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0 장 다시 쌍도문으로 (1)
감숙성에서 구파일방의 하나인 공동파와 함께 양대문파의 하나로 입지를 굳히
고 있는 쌍도문.
무림 곳곳에서 들리는 마교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에 대문파로서의 이름을 날리
고 있는 쌍도문도 가만히 주시하고 있지만은 않았으니 강북십웅의 위치에 있으
면 현 쌍도문의 문주직을 맡고 있는 등평은 무림맹에 이대제자 요운을 중심으
로 상당한 수의 삼대제자들을 파견하고 있었다.
현재의 쌍도문의 무사들은 구파일방과 비견해도 크게 뒤쳐지지 않는 전력을 유
지하고 있었기에 근래에 들어와 현저히 힘이 떨어지고 있는 청성파를 제치고
구파일방의 하나로 승격되지 않을까하는 소문이 돌고 있었기에 무림맹에서도
그들의 지위는 구파와 동등한 위치를 아니 청성파와 비교한다면 조금 우위의
대우를 받고 있었다.
이런 이유로 등평은 문파 내의 제자들로 하여금 감숙성은 물론 인접해 있는 성
에 있는 중소문파들이 겪는 사파들과의 사소한 시비를 해결해주고 있었기에 일
대에선 공동파보다 더 인기가 높은 문파로 성장하고 있었다.
이렇듯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는 쌍도문은 각 제자들의 외부 출입이 잦을 수 밖
에 없었는데, 이러한 와중에서도 언제나 가장 먼저 쌍도문의 아침을 여는 사람
은 이러한 제자들이 아닌 한 여인이였다.
그 여인은 현재 쌍도문에서 등평에 이어 사실상 두 번째 서열이라고 할 수 있
는 장춘삼의 아내인 임아란이였다.
장춘삼 내외와 함께 곽무진 부부가 함께 살고 있는 금오각에선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새벽에 옷메무새를 정리하며 밖을 나서고 있는 여인이 있었다.
"어머님 오늘도 나가세요."
차가운 아침 공기에 얼은 손을 입김으로 녹이고 있는 그녀의 곁으로 젊은 부인
이 안타까운 모습으로 다가와 말했다.
"소화로구나."
임아란의 제자였으나 곽무진과 혼인을 하면서 부모가 없는 남궁소화를 위해 양
부모가 되었던지라 그녀는 아란을 어머니라 부르고 있었다.
소화의 모습을 본 임아란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는데, 손을 녹이고 있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은 그녀는 급히 손에 끼고 있던 장갑을 빼어서는 어머
니에게 드리며 말했다.
"날씨가 추워졌어요. 어머니의 손은 자꾸만 거칠어지니...."
소화는 거칠어진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을 잊지 못했다.
"난 괜찮단다. 이 추운날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천아를 생각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어머니..."
그런 임아란의 마에 소화는 몇 년째 소식이 없는 장천이 야속하기만 할 뿐이였
다.
"오늘은 저도 함께 나갈께요."
"아서라. 임신한 몸으로 어딜 나서겠다는게냐."
"어머니..."
현재 남궁소화는 곽무진의 두 번째 아이를 배고 있었다.
첫 번째 아이는 두 살로 곽연(郭演)이란 이름의 남아였는데, 임아란이 요즘 들
어와 더욱 장천을 걱정하는 것은 바로 이 아이의 영향이 컸다.
쑥쑥 잘 자라는 곽연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아이를 걱정 할 수밖에 없는 것이
어머니의 마음이였기 때문이다.
자신을 걱정하는 소화의 얼굴을 쓰다듬어준 임아란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차가운 새벽 안개 속에 장갑도 끼지 않은 손으로 뿌옇게 일어나는 입김으로 녹
이며 걸음을 옮기는 그녀였으니 대문의 앞에서 경비를 서고 있던 무사들은 공
손히 인사를 하며 그녀를 맞았다.
"사숙조모님. 오셨습니까."
"수고하시는군요."
"별 말씀을 다하십니다."
무사들은 새벽이 되면 언제나 임아란이 문파의 정문으로 나서는 것을 알고 있
었기에 정문 옆에 그녀가 춥지 않도록 불을 만들어 두는 것을 잊지 않았다.
밤 시간 닫혔있던 정문은 그녀가 도착하자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으니 임아란은
오늘 역시 외지로 나간 어린 아들을 기다리기 위해 쌍도문의 제자들이 마련해
둔 의자에 앉으려고 했는데, 한 순간 대문 쪽을 보던 그녀는 크게 놀라는 표정
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아!"
그녀의 놀란 목소리에 무사들은 문을 열다말고 그녀를 향해 뛰어 갈 수 밖에
없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저..저기 사람이..!!"
무사들이 문을 열자 그곳에서 쓰러진 사람의 모습이 보였기에 임아란은 무사들
을 보며 손짓을 했다.
