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87화 (88/355)

제 16 장 비열한 남자 장천 (4)

귀영당에 들어간 지 이틀 때 장천은 처음으로 홍련교 총단에 있는 무서관에 들

어 갈 수 있었다.

물론 무서관 자체는 귀영당과는 거리가 한참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기는 했지

만, 이틀만에 받은 귀영당의 신분패로 인해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이 주어

진 것이다.

"우와..."

총단의 중앙에 위치한 거대한 전각, 들어서는 문 앞에서는 화련무전(火蓮武殿)

이라는 글자가 붉은 색으로 웅장하게 쓰여져 있었고, 주위를 둘러보니 눈에 보

이는 곳만 해도 100명이 넘는 무사들이 이곳을 지키고 있었다.

그 만큼 홍련교내에서 이 무서관을 얼마나 중시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일이였

고, 왜 무공이 뛰어난 기문숙이 마교내로 숨어 들어가 무서관에 무천무급을 꺼

내올 수 없었는지 알 수 있었다.

안으로 들어서려고 하자 다섯명 정도의 무인이 앞을 가로막았고, 그 중 제일 왼

쪽에 있던 사람이 앞으로 나와서는 말했다.

"소형제 출입증을 볼 수 있겠는가?"

나이도 많은 것이 어 파릇파릇한 것한테 형제라니...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지만

꾹 참은 장천은 귀영당의 신분표를 보여 주었다.

"귀영당의 형제로군. 자 안으로 들어가게."

"갑사합니다."

그의 말에 가볍게 포권을 하며 인사를 한 장천은 안으로 들어섰다.

문을 들어서자마자 바닥에는 전각까지 길게 포석이 깔려져 있었는데, 포석 하나

마다 문양이 제각각인지라 장천은 이상한 생각이 들어 돌의 문양을 살펴 보았

다.

"오!"

그 순간 장천은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포석의 위에는 무공의 초식이

새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상승무공은 아니긴 했지만, 일반 교도들은 익힐 수 없는 수준의 무학초식

이였다.

"음..."

초식이 새겨진 돌을 밟으며 지나자니 무공이 몸에 스며드는 듯한 기분이 들어

서 기분이 좋아지는 그였다.

초식의 포석을 지나 전각의 앞에 도달한 장천의 앞에 한 괴상하게 생긴 자가

걸어왔다.

꼽추 등에 머리는 듬성듬성 빠져 있었고, 손 끝에는 주름이 가득한 그런 사람이

였는데, 놀랍게도 그가 짚고 있는 것은 무게가 꽤 될 듯한 철장(鐵杖)이였기 때

문이다.

무거운 철장을 들고 움직임에도 별로 무게를 느끼고 있지 않는 듯 했기에 생긴

것과는 달리 상당한 무공의 소유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처음 보는 얼굴이구나..케케케.."

사례 걸린 듯한 웃음을 짓고 있는 그를 보며 조금 두려움을 느낀 장천이였다.

"본노는 이곳 화련무전의 서고지기인 괴면추노(怪面醜老)다."

자신의 명호를 소개한 그는 또 다시 음흉한 웃음을 지었는데, 이상하게 그것이

조금 서글퍼 보였고, 그와 함께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라 장천은 한참을 그를 뚫

어지게 처다보았다.

"...무엇을 그리 뚫어지게 보는게냐?"

장천의 모습에 조금 기분이 나빠진 괴면추노는 철장을 휘두르며 노성을 질렀는

데, 그 모습에 장천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나도 안추해요. 할아버지.."

"응?"

갑자스런 녀석의 말에 그로선 조금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런 것을 아는

지 모르는지 가까이 다가선 장천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번에 귀영당에 들어가게 된 두형이라 합니다. 무고를 한번 돌아 볼 수 있을

까요?"

장천의 천진난만한 웃음을 보게 되자 괴면추노의 얼굴은 금새 시뻘겋게 변하고

말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장천이 조금 크기는 했지만, 어직 어린 모습이 사라진 것이 아

닌지라 궁극의 미동계에는 무리가 없었던 것이다.

무고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장천은 괴면추노와 친하게 지낸다면 자신의 일

이 좀 더 빨리 진행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무시무시한 미동계를 쓴

것이다.

외로운 노인네와 모성애가 가득한 여인들을 상대로해선 거의 무적을 나타내고

있는 미동계는 외롭고 가여운 노인인 괴면추노에게 쉽게 먹혀들어가고 말았으

니 그는 멎적음에 가볍게 헛기침을 하고는 말했다.

"나를 따라 오거라.."

"예."

그의 말에 기쁜 미소를 짓는 장천이였지만, 조금 마음이 아픈 것은 있었다.

그 추한 모습 때문에 외롭게 살아 온 노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자신이

그런 드러내고 싶지 않은 약점을 파고들어서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노인을 따라 들어선 무고를 본 순간 장천은 거 웅장함에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쌍도문의 무고를 이곳에 비교한다면 조족지혈이라고 할 수 있었으니 거대한 전

각 가득히 수많은 책들이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와 대단하군요!"

"그럴테지...하지만 그리 기대는 하지 말거라..홍련교의 무에 대한 개념은 중원의

개념과는 틀린지라 단순히 무공서적만이 있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예?"

노인의 말에 장천은 이해를 알 수 없었는데, 그를 따라 책들을 구경하다보니 그

말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무고에는 무공서적뿐 아니라 불경에서부터 심지어는 요리서에, 음서까지 없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꼬마야 네 녀석은 무의 시작이 언제라고 보느냐?"

"음....글쎄요. 삼황오제의 시대부터가 아니였을까요?"

"뭣 때문에 만들어졌겠느냐?"

"예?"

그 질문에 장천은 말문이 막힐 수 밖에 없었다.

