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125화 (126/355)
  • 제 24 장 대탈출 (4)

    크게 웃음을 터뜨리던 불괴대제는 천천히 장천을 보며 말했다.

    "그대가 나의 힘을 원한다면 무엇을 줄텐가?"

    "당신 역시 화의 무공에 대해서 알고 있지 않소이까?"

    "그렇지."

    홍련교의 역대 교주들만이 익힐 수 있는 무공인 화의 무공을 그가 모를 리가

    없었다.

    "현재 홍련교의 교주는 화의 무공을 익히지 못하고 있소이다. 그런 이유로 본교

    의 교주는 이름만 있는 유명무실한 존재, 장로급 이상의 많은 무인들도 화의 무

    공을 모르고 있는 교주이니 자연히 충성심이 떨어져 있는 상태요."

    "음.."

    일단은 가장 최근에 불괴곡으로 떨어진 사람이라고 해도 천마 문천익의 교주로

    있을 때 떨어졌던 사람인지라 현재의 교주가 바뀌고 천마는 전대교주의 직함으

    로 구시독인은 태상장로의 직함으로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지금 시점 화의 무공을 익힌 사람이 나타난다면 어떻소이까?"

    "힘이 없는 자에게 교주의 상징이 있다한들 무엇에 쓴단 말인가?"

    "힘이라면 불괴대제께서 가지고 계시지 않습니까?"

    "음..."

    장천의 말은 화의 무공을 익힌 자신들을 교주의 자리에 올리는데 자신의 힘을

    빌어 쓰고 싶다는 말인지라 그로서는 생각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설령 내가 자네를 도와준다고 해도 나에겐 무엇이 돌아오는 것이지? 이득 없

    는 싸움에 끼고 싶은 마음은 없네만?"

    불괴대제의 말에 장천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를 드리겠습니다."

    "하하하하! 나보고 자네의 밑으로 들어가란 말인가?"

    불괴대제는 장천의 교주의 좌에 앉을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크게 웃음을 터뜨리

    며 말했는데, 그의 말에 장천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물론 전 삼인자에 머무를 것입니다."

    "응?"

    "교주의 좌에 오르는 것은 바로 제 옆에 있는 문성이 될 것이니까요."

    "문성?"

    장천의 옆에 있는 사람은 염아귀인지라 그는 조금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염아귀가 화의 무공을 익힌 것은 알고 있지만, 아직 연륜이 부족한 나이가 아

    닌가?"

    "불괴대제께선 그 편이 훨씬 좋지 않습니까?"

    그의 말에 불괴대제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새끼 호랑이를 키워 후환을 당하는 것 보다 늙은 호랑이의 뒤에서 녀석이 죽

    기를 기다리는 편이 나로선 더 흥미가 있지."

    "하하하! 과연 불괴대제이시군요."

    만만치 않은 인물인지라 장천으로선 조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제 생각엔 대제께서 바라시는 것이 있으신 것 같은데 아닙니까?"

    장천의 말에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네 자네가 나에게 제시한 것과 함께 한가지 더 주었

    으면 하네."

    "한가지라 하심은?"

    "화의 무공."

    그 말에 장천은 그의 야심을 짐작 할 수 있었다.

    "과연 불괴대제이시군요. 하지만 불괴대제께선 화의 무공을 익히실 수 없을텐데

    요?"

    화의 무공은 아무나 익히는 것이 아니였다.

    장천의 경우에는 천무신골이라는 희대의 무골을 지니고 있었기에 익히는 것이

    가능했지만, 다른 사람의 경우에는 문성과 태어나자 마자 전수 받거나 전대 교

    주에게 화의 무공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음의 경우에는 불괴대제에겐 이미 시간이 지났고, 후의 경우에는 장천

    자신이 화의 무공을 그에게 넘겨주어야 하는데, 그렇게 된다면 그 자신의 무공

    은 완전히 전폐되어 보통 사람의 몸을 지니기 때문에 둘 모두 들어 줄 수 없는

    일이였다.

    후자의 경우에는 장천으로선 들어 줄 수 없는 일이였고, 전자의 경우에는 시간

    이 지났으니 그가 생각하는 바를 짐작 할 수가 없었다.

    "물론 내가 아니네."

    "그렇다면?"

    "나의 손자에게 그 힘을 물려 주었으면 하는 것이지."

    "후후후 후대를 위함입니까?"

