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108화 (109/355)

제 20 장 다시 쌍도문으로 (4)

겉보기에는 사십대 정도의 중년이라 하나 현재 나이 칠순이 넘어서 이제 노년

의 길로 접어드는 광주자 유운의 내공은 현재 2갑자 반에 달하고 있었다.

자질이나 노력면으로 본다면 무림에서 두각을 나타내야 하는 인물임에도 애석

하게도 중년에 와서야 제대로 된 무공을 배우게 되었던 것이 원인이였지만, 후

천적인 노력으로 인해서 현재 그의 실력은 강북 십웅에 버금갈 정도로 무공을

상승시킨 것은 사실이였다.

이런 그가 이제 겨우 약관이 되어가는 젊은이와 비등한 대결을 했다는 것은 크

게 놀랄 일인 것이다.

요운과 곽무진이 쌍도문에서 떠오르고 있는 샛별이라해도 유운과 비교한다면

두단계는 아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기 때문이다.

"하하하! 장사제 정말 네가 자랑스럽구나!"

보통 같은 배분에 자신보다 삼분의 일도 되지 않는 나이의 사제와 비등한 대결

을 했다면 못마땅하게 생각 할 수 밖에 없지만, 유운은 진실로 그것을 기뻐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장천은 배분이야 사제이지만 자신의 제자와도 같은데 어찌 이

런 성과를 기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유운은 그런 장천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주위에 있는 삼대제자들을 보며

소리쳤다.

"너희도 장사제의 무공을 보았을 것이다. 무공을 연성한 것은 너희와 크게 차이

가 나지 않음에도 이미 너희는 생각지도 못할 단계에 올라 있는 것을 본받아

더욱 수련에 박차를 가하도록 하여라!"

"예!"

삼대제자 중에선 장천보다 나이가 위인 사람이 더 많은 것을 감안한다면 장천

의 성장은 진실로 괄목상대하다 할 수 있었다.

삼대제자 중에서 선출한 사람으로 하여금 무공 연성을 계속하도록 지시한 유운

은 장천과 함께 자신의 숙소로 들어서서는 간단하게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

눌 수 있었다.

"허허허 장사제의 무공이 이렇게까지 성장했을 줄은 생각도 못했네."

"모두 사형의 돌보심 때문입니다. 솔직히 말이 사형이자 유사형은 저의 사부와

같은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허허허 이 늙은 사형을 너무 추켜세우지 말게나."

늙은 사형, 그 말에 장천은 천천히 광무자를 얼굴을 처다보았다.

아직 사십대 정도라고는 하지만, 처음 문을 나갈 때보다 훨씬 나이가 들어보이

는 그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아프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고보니 아버님과 어머님도...'

잠깐의 시간이 지난 것 같지만, 그 시간동안 사람과 산천은 많이 변해 있다는

것을 깨닫는 그였다.

"장사제는 무공의 상승의 경지에 대해서 어느정도 아는가?"

"상승의 경지요?"

갑작스런 물음에 장천은 고개를 갸우뚱 거릴 뿐이였다.

"내 아까의 비무로 살펴보니 자네의 무공은 외부의 공격에 몸이 초식에 따라

자연스럽게 발현되는 것 같더군."

"초식에 따라 자연스럽게요?"

"그렇다네. 이것은 상승의 초입단계라고 할 수 있으니 그 단계에서 한 단계 위

로 향한다면 손이 향하는 것이 바로 초식이 되는 단계가 되는 것이지."

"아!"

"자세한 것은 모르겠지만, 사제의 기억이 사라진 즉 마교에서 상당한 무공을 익

힌 것 같더군."

"음...."

"기억은 없기는 하지만, 무공의 초식은 순간순간마다 발현되는 것을 보이니, 아

까의 합마공이 그 예라 할 수 있겠네."

"합마공이요?"

"사제가 만든 와형착지세에 이어 공격해 들어왔던 각공이 바로 합마공의 초식

중 하나라네."

"아!"

