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116화 (117/355)

제 23 장 불괴곡 (1)

마교의 중죄인만을 가두는 불괴곡에서는 소란스러움이 가득해 있었다.

칠흑같은 어둠만이 존재하는 곳이지만, 이곳에 있는 이들은 어둠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지만, 무슨 연유에서인지 크게 당황한 모습들이

역력해 있었다.

돌로 엉성하게 만든 의자에 흰수염을 길게 늘어뜨린 노인이 앉아 있었는데, 그

의 앞으로 얼굴가득 덮수룩한 수염을 지니고 있는 중년은 남자가 황급히 뛰어

와서는 그의 앞에 무릎을 꿇으며 소리쳤다.

"불괴대제님! 녀석이 또 습격해 왔습니다!"

"큭! 오늘이 보름이였던가?"

"예..."

"피해는 어느정도나 되는가."

"녀석이 오는 것을 보며...귀살수와 지옥도가 이십여명 정도를 이끌고 나갔는

데...모두 전멸 했다 합니다."

"멍청한 것들! 네 그녀석이 올 때는 절대 나서지 말라 지시했거늘!"

불괴대제라 불리는 자는 노기가 치솟아 오르는지 손에 힘을 주니 돌로 만들어

진 받힘대가 우두둑 소리와 함께 부서져 버렸다.

"이번에는 본좌가 직접 가겠다!"

"불괴대제님 그것은 너무 위험합니다!"

"어제까지 녀석에게 당하고만 살 것인가! 녀석을 죽이지 않는다면 불괴성에는

단 한사람도 살아 남지 않을 것이다!"

"그건..."

"큭..내 이번에야 말로 그 악독한 녀석의 머리를 부수어 놓으리라!"

노인은 자신들을 부하를 습격한 자를 생각하며 크게 살기를 뿜고 있었으니 중

년인은 한 숨을 내쉴 수 밖에 없었다.

불괴곡의 회원단(回怨壇) 마교도의 손에 죽는 것이 차라리 낫다고 할 수 있는

불괴곡에 빠진 무인들이 훗날 마교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며 세운 제사를 위한

단이 존재하는 곳이였다.

불괴곡에 있는 모든 자들이 복수를 다짐하고 있는 만큼 이곳은 가장 많은 무인

들을 속해 있는 불괴대제의 영역에 속해 있었는데, 놀랍게도 그곳에서 인간으로

차마 눈뜨고는 보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우걱...우걱.."

사방이 붉은 피로 뒤덮여 있는 곳곳에는 불타버린 흔적과 함께 이십명이 넘는

사람들의 시체가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그리고 그 한편에선 누군가가 시체의 위에 앉아서 무엇인가를 먹고 있는 모습

이 보였으니 놀랍게도 그가 먹고 있는 것은 죽은 자의 시체였다.

헝클어진 긴머리로 얼굴 전체가 가리워져 있는 그는 굶주린 듯 죽은 자의 몸을

뜯어먹고 있었기에 마치 모든 것을 먹어 치우는 아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염아귀(炎餓鬼)!"

그 때 시체를 뜯어먹고 있는 자에게로 오랜시간동안 빨지 않아 시커멓게 변해

버린 누더기를 입고 있는 한 중년인이 큰 소리를 지르며 달려오니 그자의 놀란

염아귀는 먹던 것을 멈추고는 빠른 속도로 뒤로 몸을 날렸다.

"끄아악!!"

인간이라고 음성이라고 듣기에는 너무나 역겨운 괴성을 지르는 염아귀였으니

그는 중년인이 무서운 듯 네발짐승이 뛰는 모습으로 도망을 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염아귀의 행동도 재빠르기는 하지만 중년인 역시 만만치 않은 경신술을

지니고 있었기에 어느새 염아귀의 뒤로 중년인에 쇄도해 들어와서는 그대로 일

각(一脚)을 내리쳤다.

"끼우욱!!"

[쿵!]

엄청난 기세로 내리치는 발차기에 놀란 염아귀는 급히 몸을 날려 피하니 중년

인의 발차기의 기세는 그가 있던 곳의 대지를 박살내며 큰 구덩이를 만들어 버

렸다.

"언제까지 도망갈 수 있으리라 생각하느냐! 선풍절각(仙風絶脚)!!"

