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119화 (120/355)

제 23 장 불괴곡 (4)

다른 공간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바위틈은 역삼각형 모양으로 되어 있었다.

그런 이유로 기어서 빠져나가기조차 어렵거니와 힘을 소진하기라도 한다면 그

사이에 끼여 죽음을 당할 수도 있는 위험한 길이였다.

"문성이 이곳을 빠져나갔다니...놀랍군요."

장천으로선 어떻게 이곳을 빠져나갔을까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거리로 보면 길이는 족히 십장은 되어 보이는 길이였기에 한숨을 쉬고 있었는

데 그 때 구천신녀가 와서는 문성에게 떨어진 옷을 두텁게 입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무엇을 하실 생각입니까?"

"기공을 사용하여 도련님을 저 끝으로 밀어 버릴 생각이네."

"아!"

구천신녀의 말대로 벽의 틈새는 그리 굴곡이 있어 보이지 않았다.

물론 이런 굴곡 때문에 기어서 건너는 것은 잡는 곳이 없었기에 상당히 힘든

일이였지만, 기공을 통해서 미끄러뜨리게 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

었다.

"그렇군요."

고개를 끄덕인 장천은 문성의 모습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구천신녀는 미끄러지기 쉽게 옷을 입힌 후 벽에 마찰되면서 상처를 입지 않게

만든 후 천천히 문성을 들어서는 바위틈으로 올려 보냈다.

"유..모.."

"도련님...반드시 교주의 좌에 오르세요.."

문성의 말에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을 한 구천신녀는 그대로 문선의 몸에 기공

을 집어 넣어서는 밀어버리니 그는 미끄러지듯이 틈새를 빠져나가서는 틈새의

너머로 떨어져내려갔다.

"호오.."

장천은 그 모습에 잠시 감탄을 할 수 있었다.

"나 이제 네 차례다 축골공을 운기해라."

"예."

그녀의 말에 장천은 축골공을 사용하여 관절을 빼서는 몸을 작게 만들었고, 그

위로 구천신녀는 옷을 두텁게 입히면서 말했다.

"도련님을 잘 부탁하네, 물론 천마님에게 데리고 간다면 괜찮을 수 있겠지만,

본녀는 지금에 와서 혹시 도련님을 이곳으로 떨어뜨린 사람이 천마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네."

"예?"

그녀의 말에 장천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도련님의 생명을 노리는 구시독인의 무리들을 본녀는 주의깊게 살피고 있었지

만, 그것과는 전혀 다른 순간에 도련님은 이곳으로 떨어지셨네, 그것을 감안한

다면 내부에서 도련님의 생명을 노렸다고 볼 수 있는 것이지."

"설마..."

"어쩌면 천마님은 자신의 아들을 희생하여 그 때 까지 중립에 있던 사람들은

자신의 휘하로 끌어들였을지 모르지..."

"그런..."

믿어지지 않는 말이였다.

자신의 아들을 희생하여 세력을 모았다는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단 말인가...

"구시독인을 주의하는 것과 함께 천마님을 조심하게나...무서운 분이시네..."

그 말과 함께 구천신녀는 장천의 몸을 들어서는 그대로 틈새 사이로 기공을 사

용하여 밀어 붙였다.

[슈우욱!!]

장천의 몸은 틈새를 타고 미끄러지듯이 빠져나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틈새를

빠져나와 땅으로 떨어져내렸다.

"도련님을 부탁하네!"

틈새 사이로 들리는 여인의 목소리 장천은 천천히 축골공을 풀어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알겠습니다!"

"...흑흑흑..."

멀리서 들리는 여인의 울음소리, 그녀는 이제 얼마나 오랜 시간을 홀로 저곳에

서 보내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하루 빨리 이곳을 빠져나가 구천신녀를 구해

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성."

"응."

"너의 유모를 반드시 구출해야 한다.."

"알았어."

"...가자.."

이렇게 해서 장천과 문성은 불괴곡에서도 갇힌 공간을 빠져나갈 수 있게 되었

다.

