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5 장 재회 (1)
"두형!"
형산 지부에 도착한 장천은 형제들과의 다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장천의 돌아온다는 소식을 사람을 통해 전해들은 형제들은 그가 돌아오는 모습
을 보며 지부의 문에서 한달음에 달려와 그를 껴안기 시작했고, 장천 역시 형제
들과의 오랜만에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
형제들은 그 동안 많은 일을 겪었는지 데비드의 얼굴에는 긴 검상이 하나 그어
져 있었고, 은조상은 수염을 기르기 시작하여 조금 나이가 들어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장천은 그 외에도 다른 면으로 그들이 많이 변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몇가지 살펴보면 이제 형제들의 직급이 상당히 올라가 있다는 것이였다.
은조상의 경우에는 이제 형산지부의 부지부장의 직위에 올라 있어 명실상부한
간부의 길을 걷고 있었다.
형산지부의 부지부장이라고는 하지만 명문 은가의 인물인 만큼 다음 진급엔 본
단으로 감과 함께 직급이 오를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데비드는 형산지부의 무사들을 담당하는 무화단의 단장의 직위에 올라 있었다.
일단은 서역인의 큰 몸집으로 패도의 무공을 사용하여 장수 같이 보이는데다가
데비드의 가문은 기사의 가문인지라 상당한 카리스마가 몸에서 풍겨져 나오는
것도 무화단의 단장에 오른 이유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그 전에 이 일년동안 그가 이룬 공적도 상당히 있었음은 당연한 일이다.
동방명언의 경우에는 형산지부의 모든 정보를 담당하여 저리하는 일을 하는 백
연대(百燕隊)의 대장으로 그 무공 실력에 비해선 조금 직급이 떨어지는 자리에
있었지만, 그가 이런 자리에 있던 것은 장천때문이였다.
그를 찾는라 사방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움직이고 있었기에 더 높은 자리를 맡
을 수 있음에도 스스로 백연대로 들어가게 된 것이다.
이 사실을 안 장천이 동방명언에게 고마움의 술을 대접한 것은 당연한 일이였
다.
하지만 이런 형산지부에서도 황다한 일이 존재하고 있었으니 바로 유능예와 은
영영의 일이였다.
놀랍게도 이 형산지부의 지부장은 바로 유능예였으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
겠는가?
지부장 유능예의 밑에는 비서 업무를 담당하는 자리에 은영영이 위치해 있었으
니 안타깝게도 이곳 형산지부는 그녀들의 아지트로 변하게 된 것이다.
물론 그녀가 지부장의 직위에 오름으로서 은조상의 직위도 한층 상승했다고는
할 수 있지만, 그만큼 업무가 늘어났기에 그리 좋은 일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
이다.
장천은 이 형산지부에서 이루어낸 공적이 없는지라 어쩔 수 없이 처음 형제들
이 이곳에 와서 했던 직위를 맡을 수밖에 없었으니 바로 백인장의 지위였다.
형제들의 배려로 한적한 업무를 맡게 된 장천은 가만히 앉아 있어도 그 직급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였지만 조금 따분한 것은 사실이였기에 거의 대부분을
연무장에서 무공을 연마하거나 면벽굴의 글귀를 해석하는데 시간의 대부분을
소비하고 있었다.
"합!"
오늘 역시 장천은 할 일 없이 연무장에서 검술을 연마하고 있었는데, 그의 수련
모습을 몇사람이 지켜보고 있었다.
장천의 검술을 지켜보고 있는 인물들은 바로 그의 의형제들과 유능예를 포함한
여인들이였는데, 그의 검술을 보며 은영영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옆에 있
던 동방명언에게 물었다.
"두형의 검술이 조금 변한 것 같지 않아? 전에는 초식에 화려함이 두드러졌는
데, 이제는 뭐랄까 안정감이 보인다고나 할까?"
"음...그렇군요."
동방명언 역시 그의 검술이 전과는 달리 변했다는 것을 느끼고는 은영영의 말
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했다.
그의 눈에 보이는 장천의 검술은 홍련교의 검술이라기 보다 정파의 것에 가까
웠기 때문이다.
"마치..정파의 검술을 보는 것 같군."
"정파의 검술?"
