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118화 (119/355)

제 23 장 불괴곡 (3)

"홍염만화(紅炎萬化)!"

어느 정도 내상이 치유된 후 장천은 문성에서 화의 무공을 전수하기 시작했다.

조화의 초입단계에 있는 장천의 화의 무공은 실로 놀랍다고 할 수 있었다.

무천무급으로 인하여 내력의 조절 또한 완벽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장천의 화의

무공은 모든 것을 태워버릴 듯한 기세를 보일 정도였다.

"우아아!!"

문성이 지금까지 한 것은 태어나자마자 받은 대법으로 인하여 화기를 단순히

내뿜는 것에 지나지 않았으니 장천이 무공을 통하여 뿜어내는 화기에 비해선

조족지혈이라고 할 수 있었다.

홍련교의 총단을 빠져나갔을 때 보다 한층 성숙해져 있는 장천은 문성에게 무

공을 전수하면서부터 화기의 내식이 점점 익숙해지고 있었다.

"휴우...."

홍염만화의 초식을 끝낸 장천은 가볍게 숨을 내쉰 후 문성을 보며 말했다.

"잘 보았겠지?"

장천의 물음에 문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화기를 조절하지 못한다면 노(怒)의 감정에 의해 한 달에 한번 광기에 빠져들게

된다. 아마 너의 증상은 이런 이유가 아닐까 생각되는데, 화의 무공을 통해서

화기를 조절한다면 광기와 말을 못하게 되는 증상은 충분히 고쳐질 수 있으리

라 생각된다."

잠시 화의 무공에 대해서 설명을 한 장천은 문성에게 복습을 하게 한 후 잠시

근처에 있던 못으로 걸음을 옮겼다.

"으..차가워라.."

못의 물은 상당히 차가웠기에 이런 곳에서도 물고기가 산다는 것이 신기할 뿐

이였다.

'그나저나 물고기가 산다면 빠져나갈 구멍이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에 장천은 천천히 몸을 풀고는 옷을 벗고 물 속으로 들어가려고 했는

데, 그 때 뒤에서 그를 만류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못으로 빠져나가는 구멍이 있기는 하지만 포기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구천신녀님?"

장천의 곁으로 다가온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나 역시 이곳에 물고기가 산다는 것을 깨닫고 한번 이곳을 빠져나갈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하지만 이내 포기할 수밖에 없었지."

"막혀 있나요?"

그의 물음에 구천시녀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분명히 사람 한 명이 빠져나갈 수는 있다."

"그런데 왜?"

"백장 이내 정도라면야 옷 속에 공기를 가두어 둔 후 그것을 통해 빠져나갈 수

있겠지만, 이 동굴이 길이가 그 것을 넘어선다면 어떻게 하겠느냐?"

"설마?"

"불괴곡의 물은 아마 이곳에서 이십 리 정도 떨어진 만빙호와 연결되어 있을 것

이다. 차가운 수온과 물고기가 어느 정도 만빙호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증명해

주고 있지, 하지만 문제는 그 사이에 이어져 있으리라 생각되는 곳이 전혀 보이

지 않는 것을 감안한다면 지하를 통해 깊숙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 동안

공기가 있는 공간이라도 있으면 모르겠지만, 만약 없다면 이십 리가 넘는 길을

어떻게 헤엄쳐 갈 생각이냐?"

"그렇군요."

구천신녀 쯤 되는 사람이 이런 곳을 다니지 않을 리는 없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

덕이는 장천이였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

"예?"

"홍련교의 무공 중에선 화어공(化魚功)이라는 것이 있다. 화어공은 다른 수공과

는 달리 피부호흡을 통해 물 속에서도 숨을 쉴 수 있는 수법이 적혀 있다고 하

지."

"아!"

"하지만 화어공을 익혔다고 해도 문제는 있다. 바로 이 수온이 문제지."

"수온이요?"

