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106화 (107/355)

제 20 장 다시 쌍도문으로 (2)

하의원은 말은 그렇게 하긴 했지만, 그 날 이후 쌍도문에 머물면서 장천에 대한

치료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그의 의술 실력을 어느정도 알고 있는 등평은 장천에 대한 모든 것을 그에게

맡기고 문파의 일에 전념을 하기 시작했고, 장춘삼 역시 아들의 일에만 매달려

있을 수 없었기에 언제나 장천은 간호하고 있는 사람은 임아란과 그의 수양딸

이라 할 수 있는 남궁 소화였다.

외지로 나가기 전 장천이 머물고 있는 금오각의 방에선 오늘 역시 하의원이 온

몸에 침을 놓으며 체내에 있는 응혈을 제거하고 있었다.

임아란과 남궁소화는 그의 뒷 쪽에 앉아서는 마음을 졸이고 있었으니 온 몸에

수백개의 침을 놓은 하의원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뒤로 물러섰다.

"휴...고놈 끈질기기도 하구만."

"하의원님!"

"허허허 임부인 들었소이까?"

임아란의 다그침에 하의원은 멋쩍은 웃음을 흘리며 곰방대에 불을 붙이려고 했

는데, 역시나 그것 역시 용의하지 않았다.

"의원님. 흡기, 토기 이야기하실 적은 언제였는지요."

"콜록콜록...음..그렇구만...늙어서 건망증만 심해지나. 쩝쩝.."

역시나 노인네 주책에 가장 극약은 여인네의 톡 쏘는 한마디였던 모양이다.

고슴도치가 된 장천의 모습을 처다본 임아란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를 보며

물었다.

"우리 아이는 언제쯤 깨어 날 수 있을까요?"

"음...때가 되면 깨어나겠지."

"...."

역시나 무책임한 하의원이였다.

"장기에 맺힌 응혈이야 꾸준히 치료하면야 태반은 사라지겠지만, 문제는 바로

머리에 있는 응혈이라네."

"아!"

"괴상한 것은 저 녀석의 몸을 보니 한번 죽었던 적이 있었구만, 음..적어도 3각

정도는 숨이 멈추었기에 혈을 따라 흐르던 응혈이 머리의 맥에서 멈추어버려

지금의 상태가 된 것 같은데 말이야. 그것을 제거하기가 용의하지가 않아서

쩝."

한번 숨이 멈추었었다는 말에 다시 한번 쓰러지려고 하는 임아란이였으니 남궁

소화는 급히 그녀를 부축하고는 살기어린 눈으로 그를 째려보았다.

"허허..이 놈의 주둥이가 말썽이구만. 주둥이가.."

"어머니.."

"괜찮다...소화야.."

어느정도 정신을 차린 임아란은 소화에게 말을 한 후 천천히 몸을 추스렸는데,

그 때 장천의 손가락이 약간 움직인 것을 볼 수 있었다.

"아!"

임아란의 눈이 장천에게 고정되선 놀라는 표정이 되자 하의원은 급히 그를 처

다보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손가락이 움직이고 있는지라 크게 놀라서는 손목을

잡고 맥을 짚어 보았다.

"음..."

작은 신음을 내지른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무엇인가 알겠다는 듯이 움직이니

임아란은 마음이 급해 그에게 물어 볼 수 밖에 없었다.

"하의원님! 우리 아이가 깨어나는 건가요?"

"알면서 왜 묻는가."

"....."

역시나 할 말이 없게 만드는 그였으나 임아란은 장천이 깨어난다는 말에 크게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기쁨을 느끼기도 전에 재를 뿌리는 하의원이였다.

"그나저나 천치는 되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아..!"

다시 충격 받은 임아란은 옆으로 쓰러지려하니 남궁소화는 몸을 날려 급히 그

녀를 부축한 후 하의원에게 살기를 뿜을 수 밖에 없었다.

"허허허...내 팔자가 왜 이렇게 변했누..."

처량하게 어깨를 늘어뜨리는 하의원이였다.

"음.."

그 때 장천의 몸이 움직이며 신음 소리를 내 뱉으니 하의원은 그의 몸에 꽂혀

있는 침을 뽑기 시작했다.

그렇게 침을 뽑고 있을 때 장천은 천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

"천아!"

