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2 장 납치된 곽연과 위기의 장천 (1)
다음날 장천은 언제나처럼 새벽에 금오각의 연못 근처에 앉아 운기조식을 하고
있었는데, 그 때 남궁소화가 누군가를 찾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휴.."
천천히 내식을 가라 앉힌 장천은 고개를 돌려 남궁소화를 보며 물었다.
"소화누나 무슨 일이에요?"
"연이가 안보이네, 이 시간에 어디를 간거지?"
"어제보니 무공을 익히고 싶어하더데 새벽에 운기조식이라도 하러 간거 아닐까
요?"
평소에 장난을 잘치는 곽연이였기에 장천은 농담을 하듯 말했다.
"연무장에라도 갔나?"
"제가 한번 가볼께요."
"부탁한다. 천아."
"예."
장천은 자리에 일어나서는 가볍게 몸도 풀 겸 경공을 사용해서 가장 가까운 곳
에 위치한 제 3 연무장으로 향했다.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십여명의 삼대제자들이 무공을 연마하고 있는 모습이 보
였는데, 장천이 경공을 사용하여 오자 삼대제자들은 포권을 하며 인사를 했다.
"수고들 하는데, 혹시 연아가 이곳에 오지 않았는가?"
"연아요?"
제 3 연무장은 쌍도문에서 십년이상 수련한 제자들만이 오는 곳이기에 모두들
곽무진의 아들인 곽연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이유로 서로의 얼굴을 처다보며 연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 중
한 사람이 장천을 보며 말했다.
"제가 가장 이곳에 왔지만 연아는 보지 못했습니다."
"음..어디로 갔지?"
제 3 연무장을 제외하곤 모두 대문을 지나야 하는 곳이기에 곽연이 다른 연무
장으로 갈 수가 없었기에 장천은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
"미안하지만 자네들 좀 도와주지 않겠는가?"
"알겠습니다."
과거에 장천과 같이 곽연은 삼대제자들 사이에서 귀여움을 받고 있었기에 그들
은 무공을 연성하던 것을 멈추고 문내를 돌아다니면서 아이를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시진 이상이 지나도 곽연의 모습은 보이지 않으니 장천으로선 다급할
수 밖에 없었다.
'무슨 일이 생긴 거 아니야?'
안 좋은 기분이 든 장천은 급히 금오각으로 향했는데, 이미 그 곳 역시 난리가
난 상태였다.
남궁소화와 곽무진은 물론 장천의 어머니인 임아란과 장춘삼까지 아이를 찾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화누나. 연아는요?"
"흑흑...천아 어떻게 연이가 보이지를 않아...연아! 연아!"
곽연이 보이지 않자 소화는 눈물을 펑펑 흘리고 있었기에 장천은 걱정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일단 누나는 안으로 들어가 계세요. 몸도 안 좋은데..."
"어떻게 내가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겠니.흑흑.."
그 때 장춘삼이 그에게 와서는 물어 보았다.
"금오각 밖에는 찾아보았느냐?"
"삼대제자 10명 정도와 함께 뒤저보고는 있지만 아직..."
"이런...안되겠다. 내 사형에게 말해서 사람들은 더 동원해야 겠다."
"그 동안 전 금오각 외의 다른 곳을 찾아보도록 할께요."
얼마 지나지 않아 곽연이 없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등평은 쌍도문의 비상종을
울려 모이게 한 후 대대적으로 문내의 곳곳을 뒤지게 했지만 두시진이 지나도
발견되지 않았다.
"곽사제!"
"이사형!"
이준은 연공관에서 책을 읽고 있다가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찾자 이상하게 생각
하여 물어보고는 곽연이 사라진 것을 알고는 급히 금오각으로 온 것이다.
"어떻게 되었는가?"
"문내의 사람들이 모두 찾아보고 있지만, 연이의 모습은 보이지가 않습니다."
"이런..."
세시진 동안을 뒤졌는데도 곽연이 나오지를 않자 남궁소화는 혼절까지 하고 말
았으니 금오각에선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대체 두 살짜리 아이가 어디로 갔다고 문도들을 전부 동원했는데도 못 찾는단
말인가!"
외손자가 없다는 말에 평소에 조용하던 장춘삼은 화가 나 사람들을 다그치기
시작하니 그 모습을 본 이준은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서는 말했다.
"아무래도 문외로 나간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문외라니 아이가 담장이라도 넘어 사라졌단 말인가?"
"그것이 납치가 아닐까..."
"아!"
그 말에 임아란은 참지 못하고 기절하고 마니 놀란 장춘삼과 장천은 급히 그녀
에게 뛰어갔다.
"부인! 부인!"
"흑흑흑...연이에게 무슨 일이 생겼으면 어떻해요..흑흑.."
"아무 일도 없을테니 걱정 마시오! 천아 어머니를 방으로 모셔다 드려라."
"예."
장춘삼의 말에 장천은 급히 대답을 하고는 어머니를 방으로 데리고 갔다.
측간의 변까지 뒤적이며 찾아보았음에도 연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으니 장춘삼
으로선 이준의 말대로 외부의 누군가에 납치되었다고 밖에 생각 할 수 없었다.