은조상의 중얼거림에 영영이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며 물어보자 그는 자세하게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정파의 검술은 정확성과 함께 무리(武理)에 중점을 둔 무공이라는 것이 사파나
본교의 무공과 조금 다른 면이니까.."
"응? 사파나 본교의 무공도 정확성이나 무리는 중요시하잖아?"
"틀려. 뭘랄까? 사파의 검술은 의외로 허초에 중점을 많이 둔다고 볼 수 있지.
찌르기의 경우에는 정파의 경우는 일직선으로 요혈을 노린다면 사파의 무공은
허초를 사용하여 눈을 현혹시켜 요혈을 노린다고나 할까?"
"그건 무공마다 다 틀린 점 아니야? 화산파의 검술도 허초를 많이 사용한다고
알고 있는데?"
"물론 화산파의 검술도 허초가 많이 등장하지만, 입문무공의 경우에는 다른 정
파의 검법과 다르지 않게, 초식의 정교함을 중시하는 검술을 한다고."
"음.."
명언과 은영영의 대화에서처럼 장천의 검술은 홍련교의 입문검법을 행함에 있
어서 다른 사람과 크게 다른 무리를 보이고 있는 듯 했다.
하지만 그것을 지켜본 사람들 모두가 똑같이 느끼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면, 그
것은 장천의 검술이 크게 진전되었다는 것이다.
그들이 보는 장천의 검술은 헛점이 하나도 없을 것만 같은 깨끗한 검술을 보여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명의 의형제들은 금선곡에서부터 같이 지내왔던 사이인지라 서로의 무공의
장단점에 대해선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장천의 이러한 변신을 보며 조금 놀
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의형제들의 무공의 수준은 크게 차이는 나지 않았지만 남궁명언이 가
장 뛰어난 무공의 실력을 보였고, 그 다음이 은조상, 장천, 데비드 순이였다.
하지만 데비드는 자신의 몸을 이용한 패도적인 무공을 실전을 통해 익힘으로써
실력을 급상승시킨 상태였기에 현재의 실력은 은조상과 비슷한 상태였다.
"좋아! 한번 대련이라도 해봐야겠군."
"오! 좋은 생각입니다."
은조상은 장천의 실력이 어느정도인지 알아보기 위해 자신의 검을 들고는 그에
게 다가갔다.
"두형 어때 간단한 대련이라도 한번 해보지 않을레?"
"대련이라...그래 한번 해보지 뭐."
금선곡에선 대련을 해본 적이 있었지만, 그 이후로는 개인 수련에만 몰두한 형
제들이였기에 장천으로서도 한번 자신의 실력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알아볼 겸
대련을 승낙했다.
은조상이 익힌 검법은 은가의 비전 검술인 유성검법(流星劒法)으로 빠른 속도를
중시한 쾌검이였다.
이에 반해 장천이 익힌 검법은 금선곡 특별선발에서 익힌 홍련십팔검, 일단은
유성검법을 견식해 본 적이 없는 그였기에 검법 자체는 은조상이 우위에 서 있
다고해도 틀린 말이 아니였지만, 태극일기공을 익히고 있는 장천의 내력은 은조
상보다 훨씬 더 높은 경지에 이른지라 초식은 은조상, 내공은 장천이라고 볼 수
있었다.
남궁명언과 데비드 역시 장천이 태극일기공을 익혔다는 것은 알지 못했지만, 내
공이 남들보다 뛰어나다는 것은 눈치채고 있었기 때문에 두 사람의 대련은 주
위 깊게 처다보고 있었다.
"오랜만에 겨루어보게 되는군/"
"나 역시."
서로를 보며 미소를 짓는 두 사람은 각기 검술의 기수식을 취하며 상대에 대한
예를 표했다.
"역시나 홍련십팔검이군. 초식은 내가 전부 다 알고 있는데, 승산이 있겠는가?"
"모두가 다 검이란 이름으로 부른다 하더라도 장인에 따른 그 검의 천지차이가
나는 법."
"너의 검과 나의 검은 틀리다는 이야기인가?"
"물론."
"어디 그 틀린 검이나 한번 구경해보지 일견승천(一見乘天)!"
