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85화 (86/355)

제 16 장 비열한 남자 장천 (2)

임상을 따라 도착한 곳은 귀영당의 당주의 집무실이였다.

커다란 책상이 놓여져 있는 곳에는 많은 서류들이 쌓여 있었는데, 문주의 휘하

세력으로 그리 할 일이 없을 것 같은 귀영당도 어느정도의 일은 존재하는 듯

했다.

책상 앞에선 한 손을 걷어 붙힌 채 글씨를 쓰고 있는 오십대정도의 무인을 볼

수 있었다.

긴 수염과 함께 얼굴색이 붉은 것이 마치 삼국지의 관우 운장을 보는 듯한 느

낌이 들었다.

"당주. 이번에 귀영당에 오게된 두소협입니다."

임상은 당주의 앞으로 가서 공손히 말하니 그는 붓을 벼루에 걸쳐서 내려 놓더

니 장천을 보며 말했다.

"오..이대협이 그렇게 칭찬하던 형산 지부에서 큰 공을 세운 두소협인가. 반갑네

본인은 귀영당의 당주직을 맡고 있는 구엽(仇燁)이라 하네."

"두형이라 합니다."

당주의 말에 공손히 자신의 이름을 밝히며 고개를 숙이는 장천이였는데, 구엽은

서류를뒤적이는 듯 하더니 무엇인가를 꺼내 들어서는 읽기 시작했다.

"금선곡의 열두명의 기재 중 하나로 홍련 십이사도의 직함이 있군. 음...사천지

부에서 금선곡으로 금선곡에서 총단을 거쳐, 형산지부를 거쳤군."

"예."

"홍련 십이사도의 직함은 거의 이름뿐이기는 하지만, 교에서는 단순히 이름으로

끝낼 생각은 없는 듯 하니 귀영당에 들어오지 않았다 하더라도 중앙의 일로 빠

졌겠구나."

그가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없는지라 장천은 가만히 그가 읽어가고 있는 것을

들을 뿐이였다.

"응? 무골장?"

"예. 부친께서 전해주신 무공입니다."

"음...자네의 부친이 두성이란 말인가....이거 생활하기가 조금 어렵겠군."

"예?"

"이 곳에는 귀영당의 교도 중에 무골장의 원래 주인인 백골문의 자제가 있다

네."

"예? 하지만 백골문이면 대사련 소속이 아닙니까?"

"오년전까지는 대사련의 소속이였으나 문주인 백골귀장(白骨鬼掌) 갈성(葛成)이

대사련의 부련주와 충돌이 있은 후 문파를 청해성으로 옮기면서 마교에 가입하

게 됐네, 막교에선 사파의 문파들을 끌어 들이기위해 백골문을 우대하는 정책을

세웠는데, 이런 이유로 갈성의 셋째 아들인 갈무성(葛武成)이 귀영당 소속으로

있지."

"아..."

"자질이 괜찮아서인지 갈무성은 현재 귀영당에서 하나의 세력을 유지하고 있으

니 아무쪼록 몸조심하기 바라네."

"명심하겠습니다."

"되었네. 오늘 부로 자네는 귀영당 소속이네."

간단하게 말한 그는 다시 작업에 들어가니 임상은 장천에게 손짓하여 집무실을

벗어났다.

밖으로 나오자 임상은 좋지 않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조금 위험할 것 같군."

"...그렇게 갈무성이 위험한 인물입니까?"

"귀옥각의 고수들 정도는 아니지만, 일반 귀영당원 중에선 다섯손가락안에 드는

실력을 지니고 있다네, 하지만 무공보다 더 두려운 것은 그의 악랄한 심계인데,

자신보다 뛰어난 인재에 대해선 가차없는 인물이지 지금까지 다섯명 정도의 기

재가 녀석의 귀영당에서 만든 조직에 의해서 죽음을 당했는데, 다섯 모두 아무

런 증거 없이 처리한녀석이지."

"음.."

생각보다 사정이 좋지 않았다.

