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86화 (87/355)
  • 제 16 장 비열한 남자 장천 (3)

    장천을 보며 자세를 잡은 그는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아서는 비스듬하게 들

    어서는 겨누고는 말했다.

    "난 수라십이검(修羅十二劍)을 사용할 생각이니 조심하도록 하게."

    "전 홍련 십팔검을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홍련십팔검을 알고 있었던가. 음 겨룰만 하겠군."

    장천이 익히고 있던 홍련십팔검은 높은 서열의 있는 사람만이 익힐 수 있는 무

    공이지만, 특별선발제에서는 금선곡에 약간의 배려를 위해 이것을 익히게 하고

    있었다.

    하지만 소우가 익히고 있는 수라십이검은 특2급 무서에 속해 있는 무공, 상1급

    무서에 속한 홍련십팔검에 비해선 두단계나 위에 있는 검법이였으니만큼 초식

    이나 위력의 차이는 수라십이검에 상대가 되지 않는다 할 수 있었다.

    유엽도의 청년은 장천이 홍련십파검의 자세를 취하자 코웃음을 터뜨리고는 중

    얼거렸다.

    "수라십이검을 상대로 홍련십팔검이라니 아무래도 오초를 넘기기가 힘들겠군."

    하지만 그들의 집단 속에서도 그와 다르게 보는 이가 있었으니 대추나무에 청

    룡의 음각이 새겨져 있는 부(斧)를 손질하고 있는 긴머리의 젊은 무인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일초. 승리는 새로 들어온 두형이란 아이다."

    그 말에 유엽도의 청년은 크게 놀라서는 뒤를 돌아 볼 수 밖에 없었다.

    "무슨 소린가? 1초라니 소우가 귀영당에선 실력이 떨어지는 편에 속하기는 하

    지만 외부의 지부에서 놀다온 녀석에게 1초에 질 정도는 아니지 않은가?"

    "첫째 소우가 상대를 너무 경시하고 있는데 반해 상대는 자신보다 높은 무공을

    가진 자라 생각하고 모든 힘을 다하려하고 있다. 둘째 애석하게도 수라십이검의

    일초식 수라쇄명(修羅殺明)의 경우 소우는 자세가 잘못되어 다섯 곳의 헛점이

    노출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셋째는 검의 차이다."

    "검?"

    "두 사람의 검을 본다면 검에 대한 자질이 어느 쪽이 위라는 것을 알 수 있지."

    그의 말에 유엽도의 청년은 안력을 돋구어 두 사람의 검을 들여다보았는데, 소

    우의 검은 제대로 손질을 하지 않은지 검면에 약간의 얼룩이 묻어 있는데 반해

    장천의 검은 기름으로 깨끗하게 손질이 되어 있었다.

    "음..."

    부를 어느 정도 손질한 그는 뚫어지게 살펴 본 후 만족했는지 등뒤의 부집에

    넣은 뒤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갈무성을 보며 말했다.

    "소우 같은 자로 녀석의 역량을 시험해 볼 순 없다. 쓸데없는 곳에 시간을 낭비

    하기보다는 한 초식의 무공을 익히는 것이 나은 것 같아 먼저 돌아 갈까하네."

    "알겠네."

    갈무성은 그의 말에 뒤돌아보지도 않고 대답을 하니 긴머리의 무인은 아무 말

    없이 어디론가 걸음을 옮겼는데, 그가 완전히 사라지자 유엽도의 무사는 땅에다

    침을 한번 뱉고는 갈무성을 보며 말했다.

    "쳇! 강순(剛順) 내가 말만 하면 꼭 토를 타는군!"

    "하지만 강순은 허언을 하지 않는다. 그의 말대로 이 대련은 일초식으로 승부가

    날 것 같다."

    유엽도의 청년은 갈무성까지 강순의 말을 지지하자 어디 한번 보라는 표정을

    하며 대련을 보려고 했는데, 그 순간 우와하는 탄성 소리가 크게 터져나왔다.

    탄성의 소리에 그는 대련을 시작하리라 생각했던 두 사람의 모습을 처다보았는

    데, 장천의 일검이 소유의 어깻죽지에 꽂혀 있는지라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

    다.

    "헉!"

    "과연 강순의 말대로군. 가자."

    갈무성은 더 이상 볼 것도 없다는 듯이 사람들을 보며 말하고는 걸음을 옮겼고,

    다른 자들 역시 그와 함께 대련장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대련장에 있던 장천은 현재 크게 당황한 표정이 되었는데, 소유의 공격을 대비

    하여 크게 내력을 끌어올린 상태에서 서로에게 검을 날렸는데, 눈이 어지러울

    정도의 변검을 사용한 그를 보며 장천은 검을 내질렀는데 그것이 어깨에 적중

    하여 일초에 대련이 끝이 나고 말았기 때문이다.

