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124화 (125/355)
  • 제 24 장 대탈출 (3)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간신히 우경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장천은 구석진 곳에서

    몸을 숨기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젠장..어쩌다가 내가 이런 꼴이 되어 버렸냐..'

    얼마 후 조심스럽게 숨어 있던 구석에서 사방을 둘러보던 장천은 근처에 사람

    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천천히 걸어 나왔다.

    '일단은 문성을 찾는 것이 급선문데...어떻게 찾지..'

    불괴곡 안은 상당히 넓었기에 그로선 도저히 문성을 찾을 수 있는 방도가 생각

    이 나지 않았다.

    '이렇다고 하면...우경이란 자와 다른 녀석들이 문성을 찾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잽싸게 가로채는 방법밖에 없겠군.'

    우경이 자신과 싸움을 할 때 불괴대제라는 사람의 이름을 입에 담은 적이 있었

    기에 장천은 그에게 약간의 기대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여기저기 숨어 다니며 문성의 소식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던 장천은 일주일간 이

    런 생활을 계속 할 수밖에 없었으니 지금의 상태는 거지와도 같다고 할 수 있

    었다.

    하지만 거지꼴이 싫다고 다시 우경에게 돌아갔다가는 색마의 누명을 쓴 채로

    끔찍한 꼴을 당할 수도 있었기에 함부로 사람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낼 순 없었

    다.

    그가 도착하게 된 곳은 회원단이란 재단이 있는 곳이였는데, 그곳에서 이십여명

    의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찾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병장기를 들고 있는 것을 보아 무엇인가 자신들에게 적이 될만한 존재를 찾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금까지 보아온 바에 따르면 우경이란 무리들과 사이가 좋지는 않았지만, 대놓

    고 싸움을 하는 자들이 아니였기에 문성을 찾는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을 하고

    숨어서 그들의 모습을 관찰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얼마 지나지 않아 소란스러운

    소리와 함께 한 쪽에서 소년이 그들을 상대로 화기를 뿜고 있는 것을 볼 수 있

    었다.

    "문성!!"

    "형아!!"

    그 소년이 문성이라는 것을 깨달은 장천은 그의 이름을 소리치고는 뛰어 나왔

    으니 문성은 자신을 부른 사람이 장천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크게 기뻐하며 몸

    을 날렸다.

    "염아귀의 동행이다! 저 녀석도 없애라!!"

    이십여명의 무사들 중 대장인 듯한 자의 외침에 병기를 든 무사들이 돌격해왔

    지만, 장천은 문성을 자신의 뒤로 숨긴 채 천잠사를 휘둘러 녀석들을 쓰러 뜨렸

    다.

    "격류파암!!"

    격류파암의 초식으로 쇄도해 들어오던 녀석들의 발을 강타해 쓰러뜨린 장천은

    왼손으로 연풍장을 사용하여 화기의 장풍을 내뻗으니 앞에 나와 있던 두명의

    무사가 연풍장에 당해 그대로 절명하고 말았다.

    "헉!!"

    장천의 무공이 상당한 것을 본 무사들은 크게 놀라서는 뒷걸음질 치니 그는 문

    성을 잡고는 재빠르게 몸을 날렸다.

    자신의 무공이 그들보다는 높긴 하지만 저들 외에 다른 자들이 몰려 올 수도

    있었고, 그렇게 계속 시간을 끈다면 가장 꺼림직한 상대인 우경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잡아라!!"

    장천이 문성을 안고 도망가자 무사들의 대장은 당황해서는 소리를 질렀지만, 자

    신들의 실력으론 그를 이길 수도 없을 뿐 아니라 상당한 경신공을 지닌 그를

    쫓을 방도가 없었다.

    간신히 불괴대제의 부하들에게서 문성을 구해낸 장천은 불괴곡의 한쪽에서 한

    숨을 내쉬며 문성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휴! 그동안 고생했겠구나."

    "형!! 흑흑흑..."

    문성은 장천의 말에 눈물을 흘리며 그에게 안겼다.

    장천이 우경에게 잡혀 간 후 문성은 사람들의 눈을 피하며 숨어 살아야만 했기

    때문이다.

    알지도 못하는 염아귀라는 이름을 부르며 자신을 쫓는 무사들에게서 피해 다니

    는 그는 광기에 있을 때의 강한 화기를 내뿜지 못하기 때문이였다.