보통 무를 익힘에 있어서 어느 누가 무의 시작과도 같은 원론적인 것을 생각하

겠는가? 단순히 만들어진 무를 익히고, 그것을 직접 행할 뿐이기 때문이다.

또 그런 것을 알려하지 않아도, 무를 익히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었으니 지금

괴면추노의 질문과 같은 것은 문을 닦는 자들 역시 생각하지 않는 그런 질문이

였다.

"역시 무란 것은 싸우기 위해 만들어 진 것이 아닐까요?"

"반은 맞았구나."

장천의 말에 노인은 절반은 맞았다는 말을 한 뒤 철장으로 한 서고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곳이 네가 맞춘 물건들이 있는 곳이로구나."

"아!"

노인이 가리킨 곳에는 역시나 무공의 서적들이 가득한 곳이였으니 대략 수만

보아도 수만권을 넘을 들한 양이였기에 탄성이 아니 나올 수 없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자신이 말하는 반에 해당하는 무서 였기에 궁금함을 느낀

장천은 노인을 보며 물었다.

"그렇다면 나머지 반은 어떤 것입니까?"

"케케케 지금까지 오면서 보지 않았더냐?"

"네?"

그 말에 뒤로 돌아선 장천이였지만, 그곳은 무서가 아닌 여러 가지 서적들이 있

는 곳이였다.

"나머지 반은 네가 찾도록 하거라...케케케.."

수수께끼와도 같은 말을 하고 사라지는 노인이였으니 크게 한 숨을 쉰 장천은

무서들을 뒤저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쉽게 무천무급을 찾을 수 없었으니 그 수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일일

이 다 들여다본다해도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 일이였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괴면 할아버지에게 물어봐야 겠는데...무천무급에 대해서 아실까?'

단순히 알아도 문제가 되는 것이 무천무급과도 같은 무서를 찾는 자신의 저의

를 의심스럽게 볼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할 수 없다고 생각한 장천은 여기저기를 휘저으며 무천무급을 찾기 시작했는데,

역시나 세시진 정도를 돌아보았음에도 책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 시간동안 그가 뒤진 책장은 열 개 정도 밖에 되지 않았으니 그러고도 한참

을 남은 것을 보면 무서의 수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같은 이름의 무서만 해도 수십권이 넘는 것이니 조금 답답할 수 밖에 없었으니

그 때 누군가의 인기척이 자신의 뒤에서 느껴져 왔다.

"그래 찾고자 하는 책은 찾았느냐?"

"휴...아니요."

"케케케..."

장천의 뒤에 나타난 인물은 다름 아닌 귀면추노, 그는 넌지시 물어보더니 장천

의 대답을 듣고는 크게 웃어버리고서는 책자 하나를 그에게 던져 주었다.

"네 녀석의 물건을 찾을 때까지 그것이나 보고 있어라."

"음...적제화용법(赤帝火用法)?"

"적제가 누구더냐?"

"사람에게 불의 사용법을 알려준 축융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 노인은 철장으로 가리키면서 말했다.

"세상에 단 한권 밖에 없는 책이니 훼손이 없도록 주의하도록해라."

"예."

일단 상당한 시간이 지나 날이 저물고 있는지라 장천은 추노가 건네준 적제화

용법의 책을 들고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과연 그가 권해준 책이 무엇일까라는 생각에 간단하게 저녁식사를 한 장천은

자신의 방에 등을 켜놓고 책의 첫장을 펴보았는데, 그 순간 크게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게 뭐야..."

그곳에는 아주 초보적인 불을 사용하는 방법이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휴..."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 장천이였지만 일단은 추노가 자신에게 이것을 보여준 의

도가 있으리라는 생각에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읽어보았는데, 밤이 새어 닭의

울음소리가 들렸을 때 책을 덮은 장천은 하늘을 보며 괴성을 지를 수 밖에 없

었다.

"끄아악!!"

적제화용법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불의 사용법과 불에 관한 이야기만 적혀 있을

뿐 그가 원하고 있는 무공에 관한 것은 단 한글자도 적혀 있지 않았기 때문이

다.

아침 일찍 다시 무고로 찾아간 장천은 책을 건네주며 추노를 향해 따지려고 했

는데, 그는 책을 받자 마자 손에 들린 다른 책을 건네주고는 말했다.

"이것도 읽고 오너라.."

"....화공진서(火攻兵陣書)? 이거 병법책 아닌가요?"

"케케케 다 읽고 다시 오너라."

그 말과 함께 다시 사라지는 추노였으니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자신이 만들어 놓은 미동계를 흐트러뜨리기에는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추노에게 따지는 것을 포기한 장천은 이번에는 귀영당의 전각으로 가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그곳에는 지금까지 전쟁에서 사용되었던 수많은 화공에

대한 진법이 쓰여져 있었다.

어느 환경에는 어떻게 화공을 해야 하는지부터, 화공에 진법, 화공에 대한 대처

방법이 모두 적혀 있었으니 무서가 아닌 순수한 병법서 였던 것이다.

병사들을 인솔하는 대장군도 되지 않을 자신이 이런 책을 읽을 이유가 없었지

만, 일단은 지금 포기하기는 아까운지라 끝까지 읽어 가는 장천이였다.

사람들은 난데없이 독서삼매경에 빠진 장천이 이상하기 그지없었지만, 불러도

대답이 없을 정도로 독서에 빠져 있는 그 였기에 어느 누구도 장천을 건드리지

못했다.

일단은 명분이 없는 이상 장천을 헤꼬지 하지 못하는것이였으니 일단 장천은

위험한 귀영당의 초반의 생활을 독서로 조용히 빠져나가게 되는 의외의 결과를

얻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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