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88화 (89/355)

제 16 장 비열한 남자 장천 (5)

그 후로도 약 20권의 책을 읽어야 했던 장천이였으나, 웬일인지 추노가 주는 책

은 거절할 수가 없었다.

무서관에 찾아든 장천은 더 이상 추노에게 걸렸다가는 무천무급을 찾을 기회가

없다고 생각하곤 조심스럽게 서고 사이를 숨으며 책을 찾기 시작했지만, 무서관

경력 40년의 전문가 추노의 눈을 피할 수는 없었다.

"케케케..."

"....."

이제 추노의 그 특유의 웃음에도 어느정도 적응이 됐는지라 자리에 일어선 장

천은 서고 사이를 기어다녔던지라 지저분해진 바지를 털고는 말했다.

"휴...오늘은 무슨 책이에요..."

"케케케 하긴 젊은것이 한달이나 버텼으면 오래도 버틴 것이지..케케케.."

"...."

괴면추노의 저의가 의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 장천이였다.

"네 녀석은 무림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고수를 본 적이 있느냐?"

"아직까진 그런 분은 본 적이 없는데요? 혹시 교주님이 다섯 손가락안에 들지

않을까요?"

장천의 말에 추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애석하지만 현 교주는 홍련교에서의 무공 서열은 3위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군요. 천마님과 구시독인님이 있으니까요."

"그렇지..그 중 천마가 홀로 무림서열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구나.."

"예? 구시독인님은요?"

"독을 쓰는 자치고 천하제일의 고수에 오른 이가 없다."

"그렇군요."

초노는 생긴것과는 달리 상당히 박식한 인물이였다.

그 후로도 추노와 세시진 가량을 이야기만 나눈 장천이였는데, 그는 태극은 물

론 오행에 이르기까지 무학에 관련된 말을 해주었는지라 장천은 지금까지보다

많은 무학의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다.

"네 녀석은 이제 오행의 기운 중 하나인 불의 기운에 대해서 어느정도 깨우쳤

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음...그동안 어르신께서 주신 책들이 모두 불에 관한 책이였으니까요."

"너도 알다시피 홍련교는 불을 숭상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예."

"이런 이유로 오행 중 하나인 화의 기운을 알아채지 못한다면 교주가 익힐 수

있는 무공을 익히기는 어려운게지.."

"예?"

추노의 말에 장천은 잠시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는데, 지금 그가 말하는 것은

지금까지 불에 관한 책을 읽게 한 것은 교주의 무공을 익히기 위함이라는 말로

해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홍련교의 수많은 교주들 중에서 유일하게 교주가 익히는 화의 무공을 익히지

않은 인물은 구양생 교주와 전대 교주였던 천마, 그리고 현재의 교주 이렇게 세

명뿐이지, 구양생 교주때에는 교주가 익히는 무공보다 더 뛰어난 무공이 있었기

에 그럭저럭 넘어 갈 수는 있었으나 전대교주와 현교주가 불의 무공을 익히지

못한 까닭에 현재의 홍련교는 안정되지 못하고 이렇게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아!"

"어떠냐 한번 익혀 볼 마음 없겠는냐?"

"헉...제가 어떻게..."

장천은 추노의 말에 크게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또 생각나는 것이 추노가 어떻게 교주의 무공을 알고 있겠느냐 하는 것

이였기에 자신의 교주에 대한 충성을 시험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추노의 눈은 결코 거짓을 말하는 것이 아니였다.

생긴 것과는 달리 맑게 빛나는 눈, 도저히 그런 눈을 가진 사람이 거짓을 말한

다고는 믿어지지가 않는 장천이였다.

추노의 말에 뭐라고 승낙할 수 없는 입장이였을 때 그들의 곁으로 한 남자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는데, 장천은 그자의 모습을 본적이 있는지라 크게 놀라며

소리쳤다.

"귀대인 율명!!"