    다행히 그들의 손에 잡히지는 않았지만, 염아귀의 무공이 그렇게 높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는 이십여명 정도로 이루어진 몇 개의 단을 풀어 상당히 치밀한 수

    색을 했기 때문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었던 것이다.

    문성에게서 그런 이야기를 들은 장천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되었다. 이젠 나와 함께 있으니 별 문제는 없을 거야. 그나저나 불괴곡을 벗어

    나기 위해서 그들과 손을 잡으라고 했는데...어렵게 되어 버렸군."

    구천신녀가 말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신세가 되어 버렸기에 그로선 한숨이 나

    올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원래 살고 있었던 곳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지라 어떻게든 그들과 손을

    잡기 위해 몸을 움직일 수 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우경과 손을 잡기에는 너무 늦은 것 같고...음..역시 불괴대제와 손을

    잡아야 한단 말인가..'

    색마로 몰린 그로선 우경에게 갈 수 없었기에 이제 남은 한편은 불괴대제 밖에

    없었던 것이다.

    "문성 너 이곳에서 잠시만 혼자 남아 있을 수 있겠니?"

    "형...무서워..흑흑흑.."

    "휴..."

    불괴대제에게 가기 위해 문성에게 잠시 이곳에 남아 있으라고 말을 하려던 장

    천이였는데, 더 이상 떨어지기 싫다는 표정으로 눈물을 짖자 한 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에이 모르겠다! 잡혀서 죽던, 어떻게 되던 같이 가지 뭐!"

    이런 상태로 문성을 떨어뜨려 놓을 순 없는지라 장처는 문성과 같이 불괴대제

    에게 가야 겠다는 생각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불괴곡은 회원단을 중심으로 남쪽으론 우경의 세력이 북쪽으로는 불괴대제의

    세력이 위치해 있었다.

    회원단을 중심으로는 현재 장천일행들을 찾기 위해 상당한 수의 무사들이 포진

    해 있었기 때문에 장천은 문성을 데리고 그들의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염아귀의 일당이다!!"

    장천과 문성이 나타나자 무사들은 크게 소리를 지르니 얼마 지나지 않아 회원

    단에는 백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모여서는 병기를 들고 그의 앞에서 당장이라도

    공격할 모습을 취하고 있었다.

    "본인은 홍련교에서 교주의 친위대라 할 수 있는 귀영당의 귀옥각주 두형이라

    한다! 이곳의 수뇌인 불괴대제를 만나고 싶다!!"

    "흥! 염아귀의 일당인 무슨 염치로 대제를 만나려 한단 말인가!!"

    그 동안 염아귀에 의해 많은 무사들이 죽음을 당했기에 그들은 장천의 말을 믿

    으려 하지 않았는데, 그 모습을 보며 장천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본인과 대적하겠단 말인가? 흥! 그렇다면 우경이란 자의 세력으로 들어가 너희

    들을 모두 재로 만들어 버리겠다!"

    그 말과 함께 장천은 오른 손에 화의 무공을 돋구어서는 그대로 일장을 내지르

    니 뜨거운 기운이 그들의 앞을 휘집고 지나갔다.

    "으악!!"

    "앗 뜨거!!"

    화기에 놀란 그들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설 수 밖에 없었으니 불괴대제의

    명령으로 이 포위망의 대장을 맡은 자는 그의 말에 고심할 수 밖에 없었다.

    무공의 정도를 본다면 과거의 염아귀에 비해 결코 낮다고 할 수 없었으니 그가

    정말로 우경의 편에 붙는다면 자신들의 세력은 크게 위축될 수 밖에 없기 때문

    이다.

    "알겠다! 하지만 일단 불괴대제께 말씀드려야 하니 우리를 따라와라!"

    "좋다! 하지만 허튼짓을 했다가는 너희들 중 수십은 나와 함께 저승으로 가게

    될 것이다."

    "크윽..."

    장천의 말에 이를 갈 수 밖에 없었지만, 그의 무공이 높은 것은 인정 할 수 밖

    에 없었다.

    '일이 잘 됬으면 좋겠는데..'

    일단 불괴대제란 자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는 생각에 속으로 안도

    하는 장천이였지만, 문성에게 상당히 원한을 가지고 있는 듯 했기에 함부로 그

    들을 믿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장천이였다.

    자신의 말에 대답을 한 무사의 뒤를 따라 장천은 불괴대제가 있는 곳으로 걸음

    을 옮겼다.

