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112화 (113/355)

제 21 장 장천의 여난 (4)

"어머니."

"천이냐? 들어오너라."

장천은 당세문과 함께 방 안으로 들어섰는데, 안에는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구양생사숙과 당문의 당이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오! 장소협 오랜만이네."

"당이 어르신께 인사드립니다."

당이를 보며 포권을 하며 인사를 한 장천은 어머니를 보며 물었다.

"어인 일로 저를 부르셨는지요."

"천아 당소저와 함께 자리에 앉도록 하여라."

"예."

그녀의 말에 장천은 자리에 앉았는데, 당세문의 모습을 한참 동안 처다보던 임

아란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당문의 소저는 어떻느냐?"

"예?"

임아란의 물음에 장천은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당문에서는 이번에 너와 당소저를 혼인시켰으면 하는 구나."

"...."

어머니의 표정을 보니 당소저를 꽤 마음에 들어하는 눈치였기에 장천은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솔직히 당문이라면 오랜 시간동안 오대세가의 하나의 축을 담당했느니 만큼 강

호에서 그 명성을 크게 떨치고 있는 문파이니만큼 임아란으로선 이 정도 가문

의 여자라면 충분히 자신의 며느리로 두기에 충분하다 여겼기에 마음을 굳히고

있었던 것이다.

또 행동거지와 외모를 보아도 출중한 편에 속한지라 장천은 의중을 알아 볼 생

각으로 물었던 것이다.

"소자에게 잠시 생각할 시간을 주십시오."

"음..아직 마음의 결정을 하지 못한 모양이구나."

장춘삼은 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마음에 들어하는 처자는 있느냐?"

"그것이...."

"음...알았다. 이만 물러가도록 하여라."

"예."

장천은 인사를 하고는 겨우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됬지..쩝쩝..'

쌍도문의 돌아 온 후 이제 마음 편하게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자신의 혼

사 문제로 인하여 또 다시 마음 둘 곳이 없는 장천으로선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고 있을 때 그의 앞으로 한 사람의 모습이 보였으니

그 사람은 금오각으로 오기 전에 만났던 신비스러운 여인이였다.

다소곳한 자세로 버드나무를 바라보고 있는 그녀를 보며 장천은 마음이 흔들림

을 느낄 수 있었다.

'이상하군...저 여인만 보면...나도 모르게 가슴이 뛰니...'

일단 마주처 보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에 장천은 천천히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니 발자국 소리를 들은 여인은 고개를 돌리더나 장천의 얼굴을 보며 미

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쌍도문의 장천이라 하외다. 소저의 방명을 알 수 있겠소이까."

"소저..은모연이라 합니다."

"은모연이라..무엇인가 사연이 있는 듯한 이름이군요."

하지만 그의 물음에 모연은 살짝 미소만을 짓고는 천천히 버드나무 쪽으로 고

개를 돌렸다.

아름다운 외모에 신비스러움까지 비추고 있는 그녀를 보며 장천은 천천히 근처

에 바위로 가서는 앉고는 말했다.

장천 역시 그녀와 같이 버드나무를 보며 사색에 잠길까 했는데, 그 때 모연의

이름을 부르며 비파를 들고 있는 한 소저가 다가왔다.

"모연언니."

"아..정화로구나."

"응?"

은모연은 자신의 이름을 부른 소저가 정화라는 것을 알고는 미소를 지으며 맞

았는데, 정화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장천은 격동할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의 첫사랑이기도 한 여인의 이름이였기 때문이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보니 역시나 아리따운 자태를 보이고 있는 여인은 과거에

보았던 어린 정화소저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어머.."

모연의 옆에 남자가 있자 정화는 조금 놀라는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는데,

장천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일어나서는 포권을 하고 말했다.

"정화 소저 오랜만이군요."

"저..저를 아시나요?"

"하하하 시간이 꽤 지났으니 잊어버릴 만도 하군요. 쌍도문의 장천이라 합니

다."

"아! 장소협이셨군요."

정화는 그가 장천이라는 말을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직도 어려보이는 외모이기는 하지만 꼬마 같았던 과거의 모습에 비한다면 크

게 성숙한 모습이였기 때문이다.

열여섯 정도의 소년의 모습을 하고 있는 장천은 아직도 그 때의 귀여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지만, 전체적인 모습은 의젓한 장부와도 같았기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빨개져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모연 소저 저는 이만 물러가도록 하지요."

그 말에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숙여서 인사를 하니 장천은 아쉬움을 가지며 물

러 설 수 밖에 없었다.

장천의 모습이 사라지자 정화는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는 모연의 곁에 앉아

서는 말했다.

"장소협의 모습이 많이 변했어요. 과거에 봤을 때는 어린애 같았는데...."

"그런가요."

정화의 말에 모연은 미소를 지으며 답하고는 다시 버드나무를 바라보았는데, 정

화는 그제야 생각이 났는 들고 있던 비파를 그녀에게 내밀며 말했다.

"모연 언니 오늘은 비파를 켜주신다고 약속하셨잖아요."

"아! 그랬었구나.."

정화의 말에 그제서야 생각이 났는지 모연은 미소를 짓고는 그녀가 내민 비파

를 받고는 말했다.

모연은 한참을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듯 하더니 천천히 비파를 켜니 영롱한 음

이 퍼지기 시작했다.

"아!"

정화는 비파와 금을 가지고 다닐 만큼 음에 대해 관심이 많았는데, 지금 모연이

비파를 타는 소리를 들으며 그녀의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긴 날을 창가에 앉아 마음속의 님이 오시기만을 기다리거늘

야속한 님은 봄날의 바람과 같이 스치워 지나가 버리니.

