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110화 (111/355)

제 21 장 장천의 여난 (2)

장천이 다시 일어난 곳은 금오각에 있는 자신의 방이였다.

"음.."

하지만 또 기절하고 싶었으니 자신의 주위에 어머니와 남궁소화뿐 아니라 문제

의 당사자인 사도혜와 함께 근육질의 무미미 역시 걱정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

었기 때문이다.

"천아 이제 정신이 드느냐.."

"괜찮습니다. 어머니."

장천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자 사도혜는 급히 엽차를 따라서는 장천에게 건

네 주었다.

"고맙습니다. 사도혜누님."

"아잉...누님이라니..얼마 안 있음 장천의 색시가 될텐데.."

"끅..."

마시고 있던 엽차를 뱉을 수밖에 없는 그였다.

어쩌다가 자신의 신세가 이렇게 됬는지 한심하게 느껴지는 그였다.

이러는 와중에도 쌍도문으로는 강호의 이름난 여인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고 있

었으니 쌍도문에선 손님 모시기에 분주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모인 손님이 수만 족히 삼백여명이 넘는데다가 장천을 만나기 위해

온 여인들으 수만해도 수십명에 이르고 있었는지라 그로선 조금 암담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는 와중에 여인들 사이에서 암투가 끊이질 않으니 장천이 어느 여인을 선

택하느냐에 따라서 강호에선 오늘의 일로 문파간의 상당한 분쟁이 있을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

한편 이러한 소란 속에서 한무리의 무사들이 다시 쌍도문 안으로 들어왔으니

곽무진은 그들에게 다가가서는 반갑게 맞아 들였다.

"어서오십시오. 하대협."

"하하하 오래간만입니다. 곽소협."

쌍도문에 들어선 무사들, 그들은 장천도 어느정도 안면이 있는 사람이였으니 바

로 산서 경운문의 문도들이였던 것이다.

곽무진은 장천과 헤어진 후에도 경운문과 많은 교류를 가지고 있었기에 강호오

룡에 속하는 진천곤 하백과 두터운 친분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호오 이거 경쟁이 치열할 수 밖에 없겠군요."

"죄송하게 됬습니다. 장모님께서 소문주의 성혼에 관심을 가지는 바람에 일이

이렇게 되고 말았군요."

"하하하 괜찮습니다. 저도 쉽게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으니까요. 정

화야 뭐하느냐곽소협께 인사를 드리지 않고."

그의 말에 웃음을 터뜨리며 말한 하백은 뒤를 보며 아리따운 한 여인에게 말을

했으니 그 여인은 조심스럽게 걸어가서는 곽무진에게 인사를 했다.

"곽소협께 인사드립니다."

"오! 정화소저 오랜만입니다."

그 여인은 바로 장천이 처음으로 사랑을 느끼게 만든 경운문의 정화소저였다.

몇 년이 지난 지금, 어렸을 때의 모습은 이제 성숙하고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으

로 바뀌어져 있었으니 그녀의 아름다움에 곽무진은 탄성을 내지를 뿐이였다.

초생달과 같은 눈썹에 맑게 드러나는 큰 눈동자, 붉고 아름다운 입술과 함께 자

태 또한 아름답기 그지없으니 어느 누가 보아도 미인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

는 그런 모습이였다.

곽무진은 정화의 모습을 보며 이정도면 장천의 아내가 된다해도 부족함이 없다

는 생각이 들었기에 크게 만족을 하며 말했다.

"하하하. 듣자하니 정화소저께서 산서제일미라 불린다는데 이거 소문이 부족한

것 같군요."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무진의 말을 들으며 얼굴을 붉히는 그녀였으니 하백은 일이 쉽게 풀리지 않음

을 알 수 있었다.

과거의 일로 곽무진에게 사랑을 느낀 정화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어릴때의 한순간의 감정이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곽무진을 만나면서 그

녀가 보이는 모습을 보니 아직도 그 감정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러다간 죽도 밥도 안되겠군.'

곽무진의 후처로 들어가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현재의 곽무진은 쌍도문의 삼대제자 중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인데다

가 무림맹 내에서도 이름을 날리고 있는 인물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솔직히 하백의 입장에서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쌍도문의 문주의 직을

이어받을 것이라 예상되는 장천에게 더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였다.

이런 생각을 한 하백은 곽무진을 보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나저나 일이 이렇게 됬으니 저희는 곽소협만 믿을 수 밖에 없겠군요."

