를 내며 다그

치니 그들은 미간을 일그러뜨리면서도 싸우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싸우는 자들의 무공을 살펴보니 적은 수의 무사들은 청성파의 검술을 펼치고

있었고, 대다수는 사파의 인물인 듯 했는데, 과연 구파일방의 하나인 청성파였

는지 여섯명 정도의 인원으로 열다섯명 정도의 사파의 무사들을 밀어붙이고 있

었다.

"사형! 이따위 개같은 싸움을 계속 해야 한단말입니까!!"

청성의 무사들 중 십대후반의 젊은 무사가 자신의 앞에 있던 자의 목을 베고는

옆에 있던 중년의 무사에게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소리쳤는데,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공격하는 사파의 무사들과의 싸움을 계속 할 뿐이였다.

장천이 보건데 청성파와 사파의 무사들은 원치 않는 싸움을 하고 있다는 표정

이 역력하니 그로선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영문을 알 수 없는 싸움은 반시진 정도가 지나자 정파인들이 사파의 무사들을

모두 쓰러뜨림으로서 끝이 날 수 있었는데, 사형이라 불린 자는 주위에 쓰러져

있는 자신의 동문들을 보며 찹찹한 표정을 짓고는 천천히 견즉사의의 앞으로

가서는 말했다.

"당신이 말한데로 사파의 무사들을 모두 베었소, 이제 철혈독(鐵血毒)의 해독약

을 주시오."

"케케케 한 사람을 살리기위해 수십명을 죽인다라 과연 정파의 나부랭이들이

할만한 짓이군."

"크윽..."

호청명의 말해 대사형이라 불리는 자는 분노가 치솟아 올랐지만 지금 상황에서

노기를 터뜨릴 수는 없는지라 입술을 깨물며 참을 수 밖에 없었다.

청성의 무사들인 그가 견즉사의에게 온 이유는 바로 장문인이 독에 중독되었기

때문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독에 중독된 청성파의 장문인은 사경을 헤매고 있었고, 온갖

해독약을 다 사용했지만 치유되기는커녕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기에 그들은 수

백금을 내주며 하오문과 개방에서 정보를 구해 견즉사의에게 온 것이다.

놀랍게도 견즉사의 호청명은 그들 장문인의 증상만을 듣고도 철혈독이란 독에

중독되었다는 것을 알아냈지만, 그 당시 사파와 무사들 역시 그들의 문주가 철

혈독에 중독 되어 사람들을 보내왔던 것이다.

이를 본 호청명은 두 무리 중 살아남는 자에게 해독약을 준다는 말을 했기에

어쩔 수 없이 청성파의 무사들은 사파의 무사들을 모두 죽일 수 밖에 없었다.

청성파의 우두머리로 온 청년은 현 장문의 수제자인 천유성(天流星)이란 자로

그 자질과 무공이 뛰어나 청성파의 차기장문으로 유력한 젊은이였다.

그 만큼 그의 자존심은 어느 누구보다 높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는데, 스승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라지만 견즉사의 같은 자에게 휘둘렸으니 자존심에 큰 상

처를 입은 것이다.

"옛다! 수십을 죽였으니 한 녀석쯤은 살려도 무방하겠지..케케케"

호청명은 품에서 작은 도기병을 하나 꺼내어서는 그에게 건네주니 천유성은 그

것을 받아 쥐고는 품에 넣고는 그의 앞에 주머니를 하나 던져주며 말했다.

"금 300냥이요. 청성파는 이제 그대에게 빛진 것이 없소이다."

그 말과 함께 돌아선 그가 경공을 사용하여 뛰어가니 다른 청성파의 무사들 역

시 천유성의 뒤를 따라 견즉사의의 오두막에서 사라졌다.

"크크크 자존심만 남아 있는 정파의 꼬마들이구나. 크크크 거기 나무 뒤에 숨어

있는 아해는 뭐하느냐? 청성파의 꼬마들이 사라졌으니 이제 나올 때가 되지 않

았느냐?"

나무 뒤에 숨어서 견즉사의의 행동을 보던 장천은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기척을 숨기고 다가섰음에도 자신을 알아채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쨋든 한번은 만나야 하는 사람인지라 장천은 지저분해진 옷은 두세번

털고는 천천히 그의 앞으로 걸어서가서는 포권을 하며 말했다.

"청해의 두형이 견즉사의 호청명 대협께 인사올립니다."

"크크크 이번에는 청해에서 온 놈이로구나. 그래 네 녀석은 어디기 아파서 찾아

왔느냐? 크크크."

소름끼치는 웃음을 흘리며 묻는 그를 보며 장천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가 몸을 담고 있는 곳의 사람들이 크게 열병을 앓고 있는지라 호청명 대협

의 도움을 얻고자 해서 찾아왔습니다."

"열병? 청해에서 열병에 걸리는 멍청한 녀석들도 있더냐?"

열병이란 말에 호청명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장천을 물었는데, 그는 호청명의

물음에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열병이 걸린 곳은 청해가 아니라 사천의 남쪽으로 남만과 인접한 곳입니다."

"남만과 인접한 곳이라고?"

"예. 모두들 한 몇십년간 깊은 계곡에서 푹 썩고 있다가 나왔는데, 밖으로 나오

자마자 열병이 걸리더군요."

"뭐? 크헬헬헬..거참 재밌는 놈이로구나. 사천과 남만의 경계에 있는 계곡에서

나왔다면...오라 마교에서 독종들만을 가둔다는 불괴곡에서 나온 놈들이로구나."

"잘 아시네요."