    "소대협 괜찮으십니까?"

    걱정이 된 장천은 미안하다는 얼굴로 말했는데, 그는 피가 터져나오는 어깨죽지

    를 움켜 잡으며 일어서서는 그를 노려보고는 급히 사라졌다.

    "아!"

    장천은 자신이 큰 실수를 한 것이 아닐까하여 걱정이 됬는데, 그 때 한 삼십대

    의 무인이 크게 웃음을 터뜨리면서 다가와서는 그의 어깨를 넓직한 손바닥으로

    치며 말했다.

    "하하하 멋진 일검일세, 소유 녀석 신참을 혼내주려다 된통 당하고 도망가는

    군."

    "예?"

    그 남자의 말에 장천은 영문을 알 수 없어 되물었는데, 무사는 그를 보며 자세

    히 설명해 주었다.

    "자네도 알다시피 귀영당은 특2급의 무서를 익힐 수 있는 자격이 있느지라 외

    부에서 온 신참과 이곳에 있던 사람과의 무공차이는 어쩔 수 없이 클 수밖에

    없네, 이런 이유로 성격이 안좋은 녀석들이 신참을 상대로 대련을 핑계삼아 초

    반에 기를 꺽어 놓는 일이 있는데, 이번에는 저 녀석이 그것을 하려다가 자네에

    게 된통 당하게 된 것일세."

    "아!"

    그제서야 장천은 방금 전의 대련이 신참 길들이기의 일종이라는 것을 알 수 있

    었다.

    "자네는 신참 길들이기에서 멋지게 이겼으니 이제부턴 자네를 경시할 사람은

    없을 것이네."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처음 들어와 낯설기 그지없는데 이런 이야기를 해주시

    니 말입니다."

    "감사할 것까지야. 하하하 아! 서로 통성명이 늦었군. 난 하길(夏吉)이라 하네."

    "두형이라합니다."

    "하하하 자네의 이름은 잘 알고 있네, 자신의 의형제들에게 수많은 처첩을 안긴

    중신아비로 유명한 자네를 왜 모르겠는가?"

    하길의 말에 자신이 그런 식으로 귀영당까지 이름을 날렸다는 것을 알고는 조

    금 얼굴이 붉어질 수밖에 없었는데, 그는 장천의 그런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새끼손가락을 들어서는 흔들며 말했다.

    "정말 감사하다면 말일세. 서른이 넘어도 아직 처첩이 없는 나에게 예쁜 각시나

    하나 소개시켜 주게 그렇게만 해준다면 내 크게 한잔을 사도록 하지 하하하하!"

    "하..하..하.."

    그의 말에 쓴웃음이라도 같이 웃어 줄 수밖에 없는 장천이였다.

    하지만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호남의 얼굴인지라 그에게 왜 여자가 없을까

    하는 것이 조금 이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성격에 문제가 있나?'

    중신아비의 자세가 바르게 잡혀 있는 장천이였다.

    하길의 돌아서는 뒷모습을 한참 처다보고 있었던 장천은 방금 전의 대련으로

    신경을 너무 써서 피곤했기 때문에 근처의 나무 그늘 아래서 잠시 휴식을 취하

    고 있었는데, 일단의 무리들이 또 다시 장천의 앞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젠장할! 쉴 시간을 주지 않는군!'

    장천으로선 연이어 찾아오는 사람들 때문에 귀찮기 그지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조금 상황이 달랐는데, 장천에게 다가온 이들은 손에 들고 있

    던 물잔을 천천히 그의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수고했어요."

    "응?"

    고음의 목소리에 놀란 장천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었는데, 그곳에는 이십대

    초반의 젊은 여무인이 서 있었다.

    "아..감사합니다."

    물잔을 받은 장천은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놀랍게도 그 여인과 같이 온 사람들

    은 모두 여자였기에 귀영당에서 여자무사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 그였다.

    "귀영당에 계신 분들이십니까?"

    "여자라서 조금 이상한가요?"

    "하하 아닙니다. 하지만 조금 의외이긴 하군요. 남자인 단순히 오늘 잠시간을

    지냈을 뿐인데, 이렇게 힘들게 느껴지는 곳이니까요."

    "애석하게도 귀영당은 아주 출중한 실력을 가지고 있지 않는한 혼자서 지내기

    에는 힘든 곳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귀영당 소속의 저희들이 이렇게 모여서 지

    내는 거니까요."

