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111화 (112/355)

제 21 장 장천의 여난 (3)

"자네 검공을 익히고 있었군."

"아..아니에요. 제 기억에는 검공을 익힌 적이 없는걸요."

"음..역시 자네의 잊혀진 기억 속에서 검을 익힌 적이 있나보군."

"예. 그런 것 같아요."

장천은 한참을 그렇게 검을 바라보고는 이준에게 넘겨 주고는 말했다.

"오늘은 그만 해야되겠네요. 도저히 무공 연성을 할 기분이 아니에요."

그의 말에 이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럴테지..후후 어여쁜 미녀들을 버려두고 어찌 검이 손에 잡히겠는가."

"사형!"

"하하하하!"

자신의 말에 정색을 하는 장천을 보며 웃음을 짓는 그였다.

이준과 헤어진 장천은 정리가 되지 않은 머리를 식히기 위해 군웅전으로 향했

다.

쌍도문의 휴식처와 같은 곳인 군웅전이라면 아무런 걱정 없이 쉴 수 있다는 생

각을 했기 때문이다.

호수의 반짝이는 수면 위로 유선을 그리는 잉어가 헤엄치고 다니는 군웅전의

연못에 도착한 장천은 근처에 있는 바위에 자리를 잡고는 사색에 잠길 수 있었

는데, 역시나 조용한 곳은 있을 수 없는 것인지, 멀리서 누군가가 장천을 부르

며 다가왔다.

"장천!"

"아! 무진이형!"

그의 이름을 부르며 오는 사람은 곽무진이였는데, 옆에는 얼굴이 익숙한 한 무

사가 같이 동행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 경운문의 하대협이군.'

금새 그가 하백이라는 것을 생각한 장천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이 가까이 다

가오자 하백에게 포권을 하며 인사를 했다.

"하백대협께 인사드립니다."

"장소협 오랜만이요."

하백은 장천을 보며 미소를 짓고는 답했다.

'그렇군..정화소저 역시 이곳에 왔나보군.'

전에 일을 생각해보면 하백이 자신과 정화를 이어주려 하는 것을 알고 있었기

에 그가 이곳에 있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장천이였다.

"이거. 하대협에 가져온 명주를 맛보기 위해 군웅전에 들린건데 생각지도 못한

녀석을 만나게 되었는걸?"

"하하하 제가 운이 좋았나보군요."

무진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답한 장천은 군웅전의 한편에 위치한 정자를 보며

말했다.

"정자로 가도록 하지요."

"그럴까?"

곽무진은 장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정자로 향했다.

품에서 기름종이에 쌓인 오리구이를 내려놓은 곽무진은 미소를 지으며 술병을

들고는 말했다.

"산서의 명물인 분주(汾酒)다! 경운문의 문주님께서 술을 좋아하시는지라 직접

빚으셨다고 하는데, 옛날에 한번 맛 본적이 있는데 정말 이 만한 맛좋은 술은

구경하기도 힘들지."

"그렇습니까?"

곽무진의 분주 자랑에 미소를 짓는 장천이였다.

"그나저나 잔이 없는데, 이를 어떻한다."

하백과 둘이서 한잔하기 위해 들렸던 무진인지라 장천의 잔을 준비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 말에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 장천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잔이야 만들면 되지 않겠습니까?"

"응?"

장천은 천천히 근처에 있던 나무로 다가가더니 손을 들어서는 나뭇가지를 하나

잘라냈었다.

"오! 좋은 생각이군!"

장천의 행동을 보며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눈치를 챈 곽무진 미소를 지으며 소

리쳤다.

가지의 한쪽을 잘라낸 장천은 다시 한부분을 더 자르자 손가락 세마디 정도의

만든 후 그것을 가지고 정자로 다시 돌아왔다.

"뭐야. 술을 따를 부분이 없잖아?"

"후후"

그 말에 장천은 미소를 짓고는 천천히 오른손의 검지를 세마디 정도로 잘라 원

통형이 된 나무의 윗면에 중앙에 올려놓고는 왼손으로 회전을 시켰는데, 그 순

간 오른손의 검지는 천천히 나무의 윗통을 파고 들어가기 시작하니 회전이 멈

추었을 때는 술을 따를 수 있게 홈이 파여져 있었다.

"합!"

하지만 안쪽 면이 거칠었는데, 장천이 가볍게 내공을 발휘하자 뜨거운 기운이

안쪽을 깨끗하게 만들어 버렸다.

"호오!"

몇번의 손 짓으로 보통의 나무로 술잔을 만들어내는 장천의 모습을 보며 하백

은 감탄의 소리를 내뱉었다.

보기에는 쉬울 것 같지만, 방금 보인 장천의 솜씨에는 초식의 정확함은 물론이

요, 힘의 조절이 정확해야 하기 때문이다.

"곽소협의 말을 들어보면 자네의 무공이 크게 진전되었다고 하는데, 이거 직접

보니 감탄을 금치 못하겠군."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하지만 실재 장천의 무공은 광무자보다 약간 아래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현

재의 강호오룡의 수준에 버금가거나 그 위의 수준이라 할 수 있었다.

강호 오룡의 일인인 하백은 새로운 후지기수의 탄생이 크게 감탄하면서 반드시

그를 정화의 남편으로 만들겠다는 의기를 굳히게 되었다.

하지만 하백의 여정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으니 무림의 세가에서 드디어 사람을

보내왔기 때문이다.

"장사숙님! 장사숙님!"

술을 나누고 있을 때 장천을 부르며 삼대제자가 화급히 군웅전으로 뛰어 들어

왔다.

"무슨 일인가?"