하지만 무사들에게 손짓을 하던 그녀는 다음 순간 무엇인가 알 수 없는 기분이
느껴져왔다.
'이 기분은 뭐지...서..설마!'
그 순간 무엇인가 안 좋은 생각이 든 임아란은 무사들을 제치며 급히 그 남자
에게 뛰어갓는데,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쓰러진 그는 땅바닥에 엎드린 채 움직
이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모습으로도 임아란은 그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으니 그녀의 눈에
선 한 줄기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처...천아...."
무사들은 급히 그에게 달려가서는 몸을 일으켰으니 그 사람은 열다섯 정도의
외모를 가진 젊은 소년이였다.
장천이 떠났을 때의 모습을 열살 정도의 꼬마의 모습이였지만, 그 후로 수년이
흘렀기에 어느정도 모습이 변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임아란이였다.
키는 부쩍 커 장성해버린 소년의 모습에선 어린 시절 치기 어린 아들의 얼굴이
그대로 남아 있었기에 임아란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짙은 눈물을 흘리며 그에
게 뛰어가서는 소리쳤다.
"천아!"
"헉!!"
무사들은 임아란이 쓰러져 있는 남자를 보며 눈물을 흘리며 천이란 이름을 부
르며 뛰어오자 그제서야 자신들이 안아 올린 이가 쌍도문의 소문주인 장천이라
는 것을 깨닫고는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천아...흑흑흑..."
장천의 옷은 피가 굳어서 검붉게 변한 곳이 여러군데 보이고 있었기에 정문을
지키는 무사는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는 옆의 무사를 보며 말했다.
"난 소문주님을 의관(醫館)으로 모시고 갈테니 부탁한다!"
"알았어!"
장천의 몸을 등에 업은 그는 무관을 향해 빠른 속도로 몸을 날리니 임아란 역
시 그의 뒤를 따라갔다.
그 날 아침 쌍도문은 돌아온 소문주로 인해 시끌벅적할 수 밖에 없었다.
열다섯의 나이에 나가 근 5년만에 돌아온 사람이 큰 상처를 입고 이른 새벽에
문파의 대문에서 쓰러져 있었다는 것은 보통 일이라고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중 가장 큰 소란을 일으킨 인물은 바로 문주를 비롯한 쌍도문의 수뇌
부였으니 새벽녘에 깨어난 등평은 장천이 돌아왔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한달
음에 의관으로 달려와서는 온 몸이 핏자국이 낭자한 그를 보고는 문파내에 있
는 10여명의 의원들을 전부 깨워서는 장천을 치료토록 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모자라 문파의 창고에 있는 영약을 털고 있었으니 그가 장천을 생각하
는 마음이 얼마나 큰 것이란 가를 말해주는 장면이였다.
하지만 수뇌부들의 이런 모습에도 장천은 좀처럼 눈을 뜨지 않고 있었으니 그
의 어머니인 임아란은 이렇게 일어나지 않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에 아이의
두손을 잡으며 빌고 있었다.
[쿵!]
"천이가 돌아왔다는 것이 사실이요!"
그렇게 임아란이 천지신명에게 빌고 있을 때 방의 문이 부서지듯 열리면서 한
중년남자가 뛰어 들어와서는 소리치지 그는 바로 장춘삼이였다.
"여보...흑흑..우리 천이가..."
"천아!"
눈물을 흘리는 임아란의 모습을 본 그는 천의 이름을 크게 부르며 달려가니 장
천은 아직 눈을 뜨지 못한 상태라 뭐라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천아...."
장춘삼은 그런 아이를 보며 조심스럽게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이 곳으로 오기 전 악전고투를 치뤘는데, 얼굴에는 상처가 가득한 모습이였기에
안타까움에 가슴이 찢어질 지경이였다.
'그때 보내어서는 안되는 것을....'
하지만 후회에도 이미 늦은 일이였으니 그로선 장천이 깨어나기만을 기원할 뿐
이였다.
그런 춘삼을 보며 등평은 안심을 시켜주기 위해 말했다.
"사제 너무 걱정말게, 맥을 보니 그리 위험한 상태는 아니고, 지금 제자에게 시
켜 한의원을 모셔오라 했네."
하의원은 감숙성 일대에서 가장 이름이 높은 의원으로 선대 문주인 오립산때부
터 문파의 비전신단을 위해 많은 의원들에게 손을 뻗치고 있었던 쌍도문이였기
에 하의원과 친분을 유지하고 있었다.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고 하니 등평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문 밖에서 한 제자
가 큰 소리로 말했다.
"하의원께서 도착하셨습니다."
"오!"
드디어 의원이 도착했다는 말에 등평은 크게 기뻐하며 문을 여니 문 밖에선 칠
십정도의 노인인 긴 수염을 쓰다듬으며 서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하의원님."
"되었다. 거참 가뜩이나 잠도 없는 늙은이를 새벽녘에 깨워서는 이게 뭐하는 짓
인냐."
