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92화 (93/355)
  • 제 16 장 비열한 남자 장천 (9)

    "제길..."

    갈무성은 장천과의 비무에서 패배를 하자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어깨의 상처를

    지혈하고 있었는데, 그 때 강순이 무표정으로 다가와서는 말했다.

    "귀수나혼에 너무 집착한 것이 너의 실수였다. 단순한 검술로도 충분히 승산이

    있었는데 말이다."

    "강순..."

    "어쨋든 이번에 싸움은 너의 패배이니 이만 물러가도록 하자."

    "...알겠다..."

    강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갈무성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다른 사람들

    의 부축을 받으며 연무장에서 물러났는데, 그는 멀리서 의형제들에게 부축을 받

    고 있는 장천을 처다보더니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지었다.

    "재밌는 녀석이군.."

    장천은 일단 가장 문제였던 갈무성의 세력에서 벗어 날 수 있었기 때문에 이제

    부터의 생활은 좀 쉬어지리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때 일단의 무리들이 그에

    게 다가오고 있었다.

    "축하하네."

    "아! 교주님!"

    장천에게 다가온 무리들은 바로 교주였다.

    교주는 장천을 보며 축하의 인사를 건네며 미소를 짓고 있었기에 그는 정중하

    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는 말했다.

    "모두다 교주님께서 살펴주신 때문입니다."

    "하하하 자네의 실력이 출중할 때문이지 무슨 말인가. 그래 귀영당의 생황을 어

    떠한가?"

    "상승의 무서를 볼 수 있어 기쁠 뿐입니다."

    "하하하 과연 무공이로군. 어떤가 자네가 원한다면 특일급의 무사까지 볼 수 있

    는데 말이네."

    "예?"

    그 말에 장천은 조금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특일급의 무사는 장로급의 이

    상의 인물 외에는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말과 함께 교주는 돌아갔으니 장천으로선 고민에 잠길 수 밖에 없었다.

    한달 동안 무서를 뒤져보았지만, 무천무급은 없었다.

    아무리 익힐 수 없는 무서라고 해도 교조 이래 홍련교 최고의 무인이라고 불리

    던 구양생이 익혔던 무서인만큼 특이급 아래의 무서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문파를 되살리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무천무급을 습득하기 위해선 특일급이

    나 비서를 찾아야만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신분의 상승이 중요할 수 밖에 없었

    다.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의 상태에서 빠른 속도로 신분상승을 위해서나 한가지 방법밖에 없었다.

    교주의 손녀인 유능예와 혼인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였는데, 자신의 목적을 위해

    서 여인을 희생하는 것은 마음이 내키지 않는 일이였다.

    그 날 이후 고민에 빠진 장천은 거의 모든 시간을 무서관에서 보내고 있었는데,

    그 때 추노가 다가와서는 그를 보며 물었다.

    "무엇을 그리 생각하느냐?"

    "아닙니다."

    추노의 말에 고개를 저은 장천은 다시 일어나서는 무서 책장들 사이에서 방황

    하기 시작했다.

    그런 장천은 보며 고개를 저은 그는 품에서 책을 한권 꺼내주고는 말했다.

    "이것을 보도록 하여라."

    "이건?"

    책의 겉장을 보자 열화신공이란 글자가 적혀 있었다.

    "열화신공이란 무서다."

    "열화신공이요?"

    "양강계열의 무공으로 앞으로 내가 익힐 무공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음..."

    한참을 책을 보며 생각에 잠기던 장천은 다시 그것을 돌려주며 말했다.

    "익히지 않겠습니다."

    "무슨 이유 때문이냐."

    "추노께서 제게 이것을 익히라고 하시는 것은 아마 저를 교주로 만들기 위함이

    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케케케."

    그 말에 웃음을 터뜨린 추노는 철장으로 그대로 장천의 정강이를 후려갈겼다.

    "끅!!"

    장천은 갑작스런 공격에 신음소리와 함께 넘어질 수 밖에 없었다.

    "혈비도 무랑의 무공을 사용한 죄로 죽겠느냐?"

    "예?"

    "네가 갈무성을 쓰러뜨릴 때 사용했던 무공은 어설프긴 하지만 혈비도 무랑의

    섬광비도술이 분명했다."

    "....."

    그 순간 장천은 아무말도 할 수 없었으니 비도문에서 배운 자신의 수법이 추노

    에게 들켰기 때문이다.

    "눈치 채셨습니까?"

    "물론이다. 네 녀석이 어떤 연유로 해서 그 무공을 배웠는지 모르지만, 내가 한

    마디만 뻥긋해도 네 녀석은 본교뿐만 아니라 무림의 공적으로낙인 찍힐 터 어

    찌 하겠느냐?"

    "..... 알겠습니다..."

    무림의 공적으로 몰릴 수는 없는 일인지라 장천으로선 어쩔 수 없이 추노가 권

    해주는 무공을 익힐 도리 밖에 없었다.

    "이 무공을 익히고 또 하나의 명령이 있다."

    "또 하나요?"

    "그래..바로 마교의 교주의 손녀인 유능예와 혼인을 하라는 것이다."

    "헉!"

    그 말에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장천이였으니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절대로 그럴 수 없습니다."

    "왜?"

    "사랑하지도 않은 여인과 어떻게 혼인을 하란 말입니까?"