"사람의 몸이란 것은 일정한 정도의 체온을 유지하고 있다. 그 체온이 떨어지게

되면 몸의 움직임을 둔해지고 맥 역시 약해지며 일정한도 이상으로 떨어질 시

에는 몸의 기능이 완전히 마비가 되는 것이다. 이십리 정도의 길에서 제대로 된

체온을 유지하고 이 차가운 물을 헤엄쳐 만빙호까지 갈 수 있다 생각하는가?"

"....."

만만치 않은 문제였다.

조화의 단계에 이른 장천이라면 어느 정도 가능하기는 하겠지만, 그렇다고 화어

공을 운공하면서 화의 무공 역시 운공한다는 것은 분심공을 수련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기에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도 분심공이 문제로군.'

여러 가지 문제에 있었기에 장천은 밖으로 나가는 것을 포기하고 자신의 무공

연성에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무천무급상의 무공은 물론 화의 무공, 비도문에서의 심득까지 모두 생각이 난

장천은 그 무공들을 십성 이상의 경지로 끌어올리는 것에 몰두하기 시작한 것

이다.

이런 무공들은 홍련교의 지옥각주로 있을 때는 떠날 것을 대비하여 익히는 것

에 소홀히 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불괴곡에서의 시간은 무공을 위해선 참으로

좋은 시간이라 할 수 있었다.

불괴곡에서 시간을 보낸 지 한달, 이제 그의 무공들은 조금은 숙련된 단계에 오

를 수 있었다.

"차압!!"

[쿠구구궁!!]

불괴곡의 바위를 다듬어서 만들어낸 돌 단검을 사용하여 비도술을 사용하자 엄

청난 위력과 함께 단검은 바위를 부수며 안으로 박혀 들어갔다.

화의 무공으로 인하여 단검의 주위에는 강한 화기가 담겨져 있었기에 그 위력

은 실로 놀랍다고 할 수 있었으니 그것을 보고 있던 문성은 박수를 치며 어수

룩한 목소리로 말했다.

"괴..굉장하군요.."

"하하하 그저 그런 것일 뿐이지."

몸 안의 화기가 어느 정도 안정이 되자 문성은 한 달에 한번 있었던 광기는 사라

졌고, 말 또한 어느 정도 하게 되었던 것이다.

물론 이곳에 있는 세 사람은 불괴곡의 한 쪽에서 염아귀가 나오기를 눈 빠지게

기다리는 우경과 불괴대제를 모르고 있었다.

뭐 알았다고 해도 그리 달라질 행동은 없었겠지만 말이다.

"나..나도 그것을 배울 수 있을까...?"

문성은 비도를 던지는 법을 배우고 싶다는 말을 하고 있었지만 장천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절대불가! 넌 밖으로 나간다면 홍련교의 교주가 될 사람이라고 교주가 되기 위

해선 화의 무공을 극성으로 익힐 필요가 있어, 이런 무공으로 화의 무공을 소홀

히 하면 안 돼지."

그 말에 문성은 조금 실망한 표정을 지었지만, 장천이 말하고 있는 바를 이해하

고 있었기 때문에 그 마음을 지울 수밖에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자신을 키워준 구천신녀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자신은 교주

가 되어야 한다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한달 동안 화의 무공에 대한 진기의 움직임과 초식 등은 거의 다 배웠으

니 이제는 네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화의 무공의 극성까지 오르느냐가 달

려 있다. 현재 화기의 내식의 양만이라면 넌 내 수준을 크게 뛰어 넘고 있지만,

일단 내식이 불안정하고 초식 또한 완벽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 신경을

쓰도록 해."

장천의 말에 문성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몸 안의 화기를 정

리하는데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문성의 몸에서는 각 세맥에 퍼져있는 화기가 많이 남아 있었기에 그것을 단전

으로 모으는 작업을 계속 하고 있었던 것이다.

만약 세맥에 흩어져 있는 화기를 모두 단전으로 모으고 초식과 진기의 흐름을

완벽하게 익힌다면 문성은 초고수로 탈바꿈을 하게 될 것이다.

