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7 장 원수가 된 형제들 (5)
장천이 움직이지 않자, 무사들은 크게 당황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천천히
그들의 곁에서 뒷걸음질치더니 물러서기 시작했다.
그들이 모습이 사라지는 것을 확인한 장천은 천천히 눈을 뜨고는 민소희를 안
으며 말했다.
"어..엄마..."
"민아야!"
"와아!"
"다행이다!"
장천이 깨어나자 그 모습을 구경하고 있던 많은 사람들은 박수를 치며 다행이
라 소리치고 있었다.
[일단은 물러나도록 하지요.]
[예.]
장천의 말에 민소희는 전음으로 대답을 하고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장
천을 등에 없고는 말했다.
"우리 애기 집에 돌아가서 좀 쉬자꾸나."
"응...엄마..."
두 사람이 이렇게 물러가려고 했는데,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며 다가와서는 말
했다.
"아이 약이라도 지어야 할 것 아니겠소. 거기 야채를 좀 파시요."
"청경채 한단만 주시구려."
이렇게 해서 길거리에 두고 있던 야채는 다 팔 수 있었으니 의외의 소득이 생
겼다고 할 수 있었다.
[이것도 꽤 쏠쏠한 재미가 있군. 다른 곳에서 한번 더 해볼까?]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으며 전음을 날리고 있는 장천이였으니 아직
강호에 인심은 사라지지 않았던 것이다.
민소희와 함께 마을 밖으로 벗어난 장천은 얼굴의 변태변골술을 풀고는 말했다.
"정파의 무사들이 어떻게 움직일지 알 수 없으니 일단 이곳에서 상황을 파악하
도록 하지요."
"네. 그나저나 두 대협님은 참 재밌는 분이시군요. 한 순간에 그런 생각을 다
하시고 말입니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그녀로선 장천의 빠른 임기응변에 크게 탐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홍련교의 표식을 보고 마을에 있던 문진이 와서는 정파들의
움직임에 대해서 보고해 왔다.
"정파 무사들의 움직임은 아직 없습니다. 아무래도 확실한 정보를 듣고 이곳으
로 온 것 같습니다."
"그 수가 40명이 넘으니 당연하다 할 수 있겠지요. 음.."
처음부터 이 정도에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란 것은 알고 있었기에 그리 당황하
지 않은 장천은 무엇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 하다가 민소희를 보며 말했다.
"민여협."
"네."
"나를 검으로 찔러주시오."
"예?"
장천의 말에 그녀는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는 그 이유를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일단은 하나의 미끼를 던져줘야 하는데,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나 밖에
없는 것 같군."
"하지만..."
"생명에 위험이 없을 정도만 하면 되니 걱정을 마시요."
그 말에 한참을 고민하던 민소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장천은 이미 준비되어 있던 옷을 갈아입고는 자세를 잡았고, 민소희는 검을 들
어 그의 옆구리를 찔렀다.
"크윽!!"
옆구리를 찔리자 고통이 밀려왔기에 장천으로선 신음을 내지를 수 밖에 없었지
만, 이내 입술을 깨물며 참아내고는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크..윽...이제...가보도록..하시오..."
장천의 말에 민소희의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
진과 함께 경공을 사용하여 물러났다.
"이제...시작해 볼까..."
옆구리 피를 흘리며 장천은 급히 마을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꺄아악!!"
피를 흘리며 고통스럽게 기어오는 장천이 마을로 들어서자 큰 소란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으니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혼비백산하기에 바빴다.
"무슨 일이요!"
얼마 지나지 않아 정파의 무사들에 의해 발견됬으니 장천은 고통스러운 얼굴로
그들에게 다가가서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크윽...빠..빨리...마..마교의..."
그 말과 함께 장천은 땅에 쓰러지고 말았고, 정파의 무사는 크게 놀라서는 그의
옷을 찢어 금창약을 뿌려주고는 다른 이에게 소리쳤다.
"사제는 빨리 사숙님에게 이 사실을 알리도록 해라!"
"예."
간신히 정신을 차린 장천은 마을의 객점에 누워있었으니 그의 근처에는 소림의
무승과 대여섯명의 정파의 무인들의 모습이 보였다.
"시주. 정신이 드십니까?"
"으..윽..."
장천은 힘을 다해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으니 소림의 무승이 그를 다시 눕히
고는 말했다.
"시주께선 몸이 크게 상한 상태이니 안정을 취하셔야 합니다."
"이..이럴때가 아닙니다...도..동도들이...마교의 악적에게..기습을..."
"마교도!"
사람들은 장천의 말에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으니 소림 무승은 당황하는 표
정을 감추고는 급히 물어보았다.
"시주. 힘드시겠지만, 자세히 말씀해 주시겠소이까."