하지만 중년인은 기세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으니 염아귀가 옆으로 몸을 피하자

내리친 발을 중심으로 왼발을 빠르게 회전하여 휘두르니 염아귀는 어깨에 그의

각한 발차기에 격중당해서는 비명을 지르며 근처의 벽에 처박에 혔다.

"꾸엑!!"

[쿵!!]

만괴곡을 뒤흔들 듯한 굉음과 함께 벽에 처박혀 버린 염아귀였지만, 바위를 일

격에 부수어버리는 발차기를 정통으로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박힌 몸을 빼

어서는 급히 중년인에게서 내빼기 시작했다.

"어딜! 암영만방퇴(暗影萬方腿)"

염아귀가 다시 도망을 가려하자 그는 암영만방퇴의 각법을 사용하니 순간 수십

개의 다리가 생겨나는 것처럼 변해서는 염아귀의 주위를 완전히 봉쇄해 버렸다.

"꾸아악!!"

염아귀는 자신이 도망갈 곳이 막히자 순간 온 몸의 힘을 주어서는 괴성을 질러

버리니 그 순간 그의 몸에서 뜨거운 염화가 형성되면서 사방으로 밀려가기 시

작했다.

"칫! 하지만 이번에는 당하지 않는다! 회풍각(回風脚)!!"

염아귀의 몸에서 뜨거운 불길이 밀려오자 입술을 깨물고는 소리친 그는 온 몸

의 비틀어 공중에서 빠른 속도로 회전을 하니 순간 그의 몸에선 거대한 돌풍이

형성되며 염아귀의 몸에서 나온 불길을 쓸어버리고는 회원단의 한편으로 날려

버렸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 사이에 염아귀는 중년인의 눈에서 완전히 벗어나버렸으

니 그로선 이를 갈 수 밖에 없었다.

"젠장할! 이번에도 놓쳤는가!"

보름에 한번 이 기회를 놓치게 되면 염아귀를 잡을 기회가 없다는 것을 아는

중년인으로선 분통이 터질 수 밖에 없었는데, 그 때 한 편에서 수십명의 인형이

빠른 속도로 회원단으로 뛰어 오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선두에 선 자는 긴수염을 늘어뜨린 풍채 좋은 노인이였으니 바로 이곳 세력의

대장이라고 할 수 있는 불괴대제였다.

불괴대제는 사방에 흩어져 있는 시체와 함께 중년인의 모습을 보고는 이를 갈

며 말했다.

"염아귀를 또 놓쳤는가?"

"보시다시피!"

"큭! 도대체 뭐하는 짓인가! 염아귀를 죽이려면 충분한 실력이 있으면서도 왜

그 자를 사로잡으려 하는게지! 그 녀석 때문에 이미 이백명이 넘는 자가 죽었다

는 것을 알면서 말인가!"

"죽여? 흥! 웃기는 소리! 죽이려면 차라리 염아귀의 밥이 될 네 녀석들을 죽이

고 말겠다!"

"크으윽...만근퇴 우경!"

불괴대제는 그의 말에 노기가 치솟아 오를 수밖에 없었지만, 현재 불괴곡에서

자신의 눈앞에 있는 만근퇴 우경이란 자의 무공을 넘어서는 고수가 없었기에

그로서도 이를 갈 뿐 섣불리 덤비지 못하고 있었다.

만근퇴 우경 한때 마교 내에서 신각(神脚)이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까지 불린 초

고수로 교내의 권력싸움에서 천마 문천익과 구시독인 예운의 합공에 밀려버린

후 불괴곡에 떨어진 인물이였다.

홍련교에서 교주와 부교주, 그리고 총사 다음의 직급이라 할 수 있는 좌우사자

중 우사자의 자리에 있었던 인물이였으니 현재 나이가 80이 넘어서고 있는 고

령이였지만, 그 상승의 무공으로 인해 중년의 외모를 유지하고 있었다.

불괴곡 내의 무공 서열에서 미루어본다면 불괴대제와 쌍벽을 이룬다고 할 수

있었지만, 불괴대제가 근래에 들어서 주화입마의 위기에 빠진 후 내력이 크게

소모되어 실질적으로는 만근퇴 우경이 제일의 고수라 할 수 있었다.

'염아귀로 인해..내공이 소실되지만 않았다면...으드득..."