그 말에 장천은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합마공은 마교의 상승무공 중의 하나인데, 어떻게 자네가 그것을 익혔는지 모

르겠지만 일단 그것은 제쳐두도록하지."

"예. 사형."

그 후로 장천은 광무자와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과연 무에 미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유운은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였다.

내공을 가미한 삼초의 비무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장천의 몸에 숨어져 있는 여

러 가지를 찾아 낸 것이다.

그것을 잠시 열거하면, 첫째 마교의 무공 둘째 화기의 내식, 셋째 순수한 내공

등이다.

이것들은 장천이 기억하고 있는 것으로는 불가능한 것이 많았으니 모두 마교

안에서 있었던 일들이 원인이 되어서 얻어낸 것이라 할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

한 유운은 다음날부터 한단계 위로 무공을 상승시키기 위한 연무를 자신과 같

이 하자고 제안했으니 장천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유운의 제의를 받아 들였다.

"휴우..."

유운에게서 벗어난 장천은 쌍도문의 외곽에 위치한 군웅전에서 잠시 휴식을 취

할 수 있었다.

'내가 변하긴 변한 모양이구나..'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어투는 과거 쌍도문을 떠났을 때의 그것이 아니였다.

이젠 철 없는 그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되었다고 생각될 정도라는 것을 자신

이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세히 생각해본다면 자신의 나이도 이제 약관이 다 되어가니, 언제가지

철 없는 모습으로 있을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은 이미 저물어 하늘에는 반월이 아름답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군웅전 외곽에 위치한 못으로 비추어지는 달의 모습을 보며 조용히 사색에 잠

기는 장천이였는데, 그 순간 머릿 속으로 하나의 영상이 스치듯이 지나갔다.

"큭!"

그 순간 그의 머리는 장침으로 찌르는 듯한 아픔을 느껴야 했는데, 그와 함께

신체에선 하나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눈물...?'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한 순간의 영상이 흘러갔음에도 흘러내리는 눈물에 그

로선 어이가 없을 수밖에 없었다.

알 수 없는 자신의 상태를 이해하지 못하고 멍청한 모습이 되어 있을 때, 그의

곁으로 한 문사가 천천히 걸어와서는 말했다.

"무엇이 문제인가. 사제."

"아! 이준 사형!"

그에게 다가온 문사는 바로 구양생의 막내제자인 이준이였다.

그의 대부분의 제자가 문사인 것을 감안한다면 이준은 그 중에서 무공을 익힌

유일한 사람이였지만, 그 역시 무보다는 문을 더 중요시하는 사람이였기에 쌍도

문에서의 복장은 문사차림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문과 함께 무의 자질도 뛰어난 인물이였기에 현재 그의 무공은 쌍도문

에서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하지만 무쌍도 요운에 비한다면 두세수 정도가 뒤질

뿐 이였다.

"달밤에 이 곳을 찾는 이는 나 혼자 뿐이라 생각했는데, 이게 귀여운 벗이 하나

생겼군."

"귀엽다니요. 너무 하십니다."

장천은 이준의 말에 웃음을 지으며 답했으니, 구양생의 막내제자라고는 하지만

현재 나이가 삼십이 넘는 그에게 아직 열다섯 정도의 나이인 자신이 귀엽게 보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에 어린 외모에 열등감을 가져 반발하던 장천을 기억하면 큰 변화라는 것

을 깨달은 이준은 미소를 짓더니 등뒤에 있던 술병을 흔들며 말했다.

"귀여운 장사제 한잔 하겠는가?"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하하하!"

장천의 말에 크게 웃음을 터뜨린 그는 술병을 들어서는 한 모금 들이킨 후 그

것을 장천에게 건네 주었다.

"술잔은 없지만, 이렇듯 의기를 나누는 것도 나쁘지 않고, 안주는 없지만 하늘

에 밝은 달이 안주를 대신하니 천상의 선주는 되지 못하지만 지상의 별주는 될

까하네."

"하하하 옳으신 말씀이십니다."

누가 문에 관심을 두는 인물이 아니랄까봐 조금은 알아듣기 힘든 말을 내뱉는

이준이였으니 장천은 그의 호탕함에 같이 웃음을 터뜨릴 뿐이였다.

