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2 장 납치된 곽연과 위기의 장천 (2)
"부단주!"
천천히 송화정으로 걸음을 옮긴 그녀가 소리치자 그 때 숲에서 하나의 인형이
빠른 속도로 튀어 나와서는 그녀의 앞에 부복했다.
"예. 단주님."
"헉!"
그의 모습을 본 장천은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으니 그의 품에는 조용히 잠
자듯 한 아이가 안겨 있었기 때문이다.
"연아! 큭!!"
장천은 그 아이가 곽연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일어서려 했지만, 내상의 통증 때
문에 다시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아이를 이리 다오."
"예."
모연의 말에 부단주는 품에 안겨 있는 곽연을 그에게 건네주었고, 그녀는 아이
를 안고는 송화정에 살며시 앉아서 아이의 볼을 쓰다듬어 주었다.
"무엇을 하려고 하는 것이요!"
그녀의 손끝에는 장천의 볼에 상처를 냈을 때 피가 묻어 있었으니 아이의 볼에
선 네줄기의 혈선이 그어졌기에 그는 놀라 소리쳤다.
"귀여운 아이군요...."
"제길..."
장천은 내상으로 인해 몸을 움직이지 못하자 노기가 치밀어 오를 수밖에 없었
다.
"도대체 나에게 무엇을 바라는가!"
모연을 향해 장천은 미간을 일그러뜨리며 소리쳤는데, 그녀는 아이를 보던 얼굴
을 들어서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의 목숨.."
"큭..."
역시나 그녀가 노렸던 것이 자신이라는 것을 안 장천은 이를 악물을 수 밖에
없었다.
"마..마교의 사람이였는가..."
자신의 마교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상처가 만약 마교의 무사들에게
얻은 것이라면 어느정도 가능성을 생각해 본 적이 있었기에 장천은 그녀를 보
며 말했다.
"전 마교 백화당의 한녀단(恨女團)의 단주랍니다."
"한녀단..."
"듣자하니 당신의 기억은 사라졌다더군요."
"....."
"두형...아직도 저를 기억하시지 못하나요."
"두형..."
그녀가 자신을 부르는 이름을 듣는 순간 장천은 머리가 부서지는 듯한 아픔을
느껴야 했다.
하지만 기문숙이 마교로 잠입시킬 때 자신이 가졌던 가명이라는 것을 알고 있
었기에 그녀와 자신이 무슨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내가 소저에게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는 알 수 없지만....원한다면 나의 목숨
을 가져가시오. 다만..연아의 목숨만은..."
장천은 자신이 죽는 한이 있어도 곽연의 생명만을 구한다는 생각에 말했는데,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그녀는 크게 교소를 터뜨리기 시작했다.
"호호호호호!"
교소를 멈춘 그녀는 살기가 어린 눈으로 장천을 노려보고는 한 맺힌 목소리로
소리쳤다.
"자식까지 버려두고 도망친 자가 조카의 목숨은 그렇게 중하십니까!"
"헉!"
그녀의 말을 듣는 순간 장천은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이 자식까지 버려두고 도망쳤다는 말에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무..무슨 말이요...자식을 버려두고 도망치다니..."
떨리는 그의 말에 은모연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당신의 그 파렴치한 행동으로 인해...혜아는...스스로 목을 매어 자결을 했다는
것을 아나요.."
"끄억!!"
그 순간 장천은 머리의 고통은 더욱 더 심해지니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그는 땅
에 머리를 박을 수 밖에 없었다.
"사랑하던 남편을 태어날 아이를 위해 어떻게든 당신을 붙잡으려 했던 혜아는
자신의 선택으로 인해 사랑하는 이가 죽었다는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죽음을
선택했습니다..당신의 그 비열한 행동으로 인해....아이와..혜아는 이제 돌아 올
수 없는 유부의 강을 건너야 했습니다...그러고도..그러고도 당신은....."
은모연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니 천천히 고개를 든 장천은
그녀를 보며 중얼거렸다.
"느..능혜가 죽었단 말인가..."
"예...당신 같은 비열한 자를 죽였다는 죄책감 때문에 혜아는 스스로 목을 매달
았아요!"
유능혜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장천, 그는 이제 마교에서의 모든 기억이 생
각이 난 것이다.
처음 마교에 가입하기 위해 사천의 지부를 찾아갔을 때부터, 임신한 아내를 두
고 나오는 그 순간까지 모두 기억을 하게 된 장천은 자신의 눈앞에 있는 은모
연 아니 은영영의 말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아니 지금 그의 심정은 믿고 싶지 않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은..은영영....거..거짓이라 말해주지 않겠나..."
부정을 하고 싶은 장천은 자신도 모르게 그녀를 보며 중얼거리고 말았다.
현실을 부정하는 그의 모습에 은영영은 측은함에 들기도 하였지만, 그보다는 분
노의 감정에 더욱 크게 들었다.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가, 그리고 유능혜가 사랑했던 남자가 자신들에게 불행을
안겨 준 채 현실을 부정하려는 모습에 크게 실망을 했기 때문이다.