"으드득..어떤 놈인지 모르지만, 연이에게 무슨 일이라도 있다면 사지를 찢어주
마!"
쌍도문아 다른 대문파와 틀린 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삼류문파에서 단시간에
대문파로서의 성세를 이루어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온갖 고생을 같이 한 문도 들간의 우애는 거의 가족과 같은 것이
였으니 사형, 사제들의 일은 곧 자신의 일과 같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대부분이
였다.
평상시에는 조용하고 인자한 장춘삼이라고는 하지만 이런 문파의 기질을 고스
란히 가지고 있었기에 곽연이 납치되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자 노기를
터뜨리고 있는 것이다.
"이사질!"
"예. 사숙!"
"유사질에게 즉시 사람들을 모아 외부로 수색을 나가라 지시해라!"
"예!"
장춘삼의 명을 받은 이준은 대답을 하고는 급히 광무자를 향해 뛰어가니 장천
은 그 모습에 한 숨을 쉴 수 밖에 없었다.
"휴..."
그 때 무엇인가가 빠른 속도로 장천을 향해 날아왔으니 장천은 급히 몸을 돌려
자신을 향해 날아온 물건은 처냈다.
[챙그렁!!]
"누구냐!"
장천은 그것이 날아온 것이 수전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날아온 방향을 향해 소
리쳤지만, 이미 사라진 후였는데, 고개를 숙여 내려다보니 수전에 종이가 묶여
있는지라 천천히 그것을 들어서는 종이를 펴보았다.
[꼬마는 우리가 데리고 있다. 미시까지 영천산 송화정으로 와라. 반드시 혼자
올 것이며 만약 다른 이를 대동할 시에는 꼬마의 시체를 보게 될 것이다.]
"큭!!"
서한을 읽은 장천은 노기가 치솟아 오를 수 밖에 없었다.
'나를 노리기 위해 연이를 납치한 것인가..'
자신과 연이의 사이를 자세히 알고 있는 것을 보며 장천은 내부자의 소행이라
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자신의 성혼을 위해 많은 문파에서 사람이 왔기 때문
에 도저히 누구인지 지작도 가지 않았다.
하지만 연이의 시체를 볼 생각은 없는지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그는 급히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쌍도를 등에 메고는 녀석들이 오라는 장소로 향할 수 밖
에 없었다.
곽연을 구해야 겠다는 생각에 장천은 온 힘을 다해 영천산에 있는 송화정으로
향했고, 약속 시간에 반시진 이상이나 일찍 도착할 수 있었는데, 그 곳에서 한
여인이 비파를 켜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응?"
여인의 모습을 본 장천은 낯설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으니 바로
자신과 성혼을 위해 쌍도문으로 들어온 은모연이라는 여인이였기 때문이다.
'은모연? 설마..저 여인이....'
하지만 장천으로선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나 아름다운 노래를 부른 여인이 어린 아이를 납치한 사람이라고는 믿어
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은모연은 전에 보았던 것과 같은 영롱한 음색을 내며 비파를 타고 있었기에 장
천은 천천히 그녀의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장천이 다가오자 은모연은 비파를 켜던 것을 멈추고는 천천히 고개를 드니 그
녀의 눈에는 슬픈 빛이 가득해 있었다.
"은소저..이곳에는 어인 일로?"
하지만 그녀는 장천의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는 다시 비파를 켜기 시작하
니 슬픈 음색이 비파음이 송화정의 주변으로 조용히 흐르기 시작했다.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흑발의 밑으로 흐르는 그녀의 손가락을 보며 장천은 뭐라
말을 할 수 없는 기분이 들고 있었다.
[애타게 연모하던 님 떠나셨기에
오늘도 님 오시기를 기다리며
떠나신 강 너머를 바라봅니다.
먼 곳에 떠난 님 오실 적에
물결치는 파도 멈추게 하시오서.
님께서 저를 쉬이 볼 수 있도록...]
감미로운 목소리로 떠나간 님을 기다리는 노래를 부르고 있는 모연의 모습을
보며 장천은 또 다시 가슴이 아리는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다..당신은 도대체..."
떨리는 손을 들어 장천은 그녀를 가리키며 물었는데, 순간 비파의 줄이 끊어지
며 날카로운 소리가 송화정을 울렸다.
[챙!!]
"헉.."
그 순간 장천은 기혈이 크게 뒤집어지는 듯한 충격을 받고 무릎을 꿇고 말았으
니 내상에 의해 기침을 하는 그의 입에선 붉은 핏줄기가 흘러나왔기에, 그것을
보는 모연소저의 눈은 크게 떨리는 듯 했다.
"다..당신은 도대체 누구입니까...."
장천의 물음에 모연은 천천히 그의 앞으로 다가가서는 백옥같은 손가락을 들어
서 그의 볼을 쓸어 만지며 조용히 말했다.
"애타게 기다리던 나의 님....."
"큭...."
그녀의 말에 장천은 멍한 눈으로 처다 볼 수밖에 없었는데, 그 때 볼에서 통증
이 느껴졌다.
모연의 손톱에 의해 장천의 볼에 상처가 나니 자신의 몸으로 끌어당기는 긴 손
가락의 끝에는 피가 묻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