    "케케케...네 녀석은 네가 어떠한 상황에 몰렸는지 모르는가 보구나."

    "예?"

    "분명 네 녀석은 혈비도 무랑은 아닐 것이다."

    "예. 형산지부로 가는 도중 우연히 익혔을 뿐입니다."

    "네 녀석의 행로는 이미 파악했다. 분명 일년간의 공백기간 동안에 그것을 익혔

    겠지, 하지만 말이다. 네가 혈비도 무랑의 문하가 아니라는 것은 알아도 그것을

    벗어나는 것은 힘들게 되었다."

    "벗어나기 힘들다니요?"

    장천의 물음에 잠시 헛기침을 한 추노는 그 이유에 대해서 설명해 주기 시작했

    다.

    "네가 갈무성과의 비무에서 어설프게나마 그 수법을 사용한 것은 이미 천마와

    구시독인이 눈치 챘기 때문이다."

    "천마와 구시독인이요?"

    "그렇다. 홍련교내에서 혈비도 무랑의 무공을 견식한 두명의 인물이 바로 천마

    와 구시독인이기 때문이다."

    "아!"

    홍련교의 최대의 거물이라고 할 수 있는 두명의 거물에게 무공을 들켰다는 것

    을 안 장천으로선 조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지금이야 교가 떠들석해지는 것을 원치 않아 조용히 있기는 하지만, 언제 너에

    게 암수를 펼칠지 모르는 인물들이다. 그런 이유로 네 녀석이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는 두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붙어야 하니 그것이 바로 현교주의 세

    력이란 것이다."

    "그렇군요..."

    추노의 말에 장천은 더 이상을 반박하지 못하게 되어버렸다.

    아직 홍련교 내에서 어느정도의 성과조차 이루지 못했는데, 쫓겨나거나 죽음을

    당하는 것은 너무 억울했다.

    '역시...그 방법 밖에 없는가...'

    다시 고민에 빠진 장천은 얼마 지나지 않아 결심을 굳히고는 추노를 보며 말했

    다.

    "알겠습니다. 유소저와 혼인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케케케..."

    그의 결정에 추노는 만족한 표정으로 웃음을 터뜨리며 물러나니 혼자 남은 장

    천은 가슴이 아플 뿐이였다.

    그리고 다음날 장천은 유능예와 혼인을 발표하니 홍련교의 사람들은 모두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지만, 어느정도 소문이 있었던 일인지라 은가장에 머물고

    있는 장천에게 상당한 선물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작 은가장 만은 써늘한 분위기에 젖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장천의

    선택 때문이였다.

    "도대체 왜 영영이나 받아 들일 수 없단 말인가!"

    장천의 방에서는 은조상이 노기를 터뜨리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고, 동방명언과

    데비드는 그를 막지 못하고 안좋은 얼굴로 지켜보고 있었다.

    "사랑하지 않은 여인을 안을 수는 없네."

    "젠장할! 그럼 유소저는 사랑한단 말인가!"

    "....물론이네..."

    그의 말에 장천은 천천히 입을 열었고, 은조상은 노기를 참지 못하고는 그의 앞

    에 있던 탁자를 일장에 부수어버렸다.

    "은조상!"

    놀란 동방명언과 데비드가 앞으로 뛰어나와서는 그를 말리자 천천히 마음이 안

    정된 은조상이였는데, 한참을 그렇게 무엇인가를 생각하던 그는 장천의 앞에 무

    릎을 꿇어서는 말했다.

    "두형. 제발 부탁이네. 내 동생을 받아주게."

    그 말과 함께 은조상은 땅에 머리를 박기 시작하니 형제들은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무슨 짓인가!"

    장천은 머리가 부서질 정도로 박고 있는 은조상의 어깨를 잡으며 다급하게 소

    리질렀다.

    "자네가 유소저만을 받아주고 영영이를 받아 주지 않는다면 그 아이는....."

    은조상은 차마 말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장천으로선 동생을 자신의 아내로 맞이하게 하기 위해서 이마에서 붉은 피를

    흘리고 있는 은조상을 보며 마음이 아플 수 밖에 없었지만, 그런 형제를 위해서

    라도 그녀를 아내로 맞이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은 언제가 홍련교를 배반하고 떠날 사람이기 때문이다.

    은영영을 아내로 맞이한 후 교를 배반한다면 분명 은가장은 큰 변을 당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미안하네...그것만큼은 들어줄 수가 없다네..."

    "두형!"

    그 말에 이제 화가 난 것은 동방명언이였으니 그의 얼굴은 심하게 일그러져 있

    었다.

    "형제가 이렇게 까지 빌고 있는데도 안된단 말인가!"

    "...."

    "내 자네를 잘못 보았네....이런 인간이리라고는..."

    동방명언은 더 이상 분기를 참지 못하고 문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미안하다...'

    그날 장천은 은가장에서 홀로 나와 교주가 마련해 준 저택에서의 생활을 시작

    했다.

    그리고 일주일 후 유능예와의 혼인식이 시작되었다.

    물론 형제들은 단 한명도 이 혼인식에 참여하지 않았으니 장천으로선 조금 외

    로운 혼인식일 수밖에 없었다.

    이 혼인을 말미암아 장천은 외지에서 유일하게 마음을 나눌 수 있었던 세명의

    형제들을 잃어버렸으니 그의 마음을 찢어지는 듯이 아플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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