사실 불괴대제의 내공이 크게 소모된 것은 염아귀의 탓이였으니 그로선 자신의

부하들은 물론 내공마저 크게 손실을 가져온 녀석을 죽이고 싶은 심정이였다.

하지만 염아귀는 엄청난 내공을 가지고 있는 것은 물론 화의 무공마저 익히고

있었기에 보통의 무인들로는 상대가 되질 않으니 그를 쓰러뜨릴 사람은 자신과

만근퇴 우경 뿐이였지만, 우경은 그를 잡으려고만 할 뿐 죽일 생각은 없고 불괴

대제는 주화입마로 인해 장기의 손상으로 내공이 크게 손실되었는지라 이렇듯

사람이 죽어가고 있음에도 손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힘으로 염아귀를 죽인다는 것은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불괴대

제로선 죽이지 못한다면 우경의 손에라도 녀석을 잡아 두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은 이렇게 계속 부하들이 희생된다면 훗날 있게 될 마교에 대한 복수는 어

렵게 될 것인데다가 자신의 목숨마저 위태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우경과 같이 손을 잡을 경우 염아귀에 의해 부하들이 죽는 것을 막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녀석에 의해 우경이 불괴곡의 일이 관여할 기회는 줄어 들

것이라 생각한 그는 한참을 생각하다 그를 보며 말했다.

"그래 잡았다해도 녀석이 다시 날뛰면 진정시키기 어려울텐데 무슨 방도라도

있는가?"

"음..."

사실 우경으로선 날뛰는 염아귀를 잡으려고만 할 뿐 잡은 후에 방도에 대해선

생각하고 있지 않은지라 그의 말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는데, 그런 것을 아는

지 불괴대제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천잠사를 아는가?"

"천잠사!"

천잠사는 설산에 사는 영물인 천잠이 설련실과 빙매실을 먹이로 성장한 후 토

해 내는 일종의 비단 실인데 질기고 단단하기가 천하에 비할 바가 없는 보물이

였다.

그것으로 염아귀를 묶는다면 제 아무리 강한 내공을 지니고 있다해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니 우경으로선 탐나는 물건이라 할 수 있었다.

"음...조건이 있을테지.."

"불괴곡의 패권."

그의 말에 우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다. 어차피 불괴곡의 패권따위에는 본래부터 신경을 쓰지 않았으니 상관없

지."

"크크크 그렇다면 계약 성립이다. 다음 보름이 오기 전에 사람을 시켜 천잠사를

보내마."

"알겠다. 그럼."

어느정도 용건이 끝난자 우경은 경공을 사용하여 사라지니 불괴대제의 옆에 있

던 무인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대제님... 우경이란 자가 약속을 지킬까요?"

"물론이다. 교내의 패권싸움에서 밀리기는 했지만, 만인지상의 자리를 노리던

인물, 그런 자가 거짓을 말할 리가 없다."

"음.."

불괴대제의 말이 맞는 말이라고는 할 수 없었지만, 그 역시 우경이란 사람을 어

느정도 알고 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물러섰다.

'앞으로 일년, 일년만 있으면 염아귀 녀석 때문에 소실된 내공을 되찾을 수 있

을 뿐 아니라 준비했던 일도 끝을 맺을 것이다. 그 때는 이 따위 좁은 곡에서

우경 따위와 패권을 다투는 것이 아닌 무림을 상대로 천하의 패권을 다투게 될

것이다. 크크크크'

거대한 야망을 가지고 있는 불괴대제, 과연 그의 야망은 성공할 수 있을는지....

한편 불괴곡의 남쪽 끝으로는 작은 틈새가 있었는데, 약 10장 가량을 어린아이

정도의 몸집을 가진 사람만이 통과할 수 있는 작은 틈새를 지나면 또 다시 넓

은 공간이 나오고 있었는데, 이곳의 사람들은 이 공간을 염아동(炎兒洞)이라고

부르고 있었으니 바로 염아귀가 살고 있는 집과 같은 곳이였다.

[꾸어어..]

피가 묻은 찟어진 옷의 더미 위로 헝클어진 머리를 한 자가 연신 옆구리를 보

며 괴성을 지르고 있었으니 바로 염아귀였다.