그 모습에 임아란은 급히 장천에게 뛰어가니 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그는 고개

를 돌리며 천천히 어머니를 처다 보았다.

"천아! 정신이 드느냐!"

장천이 자신의 모습을 보자 두 손으로 그의 손을 꽉 잡고는 소리치니 장천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엄마..... 보고 싶었어요"

"흑흑흑...내 아들아...."

"그나저나..저승에서 엄마를 보다니...어떻게 된 일이지요?"

"......"

정신 못차리는 장천이였다.

"아가야. 여긴 저승이 아니란다."

"휴...그럼 꿈이군요. 어쩐지 잘 풀리는가 했지...전 진짜 엄마를 보고 싶으니까

이만 사라질께요. 그나저나 엄마를 만나려면 수십년은 기다려야 하겠지...."

그 말과 함께 다시 눈을 감아버리는 장천이였으니 한 순간 임아란은 몸이 경직

될 수 밖에 없었다.

"크크크 고놈 재밌는 녀석이로군."

이 광경을 보며 하의원은 옆에서 웃음을 터뜨리니 그녀는 크게 한숨을 내쉴 뿐

이였다.

간만에 정신을 차려도 역시나 그 본성이 변하지 않으니 하의원은 침을 하나 빼

어서는 말했다.

"잠시만 기다리시구려. 내 정신이 번쩍 들게 해줄테니 말이요."

"부탁합니다."

그의 말에 임부인 역시 고개를 끄덕이고 대답하니 하의원은 가장 통증을 느끼

는 혈도에 침을 놓았다.

"끄악!!"

그 순간 아픔에 번쩍 몸을 일으키는 장천이였으니 아픈 곳을 연신 손으로 쓰다

듬으며 고통을 호소했다.

"끅....젠장할! 지옥에 왔나보다..."

"장천아!"

중얼거리는 그를 보며 다시 한번 소리치고는 아들을 덥썩 껴안는 임아란이였다.

이번에는 절대로 자지 못하게 만들려는 어머니의 투쟁이였으니 장천은 그제서

야 이곳이 저승이나 꿈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정말 엄마에요?"

"그래 장천아. 어미란다! 어미!"

"엄마!!"

감격스러운 모자의 상봉이였으니 남궁소화는 이 장면을 보며 흐르는 눈물을 소

매자락으로 닦으며 기뻐할 따름이였다.

장천이 일어났다는 것은 순식간에 쌍도문 전체에 퍼지게 되었으니 등평과 장춘

삼을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는 그가 있는 금오각으로 모이

게 되었다.

"하하하! 뭘 그리 걱정하시는 겁니까? 멀쩡하다니까요!"

자신의 방으로 모여든 사람들을 보며 건재함을 과시하려는 듯이 호탕하게 웃으

며 말하는 그였으니 등평을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은 크게 안심할 수 있었다.

"휴..다행이구나. 네 녀석이 문파의 앞에서 시체꼴이 되서 왔을때는 어찌 될는지

알 수 없었는데 말이다."

"감사합니다. 백부."

안도의 한숨을 쉬는 등평을 보며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는 그였다.

"그나저나 어찌된 일이지? 네가 그렇게 상처를 입고는 정신도 차리지 못하고

문파로 돌아오다니 말이야."

그 말에 장천은 자신이 어떻게 문파로 돌아오게 되었을까 한참을 생각해 보았

지만, 좀 처럼 생각이 나지 않았다.

아니 자신이 왜 이런 상처를 입게 되었는지도 생각이 나지 않는 그였으니 답답

하기만 한 노릇이였다.

"글쎄요...무진이형과 헤어져서는.....사부님을 맞이한 것 까지는 생각이 나는데,

그 후는 좀처럼 생각이 나지가 않아요...욱..."

더 많은 것을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장천이였지만, 갑자기 머리에서 통증이 밀려

왔기에 머리를 감싸쥐며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천아!"

이 모습에 사람들은 크게 놀라서는 소리쳤는데, 장천은 왼손을 들고는 말했다.

"괜찮아요. 조금 통증이 왔을 뿐이에요."

"음....하의원 어떻게 된 일입니까?"

등평은 그 모습에 하의원을 보며 물어 볼 수 밖에 없었다.

