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7 장 원수가 된 형제들 (2)
장천은 그가 누구일까 안력을 돋구어 처다보았는데, 놀랍게도 그들은 은가의 형
제들인 은석영, 은조상 형제들이였다.
"은형님과 조상이 아닌가?"
그들의 모습을 확인한 장천은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귀영당의 무사들과 격전을 치루었는지 그들의 몸 여기저기에는 심한 부상을 입
어 옷은 시뻘겋게 물들여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살기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었으니 마치 수
라와 같은 모습이라고 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이 심한 부상을 입고서는 자신을 욕하면서 나타나자 장천은 조금 당황
했지만, 마음을 추스리고 천천히 그들의 앞에 다가와서는 포권을 하며 말했다.
"은형님께 인사드립니다. 무슨 일로..?"
"이 개자식 죽여버리겠다!"
장천의 인사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은석영은 다짜고짜 그 특유의 귀곡성을 터뜨
리며 공격하니 놀란 그는 급히 몸을 피할 뿐이였다.
[쿵!]
과연 엄청난 무공을 익힌 은석영답게 단 일거에도 땅이 패일 정도의 검기를 날
리고 있었으니 장천은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무슨 일인데, 저를 몰아 붙이시는 것입니까?"
"이....!!"
은석영은 그 말에 분기를 참지 못하고 있었으니 은조상이 앞으로 나와서는 검
을 내밀며 소리쳤다.
"네 녀석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 있느냐?"
"무슨 말인가 조상."
"네 녀석 때문에 영영이가....영영이가.....자결을 했단 말이다!"
"헉!"
조상의 말에 장천은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으니 자신 때문에 은영영이 자결
을 했다는 것을 듣고 어찌 당황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그게 무슨 말인가!"
"문답무용!!"
그 말과 함께 은조상 역시 검을 들어서는 그를 공격하기 시작하니 형제와 싸울
수 없는 그로선 몸을 날려 그의 검을 피할 뿐이였다.
추노가 계속 전해주는 무공으로 인해 그의 실력은 형제들보다 높아졌기에 은조
상은 단 일검도 장천을 적중시킬 수 없었다.
"계속 이런다면 나도 가만히 있지 않겠네!"
계속되는 공격에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장천은 검을 뽑으며 소리쳤는데, 그 모
습에 오히려 은조상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다. 네 녀석의 손에 우리 오누이가 모두 죽는 것이 좋겠지."
"헉!"
오히려 자신을 죽이라고 소리치는 은조상이였으니 갑자기 검을 던져버린 은조
상은 저고리마저 벗어던지고 가슴을 앞으로 내밀며 소리쳤다.
"자! 날 죽여라 두형! 네 녀석의 손에 죽어 원혼이 되어 너를 저주하리라!"
"조상...."
그 모습에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는 장천이였다.
어쩌다가 일이 이렇게 됐는지 이해조차 할 수 없었는데, 그 때 연무장으로 이십
여명의 인형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
그들은 바로 데비드와 동방명언, 그리고 그들의 부인들이였다.
다른 형제들이 오자 장천은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소리쳤다.
"데비드, 명언 제발 조상을 말려주게!"
"흥!"
하지만 그의 말에 두 사람은 콧방귀만을 뀔 뿐이였으니 장천은 순간 크게 당황
할 수 밖에 없었다.
동방명언은 급히 은석영에게 뛰어가서는 말했다.
"은형님! 영영이는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무슨 소린가 가슴에 단검이 꽂혀 있었는데..."
"다행히 심장을 벗어났다고 합니다."
"아! 정말인가?"
"방금 은가장으로 총단의 의원이 와서 확인한 일이니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동방명언의 말에 은석영은 크게 기뻐하는 모습을 취하고는 말했다.
"알겠다. 당장 은가장으로 돌아가도록 하자."
"예!"
장천의 일보다 여동생의 일이 더 중요한 지라 은석영은 급히 경공을 사용해서
는 연무장을 떠났지만 은조상은 살기 어린 눈으로 그를 노려볼 뿐이였다.
그런 모습에 동방명언은 다가가서는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조상. 이제 돌아가자..."
"크으윽..."
하지만 조상은 그의 말에도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으니 동방명언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장천의 앞으로 다가가서는 천천히 검을 뽑아 들며 말했다.
"금선곡에서부터 시작한 우리의 우정은 이제 여기서 끝을 내야겠군."
"무슨 말인가 명언!"