"하하하..저로서도 장모님의 마음을 정화소저에게 돌리는 것은 어렵겠지만, 개인

적인 생각으로 장동생의 아내로 정화소저가 가장 적합하다 생각하고 있으니 최

선을 다해보도록 하지요."

"오! 곽소협 부탁드립니다."

어쨋든 곽무진이 자신들을 도와준다면 목적하던 바를 이루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고 생각하는 그였다.

하지만 정화의 마음을 그런 것이 아니였으니, 하백에게 하는 곽무진의 말을 들

으며 그녀는 야속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아! 곽대협..어떻게 하면 저의 마음을 대협께서 알아주실 수 있겠습니까..'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리는 정화였으니 그 모습에 크게 놀란 하백은 급

히 그녀의 앞을 가리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래간만에 만났으니 술이나 한 잔하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소협을 위해 산서

의 별주를 가져왔는데 말입니다."

"하하하! 이거 하대협께는 폐만 끼치는 것 같군요."

그날 밤 정화는 밤하늘을 보며 눈물을 지으며 사색에 잠길 수 밖에 없었다.

'아...곽소협...'

사랑하는 남자를 목전에 두고도 그 마음을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이 그녀를 더욱

우울하게 만들고 있을 뿐이였다.

그 때 그녀의 곁으로 한 여인이 다가오더니 말했다.

"당신의 눈에는 슬픔이 어려있군요."

"아!"

그녀의 말에 크게 놀란 정화는 흐르던 눈물을 닦으니 여인은 방긋 미소를 지으

며 말했다.

"전 형북의 은창표국에서 온 은모연(銀慕戀)이라 합니다."

"아!"

정화는 그녀의 이름을 듣고는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으니 그녀의 이름이 현

재의 자신의 심정과도 같았기 때문이다.

"산서 경운문에서 온 정화라고 합니다."

그녀의 소개에 모연이란 여인인 미소를 짓더니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달이 참 아름답군요."

"예...."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정화는 밤하늘의 달을 바라보았다.

은빛으로 빛나는 보름달의 모습에 눈물이 일렁이는 듯한 생각이 드는 그녀였다.

"이곳에 온 분이시라면 쌍도문의 소문주님을 만나기 위해 오신 분이데..어찌 눈

물을 흘리십니까?"

그녀의 부드러운 말에 정화는 마음이 안정되는 느낌이 들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부드러운 눈동자를 보며 이 여인이라면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아픔 마음을 말해줘도 괜찮겠다는 생각에 곽무진에 대한 것을 이야기하니 잠시

후 고개를 끄덕인 여인을 그녀의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진실로 사모한다면 그 마음을 상대에게 전해지는 것이랍니다."

"그럴까요...."

"예."

모연의 말을 들으며 정화는 입가에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자 추운데 이제 안으로 들어가도록 하지요."

"네."

정화는 의외의 장소에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를 만났다는 것에 기쁘지 않

을 수 있었다.

은모연이란 소저는 행동이나 자태 모두 아름답기 그지 없는 여인이였기에 정화

는 이 여인이라면 충분히 쌍도문의 소문주의 부인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다음날 장천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안전하다고 할 수 있는 제 4 연무장으로 피

신할 수 있었다.

흑철돈녀의 일도 있었기에 제 4 연무장은 외부의 손님들에 대비하여 많은 무사

들을 배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장사제."

"아! 이사형."

그런 장사제를 보며 반갑게 손을 흔들며 다가오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이준

이였다.

그 역시 무공을 익히고 있는 만큼 아침마다 제 4 연무장에서 무공을 연성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나저나 사제 때문에 쌍도문이 시끌벅절해졌는걸?"

"휴..저도 그것 때문에 미치겠습니다. 설마 어머니께서 이렇게 까지 일을 크게

벌리실 줄은 생각도 못했는걸요."

"하하하..이곳도 다 복일세. 복! 그나저나 자네 신부감을 고르고 나면 나도 조금

찾아봐야 겠는걸?"

"아! 그러고보니 사형도 아직 성혼을 하시지 않으셨군요."

"나 같이 볼품 없는 남자에게 어떤 여인이 선뜻 다가오려 하겠는가?"

"별말씀을 다하십니다. 제가 보기엔 사형만큼 뛰어나신 분도 찾아보기 어려운걸

요?"

"하하하 고맙네그려."