'녀석보다 뒤쳐지면 조금 자존심이 상하겠지?'

현재 장천의 수준은 문성에 비해서 두세 수 정도 높은 단계였기에 뒤쳐지지 말

아야 한다는 생각에 자신의 수련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니 세 달 정도가 지나자 두 사람의 무공은 일취월장하여 그것을 지켜보

던 구천신녀가 탄복할 정도였다.

혼자 있을 때는 무공의 진전이 느렸던 것을, 두 사람이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하

니 그 진전이 빠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아..하늘이시여 감사합니다. 저런 복덩이를 저희 도련님에게 보내주시다니...흑

흑흑.."

감탄의 눈물을 흘리는 구천신녀였다.

하지만 그녀의 눈물도 이 불괴곡에 갇혀 있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기에

구천신녀로서는 이제 바위틈 너머로 두 사람을 보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은 모르겠지만, 바위틈 너머라면 이곳보다 몇십 배는 넓은 곳이기에 빠져나

갈 방도가 있으리라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도련님 제가 없더라도... 꿎꿎하게 살아가세요...흑흑흑..'

이런 생각을 하며 구천시녀는 두 사람이 무공을 익히고 있는 곳으로 천천히 걸

음을 옮겼다.

"구천신녀님 오셨습니까?"

"유...모"

"두분 이쪽으로 앉으세요."

그녀의 말에 그들이 자리에 앉자. 구천신녀는 잠시 두 사람을 쳐다보고는 미소

를 지으며 말했다.

"두 분께선 어느 정도 무공이 진척이 있었습니까?"

"미흡하지만 약간의 진척이 있었습니다."

"유..유모..나도.."

무공에 진척이 있다는 말에 미소를 지은 구천신녀는 다시 비장한 얼굴을 보이

고는 말했다.

"그렇다면 본녀 역시 마음을 놓을 수가 있겠군요. 이제 이곳을 떠나도록 하십시

오."

"예?"

구천신녀의 말에 두 사람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무슨 방도라도 있으십니까?"

그 말에 구천신녀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물론 이곳에선 방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곳 너머로 향한다면 분명 빠져나갈

곳이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그렇군요."

구천신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장천이였다.

"이곳에서 유일하게 그곳으로 갈 통로는 두 분이 잘 아는 바위틈밖에 없습니

다."

"예?"

장천 역시 그곳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워낙 협소한지라 축골공을 사용하면

간신히 들어갈 수는 있겠지만, 운신이 어려워 자칫하면 바위틈에 끼여 움직이지

도 못하고 죽을 수도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워낙 작다보니 몸집이 작은 편에 속한 문성이나 장천은 모르겠지만,

구천신녀의 경우에는 들어갈 엄두도 내기 어려운 곳이었다.

애석하게도 구천신녀는 풍만한 몸매의 여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천신녀께선 그곳으로 빠져나가지 못하시지 않습니까?"

장천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하지만 제가 나가지 못한다고 해서 도련님을 언제까지 이곳에 모시고 있을

수는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음..."

구천신녀의 입장이라면 그런 말을 하는 것은 당연하긴 했지만, 장천은 물론 문

상 역시 그러한 그녀의 결정에 수긍할 수는 없었다.

만약 자신들이 나간다면 그녀는 이곳에 홀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기 때

문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아는지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만약 두 분이 불괴곡에서 나가시고 도련님께서 교주의 좌에 오르신다면 본녀

하나쯤은 충분히 구하실 수 있으실 텐데, 무엇을 그리 걱정하십니까."

"아!"

그 말에 두 사람은 그제서야 수긍할 수 있었다.

"알겠습니다. 반드시 밖으로 나가 소교주님을 교주의 좌로 오를 수 있도록 최선

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장천의 말에 구천신녀는 감사의 표시로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자 이제 바위틈으로 가도록 하지요."

"예."

그녀의 말에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나 바위틈으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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