두 사나이의 의기를 나누는 것에 한병의 술은 적을 수 밖에 없었으니 몇모금이

오갔을 뿐이지만 술병은 이내 바닥을 드러내고 말았다.

"이런..."

아쉬운 듯이 술병을 거꾸로 흔들어 보던 이준은 포기했다는 듯이 술병을 내려

놓고는 장천을 보며 물었다.

"그나저나 얼굴에 근심이 가득하구나."

이준의 뜬금없는 말에 한참을 망설이던 장천은 크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알 수는 없지만 무엇인가 중요한 것을 놓고 온 듯한 기분이 들어 조금 우울했

을 뿐입니다."

"음...."

한참을 생각해 보던 이준은 장천의 어깨를 두드려 주며 말했다.

"장사제, 너에게 중요한 것이였다면 언젠가는 그것은 너의 눈 앞에 드러날 날이

있을 것이다. 그거에 대해 고민하기보단 언젠가 나타날 그것을 위해 준비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되는구나."

"음..."

이준의 말이 틀리지 않는지라 장천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형의 말씀이 틀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별 말을 다하는구나."

장천은 이준의 말에 다시 자신의 고향이라고도 할 수 있는 곳에 왔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흘러들었다.

한달 후 장천이 돌아왔다는 소문을 듣고 곽무진이 급히 쌍도문으로 돌아왔으니

장천의 얼굴을 보자 그는 크게 기뻐하는 표정을 지으며 달려들어서는 그를 덥

썩 끌어안고 소리쳤다.

"장천! 돌아 왔구나!"

"끅! 무진형 갑갑해요!"

"에구! 귀여운 것 알았다."

무진은 장천의 갑갑하다는 말에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앉고는 말했다.

"그래 기문숙 태사숙조님의 임무는 성공한거야?"

"그것이..."

그 후 장천에게서 마교에서의 기억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곽무진은 조금

놀라는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음...그런 일이 있었단 말이야?"

"예. 그나저나 기사부님께선...?"

곽무진이 돌아오면서 기문숙과 만나고 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장천은 궁금

한 표정으로 물어보았는데, 그는 고개를 저을 뿐이였다.

"애석하지만 태사숙조님은 그곳에 계시지 않았다."

"예?"

"내가 갔을 때는 적어도 일년 정도는 전에 거처를 떠나신 것 같더구나."

"그렇군요."

기문숙 사부가 사라졌다는 말에 장천은 아쉬움이 들었다.

지금이라도 다시 쌍도문으로 돌아온다면 최고 원로의 직위를 받아 편하게 살

수 있을텐데, 그런 것을 저버리고 또 다시 사라졌기 때문이다.

"나 역시 내가 마교에 있는 동안 몇번의 권유를 해보았지만, 태사숙조님은 거절

을 하시더구나. 한때 문을 버린 사람이 다시 돌아온다는 것은 마음이 내키지 않

으셨던거지."

"그렇겠지요."

자신의 사형인 우인 도문성의 제자가 다시 세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쌍도문

으로 들어온다는 것은 솔직히 장천 역시 그의 성격을 생각한다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네가 돌아왔으니 장인께서도 바빠지겠구나/"

"바빠지다니요?"

그의 말에 장천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물어보니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 나이도 이제 약관이 되어가니 장가 갈 때가 되지 않았느냐."

"그런! 아직 생각이 없습니다."

"하하하 네가 생각이 없다고 해도 장인이나 장모께선 다를 것이다. 이미 무림맹

에서 서한을 받고 너의 색시가 될 여인도 찾아 봤는걸?"

"예?"

"후후후. 현재 쌍도문의 위치는 감숙성의 제 일 문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너에 대한 소문을 듣고 각처에서 딸을 가진 문파에서 쌍도문으로 사람을 보내

고 있다는 것을 모르다니 너도 어지간하구나."

"이런.."

곽무진의 말에 장천으로선 얼굴이 빨갛게 변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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