"헉헉..태사숙모께서 찾으십니다."

"응? 나를? 무슨 일로?"

"자세한 것은 모르겠지만, 방금 본문으로 사천 당가의 사람들이 찾아 왔는데,

그일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사천당가...아!"

사천당가는 구양생이 밀고 있는 곳으로, 독문과의 일로 쌍도문과는 더욱 사이가

돈독해진 문파였다.

구양생은 당이와 연락을 나누며 장천과 연결시켜주기위해 노력하고 있었고, 그

와중에 나온 장천의 색시감 중 한명이 바로 당세문이였던 것이다.

독문과의 마찰이 끝난 후 당이가 당가의 가주가 되자 당세문이 여아라는 것을

밝히게 되니, 그것은 장천과 연결시켜 주기 위함도 어느정도 작용한 까닭이였

다.

"음..알겠다."

삼대제자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한 장천은 자리에서 일어나 두 사람에게

포권을 하며 말했다.

"아무래도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음...아쉽군."

장천의 말에 하백은 조금 아쉬운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지만, 경운문과 사천

당가를 비교한다면 크게 차이가 나는지라 당연한 결과일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에게 인사를 한 장천은 한 숨을 내쉬며 삼대제자의 뒤를 따라 금오각으

로 향하게 되었다.

사천당가라면 쌍도문에서도 경시하지 못하는 입장인지라 그 역시 얼굴을 보일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귀찮다는 얼굴을 역력하게 들어내며 장천은 터벅터벅 걸음을 옮기고 있었는데,

그 때 금오각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한 여인이 길가에 피어있는 꽃을 지긋이 보

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음..."

푸른색의 하늘거리는 비단자락 뒤로 보이는 섬세한 손가락, 탐스러운 머리결 사

이로 보이는 맑은 눈동자에 장천의 발걸음을 자신도 모르게 멈추어 질 수밖에

없었다.

꽃을 보며 미소짓고 있는 도톰한 입술은 붉게 빛을 내고 있는 듯 했는데, 그녀

는 누군가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살며시 고개를 돌려 장천을 봐

라 보았다.

"아!"

그녀가 자신을 보자 눈이 마주쳐 졌기에 쑥스러움을 느낀 장천은 뒷통수를 쓰

다듬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런 그의 모습에 미소를 지은 여인은 천천히 몸을 돌

려 사라져갔다.

'누구지?'

한 순간이였지만, 이상하게도 각인이 남는 듯한 그녀의 모습에 장천은 생각에

잠겼다.

'미소 뒤로 보이는 그녀의 눈은...슬픔을 간직한 것 같았는데....왜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삼대제자의 뒤를 따른 장천은 얼마 지나지 않아 금오각

에 도착할 수 있었는데, 그 곳에서 익숙한 얼굴을 주인공을 만날 수 있었다.

"아! 당대협 아니십니까!"

"오! 장소협 오랜만이네."

금오각의 문 앞에서 한 무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람은 당가에서 만난 당

철이였던 것이다.

당철은 모습은 그때와 별 다른 것이 없어 보였다.

"그나저나 구궁 사형께서난 잘 계시는지 궁금하군요."

현재 신궁 구궁은 무림맹의 일을 맡아 사천당가에 머물고 있었기 때문에 장천

은 당철에게 물어 본 것이다.

"하하하 구궁형님이야 잘 계시지, 얼마 전에는 근처에서 대호를 한 마리 잡았는

데 그 가죽 때문에 당이 어르신께서 난리도 아니란다."

"난리도 아니라뇨?"

"구궁형님의 활솜씨야 정평이 나있지 않니. 대호의 입안으로 화살을 받아 넣었

기 때문에 가죽에 상처도 없는 특상품인지라 당이 어르신이 워낙 탐을 내시는

것이 아니였거든."

"하하하 그런가요?"

"그래서 가죽 대신 구궁 형님을 위해 특별히 활을 하나 만들어 주시기로 약조

를 해서 겨우 가죽을 얻어 내셨지."

"아! 사천당가의 활이라면 굉장하겠군요."

"당이 어르신이 특별히 지시를 하신데다가 이번 일도 있고 하니 굉장한 물건이

나올 것이라 소문이 자자하더군."

"그렇군요."

장천은 그의 말에 웃을 수만은 없었으니 구궁의 환심을 잡아 이번 성혼을 성사

시키려 하는 속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장천들의 곁으로 한 여인이 다소곳한 걸음

으로 다가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

길고 아름다운 머리에 홍의를 입고 있는 흔히 보는 여인의 아름다움이 아닌 중

성적이 멋이 한껏 드러나 보이는 여인이였다.

유난히도 하얀 손을 보며 장천은 그가 당세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 세문이가 왔구나 뭐하느냐 장소협께 인사하지 않고."

"장소협 오랜만에 뵙습니다."

"아...당소저..오랜 만입니다."

남자의 모습만을 보아왔던 장천이였던지라 여인의 옷을 입고 있는 당세문을 대

하기가 조금 쑥스럽고 이상할 수 밖에 없었다.

장천을 보며 살짝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성숙한 여인의 향기를 흘리

고 있는 듯한 인상을 풍기고 있었기에 그녀의 변신에 탐복 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전 이만 들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알겠네. 아! 세문아 너도 장소협을 따라가도록 하여라."

"네."

당철의 말에 고개를 숙인 그녀는 장천을 따라 금오각의 안으로 들어갔다.

'정말 당세문이 맞긴 한 거야?'

성큼성큼 걷고 있는 살며시 걸음을 옮기고 있는 당세문은 옛날의 그녀가 아니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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