귀대인 율명은 특유의 그 긴팔을 늘어뜨리며 걸어와서는 갑자기 장천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는 소리쳤다.

"부디 저희 암영자들의 숙원을 풀어 주십시오!"

"아!"

율명이 무릎을 꿇고 절을 하자 추노 역시 고개를 숙이니 당황스러움이 가득했

다.

"도대체 저에게 무슨 자격이 있다고 이러십니까?"

두형은 당황스러운 마음에 손을 내저으며 말했는데, 율명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는 포권을 하며 말했다.

"신 귀대인 유명이 두형님께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예.."

"저희 암영자들은 홍련교의 홍화신군(紅花神君) 교조께서 교를 창건하실 때부터

존재해왔습니다. 저희들의 제일 목적은 교가 위급에 처했을 때 힘을 다하는 것

인데, 당금의 현실은 세명의 권력자에 의해 삼분되어 있는 것이기에 부득이 일

부의 암영자가 겉으로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와중 천무성골이신

두형님을 만나뵙게 되었던 것인데, 저희들 암영자는 두형님의 인품과 근골, 자

질을 면밀히 살펴본 바 위급에 처한 홍련교를 맡으실 분은 두형님 외에는 없다

고 생각했기에 이렇게 청을 드리는 것입니다."

"아!"

오랜 시간에 교내에서 비밀리 존재했던 암영자의 등장이 이런 사연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한 장천이였다.

하지만 전후사정을 다 이해했다고 하더라도 지금의 이 일이 그렇게 쉽게 넘어

갈 수 있는 일이 아니였다.

"저...영문을 모르겠군요. 이 일은 없었던 것으로 하고 싶습니다. 그런 이만.."

그 말과 함께 장천은 뒤에 꽂혀 있던 책을 한권 뽑아서는 잽싸게 두 사람을 피

해 밖으로 빠져나왔다.

아직 날이 저물 시간이 되려면 먼 까닭에 장천은 귀영당의 전각으로 가서는 아

무렇게나 뽑아 온 책을 펴고는 한숨을 쉴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은 홍련교에 단순히 무천무급이라는 책을 훔쳐오기 위한 첩자일 뿐인데, 교

주 자리를 맡으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였다.

이런저런 생각에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는 장천은 책이나 읽으려고 했는데, 그

때 한 무리의 무사가 그의 앞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까지 많은 녀석들을 보아왔지만, 귀영당에 들어오서 한달 동안 책만 읽는

녀석은 네가 처음이군."

"응?"

고개를 들어보니 검미가 멋드러지게 뻗어 있는 절세미남의 청년이 팔짱을 끼고

는 다른 무리들의 앞에서 자신을 보며 중얼거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누구..?"

"갈무성이라 한다."

"아! 갈무성! 칠칠치 못하게 마누라를 뺏긴 남자의 아들이였지!"

"....."

자신도 모르게 기문숙이 가르쳐준 말을 그대로 내뱉은 장천이였으니 갈무성의

미간에는 큰 주름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일이였다.

"네 녀석을...죽여주마!"

역시나 그런 모욕을 받고 참을 수 있는 갈무성이 아니였으니 허리에 차 있던

검을 뽑은 녀석은 그대로 장천을 향해 내리쳤다.

"우와!"

크게 놀란 장천은 몸을 옆으로 날리며 일도양단에서 간신히 벗어날 수 있었다.

"지 아비를 닮아 쥐새끼 같은 녀석이로군!"

"헉..."

그제서야 자신의 실수를 눈치 챈 장천이였으니 율명과 추노의 말에 정신을 딴

데 빼놓고 있었던 것이 문제였던 것이다.

"어이..말로 하자고 말로!"

"실력은 없으면서 입만 살은 것은 부자가 똑같구나!"

말로 하자고 말로 할 사람이 아니였으니 장천은 할 수 없이 검을 뽑아서는 녀

석에게 대적할 수밖에 없었다.