"글쎄...맥을 짚어보니 응혈은 태반이 제거된 것 같은데..무슨 연유인지 모르겠

군."

하의원 역시 장천의 이런 상태를 이해할 수가 없었기에 고개를 갸우뚱거릴 뿐

이였다.

곽무진의 말에 따르면 장천이 문파의 태사숙조라 할 수 있는 기문숙을 만난 것

은 장천이 외지로 나간지 일년도 되지 않은 시간이였는데, 말을 들어보니 그 사

이에 기억은 모두 잊어 버린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기억보다도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다시 장천이 살아 돌아왔

다는 것이였으니 장천을 고통스럽게 하는 이야기를 자제하기 시작했다.

그 동안의 치료로 몸의 상처는 많이 나았던지라 장천은 삼일 정도 몸을 더 보

양한 후 문파의 밖으로 걸어다닐 수 있게 호전이 되었다.

장천이 외지로 나가 있는 동안 쌍도문은 증축을 계속하고 있었기 때문에 내부

의 모습은 크게 변해 있었기에 그는 크게 감탄 할 수밖에 없었다.

"우와... 굉장이 많이 변했네요."

"네가 나가 있는 동안 계속 문파는 확장됬으니까. 요즘에는 청성파를 제치고 구

파에 합류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을 정도라니까."

"아..벌써 그렇게요. 쩝접..."

장천은 쌍도문의 세력이 그렇게까지 커졌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반갑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했기 때문에 입맛을 다실 수 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무진형은 어떻게 됬어요. 누나."

"남편은 지금 무림맹에서 요운오빠와 같이 있단다. 요즘에는 다른 구파의 젊은

무사들과 함께 정파의 후지기수들 중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

역시나 남편 자랑을 하는 남궁소화였으니 그녀의 곁에 두 살 정도의 꼬마 모습

이 보이지 장천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후후..요 녀석이 무진 형의 아들이군요."

"곽연이라고 한단다."

"연아 만나서 반갑구나."

"장쑥뿌..나도 반가워.."

"후후..귀여운 녀석.."

발음을 조금 어색하긴 하지만 자신의 말을 잘 알아듣고 대답까지 하는 곽연을

보며 머리를 쓰다듬은 장천은 일어서서는 남궁소화를 보며 말했다.

"그나저나 아버지 말씀을 들어보니 제가 마교에서 요운사형과 무진형을 만난

적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 그 당시에는 넌 변장을 하고 응조수 이진천과 같이 있었다고 하더라고."

"음...응조수 이진천이라..."

이진천은 흑철돈녀 무삼랑과 만났을 때 본 마교의 무인이라는 것은 기억이 나

는 장천은 답답하기 그지 없었다.

무엇인가 중요한 일을 수행하기 위해 마교로 갔다는 것까지는 기억이 났지만,

자신이 어떻게 마교로 잠입했고, 그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교로 잠입한 후의 기억만이 사라졌다는 것인데...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거

지...'

"하의원님 말씀으로는 일부의 기억만 그곳도 마교에 관한 기억만이 사라졌기

때문에 마교의 사술에 걸린 것이 아닐까 말씀하시던데."

"마교의 사술이요?"

"응..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마교의 기억만 사라 질 수 있겠니?"

"하지만 사술까지 걸 정도로 저를 살려 둘 필요가 있을까요?"

"그건 그렇네..."

장천의 말에 남궁소화 역시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혹시 사술에 걸린 너를 누군가 구해주고 쌍도문으로 데리고 온 것이 아닐까?"

"음...가능성은 있기는 하지만...조금 어설프네요."

그로선 왜 자신이 부상을 입고 마교에서의 기억을 상실한 채로 쌍도문에 돌아

왔는지 답답할 수 밖에 없었지만, 오래 생각하는 것은 자신 답지 않다는 생각에

그것을 말끔히 털어버리기로 결심했다.

"에잇 귀찮아 죽겠네. 어쨋든 돌아왔으니 다행이잖아요!"

"그건 그렇지."

"그럼 대충 살래요. 그 기억이 사라졌다고 해도 뭐 큰일 날 것은 없잖아요. 안

그래요?"

남궁소화를 보며 미소를 짓는 그였으니 그녀 역시 구태여 생각할 필요가 없다

고 생각한 후 미소를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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