그 말에 장천은 당황하며 손을 내밀었는데, 명언은 손에 들고 있던 검을 힘을
다해 부러뜨리고는 땅에 떨어뜨리고는 돌아섰고, 데비드 역시 그와 같이 검을
뽑아서는 두동강을 내었다.
"두형제...당신은...치사한 인간이다..."
"헉!"
데비드마저 자신을 버리자 장천은 좌절감에 무릎을 꿇고는 자리에 쓰러질 수밖
에 없었고, 은조상 역시 옆에 떨어뜨렸던 검을 들어서는 두동강을 내고는 그에
게 던지며 말했다.
"오늘은 이만 물러가지만, 만약 내 여동생이 죽을 시에는 너와 나 둘 중의 한명
은 죽어야 할 것이다."
"조상..."
사라져버린 형제들, 한참을 그들이 사라진 방향을 보던 장천은 순간 가슴에서
무엇인가가 치솟아 올라와서는 정신을 흐트리니 그 자리에서 혼절하고 말았다.
"으윽..."
그가 다시 정신을 차린 곳은 유능예와 살게 된 집의 침상이였으니 그의 주위에
는 자신의 부인이 된 유능예와 추노, 그리고 총단의 의원이 와 있었다.
"여보!"
유능예는 그가 일어나자 눈물을 흘리며 뛰어 들었다.
"여긴..."
"집이에요."
"...그렇군..."
그녀의 말에 장천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가슴에서 큰 통증이
밀려와 다시 누울 수 밖에 없었다.
"아이의 상태는 어떠한가?"
추노는 장천의 모습을 보며 총단의 의원을 보며 물었는데,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갑작스런 충격에 주화입마에 걸린 것 같습니다."
"주화입마라..."
"다행히 크게 악화되기 전에 발견한지라 몸이나 내력에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이대로 계속 된다면 장기의 손상을 심화될 것입니다."
"음..알겠네."
의원의 말을 들은 추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약을 두고 갈 터이니 하루에 두 번씩 드시고 보름간은 안정을 취해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유능예의 대답에 그는 나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장천이 손을 들며 말했다.
"잠시만 기다리시오."
"무슨 일이십니까?"
"은..은가장이 은소저는 어떻게 됬는지 알고 싶소이다."
그 말에 의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은가장의 은소저께서는 가슴에 단점을 꽂아 자결을 시도하셨지만, 다행히 심장
을 벗어난지라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질 순 있었습니다만...근본적으로 마음의
병을 치료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한달을 견디기가 힘들 것입니다."
"아..."
그 말을 들은 장천은 힘이 빠지는 듯한 모습이 되어 버렸다.
"그럼...이만.."
의원이 나가자 장천은 멍하니 하늘만 처다 볼 뿐이니 유능예와 추노로선 크게
걱정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도대체...왜 일이 이렇게 되었단 말인가...난 형제들을 위한 선택을 했을 뿐인
데...'
그 순간 장천의 눈에선 닭똥같은 눈물이 흘러나오지 그가 이곳 홍련교에서 사
귄 세명의 친구들을 얼마나 귀중하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추노는 그 모습을 보다가 한참을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네 녀석의 부인에게 다 들었다. 이렇게 된바에야 그 아이를 처로 들이는 것이
어떻겠느냐?"
그는 유능예에게 은영영이 왜 자결을 하려 했는지 내막을 들었기에 장천에게
처로 맞이하는 것이 어떻겠느냐 권유를 했지만, 장천은 고개를 저을 뿐이였다.
"그럴 수 없습니다."
"도대체 무슨 이유 때문이냐..."
하지만 어찌 그 이유를 말 할 수 있겠는가?
홍련교에서 문파를 위해 무천무급을 훔치려하는 그로선 형제의 여동생을 맞이
할 수 없다는 이유를 말이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였다. 이렇게 형제들을 보내는 것이 나중을 위해서 더 좋
은 일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장천의 머릿속의 생각과는 달리 그의 눈에선 눈물이 멈추질 않으니 유
능예와 추노로선 답답할 뿐이였다.
한달 후 은영영은 다행히 은장로가 영약들을 계속 먹인 효과로 목숨은 부지 할
수 있었지만, 단 한마디의 말도 내뱉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녀가 매일 하고 있는 일은 창문에 앉아서 누군가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였으니 다른 이들은 크게 마음이 아플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장천은 주화입마로 크게 다친 장기가 회복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날부
터 과거의 그와는 다른 모습이되어 있었다.
"크크크크..."
총단의 주점에서 하루종일 술만 마시는 그는 하염없이 자조의 웃음만을 흘릴
뿐이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