마교로 들어가기 위해 위장했던 신분인 예상외로 새로운 난관을 만들어내고 있

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단 만나보지 않으면 평가할 수 없는 법이였기에 장천은 임상에게 포

권지례를 하며 인사를 하며 말했다.

"어쨋든 만나봐야 모든 것을 알 수있겠지요. 부당주님의 배려에 감사합니다."

"배려는 무슨 배려. 아무튼 조금 위험한 일이 생기거든 나에게 알리도록 하게,

자네같은 인재를 비명횡사 시키고 싶은 마음은 없으니 말이야."

"알겠습니다."

간단하게 귀영당의 일을 마치고 온 장천은 형제들이 있는 은가장으로 돌아 올

수 있었다.

은가장에선 다른 형제들이 장천의 귀영당 입당을 축하하기 위해 잔칫상을 앞에

두고 기다리고 있었다.

"축하한다. 두형!"

두형이 들어서자 다른 이들은 모두 크게 기뻐하는 표정을 취하며 축하의 인사

를 전해 주었는데, 그로서는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니기에 조금 안 좋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응? 귀영당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가?"

동방명언은 그의 표정이 좋지 않자 조용히 물어보았고, 장천은 이 일은 자신 혼

자만 앓고 있어도 소용없다는 생각에 자세한 내막을 이야기 해 주었다.

"음...그런 일이 있었군."

은조상은 예상치도 못한 난관에 장천이 봉착했다는 것을 알고는 생각에 잠겼지

만, 귀영당은 교주 직속의 당인지라 자신의 부친 역시 관할하기가 어려운 곳이

였다.

"갈성이라면 이번에 구시독인의 세력으로 들어간 자인데, 아무래도 자신의 아들

을 이용하여 귀영당을 장악할 속셈도 있을 수 있겠군."

"일단 유일하게 암영자가 표면으로 모습을 드러낸 곳은 귀영당 뿐이니 구시독

인이 탐을 낼만 할겠지요."

"응? 암영자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

동방명언의 말에 장천은 그들이 암영자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는

놀라는 얼굴로 물었다.

"은장로님에게 어느정도 귀영당에 대해서 들었으니까."

"아! 은장로님은 교주님과 같이 중립세력이셨지."

그제서야 형제들이 귀영당의 자세한 정보를 어떻게 입수했는지 알 수 있었던

장천이였다.

"음...태산배립(太山背立) 만물소견(萬物小見)"

"응? 그건 무슨 소리냐?"

난데없는 은조상의 말을 이해 할 수 없는 장천이였다.

"태산을 등에 두고 서면 만물이 작게 보일 수밖에 없는 법, 든든한 후견인이 너

의 뒤에 존재한다면 갈무성 같은 소졸이야 우습게 볼 수 있지."

"아!"

그제서야 그가 말한 바를 이해하는 장천이였다.

"하지만 장천의 등이 되어 줄 사람이 누가 있지?"

동방명언은 그 말에 은조상을 물어보며 물어 볼 수밖에 없었는데, 검지를 들어

서는 손을 내저은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교주님이 계시잖아."

"교주님?"

"바보 같이 유능예 소저."

"아!"

그제서야 손바닥을 치는 동방명언이였으니 장천에게 은조상의 여동생인 은영영

과 유능예가 노골적으로 달려들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던 그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말에 전격적으로 찬성할 수 없는 장천이였으니, 그가 만약 진정한 홍

련교도였다면 그 말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겠지만, 사실 그는 무천무급을 위

해 잠입한 첩자와도 같은 입장이 아니였던가?

자신의 문파를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만약 은조상의 말대로 한다면 한 여인의

인생을 망처버리는 결과를 자아낼 수 있으니 장천으로선 망설여 질 수밖에 없

었다.

"하지만...그건..."

"참 이상하네...남들이라면 좋다고 달려들 일인데도 넌 한사코 거부하려 하다니

말이야.."

데비드의 말에 다른 두 사람도 고개를 끄덕였다.