여름밤의 벌레소리로 행여 님의 발자국 소리가 지워지지 않을까

가을날 떨어지는 낙옆에 님의 모습이 가리워질까

하얀 눈이 덮이는 겨울 밤 님이 오시기 어려울까 가슴을 졸입니다.

긴 날을 창가에 앉아 마음속의 님이 오시기만을 애타게 기다리지만

시간이 지나 또 다른 봄이 찾아오니 님의 야속함에 슬피 웁니다.]

영롱한 비파의 음과 함께 조용히 울리는 은모연의 노랫소리에 정화는 그녀의

노랫 소리에 나오는 여인의 마음이 되어 가슴을 졸이다가 눈물을 흘리고 말았

다.

"언니...너무...아!"

정화는 너무나 아름다운 노래에 모연을 보며 무엇인가를 말하려고 했는데, 그녀

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자 그만 말을 잊고 말았다.

"언니..."

"미안하구나..정화야.."

정화의 떨리는 물음에 은모연은 천천히 비파를 건네어 주고는 다시 바람에 하

늘 거리는 버드나무를 보며 조용히 사색에 잠기기 시작했다.

'언니에겐...무슨 사연이 있구나...'

말하지 못하는 아픈 사연이 모연에게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정화는 조용히 그

녀의 곁에 안자서 슬픈 얼굴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한편 그녀의 노래를 듣고 있었던 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담벼락에 등을 기대며

힘없이 주저 앉고 있었다.

'왜...왜 나의 마음을 이렇듯 떨린단 말인가...'

그녀의 슬픈 노래에 주저앉아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있는 남자, 그

는 바로 장천이였다.

멀리서 정화가 그녀에게 비파를 켜달라는 말을 듣고 그녀의 앞에 다시 나타나

기가 두려워 담벼락 뒤에 숨어서 들었던 것인데, 그 순간 마음이 크게 흔들리며

다리의 힘이 빠져 움직이지도 못하는 꼴이 되어 버린 것이다.

'누군가...누군가...나를 기다리는 듯 하구나...'

언제부턴가 그의 꿈속에선 모습을 알 수 없는 여인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안개와 같이 흐릿하기만 한 꿈속의 영상 속에서 그녀의 모습을 확연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알 수 없는 그리움이 꿈에서 깰 때마다 그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그리고 오늘 모연의 노래를 들은 후에도 꿈에서 깰 때와 같이 가슴이 아파왔다.

"어라? 천아 여기서 뭐하고 있냐?"

"아! 무진형!"

생각에 잠겨 있던 장천은 누군가 자신을 부르고 있는 말에 고개를 들어보니 곽

무진인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기서 뭐하는거야?"

"아니에요. 잠시 생각 좀 하고 있었어요."

"하하하 별나기도 하군. 아! 사부님께서 널 찾고 계시더라."

"그래요? 가봐야 겠네요."

광무자가 찾는 다는 말에 장천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빠져나갔는데, 녀석이 모습

을 보며 곽무진은 고개를 갸우뚱거릴 뿐이였다.

"뭐 잘못 먹기라도 했나?"

하지만 곽무진은 담을 지나 걸어갔을 때 얼굴을 익히 알고 있는 사람의 모습을

발견 할 수 있었기에 그제서야 그 이유를 짐작해 볼 수 있었다.

"아! 저 녀석..참!"

무진의 눈에 보이는 것은 바로 정화소저였기 때문이다.

과거 장천이 정화소저를 좋아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곽무진은 그가 정화에게

차마 말은 붙이지 못하고 숨어서 지켜보고 있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제 4 연무장으로 간 장천은 그곳에서 광무자와 이준사형이 무엇인가를 이야기

하는 것을 보며 다가가서는 인사를 했다.

"사형들께 인사 드립니다."

"아! 장사제 사숙모님은 만나뵈었는가?"

"예."

"당문의 소저도 왔다고 하니 아무래도 그 쪽으로 마음을 돌리신 모양이로군."

"일단 당문이라면 가문 하나만으로 충분하다 할 수 있으니까요."

유운의 말에 이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자네의 생각은 어떤가?"

"그게...좀.."

"하하하! 하루 빨리 마음을 정하도록 하게 가문의 어떻든 자네가 마음에 드는

여인이라면 사숙모님께서도 흥쾌히 찬성을 하실 것이네."

"....."

유운의 말에 장천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일 뿐이였다.

"그런 이야기는 나중에 하도록 하고, 이사제에게 들어보니 자네가 검술을 익힌

적이 있는 것 같다는데 사실인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검이 낯설지 않다 생각이 듭니다."

"음...한번 보여 줄 수 있겠나?"

"예."

광무자의 말에 장천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병기대에서 검을 하나 뽑아 이준에게

보여 주었던 때와 같은 검법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검영이 난무하는 모습을 보며 광무자는 크게 탄성을 지를 수 밖에 없었

으니 장천이 검법을 끝내자 박수를 치며 말했다.

"좋아 좋아 아주 좋네."

"사형께서는 장사제의 검법이 무엇인지 아시겠습니까?"

이준은 광무자가 무공에 대해 박식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장천의 검술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음...확실히 맞다고는 할 수 없지만, 장사제의 검술은 아무래도 마교의 홍련십

팔검 같군."

"홍련 십팔검이요?"

"마교에서 어느정도 직급이 있는 자만이 익힐 수 있다는 검술인데, 화산파의 매

화검법의 검리와 어느정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 검법이네."

"음...그런 것을 본다면 장사제는 마교에서 검법을 꽤 익혔다는 것이군요."

"확실히 모르겠지만, 검의 경지에서만 본다면 상당한 수련을 거쳤다는 것을 알

수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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