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99화 (100/355)

제 18 장 무천무급 (2)

"그래 진전은 있느냐?"

사흘동안을 두 개의 무공에 대한 비법을 공부하느라고 정신이 없던 장천에게

또 다시 추노가 다가왔으니 장천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과연 홍련교가 자랑하는 무급이더군요. 좀처럼 두 개의 신공에 대한 약점을 찾

을 수가 없습니다."

"그럴테지."

어느정도 예상을 하고 있었던 추노였는지라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고는 장천의

앞에 한권의 책을 건네 주었는데, 그 책의 제목을 읽은 장천은 그 순간 크게 놀

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건 무천무급이 아닙니까!"

"케케케. 암영자의 힘으로 본교에서 얻지 못할 것이 어디있겠느냐."

"아! 감사합니다. 추노 어르신!"

"감사할 것은 하지만 명심해야 한다. 읽어보는 것은 뭐라 하지 않지만 절대 익

혀서는 아니되는니라."

"예."

하지만 장천이 무천무급을 익히지 않을 리가 없었으니 추노는 조금 걱정이 되

기는 했지만, 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화련무전을 나갔고, 장천은 드

디어 꿈에 그리던 무천무급을 손에 얻자 감격에 온 몸을 떨고 있었다.

"크흐흑...드디어 무천무급을 손에 넣었구나..푸하하하!"

홍련교에 가입한 가장 큰 목적을 이루게 된 장천은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릴

수 밖에 없었다.

한참을 그렇게 웃음을 터뜨리고 있던 장천은 드디어 무천무급의 첫장을 펼치니

그곳에는 구양생이 직접 친필로 쓴 글이 쓰여 있었다.

[무천무급을 익힐 수 있는 자는 오직 철군성의 후예뿐이니, 철군성의 후예만이

하늘 조차 경시할 수 있는 파천의 무공을 손에 넣을 수 있으리라.]

"파천의 무공이라..."

조금은 거창하기는 했지만, 구양생의 생전의 무공을 생각한다면 그 말은 그리

틀리지는 않다고 생각하는 장천이였다.

두 번째 장에서는 심법이 적혀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중간중간의 흐름만을 적어

놓았을 뿐이였기에 이 방법으로는 도저히 운기조식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음..."

하지만 장천은 얼마 지나지 않아 심법의 의문을 알아낼 수 있었으니 그것은 바

로 그가 태극일기공을 익히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

태극일기공은 상당히 뛰어난 심법이긴 했지만, 기를 정순하게 하는 대신 그것을

내력으로 바꾸는 힘은 조금 떨어 질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일주천을 하는 혈도 중에 몇군데의 부분에서 흐트러지는 곳이 있기 때

문이였는데, 무천무급에 적힌 것으로 태극일기공을 보완한다면 그것을 완전하게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역시나..그래서 마교의 기재들이 이 무공을 익힐 수 없었던 것이군."

이 것에 적혀 있는 것대로 심법을 할 경우에는 태극일기공을 제외한 다른 심법

에선 내력이 늘어나지 않을 것은 뻔한 일이였다.

계속 일어나가던 장천은 얼마 지나지 않아 쌍도문의 입문무공은 쌍용승천도법

과 비슷한 도법을 찾을 수 있었으니 사부인 기문숙의 말대로 그 도법의 원래

명칭은 패룡도법이였던 것이다.

"음..."

무천무급의 패룡도법은 쌍용승천도법에 비해 한 단계 높은 무공이라 할 수 있

었기에 장천은 이것을 통해 쌍도문의 쌍용승천도법을 진정한 상승무공으로 만

들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날 이후 장천은 무천무급의 수련을 시작했다.

물론 다른 이들에게 들킬 수는 없는지라 밤중에만 무천무급을 익혔다.

일주일 정도 후에는 드디어 무천무급을 모두 암기할 수 있게 되었기에 추노에

게 그것을 돌려 준 장천은 그 후 화의 무공마저 얻게 되어 자신의 집에서 폐관

수련에만 온 신경을 기울이게 되었다.

그리고 두 달 후 다시 사람들에게 모습을 드러낸 장천은 전과는 크게 다른 모

습이였다.

물론 그 외형이 크게 변한 것은 아니지만 느껴지는 기도는 전과는 크게 다른

모습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두달의 시간으로 추노가 전해 준 화의 무공을 완전하게 익히는 것은 불가능하

다는 것을 알고 있는 장천은 무천무급을 참고 삼아 자신이 가지고 있던 쌍도문

의 무공의 결점을 보완하는데, 그 모든 힘을 기울였고, 그 만큼의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 장천은 홍련교에서의 생활을 끝내고 떠나가야 할 시간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그의 바램엔 큰 장애가 생기고 말았다.