교주의 손녀를 아내로 맞이한다면 홍련교에서 입신양명을 이루는 것은 쉬운 일

이라 할 수 있으나 그것을 거절하니 다른 이들은 모두 이상하게 여길 수밖에

없었다.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하지만 잠시 후 장천은 고개를 저었다.

일단은 갈무성이란 자를 만나고 결정해 볼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유능예는 은조상의 여동생의 친구, 생판 모르는 여인도 아닌 서로에 대해서 어

느정도 알고 친구처럼 지내는 사이인데, 어찌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해 그런 여

인을 희생하겠는가?

아무리 첩자라고해도 그런 것은 장천으로선 받아 들일 수 없었다.

"일단은 갈무성이란 자를 만나본 후에 결정하고 싶다."

"음..일단 상대를 알아야하니 그것도 나쁠 것은 없겠지, 갈무성이라 하더라고 보

자마자 일을 진행하지는 않을테니까 말이야."

이렇게 해서 형제들과의 회의는 끝이 났다.

귀영당 가입의 간단한 잔치를 끝낸 후 장천은 잠시 무공 수련을 하고 잠이 들

었고, 다음날 귀영당의 첫업무가 시작되었다.

은가장에서 마련 해 준 멋드러진 청의를 입고 귀영당의 전각으로 들어선 장천

이였으니 당장 할 일이 없는지라 멀뚱멀뚱 서 있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때 그런

장천에게 한 젊은 무사가 다가왔다.

"자네가 이번에 귀영당에 가입한 사람인가?"

"아! 예. 두형이라 합니다."

"반갑네, 난 소우(蘇友)라 하네."

"반갑습니다."

간단하게 인사를 나눈 장천은 소우라는 청년을 자세히 보았다.

얼굴여기저기 곰보자국이 있었고, 작은 눈과 뭉툭한 코를 지니 조금 추남이라고

할 수 있는 젊은이였으나 미소짓는 모습은 친근해 보이는 인상을 보여주고 있

었기에 친해져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석하게도 대련할 상대가 없어서 그러는데, 잠시 시간 좀 내 줄 수 있겠는

가?"

"한 수 배워보도록 하겠습니다."

"고맙네."

장천은 그의 말에 포권지례를 하며 연무장으로 향하니 다른 무사들 역시 장천

이 처음 가입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의 무공에 대해서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던지라 모두 두 사람의 대련에 눈을 돌리고 있었다.

그 중 가장 두 사람의 모습을 유의깊게 보는 이들이 있었으니 그들은 귀영당의

한편에 심어 있는 대추나무에 근처에 모여 있는 일곱명의 젊은 무사들이였다.

한사람 한사람 눈에 정광이 일지 않는 이가 없었기에 모두 꽤 내공이 깊은 인

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 꼬마가 대형의 문파에 해를 끼치고 도망친 자의 자식입니까?"

작달만한 키에 허리에 유엽도를 차고 있는 다부진 청년의 말에 그 말을 듣던

길게 늘어진 검미에 한 자루의 검에 차고 있는 젊은이가 이를 갈면서 말했다.

"두성의 그 개 같은 놈의 자식이지...으드득..."

표정만 봐도 상당한 한이 서려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으니 이 청년이 바로 백골

문에서 귀영당으로 온 갈무성이였다.

당장이라도 달려가 녀석의 목을 베어버리고 싶었지만, 갈무성은 그리 성급한 인

물이 아니였으니 이 기회를 보아 녀석의 능력을 어느정도 알아 볼 심산으로 다

른 이들에겐 지켜보라는 말을 하고 자신 역시 장천과 소우의 대련을 지켜보았

다.

연무장에 가운데 선 소우는 장천을 보며 넌지시 물어보았다.

"귀영당의 대련은 모두 내공을 사용하니 잊지 말도록 하게."

"예."

소우는 장천의 생김새를 보며 그리 강하지 않은 자라 생각하며 쉽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장천은 귀영당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지라 생긴것과는 달리 그

의 능력이 상당히 뛰어 날 것이란 생각을 하며 처음부터 절기를 사용할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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