    "난 이미 나이를 먹을만큼 먹었네, 쓸데없이 오르지도 못할 나무를 처다보는 것

    보다는 그 편이 훨씬 더 현실적이지 않은가?"

    그의 말이 틀린 것은 없는지라 장천은 한참을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

    했다.

    "좋습니다. 제가 당신의 손자에게 화의 무공을 건네드리도록 하지요."

    "하하하 자네와 나의 계약관계는 성립되었네."

    이렇게 해서 장천은 불괴대제와의 계약을 끝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를 신용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였다.

    그의 손자가 화의 무공을 익히게 된다면 불괴대제는 분명 차대교주의 좌를 확

    실하게 차지하기 위해서 문성을 해하려 할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에게도 다른 생각은 있었으니 바로 문성의 부친인 천마 문천익을 이

    용하는 것이였다.

    그 역시 자신의 아들이 교주의 좌를 차지하는 것을 싫어하지는 않을 터라 생각

    했기 때문이다.

    천마 문천익의 세력을 이용하여 문성의 세력을 견고히 한다면 불괴대제를 충분

    히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한 장천이였다.

    하지만 그것도 쉽게 풀리지 않을 수도 있었으니 구천신녀가 말한 천마 문천익

    과 문성의 관계 때문이였다.

    만약 천마 문천익이 그녀의 말대로 문성을 자신의 자리를 위해 불괴곡으로 빠

    뜨린 것이라면 자신의 계획대로 되었을 시 더 위험한 인물은 불괴대제가 아닌

    천마 문천익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일들은 지금 생각해봤자 확실히 알 수 없는 일, 일단은 이 불괴곡

    을 벗어나는 것이 가장 급선무였다.

    불괴곡을 빠져나가지 않는 한 이러한 생각들은 망상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불괴대제에게서 하나의 움막을 얻을 수 있던 장천은 그곳에서 문성과 함께 살

    면서 불괴곡을 빠져나갈 시간을 기다리는 한편 그의 손자에게 화의 무공을 전

    수하는 생활을 보내게 되었다.

    그의 손자가 있는 곳은 장천이 있는 움막에서 별로 떨어지지 않은 곳이였다.

    불괴대제의 손자의 이름은 마운성으로 현재 10살 정도의 나이였는데, 벌써 사서

    삼경을 땔 정도의 뛰어난 머리에다 근골 또한 무골이여서 화의 무공을 익혀 차

    대 교주의 좌에 오른다면 뛰어난 교주가 될 것이라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으니 그가 전혀 무공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이였다.

    물론 이것이 장천으로선 훨씬 좋은 일이였지만, 어느정도 성과를 이루게 하지

    않는다면 불괴대제의 믿음을 살 수 없었기에 답답하기도 했다.

    "진실로 무공을 익히고 싶은 마음이 없단 말이냐?"

    "그렇습니다."

    장천은 자신의 앞에 있는 소년을 보며 한 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긴 검미의 밑으로 보이는 맑은 눈동자, 오똑한 코를 지닌 마운성은 잘생긴 미남

    의 얼굴로 후에 불괴곡을 빠져나간다면 여자들에게 상당한 인기를 끌 그런 외

    모였다.

    하지만 불괴곡은 여자의 수도 적을 뿐더라 아름다운 여인 또한 드물었기 때문

    에 이성에 대한 동경 같은 것은 전혀 없는데다가 무공을 익히긴 했지만, 도가의

    심결을 익힌 덕에 차분하기 그지 없었다. 물론 다른 말로 한다면 목석과도 같은

    녀석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고수가 되고 싶은 욕심도 없는데다가, 명예나 권력에 대한 욕심도 없으며, 색에

    대한 흥미도 없으니 장천으로선 고승이나 도인을 상대하는 것 같을 수 밖에 없

    었다.

    "네 조부의 말씀을 듣지 않겠다는 말이냐?"

    "음..."

    조부라는 말에 그는 조금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는데, 들리는 말에 의하면 부모

    는 3살 이전에 모두 병으로 죽고 불괴대제에게서 자라왔으니 자신을 키워주고

    아껴준 불괴대제의 말을 쉽게 거역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한참을 고민하다 한숨을 크게 쉰 마운성은 장천을 보며 말했다.

    "묻겠습니다. 도대체 무를 익혀서 무엇에 쓴단 말입니까?"

    "자신의 몸과 마음을 수양하는 한편,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며 나아

    가서는 다른 이들까지 보호할 수 있지 않느냐?"