"가련한 자! 그 따위로 현실을 부정하는 자가 자신의 자식과 아내를 버렸단 말
이냐!"
"아......"
하지만 그녀의 말은 장천의 귀에 들려지 않고 있었다.
내상으로 인한 신체의 붕괴와 함께 정신적인 충격이 같이 밀려오면서 그의 의
지는 모래성이 무너지는 것과 같이 무너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교에서의 기억을 찾은 것은 일각도 되지 않은 시점, 그 시점에서 은영영이 밀
어붙이고 있는 충격은 아직 정신적으로 완전히 성장하지 못한 그로서는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크크크크..."
얼마 후 장천은 서서히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기에 은영영은 노기에 검을 뽑
아 들어 그를 베어버리려고 했지만, 잠시 후 그 웃음의 정체를 파악하곤 힘이
빠져 버리고 말았다.
"아...."
엄지손톱을 깨물며 웃음을 흘리고 있는 장천은 이제 자신의 불안한 마음을 견
디지 못하고 스스로를 가두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단주..."
그녀의 옆에 있던 부단주는 쌍도문의 무사들이 이곳을 찾아올지 모른다는 생각
에 은영영에게 배신자 장천의 처리를 서두르게 할 수밖에 없었다.
"부단주...이 자를...지금의 이 자에겐 죽음에 대한 아량도 아까울 뿐이다."
"...."
그녀의 말에 뜻을 알아들은 부단주는 조용히 고개를 숙여 대답을 하고는 천천
히 그에게 다가가 점혈을 했다.
"끅..."
장천은 부단주에 의해서 마혈이 점혈되자 그 자리에서 쓰러지고 마니 은영영은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말했다.
"이 자를 본교로 압송한 후 불괴곡(不乖谷)에 가두도록 해라!"
"예!"
불괴곡 마교의 일급 죄인들 중 죽음의 아량마저 받지 못한 자들이 갇히는 곳이
였다.
수백장의 높이의 절벽 아래에 위치한 불괴곡은 일년 내내 어둠만이 존재하는
곳이였기에 마교의 인물들은 불괴곡에 갇히느니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정도였
기에 은영영이 장천에게 내리는 불은 실로 사랑하던 사람에게 내리는 형벌치곤
가혹하다고 할 수 있었다.
마혈을 짚힌 장천과 함께 은영영과 부단주는 어린 곽연을 버려두고 송화정을
버려두고 떠나가니 얼마 지나지 않아 그곳으로 두명의 인형이 모습을 드러내었
다.
"쯧쯧 여인이 한을 품으면 오뉴월이 서리가 내린다고 하더니 그 말이 틀린 말
은 아닐세.."
낡은 누더기 옷을 입은 노인은 혓바닥을 차며 중얼거리고는 송화정의 바닥에
쓰러져 있는 곽연에게 다가가서 아이를 안아 들었다.
"음...독에 중독된 듯 하군."
"그 여아의 손톱에는 극독이 묻어 있는 듯 하다. 장천이야 자네와 처음 아이에
게 해준 처치와 함께 화기의 내식을 익혔으니 만큼 독에 대한 면역은 강하지만,
이 아이에겐 독에 대한 면역은 없으니까."
곽연이 독에 중독된 것은 바로 손톱에 묻었던 피 때문이였다.
은영영의 손톱에 묻은 독 상당히 강한 독이였기에 피부 위에 묻었다고는 하지
만, 아이의 약한 피부를 뚫고 들어간 것이다.
누더기를 입은 노인은 허리에 차고 있던 호로병 뚜껑을 열어서는 아이의 입에
그것을 흘려주고는 내공으로 약효를 빠르게 돌게 하니 곽연의 파르스름하게 변
한 피부는 서서히 원래의 불그스름한 피부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다행이군. 만약 이 아이가 죽었다면 천이는 정신을 차린 후에도 죄책감에 방황
을 했을테니 말이야..."
"아이가 죽었다 해도 그것이 운명이라면..."
"쯧쯧쯧 매정하기는 자네는 언제까지 그 아이에게 시련만을 줄 것인가.."
노인은 매정하게 말을 하는 그를 보며 혓바닥을 차며 말했지만, 노인의 말에 그
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근처 마을 사람들에게 아이를 데리고 오는 것 같이 모습을 보였으니 얼마 지
나지 않아 쌍도문의 무사들이 이곳에 당도할 것이다. 이만 돌아가도록 하지."
"...."
그의 말에 노인은 천천히 아이를 조심스럽게 내려놓고는 자리에서 일어나고는
그를 보며 말했다.
"이번에는 불괴곡으로 가야될텐데...조금 힘들어 질 것 같군. 천이는 잘 견딜 수
있을지..."
"견디지 못하면 죽어야 하겠지. 그리고 그 대가로 무림은 다시 피로 물들겠
지..."
"......"
그의 말에 노인은 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내젖고는 경공을 사용하여 몸을
날렸고, 아이를 잠시 내려다 본 그 역시 노인의 뒤를 따라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