장천의 말을 맞받아치던 은조상은 일견승천의 초식을 사용하여 선공을 취하니
낮은 자세의 빠른 보법으로 앞으로 세도해 들어간 그의 검은 밑에서부터 곡선
을 그리며 장천의 턱을 향해 솟구치듯 올라갔다.
"동풍난화(東風亂花)!"
일견승천의 검 끝을 끝까지 지켜보던 장천은 검이 턱에 닿을 정도의 거리까지
움직이지 않고 있다가 동풍난화의 초식을 사용하여 고개를 돌려서는 바람을 타
듯 부드럽게 검을 회전시키며 그의 왼쪽 옆구리를 찔러가니 그 모습이 마치 명
기(名妓)의 아름다운 춤과 같은지라 사람들은 크게 탄성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
다.
"와!"
"유성낙천(流星落天)!"
하지만 은조상 역시 그 정도의 초식에 당할 인물이 아니였으니 하늘로 치솟아
오르는 것처럼 뻗어 올리던 검을 손목을 가볍게 꺽으며 찔러 왔을때에 두배의
속도로 밑으로 내려치지 과연 쾌검으로 크게 명성을 얻은 은가의 비전절기라
할 수 있었다.
[챙!]
은조상이 유성낙천의 수법을 사용하여 휘두르던 검의 검등을 내리치자 장천은
손목에 주던 힘을 풀어버리니, 손목의 회전과 함께 장천의 검은 유성낙천의 기
세와 함께 원을 그리듯 회전하여 은조상의 오른 손목을 향해 빠른 속도로 내리
쳐졌다.
"헉!"
그의 유연한 검법에 크게 놀란 은조상은 급히 손을 안으로 끌어서는 뒤로 몸을
날리니 일전은 장천이 한 수 위의 재간을 보인 것은 틀림없는 일이였다.
"검법이 변했군."
"약간의 깨달음을 얻었을 뿐이지."
"음...."
홍련십팔검을 사용한다는 생각에 약간은 경시하던 생각이 있던 은조상은 자신
보다 뛰어난 고수를 상대한다는 기분으로 싸워야 함을 깨닫고는 천천히 자세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이제부턴 진짜로 한번 붙어보자고."
"바라던 바!"
은조상의 말에 장천은 흥겨운 듯이 맞장구를 치니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한바
탕 놀기라도 할 것처럼 보였지만,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기운은 결코 웃으며
넘길 것이 아니였다.
"명심로성(冥沈露星)!"
앞으로 빠른 속도로 뛰어간 은조상은 은하검법 중 출검을 가장 알아내기 어렵
다는 명심로성의 초식의 자세로 다가서니 장천은 그의 검을 앞으로 뻗어서는
아무런 초식도 없는 찌르기를 시도했다.
"하압!"
장천의 신형이 바짝 다가왔다고 생각한 순간 은조상의 몸이 크게 회전하는 듯
하더니 갑자기 예상치도 못한 다리 아래부분에서 일검이 뻗어나와 장천의 단전
을 향해 찔러져 왔다.
하지만 무인 들에게 가장 중요한 단전으로 검이 밀려들어옴에도 장천은 앞으로
찔러가는 일검을 멈추지 않으니 구경하던 사람들은 모두 크게 놀란 얼굴로 입
을 벌릴 수 밖에 없었다.
"두형! 위험하다!"
"피해!"
단전의 파괴된다면 평생 무공을 사용하지 못하는 폐인이 될 것임을 알고 있음
에도 그는 피하지 않으니 어찌 형제들이 당황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잠시 후 사람들은 예상치 못한 결과에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놀랍게도 은조상의 검은 장천의 검지와 중지에 잡혀 그 검로가 크게 비틀어져
있었던 것이다.
"와!"
빗나간 은조상에 검에 비해 장천의 검은 정확히 은조상의 목젖의 앞에 위치해
있었으니 이 대련의 승리는 장천이 가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하지만 장천으로선 자신이 승리를 했다고 볼 수 없었는데, 단전을 찔러들어가던
은조상의 검이 한 순간 멈칫한 덕분에 검로를 비틀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 이것이 실전이였다면 장천은 은조상의 목젖에 검을 꽂을 수 있었겠지만,
그 역시 단전에 검상을 입었을테니 누구의 승리라고도 말 할 수 없는 그런 승
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