장천이 검을 뽑자 갈문성의 뒷 쪽에 있던 다른 청년들도 모두 병장기를 뽑아

들고는 그의 주위를 둘러싸기 시작했으니 장천으로선 어떻게 빠져나갈 도리도

없었다.

"잠깐!"

다행히 이러한 위기를 보며 장천에게 도움의 손길이 닿았으니 장천을 둘러싼

갈무성의 무리들 뒤로 일단의 사람들이 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민여협!"

갈무성의 뒤로 모여든 무리들은 여자무사들로만 이루어져 있는 민소희의 무리

들이였으니 그들은 병기를 빼어들고는 당장이라도 장천을 둘러싼 무사들을 공

격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민소희!!"

"갈무성, 너무 성급한게 아니냐?"

민소희는 그를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하고는 천천히 등 뛰에 있는 검에

손을 가져갔다.

장천을 공격하겠다면 자신들 역시 나서겠다는 무언의 압력이였는데, 그 때 무리

들 중 유일하게 수수방관하고 있던 청년이 그녀의 앞으로 고개를 내밀고 와서

는 말했다.

"갈무성은 모욕을 당했다.."

"강순?!"

"네가 너의 부모의 욕을 했다면 가만히 있겠는가?"

"음...."

확실한 정황을 알 수 없었던 민소희는 그의 말에 뭐라 반박할 말이 없었지만,

일단 장천을 위기에서 벗어나게 하겠다는 생각에 말을 이었다.

"하지만 같은 교도로서 한사람을 다수가 핍박하는 것을 볼 수가 없군."

"물론이다..이 일은 갈무성과 두형의 일....정당한 결투로 승부로 내도록 하지."

"...."

의외로 강순은 자신들의 지금 행동과는 달리 두사람간의 싸움으로 승부를 내자

고 말하니 민소희로선 더 이상 끼어 들 수 없는 입장이 되어버렸다.

강순의 말을 들은 갈무성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민소희를 가리키며 말

했다.

"좋은 생각이군. 어떤가 민소희 네가 두형과의 대결에서 증인을 맡지 않겠는가?

아주 정당한 결투였다고 말이야.."

"으....알겠다."

일단은 갈무성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상황이라서 자신이라도 가까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민소희는 그의 말에 수락의 의사를 보냈다.

"장소는 연무장, 일시는 이틀 뒤 오시로 하도록 하지."

장소와 일시를 말한 강순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서는 사라지니 그의 뒤를 따라

갈무성 일행 역시 병기를 집어넣고는 장천의 곁에서 벗어났다.

"휴우..."

그들이 사라지자 장천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는데, 민소희는 그의 앞으로 걸어

가서는 심각한 어조로 말했다.

"안심할 때가 아니에요."

"예?"

"갈무성은 귀영당의 젊은 무사들 중에서도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실력자, 현재

당신의 실력으로는 그의 십초지적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아십니까?"

자신의 무공이 얼마나되는지도 모르면서 십초지적도 안된다고 단정짓는 민소희

의 말이 기분이 나쁘기는 하지만, 일단은 도와준 사람인지라 고개를 저으며 말

했다.

"그가 얼마나 강한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저 역시 한 수의 재간을 가지고 있

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이만.."

상대할 필요 없다고 생각한 장천은 검을 집어넣고는 떨어져 있던 책을 집어 민

소희들에게서 벗어나니 그녀는 한 숨만을 쉴 뿐이였다.

"휴..."

"민언니..어떻게 하죠? 그분께 알려야 할까요?"

"아무래도 그래야 될 것 같구나.."

"그럼 제가 갔다 오도록 하겠습니다."

"부탁한다."

"예."

민소희 그녀들의 말을 들으면 의문의 사람에게서 장천을 보호하라는 명을 받았

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니 과연 그녀들이 말하는 그분이란 누구를 말하는 것일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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