"크크크 그렇다면 볼 것도 없다. 수십년간 깊은 계곡의 음기에 익숙해진 몸이

갑자기 양기를 접하게되자 몸의 조화가 무너져버렸기 때문이다."

역시나 명의라고 할 수 있는 자였으니 단순히 장천의 몇마디 말을 들었음에도

수십명의 의원들이 알아채지 못했던 병의 원인을 정확히 집어낸 호청명이였다.

"그런 이유로 잠시 견즉사의님을 모시고 갈 생각인데, 저희들과 함께 가주시겠

습니까?"

장천은 그의 말을 들으며 자신의 요구를 말했는데, 역시나 호청명은 단호하게

그의 청을 거절했다.

"거절한다."

"그렇군요. 그럼 처방이라도 일러주세요."

"그것도 거절한다. 네 녀석이 뭐가 이쁘다고 그 따위 귀찮은 짓을 해주겠느냐?"

처방전을 써달라는 말마저 거절하니 장천은 크게 한숨을 쉬는 모습을 보이더니

가볍게 양 손에 화기를 끌어올리고는 말했다.

"어쩔 수 없네요. 저도 일이 일이니 만큼 부득이하게 견즉사의 대협을 힘으로라

도 모셔가야 하겠네요."

"호오! 조화의 경지에 이른 화의 무공이라."

호청명은 장천의 손에 일렁이는 화기를 보고는 크게 감탄을 하더니 손짓을 하

며 말을 이었다.

"잠시 이리 좀 오거라 네놈의 몸을 보니 흥미가 생기는구나."

"싫어요."

"왜?"

"전에 백부께서 말씀하시기를 실험재료가 되고 싶지 않다면 견즉사의대협의 삼

장 안으로는절대 들어가지 말라고 하셨거든요."

"호오! 그 백부란 놈이 본노를 잘 아는 모양이구나 그래 그 놈의 이름이 무엇이

더냐?"

"패쌍도 등평이요."

"크윽...쌍도문!!!!"

자천의 입에서 패쌍도 등평의 이름이 터져나오자 호청명은 갑자기 자리에 벌떡

일어나서는 이를 갈며 쌍도문의 이름을 외치고는 장천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소리쳤다.

"패쌍도 등평이 백부라니 넌 마교에서 온 꼬마가 아니로구나!1"

"후후. 쌍도문에선 장천이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쌍도문의 소주?!"

"예."

"크으윽!!"

호청명은 장천이 쌍도문의 소주라는 것을 깨닫고는 그에 대한 평가가 완전히

달라지고 말았다.

처음에는 아직 세상 물정 모르는 마교의 꼬마라고 생각했는데, 쌍도문의 소주라

는 것을 알게 되자 영악한 꼬마녀석이라는 생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남아 있는 청심단과 제조비법까지 모두 긁어간 녀석들이 뭐가 부족하다고 또

찾아와서 이 늙은이를 괴롭히느냐!"

"이번에는 쌍도문의 일이 아니라 홍련교의 일로 찾아왔는데요."

"크으윽...오립산의 뻔뻔함을 그대로 빼다 박은 놈이로군!"

"태사부 어르신과 비교하시다니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후후"

자신의 말에 부끄럽다는 듯이 몸을 꼬며 말하는 꼬마를 보며 그로선 황당할 수

밖에 없었다.

"어쨋든 볼일 없다. 돌아가거라!"

더 이상 말하기도 싫다는 듯이 돌아서려는 그를 보며 장천은 미소를 지으며 말

했다.

"저랑 내기 한번 하시지 않을레요?"

"내기?"

"예. 저의 나이를 알아 맞추는 거에요."

"음..."

자신의 의술로 어린 꼬마의 나이 정도야 쉽게 알아 맞출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장천을 보며 말했다.

"내가 이긴다면 무엇을 해주겠느냐?"

"제가 가진게 뭐가 있겠어요. 몸으로 때울 수 밖에요."

"음..내가 진다면 마교의 녀석들을 치료하는 것이렸다?"

"예."

일단 내기 자체가 자신에게 유리한 것인데다가 화의 무공을 익히고 있는 꼬마

의 몸을 살펴보고 싶었기에 그는 장천의 내기를 수락했다.

"좋다!"

"그럼 한번 나이를 맞춰보세요."

장천의 말에 견즉사의는 그에게 다가가서는 이빨과 함께 여러군데를 관찰했는

데, 잠시 후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보기에는 열다섯살 정도의 꼬마였는데, 내공은 벌써 4갑자를 상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천무성골로 임독양맥과 세맥이 선천적으로 막히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벌써 4갑

자라니...음..환골탈태를 겪었을 것은 분명하니 쉽지 않겠군.'

무림인들은 환골탈태를 겪으며 노인이라 할지라도 몸이 젊어지는 현상을 겪기

때문에 나이를 알아 맞추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였다.

하지만 환골탈태라해도 어느정도 흔적은 남기 마련이니 견즉사의는 다시 한번

녀석의 나이를 알아맞추기 위해 살펴 보았지만, 도대체 이 놈의 나이는 측정이

불가능했다.

'뭐 이런 녀석이 다 있지?'

호청명은 백살에 가깝게 살아오면서 많은 자들의 몸을 살펴보았지만, 자신의 눈

앞에 있는 꼬마처럼 괴이한 몸을 가진 녀석은 처음 보았다.

육안으로 보이는 나이는 열다섯이지만, 몸 안의 여러 가지 모습을 본다면 길게

잡아도 백살 이상까지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정확한 나이를 알아보기 위해선 뱃속을 갈라보는 수 밖에 없었으나 나이를 알

아본다고 배를 가를 수는 없는지라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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