"음..."

폐관수련을 끝낸 장천은 유능예가 만들어 준 용정차를 마시고 있었다.

"무공에는 큰 성과가 있었나요?"

"별로.."

"....."

차가운 장천의 반응에 그녀는 씨무룩해졌는데, 평소라면 그 성질로 미루어 볼

때 뭐라고 한마디라도 해야 하는데, 아무 말 없이 끝내는 것을 보자 조금 이상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상한데...'

그녀의 분위기가 조금 이상했기 때문에 장천 역시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유능예는 조심스럽게 주전자를 들어 장천의 빈 찻잔에 차를 채워주면서 조심스

럽게 입을 열었다.

"저기..."

"응."

"...저...임신 했어요."

"...응!?"

그녀의 말을 듣는 순간 장천으로선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임신?"

"...예."

장천의 되물음에 그녀는 쑥스러운 듯 얼굴이 새빨갛게 변하고 말았으니 그로서

는 큰 충격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젠장!'

그는 지금까지 유능예를 언젠가는 버리고 교를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교주의 손녀인 그녀라면 자신의 정체가 발각되더라도 별 문책은 받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녀가 임신을 했다고 한다면 문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젠장!"

갑작스러운 일에 장천은 더 이상 앉아 있지 못하고 자리에 일어나 방을 나가버

리니 그 모습을 본 그녀는 서글픔에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흑흑..."

밖으로 나간 장천은 머리를 감싸쥐고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젠장! 어떻하지!"

고아인 장천은 지금까지 부모님에게 버려졌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을 버린 부모에 대한 기억조차 없는 그런 그를 받아 준 사람은 쌍도문의

장춘삼 내외, 장천은 그 고마움을 가슴 속 깊이 간직하고 있었기에 의형제를 버

리면서 까지 쌍도문을 위해 살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유능예가 자신의 아이를 배고 있다는 것을 들은 그로선 쉽게 이곳을 버

릴 수가 없었다.

그런 짓을 한다면 자신을 버린 부모와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자신을 길러준 부모와 지금 뱃 속에 있는 자신의 아이로 인해 장천은 갈등을

겪을 수 밖에 없었는데, 그 때 방 안 쪽에서 여인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젠장!'

자신이 나가버린 것에 대해 유능예가 큰 가슴의 상처를 입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들어가서 그녀를 도닥여 줄 수가 없었다.

'뭐가 이렇게 꼬이는거지...난 이런 것을 바란 것은 아니란 말이야!'

하늘을 보며 탄식하는 장천이였지만, 어떤 것을 선택할지는 결정할 수가 없었

다.

만약 홍련교에서 계속 살아간다면 암영자의 도움으로 교주의 좌까지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자신의 원래의 문파인 쌍도문과는 적이 될 수

밖에 없는 입장이였다.

그렇다고 떠나간다면 유능예와 자신의 아이는 영원히 홍련교 내에서 배신의 낙

인에 찍혀 살아갈 것이 분명했다.

교를 배신한 자의 아이로 수많은 사람에게 모욕과 고통을 받을 아이.

그런 고민에 휩싸여 있을 때 한 사람이 그에게로 다가왔다.

"각주님."

"아. 무슨 일인가?"

그에게 찾아 온 이는 귀영당에 속한 무사였다.

"당주님께서 각주님을 찾으십니다."

"당주님이?"

"예. 응조수 이진천 대협이 오셨는데, 각주님을 뵙고 싶다고 하시더군요."

"!!"

그 순간 장천은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응조수 이진천, 유일하게 홍련교에서 그의 얼굴을 아는 인물이였기 때문이다.

"아...알겠다. 간다고 전하게."

"예."

장천의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저택에서 나갔고, 이젠 또 다른 고민에 빠

질 수 밖에 없었다.

"젠장..."

변태변골술로 얼굴 모양을 바꿀 수는 있지만, 당주가 자신의 얼굴을 알고 있으

니 어려운 일이였다.

'일단 이 모습으로 가야 하겠군.'

응조수 이진천과 장천이 만난 것은 많은 시간이 흘렀고, 그의 외모도 어느정도

변해 있었기에 그가 자신의 모습을 기억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였다.

장천이 방안으로 들어서니 유능예는 흐느끼던 것을 멈추고는 고개를 돌리는 모

습을 취했다.

"일이 있어 나가봐야 겠소.."

"..예.."

뭐라고 할 말이 없던지라 장천은 간단하게 나간다는 말을 하며 검을 챙겨들고

는 도망가듯이 방을 나왔다.

'만약 이진천이 나를 알아본다면...떠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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