장천의 말에 크게 웃음을 터뜨린 이준은 무기대에서 검을 하나 뽑아 들었는데,

쌍도가 아닌 검을 뽑아 들자 이상하게 생각한 장천을 물어 볼 수 밖에 없었다.

"검법을 연성하실 생가입니까?"

"별거 아닐세, 광무자 사형께서 말씀하시기를 나에게는 본문의 무공인 도보다는

검이 더 어울리겠다는 말을 하시더군. 그래서 육합검법을 잠시 익혀보았는데,

사형의 말대로 검이란 것이 나에게 맞는 것 같아서 꾸준히 연성을 하고 있는

것이네."

"육합검법이면 하류 무공이 아닙니까?"

그 말에 이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렇게 볼 것도 아닐세. 육합검법은 변초가 없는 검법인지라 평생 도만을 익힌

나에게 기초검법으로 상당히 도움이 되고있네, 솔직히 내가 익히는 상승의 검술

보다 육합검법이 어쩌면 한 수 위일수도 있는걸?"

"아! 그런가요?"

"어디 구경이나 한번 해보게."

아직도 아리송한 표정을 짓는 장천을 보며 이준은 미소를 흘리며 연무장의 가

운데로 가서는 천천히 육합검법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육합검법은 장천이 보기에도 상당히 간단한 검로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평생을

도를 익힌 사람인만큼 검로의 하나하나에는 상당한 경력이 실려져 있었기 때문

에 의외로 힘있는 검법이라 생각되었다.

"휴..어떤가?"

"글쎄요. 뭐라고 말을 할 수는 없겠는데, 예상외로 검법같지가 않군요."

"하하하 일단은 어떠한 무공이라도 그것을 행하는 자에 의해서 변하게 되니까.

도를 익힌 나에게는 도의 냄새가 나는 육합검법이 되고 말았네."

"그렇군요."

"어디 자네 한번 검을 잡아 보지 않겠는가?"

"음...한번 해볼까요?"

이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장천은 검을 받아 쥘 수 있었다.

'이상하군..'

장천이 기억 속에서 검을 잡아 본 것은 처음이라고 할 수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어색한 감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오랫동안 검을 연마했던 것 같은 기분이 들었는데, 그것을 증명이라고

하는 듯 이준이 탄성을 지르며 말했다.

"호오! 자네 검을 익힌 적이 있는가?"

"예?"

"검이란 것은 도와 달라서 몇가지 다른 점이 있는데, 처음 잡는 검인데도 자네

의 모습을 그 다른 점을 정확히 알고 있는 모습이라 하는 말일세."

"하하하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이준의 말에 미소를 지은 장천은 일단 찌르기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가볍게

검을 앞으로 내밀었는데, 그 순간 자신도 모르게 다음의 움직임이 머릿속에서

떠오르기 시작했다.

'아....이건..'

장천은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일단은 그 움직임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기 때문

에 천천히 머릿 속에 떠오르는데로 검술을 행하기 시작했다.

검을 휘두르기 시작한 장천은 마치 신기라도 들린 것처럼 사방으로 움직이며

검을 휘두르니 그 모습에 이준은 크게 탄성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이건 쌍도문의 도법의 초식이 아니다. 분명 검을 행하여야 만이 가능한 초식이

다!'

한 쪽날의 도와 양날의 검은 당연히 그 초식에서도 틀려질 수 밖에 없는 것이

당연한 일이였다.

현재 장천이 행하고 있는 초식은 검의 특성을 이용한 무공이였기에 절대 도법

의 초식이 아니라고 생각한 이준은 장천의 잃어버린 기억 속에 혹시 검법을 익

혔던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준이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에도 장천의 검법은 더욱 격해지고 있었는지 사

방으로 빠른 검속에 의하여 파공음이 울리며 수많은 검영을 만들어 내고 있었

다.

"차압!"

그리고 잠시 후 장천이 검을 앞으로 내지르자 수십개의 검영이 앞에 있던 나무

들을 향해 뻗어가니 순식간에 한아름 정도의 나무는 허리 높이의 껍질이 모두

벗겨 저서는 땅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후..."

그 모습을 보며 숨을 내쉬는 장천이였으니 이준은 크게 박수를 치며 소리쳤다.

"굉장하네 장사제!"

하지만 현재의 장천은 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고 있었다.

손에 쥐고 있는 검을 보며 멍한 얼굴이 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