"......"
하의원의 또 다른 명성은 바로 성질 더럽기로 유명한 것이였는데, 어느정도 당
해본 적이 있는 등평은 입을 다물며 침묵을 지킬 뿐이였다.
방 안으로 들어선 노인은 주위를 흝어보고는 한숨부터 쉬며 말했다.
"등문주....자네 이방에 도대체 몇 명이나 있는지 세어보게나.."
"음..의원 세명에 하나..둘..셋...여덟에 의원님까지 합쳐서 아홉이니 총 열두명이
있군요."
그 말이 끝나자마자 하의원은 품에서 곰방대를 꺼내어서는 그대로 문주의 이마
를 후려갈기고는 소리쳤다.
"무공까지 배운 놈이 인간의 몸에서 나온 탁기가 병자의 몸에 좋지 않다는 것
을 알면서도 좁은 방안에 이렇듯 많은 사람을 데리고 있느냐! 당장 내몰고 나가
지 못하까?"
"끅...알겠습니다. 뭐하느냐 빨리 나가지 않고."
그 말에 사람들은 한두명씩 밖으로 나가니 방안에는 장춘삼부부와 등평, 하의원
이렇게 네명만이 남았다.
"음...이제야 기가 좀 맑아졌구나..."
사람들이 나간 것을 보며 중얼거린 하의원은 천천히 장천의 곁으로 걸어갔다.
장천은 호흡이 힘든지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으니 천천히 그의 맥을 짚어본
하의원은 옆에 있는 임아란을 보며 말했다.
"이 아이의 상의를 벗기거라."
"예."
의원의 말에 임아란은 천천이 상의를 벗겼는데, 장천의 가슴과 복부에 붕대를
칭칭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음...."
주름살 가득한 손을 들어 몸 이곳저곳을 눌러보던 하의원은 고개르 갸우뚱거리
더니 등평을 보며 말했다.
"내가 오기 전에 이 아이를 치료한 사람은 누구인가?"
"음...본문의 의원들은 가볍게 살펴보기는 했지만, 직접적인 치료는 하지 않았습
니다."
"그래? 호오..대단한 사람이로구만.."
"무슨 이상한 일이라도?"
등평의 물음에 하의원은 장천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아이는 이곳으로 오기 전에 상당한 상처를 입었더구나 폐는 물론 장기에
까지 깊숙하게 상처를 입어 몸에 응혈이 맺힌 것이 상당한데, 누구인지 모르지
만 제대로 된 치료를 해서 한 덕에 목숨에는 지장이 없다네."
"아..다행이군요."
"하나..그 사람도 폐와 장기의 응혈을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했으니 아이가 일어
난다 해도 호흡에 조금 문제가 있을 것이라 생각되네."
"호흡이라면..."
"음...흡기에 토기에 문제가 생기니 운기조식을 할 때 상당한 고통이 따를게야.."
"그런.."
무인에게 있어 운기조식이란 것은 일상생활과도 같은 것이기에 그것에 문제가
생긴다는 물에 등평으로선 조금 당황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살펴보니 머리에도 응혈이 엿보이니 자칫 잘못하면 천치가 될 수도 있
겠구만.."
엎친데 덮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발언이였으니 임아란은 그 순간 충격을 받
아 혼절하고 말았다.
"부인!"
"쯧쯧...무림의 여인네가 이렇게 약해서야..."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의원은 품에서 핌을 꺼내어 임아란의 몸에 침을 꽂아
주니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자네 부인인가?"
"예."
"충격에 기가 약해졌네, 데리고 가서 인삼과 꿀을 조금 먹여 기를 돋아 주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장춘삼이 부인을 안고는 밖으로 나가자 등평은 그를 보며 말했다.
"어르신 어떻게 이 아이를 정상으로 고칠 방법은 없겠습니까?"
"정상? 뭐 천운이 따라주면 아무 문제없이 일어 날것이네."
"천운이 따라주지 않는다면요."
"별 수 있나. 무공은 못 익히고 천치로 살아 갈 수 밖에..."
"휴..그러니까! 제 말은 그렇게 안되게 할 방법은 없냐고요!"
답답한 등평은 그를 보며 소리치니 하의원은 다시 한번 그의 머리를 후려치고
는 말했다.
"내가 신의 화타라도 되는 줄 아느냐!"
"큭...어르신.."
"흥...오립산 놈과 네 녀석들이 지금까지 한 것을 생각해서 최선을 다해보기는
하겠다만 큰 기대는 하지 말도록 하거라."
"...어르신만 믿겠습니다."
"믿지 말레도!"
"밉습니다!"
"이것이 믿지 말라는데도 왜 자꾸 믿을라구 그래!"
하의원은 등평과의 말싸움에 휘말려서는 마구잡이로 곰방대를 휘두르니 등평은
고통 속에서도 절대지지 않고 믿음을 고수할 뿐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