장천이 들어선 불괴곡의 공간은 전에 있었던 곳과는 전혀 달랐다.

물론 어둠에 속해 있는 곳이라는 것은 같지만, 그 공간은 훨씬 더 넓었기 때문

이다.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 중 생각나는 사람이 있니?"

장천의 물음에 문성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광기에 젖어 있었기 때문에 내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도, 누구에게 당했

는지도 몰라 다만 한번 이곳을 다녀오면 온 몸이 피에 젖어 있다는 것 밖에..."

"음..."

그로선 도대체 문성이 광기에 젖어 있을 때 이곳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 궁금하

지 않을 수 없었다.

한참을 그렇게 걸어 들어가자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기에 장천은 천천

히 그들에게 다가가서는 손을 흔들었다.

"어이!"

장천의 외침에 그들은 고개를 돌려 두 사람을 처다보았는데, 그 순간 얼굴빛이

푸르스름하게 변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한 사람이 더 이상 서있지를 못하고

쓰러져버렸다.

"응?"

왜 저들이 자신들을 보고 저런 표정을 짓는지 모르는 장천으로선 황당할 수밖

에 없었는데, 쓰러진 사람이 뒤로 황급히 기어가다니 몸을 일으켜서는 소리를

질렀다.

"염아귀다!! 염아귀가 나타났다!"

"우아아!!"

비명을 지르며 염아귀가 나타났다는 말과 함께 도망치는 사람들을 보며 장천으

로선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뭐야 도대체?"

분명 자신은 이곳으로 들어온 후 문성과 구천신녀외에는 누구도 만난 적이 없

었기 때문에 그들이 말하고 있는 사람은 문성이라는 것은 분명하다고 생각했지

만, 염아귀(炎餓鬼)라는 이름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무성은 구천신녀에게 조기교육을 제대로 받아 그런대로 쓸만

한 아이였기 때문이다.

한참을 그렇게 있자, 그들이 도망친 곳으로 수십명의 사람들이 엉성하게 만든

석기를 들고 몰려오니 장천으로선 조금 상황이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영문이냐...'

하지만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기 때문에 급히 자신 역시 돌로 만든 단검을 손

에 들어서는 그들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무슨 짓들이냐!"

"염아귀다!"

"진짜 염아귀다!!"

"보름도 아닌데, 염아귀가 나타나다니..."

"빨리 불괴대제님에게 알려라!!"

자신의 말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자신들끼리만 떠들고 있으니 더 이상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는 장천은 한참을 그렇게 그들을 처다보고 있었는데, 그 때 멀

리서 큰 웃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크하하하하 염아귀여!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는가!!"

"응?"

웃음소리가 들리는 곳을 향하여 고개를 돌리니 그곳에선 엄청나게 빠른 경공을

사용하여 한 남자가 자신들을 향하여 뛰어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굉장히 빠르군!"

장천은 그의 경공술에 탄성을 내지를 수 밖에 없었는데, 그는 십여미터 정도를

앞에 두고는 공중에서 몸을 회전시켜서는 땅으로 안착했고, 그 순간 뿌연 먼지

가 일대를 뒤덮기 시작했다.

"콜록콜록... 보기에만 멋있는 경공이였군.."

공기를 오염시키는 경공술을 보며 기침을 할 수 밖에 없는 장천이였다.

"염아귀야! 오랫동안 기다렸는데 왜 이제야 나타나는게냐!"

"....."

문성은 얼굴은 알지 못하지만, 무엇인가 알 수 없는 두려움에 장천의 뒤로 몸을

숨킬 수 밖에 없었다.

장천은 자신의 뒤로 숨는 문성을 보며 한숨을 내쉬고는 그를 보며 말했다.

"당신은 누구시오."

"응? 처음보는 놈이군.."

그 역시 장천은 처음보는지라 왜 염아귀가 그와 함께 있는지는 모르지만, 일단

은 말이 통하는 상대였기에 대답을 해주었다.