염아귀는 우경에게 쫓겨서는 이곳으로 급히 도망을 왔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몸에서 통증이 일어나자 멍이든 옆구리를 보며 아파하고 있었던 것이다.

"콜록..콜록..."

그 때 동굴이 한편에서 누군가가 기침을 하며 염아귀의 곁으로 다가오니 오랫

동안 정리하지 못한 머리가 지저분했지만, 그래도 최대한 정리를 한 모습을 하

고 있는 중년의 여인이였다.

"꾸어억.."

염아귀는 그 여인이 다가오자 옆구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괴성을 지르며 울

먹이니 중년여인을 미소를 지으며 다가가서는 옆구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소교주님 또 밖으로 나가셨군요..콜록콜록...밖은 위험하니..나가시면 안됩니다."

"꾸어억..꾸어억.."

염아귀는 그 말에 무엇인가를 말하는 듯 짐승의 소리를 냈는데, 중년 여인은 고

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보름날만 되면 마성을 조절하지 못하시는 것은 콜록콜록 화의 무공의 부작용

입니다. 제대로된 심결만 손에 얻으면 콜록...그런 부작용은 없을테니...때를 기다

리십시오. 소교주님.."

자상한 중년여인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니 그녀는 천천히 염아귀의 머리

를 쓰다듬어 주었다.

염아귀는 중년여인의 손길에 얌전하게 앉아 있었다.

'파렴치한 두 녀석만 아니였으면....본교의 지존이 되었을 것을....이 못난 유모를

용서해 주십시오. 도련님...'

아이를 쓰다듬어 주며 안타까운 눈빛을 하고 있는 중년여인이였다.

그 때 하늘에서 무엇인가가 떨어지고 있는 것을 느낀 그녀였으니 그 것은 광장

의 한편에 있는 못에 떨어져내렸다.

"풍덩!!"

"응?"

떨어진 위치를 보아하니 절벽의 위인지라 그녀로선 또 다른 사람이 떨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이곳의 위치는 보통 마교에서 중죄인을 떨어뜨리는 곳과

는 다른 곳이였기에 또 다시 비밀리에 마교 내에서 숙청된 사람이 떨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쯧쯧..."

혓바닥을 찬 중년여인은 천천히 걸음을 옮기니 놀랍게도 등평도수의 신법이였

다.

떨어진 자가 물위에 떠 있는 것은 집어 들은 그녀는 천천히 밖으로 나와서는

웃무더기 위에 내려 놓고는 염아귀를 보며 말했다.

"도련님 이자에게 화기를 전해주세요."

여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염아귀는 그의 맥문을 잡고는 화기를 불어넣어 주

었는데, 그 순간 뜨거운 열기가 일렁이며 그의 몸을 따뜻하게 만드니 옷이 마르

면서 수증기가 피어 오르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몸이 따뜻해지고 옷이 모두 마르자 고개를 끄덕인 그녀는 염

아귀에게 화기를 전해주는 것을 멈추게 하고는 그의 모습을 살펴 보았다.

"쯧쯧..아직 열다섯 정도의 아이인데, 무슨 연유로 불괴곡에 떨어졌을까.."

기절해 있는 얼굴은 귀엽게 생긴 동안의 소년이였으니 중년여인은 자신이 모시

고 있는 도련님과 같은 희생자가 아닐까하는 생각에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었는

데, 염아귀는 무엇인가 고개를 갸우뚱거리고는 중년여인을 보며 손짓을 하며 짐

승 소리를 내었다.

[우허어엉...끄어엉...]

다른 사람들이 듣는다면 짐승의 소리외에는 들리지 않았겠지만, 여인은 그것을

알아 듣는 듯 조금 놀라는 표정을 짓고는 급히 누워 있는 소년의 맥문을 잡았

다.

"아! 도련님을 돕고자하는 하늘의 뜻이란 말인가!"

그 동안 염아귀를 보살피며 살아왔던 여인은 그 소년의 맥문에서 흐르는 기운

이 화의 무공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염아귀가 태어났을 때 여러 가지 수법을 통해 화의 무공을 몸에 지닌 채 태어

났지만, 구결을 몰라 보름마다 식인귀가 되었던 것인데, 이제 또 다른 화의 무

공을 익힌 자가 나타났으니 그녀가 모시는 도련님의 병을 고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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