    "그렇다면 자신의 몸 하나를 지킬 정도의 무공이면 충분하지 않습니까? 사부께

    서 제가 가르쳐주시려 하는 무공은 절정의 무공입니다. 그러한 것은 오히려 화

    를 부를 수 있으니 차라리 익히지 않은 편이 나은 것이 아닙니까."

    그의 말을 틀린 것이 아니였다.

    부호의 집에 대도가 들 수는 있지만, 가난한 집에 대도가 들일은 없었기 때문이

    다.

    '맞는 말이긴 한데, 이거 불괴대제 같은 녀석한테 어떻게 이런 손자가 있을 수

    있는거지?'

    장천으로선 마운성이 신기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가만히 둘 수는 없는 일인지라 한참을 생각하다 말을 했다.

    "네가 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

    그 말에 마운성은 한참을 생각을 하며 망설이다가 그를 보며 말했다.

    "신선이 되고 싶어요."

    "신선?"

    자신의 말에 장천이 관심을 가져주자 그제서야 녀석은 얼굴이 붉어지며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시작했다.

    "예. 도가의 심법을 배울 때 사부님이 신선의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세상을 초

    월하여 우화등선화게 되면 상천에 살 수 있다고 했어요. 그래서 갈홍(葛洪)이

    지은 포박자(抱朴子)도 열심히 읽고 있어요. 이 곳을 벗어나면 제일 먼저 단약

    을 만들어 볼 생각이에요."

    역시나 어린아이인지 자신이 가장 관심이 있는 분야를 물어보자 겉늙은 말투도

    사라지고 아이 아이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휴..'

    그 모습에 한숨을 쉴 수밖에 없는 장천이였다.

    차리리 도문에 관련된 집안에서 태어났더라면 좋았으려만 아쉽게도 현재 도문

    에 관련된 문파는 모두 정파이니 마교에 속한 이 아이가 자신의 꿈을 이루는

    것은 어렵다고 할 수 있었다.

    마운성을 한참을 지긋이 처다본 장천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만류귀종을 아느냐?"

    "모든 흐름을 하나로 통일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까."

    "그렇지, 무당파를 아느냐?"

    "정파에서 소림과 함께 쌍대산맥이라 불리는 문파입니다."

    "그렇지 그들이 추구하는 것 역시 너와 같이 도를 닦아 우화등선하는 것이다."

    "아!"

    "하지만 너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들은 무에서 도를 추구하여 그것을 이루려

    한다는 것이지."

    "음..."

    그 말에 마운성은 한참을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내가 만류귀원을 언급한 것은 어떠한 것이든 그것을 최후의 경지까지 수련한

    다면 네가 말하는 우화등선의 경지에까지 이를 수 있는 것이다."

    "그런가요..?"

    "어찌 너에게 거짓을 말하겠느냐? 운성아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에서 가장 가까

    운 것은 무공이라 할 수 있으니 무를 통해 네가 바라는 우화등선의 경지에까지

    이르는 것이 어떻느냐? 저 무당의 장삼봉진인이 우화등선을 한 예를 보더라도

    현재에 너에게 가장 가까운 것은 무를 통해 도를 얻는 것이 가장 쉬울 듯 하구

    나."

    역시나 어린 아이인지 쉬울 것이라는 말에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고개를 끄덕

    이고는 말했다.

    "알았어요. 사부의 말대로 무를 한번 익혀 볼께요."

    "잘생각했다."

    이렇게 해서 마운성과의 일은 어떻게든 해결이 됐으니 불괴대제는 자신의 손자

    가 과거와는달리 무공을 익히는 것에 집중하자 장천에 대한 신임이 더욱 두터

    워질 수밖에 없었다.

    마운성을 가르친지 이주일이 넘었을 때 불괴대제는 장천을 불러서는 불괴곡의

    다른 사람들과 함께 회의를 가지게 되었다.

    "불괴곡을 벗어나는 것입니까?"

    "그렇다네?"

    장천은 이 회의가 불괴곡을 벗어나기 위해 대책을 협의하는 회의인 것을 알고

    는 조금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이미 만근퇴 우경이 있는 곳 역시 불괴곡을 탈출하기 위한 작업을 목전에 두

    고 있다는 소문이 있으니 우리 역시 조금 서두르기로 결정을 했다네."

    "음..그렇군요."

    역시나 만근퇴 우경이 있는 곳 역시 불괴곡을 빠져나가는 준비를 해왔다는 것

    을 알 수 있던 장천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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