    "그렇군요."

    "민소희(民笑熹)라 합니다."

    "두형이라 합니다. 민여협을 만나게 되서 반갑습니다."

    "그럼 전 이만..."

    단순히 얼굴과 이름만을 알리고 돌아서는 그녀들을 보며 장천은 조금 당황스럽

    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에 뒤를 이어서 다시 몇 명의 사람들이 장천을 보며 자신을 소개하고 돌아

    가는 것을 반복하게 되니 시간이 지나면서 귀영당의 분위기가 조금 심상치 않

    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그 심상치 않은 기운을 드러내는 일이 장천의 눈앞에서 벌어졌다.

    [채재재챙!!]

    연무장 옆의 공터에서 갑자기 병장기가 부닥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사람들의 비

    명소리가 들려왔고 장천은 그 소란이 궁금하여 그쪽으로 뛰어갔는데, 그곳에서

    십여명의 사람들이 싸움을 하고 있었다.

    "천마파 녀석들이 더 이상 귀영당에서 설치는 것을 용서할 수 없다!"

    "흥! 구시파의 호로자식들!!"

    그들은 서로에게 욕설을 퍼부으면서 치열하게 싸움을 하고 있었기에 곳곳에선

    큰 상처를 입고 쓰러져 있는 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당장 싸움을 멈추지 못하겠는가!"

    싸움이 더 치열하게 변해가자 그제서야 귀영당의 중년무사들이 와서는 그들의

    막으니 간신히 싸움은 멈춰질 수 있었는데, 무사들에게 싸움을 중지당했음에도

    그들의 눈에선 투지가 가라앉지 않고 욕설을 계속 퍼붇고 있었다.

    "천마파와 구시파라...."

    "이런 첫날부터 조금 안좋은 광경을 보여주고 말았군."

    "임부당주님!?"

    어느새 장천의 곁에서는 임상이 다가와서는 뒷통수를 긁으며 중얼거리고 있었

    기에 장천은 조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휴...잠깐 나를 따라오게."

    그 말에 장천은 임상의 뒤를 따라 연못이 있는 작은 정각에서 그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각에서 이미 준비되어 있던 차를 장천에게 따라준 그는 궁금하다는 듯한 표

    정으로 말했다.

    "신참 길들이기는 견디어냈는가?"

    "예. 갑작스런 일이기는 했지만, 끝낼 수 있었습니다."

    "음..자네가 멀쩡한 것을 보니 이겼나보군."

    "....."

    장천은 임상의 말에 왜 알면서 가르쳐주지 않아냐고 따지고 싶었지만, 일단 상

    관이였으니 참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꽤 많은 무리들이 자네를 찾아 왔겠군."

    "예...다섯무리 정도가 저와 통성명을 나누었습니다만...무슨 이유라도?"

    "휴...자네도 잘 알겠지? 천마님과 구시독인님이 교주자리를 두고 다투었다는 이

    야기를 말이야."

    "예."

    "그것이 외부의 지부에선 덜하겠지만, 총단에선 아직도 그 여파가 사라지지 않

    은 상태이네,"

    "예?"

    "귀영당은 두 사람의 세력을 견재하기 위해 만들어진 집단, 하지만 각지의 인재

    들을 끌어들이기 때문에 개중에는 천마님의 세력에 속하는 이나, 구시독인님의

    세력에 속하는 이들이 있는데, 그들은 노골적으로 귀영당을 무너뜨리기 위해 일

    을 저지르고 있다네.."

    "아!"

    임상의 말에 장천은 왜 귀영당 안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짐작 할 수

    있었다.

    "쉽게 말하자면 귀영당은 전국시대와 같다고나 할까? 내 자네에게 말한 적이

    있지 이곳은 맹수들의 사냥터라고 말이야."

    "예."

    "강한 세력은 약한 세력을 흡수함으로써 점점 세력을 넓혀가려고 하는 것이 현

    재 귀영당의 판도라네."

    "그러는 와중에 하나둘씩 자신들 스스로의 몸을 지키기 위해 무리들을 만들어

    간 탓에 귀영당안에는 적어도 이십개 이상의 무리들이 존재하고 그들은 실력이

    있는 자들을 영입하여 귀영당 내에서 자신의 입지를 넓히려 힘을 쓰고 있지."

    "그렇군요."

    "휴..."

    이 일 때문에 임상 역시 골머리를 앓고 있었는지 연신 한숨만을 내쉬고 있었기

    에, 심상치 않은 일이라 생각하는 장천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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