"크윽...전 형북의 은창표국의 표사인데...물건을 이송하던 중 마교의 악적들을
만났습니다..이 사실을 알리기위해 표두님의 지시로....도망왔으나..마교의 녀석들
의 추적에...끄윽..."
은창표국은 마교에서 흡수한 표국으로 대외적으로는 정파에 속한 무사들이 만
든 표국이라 알려져 있는 곳이였다.
"시주 그 장소를 우리에게 가르쳐 주실 수 있겠습니까?"
"..끅..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동쪽으로 삼사십리는 달려 온 듯 합니다."
"음..."
그 말에 신음소리를 내던 무승은 뒤로 돌아서는 다른 이들을 보며 말했다.
"아무래도 화산파의 제자들이 말한 정보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정보가 틀린 것 같군요. 일단은 한번 그곳으로 가보도록 합시다."
"예."
이야기를 나누던 정파의 무사들은 장천이 의도하고 있는 곳으로 움직일 것을
결정하니 누워있는 그는 회심의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소림의 무승은 다른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는 장천을 보며 말했다.
"시주께선 이곳에서 잠시 몸을 돌보시도록 하십시오. 마을의 의원에게 말해 놓
도록하지요."
"대사의 배려에 감사드릴 뿐입니다."
"부처님의 가호가 있기를 빕니다. 아미타불."
그 말과 함께 정파의 무인들은 방에서 나가기 시작하니 장천은 자신의 계략이
먹혀 들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나저나 더럽게 아프네..끄윽..'
장기에는 큰 손상이 없었지만, 역시나 상당한 부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정파의 무사들이 사라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방으로는 다섯명의 무사들이 안
으로 들어왔는데, 그들은 바로 귀영당의 무사들이였다.
"몸은 괜찮으십니까?"
"버틸만 합니다. 그나저나 정파의 무사들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두대협님의 계략대로 마을을 벗어났으니 안심하십시오."
"다행이군요."
"그나저나 두 대협님의 교를 위한 살신성인(殺身成仁)에 탐복할 뿐입니다."
"이번 일이 성공한다면 모두 두 대협의 공이라 할 수 있을겁니다."
"별 말씀을 다하십니다. 모두 귀영당의 동도들이 힘을 다한 때문이지요."
그들의 말에 포권을 하며 겸손함을 표하는 장천이였으니 다른 이들은 크게 탐
복할 뿐이였다.
정파의 무사들은 장천의 계략대로 서쪽으로 물러갔고, 그곳에서 다른 귀영당의
무사들의 활약으로 인해 그들은 총단의 위치를 전혀 다른 곳으로 파악하게 만
드는데 성공했다.
장천은 그 후로 한달간 몸을 보양하며 지내게 되었지만, 어느정도 상처가 나은
후에는 이 일의 공을 세운 대가로 크게 직급이 오를 수 있었으니 홍련교에 가
입한지 오년도 돼지 않은 그는 귀옥각의 각주의 직을 받게 되었다.
물론 귀옥각의 각주라는 직위는 그전까지는 없었던 직위였는데, 장천의 직급을
올려주고는 싶으나 그럴 경우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겨야하기 때문에 교주의
지시에 의해서 새로운 직급을 만들게 되었던 것이다.
귀옥각의 각주의 자리는 조금은 어정쩡한 자리라고는 할 수 있었지만, 교주의
명령에 의해 특일급의 무서까지 관람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으니 교내에서는
작은 논란이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직급이 높아졌다고해서 장천에게 다른 일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였으니
그는 상처가 낫자 또 다시 화련무전에서의 생활이 계속 되어질 뿐이였다.
"케케케 각주 어르신이 오셨군."
"추노 어리신 오셨습니까?"
"케케케 직급도 낮은 이에게 어찌 존댓말을 다 하십니까?"
"하하하 그만 놀라시지요."
또 다시 책을 보며 무공을 정리하는 그에게 다가선 추노는 미소를 지으며 농을
건네니 두 사람은 한동안 크게 웃음을 터뜨릴 수 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특일급의 무서까지 익힐 자격이 주어졌구나."
"예."
"교주의 손녀 사위라곤 해도 파격적인 대우로구나."
"전에 했던 일이 생각보다 큰 인정을 받았으니까요."
"요즘같이 자기 몸을 보신할 줄만 아는 녀석들이 판을 치는 곳에서 네녀석이
스스로 몸에 상처를 입고 임무를 수행한 것이 크게 인정을 받은게지."
"그렇군요."
"그나저나 몸의 상처는 어떻느냐?"
"어르신께서 보살펴 주신 덕에 이제 작은 흉터만이 남았을 뿐입니다."
"보살펴주긴 케케케.."
장천의 공손함에 추노는 연신 기분이 좋은 듯 웃음만을 터뜨릴 뿐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