"본좌는 만근퇴 우경이라 한다."

"본인은 장천이라 하오. 당신들이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영문을 알 수 없구

려."

"응? 무슨 소리냐?"

"우린 방금 저쪽 동굴에서 빠져나와 이곳 사람들과 만나기 위해서 왔는데, 왜

이들이 병기를 들고 우리를 둘러싸는 것이요?"

"오라! 네 녀석 역시 염아동에서 나온 염아귀의 동료이구나! 그렇다면 네 녀석

역시 염아귀일터! 본좌의 발맛을 보여주마!"

그 말과 함께 만근퇴 우경은 다짜고짜 달려드니 장천은 문성을 옆으로 밀어 넣

고는 자신 역시 그를 향해 일장을 날렸다.

"호오! 무골장이로구나!"

장천이 날린 장법을 보며 감탄하듯 중얼거리는 우경이였는데, 순간 빠른 속도로

쇄도하던 그는 가볍게 발을 굴러서는 장천의 머리 위로 뛰어 오르더니 그대로

발을 날렸다.

"낙성각(落星脚)"

"헉!"

우경이란 자가 자신의 무골장을 머리 위로 뛰어 올라 피하고는 발뒤꿈치를 사

용하여 그대로 머리를 향해 찍어내리니 장천은 크게 당황해서는 옆으로 몸을

틀었지만, 어깨를 강타당하고 말았다.

[퍽!!]

"끄윽!!"

다행히 급히 자세를 무너뜨리면서 그의 각법의 위력을 최소화 할 수 있었지만,

상당한 고통이 밀려오고 있었다.

"되돌려 주마! 승룡파천각!!(乘龍破天脚)"

쌍도문 문주의 딸인 등소소의 장기가 각법인 만큼 장천 역시 그녀에게 대항하

기 위하여 어느정도의 각법은 익히고 있었다.

어깨를 강타당하여 몸이 기울어진 장천은 금히 몸을 눕힌 후 그대로 튕겨져 올

라가 그를 향하여 승룡파천각을 시전하니 우경은 장천에게 날아오는 발을 밟고

서는 그 반동을 사용하여 하늘 높이 뛰어 올라서는 몸을 피했다.

"파천용각공(破天龍脚功)! 정파의 인물인가!"

만근퇴 우경은 각법에 한해서는 정사마의 거의 모든 무공을 알고 있었기에 장

천을 보며 소리쳤다.

"정파인지, 사파인지, 홍련교 출신인지 한번 알아맞춰 보시지!"

"흥! 재밌는 녀석이군! 본좌에게 각공을 사용하여 덤비는 것이 얼마나 멍청한

것인가를 가르쳐주지!"

우경은 장천을 보며 소리를 지르고는 다시 앞으로 뛰어오더니 이장정도의 사이

를 두고는 갑자기 몸을 낮추어서는 회전시키기 시작했다.

"독사운격(毒蛇運擊)!!"

좌우로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회전하는 그의 주변에는 좌욱한 흙먼지가 일기

시작하니 먼지 속에서 장천을 향해 빠른 속도로 우경의 공격이 쇄도해 들어왔

다.

먼지로 가려져 있는 공간에서 방향을 알 수 없게 들어오는 공격에 장천은 조금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백영각!"

일단은 공격의 시작 지점을 알지 못했기에 백영각을 사용하여 녀석이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모두 공격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장천의 백영각과 우경은 독사운격은 그 강도면에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었으니 독사운격의 각공과 마주친 장천은 발목이 부서지는 듯한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큭!!"

발목의 충격을 받은 장천이 뒤로 물러서자 우경은 독사운격의 공격을 멈추고는

신형을 바로세우고는 말했다.

"각공의 조예는 그리 높지 않은 듯하군."

오랜만에 각공을 하는 사람을 만났다는 생각에 좋아했던 우경이였지만, 장천이

그리 조예가 깊지 않다는 것을 알고는 조금 실망하는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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