    우경이 있던 곳과 마찬가지로 그들 역시 하나의 작은 입구를 지나자 많은 사람

    들이 살고 있는 모습이 보였는데, 다른 점이 있다면 불괴대제가 있는 곳은 상당

    히 공을 들인 석굴이 있다는 것이다.

    우경이 작은 마을의 촌장과도 같은 직위라고 한다면 불괴대제는 이 부류의 왕

    과 같은 직위를 누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쳇! 이렇게 되면 우경이란 사람에게 도움을 취하는 것이 좋은 것이였는데, 매아

    라는 아이의 말만 아니였다면...'

    이곳의 모습을 본다면 불괴대제란 자는 상당한 무공과 함께 이들을 다스릴 수

    있는 지도력이 있는 사람일 것이다.

    그런 자의 동료가 된다는 것은 자칫 잘못하면 하나의 조건에 얽매여 부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장천으로선 우경을 불괴대제보다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석굴의 안으로 들어가자 오랜 시간 작업을 했는지 여기저기 양각으로 만들어진

    벽화가 모습을 드러냈고, 군데군데 상당한 무공을 가진 이들이 엉성하게 만들어

    지긴 했지만, 철검을 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보통 다른 사람들이 석검이나 석도를 들고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어느정도 무

    기의 제조도 가능할 정도의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대장간이야 만들 수 있지만, 쇠를 녹일만한 연료가 없는 이곳에서 철검을 만들

    었다는 자체가 어쩌면 신기하다 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석굴은 넓고 깊었는데, 한참을 들어가자 거대한 석문의 모습이 보였

    다.

    "이곳에서 잠시 기다리도록 하시오."

    무사의 말에 장천은 고개를 끄덕였는데, 그는 문을 지키고 있는 자에게 다가가

    서는 무엇인가를 말하니 석문이 열렸다.

    한식경 정도가 지나자 그는 석문을 열고 나와서는 장천을 보며 말했다.

    "불괴대제께서 만나자고 하십니다."

    "알겠소."

    무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장천은 천천히 석문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안으로 들어서자 거대한 대청의 모습과 함께 상당한 무공을 지닌 노인들이 양

    쪽으로 시립해 있었고, 그 끝으로 돌로 만든 석좌에 한 중년인이 앉아 있는 것

    이 보였는데, 다른 이들과는 달리 꽤 깨끗한 옷을 입고 있었기에 그가 불괴대제

    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일단은 자신의 나이가 어리니 장천은 그를 보며 가볍게 포권으로 인사를 하며

    말했다.

    "홍련교의 귀영당 귀옥각주였던 두형이 불괴대제께 인사드리오!"

    "귀영당? 처음 듣는군?"

    "현 교주가 천마 문천익과 구시독인 예운의 세력을 견재하기 위해 만들어진 교

    의 친위무사단이라 할 수 있소이다."

    "음.."

    그 역시 천마와 구시독인을 알고 있는지 신음소리를 내며 한참을 장천을 보다

    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부하의 말을 들어보면 나와 손을 잡고 싶다고 하는데 사실이요?"

    "그렇소."

    "남쪽의 만근퇴 우경의 세력도 있을 터인데?"

    "많은 수의 무리를 지니고 있는 곳은 불괴대제 쪽이기 때문이요. 불괴곡을 빠져

    나가기 위해선 어쨋든 손이 많이 있는 쪽이 유리한 것이 아니겠소이까."

    "하하하 불괴곡을 빠져나간다 했소이까?"

    "그렇소?"

    "불괴곡이 생긴지 100년 동안 어느 누구도 이곳을 빠져나가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소이까?"

    "물론이요. 하지만 불괴대제께선 지난 100년간 이곳에 있었던 다른 자와 똑같은

    사람은 아닐텐데?"

    장천의 말에 재밌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본좌는 이곳이 마음에 드는데, 밖으로 나가 용의 꼬리가 되는지 차라리 이곳에

    서 뱀의 머리가 되는 편이 더 좋은 것이 아니겠소?"

    "좁은 공간에서 왕 노릇을 하기에는 당신의 야망이 너무 크지 않소이까?"

    불괴대제의 말에 장천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하니 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는

    크게 대소를 터뜨리며 말했다.

    "하하하! 우경 이후로 이렇게 재밌는 자는 처음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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