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73화 (74/355)

제 14 장 무림에 감추어진 비밀 혈비도 무랑 (2)

사당안을 한참 돌아다니던 장천은 이렇게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인가 하고 한숨

을 내쉴 수 밖에 없었지만, 아직 죽기에는 너무 창창한 나이인지라 희망을 버리

지 않고 계속 사당안을 뒤지기 시작했다.

한참을 뒤적이던 장천은 우연히 비도문의 역대 문주들의 신위를 건드리게 되었

는데, 그 순간 영정이 모셔져 있는 곳에서 덜컹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앗!"

이것이 말로만 들었던 기관장치가 아닐까 생각하며 사방을 둘러본 장천이였지

만, 다행히 자신을 위해할 만한 움직임은 전혀 보이지 않았기에 천천히 소리가

난 쪽으로 갔는데, 영정의 뒤에 비밀의 문이 열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라..."

일단은 어디로 가는 문인지는 모르지만 들어가기로 결심한 장천은 마른침을 꿀

꺽 삼키고는 천천히 구멍 안으로 몸을 집어넣기 시작했다.

다행히 통로는 장천이 간신히 기어 갈 수 있을 정도의 크기였는데, 왜 이런 곳

에 이런 비밀장치를 그것도 어린아이가 아니면 통과하기 어려운 이런 장치를

만들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참을 그렇게 기어간 장천은 얼마 지나지 않아 밑으로 향하는 구멍을 찾을 수

있었는데, 어두컴컴한 구멍은 밑도 끝도 보이지 않는지라 감히 내려설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간신히 들어온 구멍은 거꾸로 나간다는 것이 더욱 어려웠던지라 진한

눈물을 흘린 장천은 마음을 가다듬고 밑으로 향하는 구멍으로 몸을 움직여갔다.

만약 밑에 공간이 없고 막혀 있기라도 한다면 장천으로선 물구나무서기와 같은

이 자세로 죽음을 맞이해야 했으니 그의 결정은 참으로 위험하다 할 수 있었다.

밑으로 곤두박질 치지 않게 조심하며 간신히 내려서는 장천이였는데, 어이없게

도 반시진에 가까운 시간을 내려와서 보이는 것은 막혀있는 바닥이였다.

"으아앙!!"

드디어 피가 거꾸로 선채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되었구나라는 생각에 장천으로선

크게 낙심하여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으니 아! 천하의 자천은 이렇게 죽고

만 마는 것일까...

한참을 눈물로 지새우던 장천은 계속 울다간 밑에서부터 차오르는 자신의 눈물

에 빠져 질식사하지 않을까라는 상황에 맞지 않는 헛된 생각을 잠시 한 후 심

호홉을 하고는 위로 올라가려고 했는데, 역시나 물구나무서기로 그것도 거꾸로

올라서는 것은 인간의 신체구조로선 불가능할 수 밖에 없는 일이였다.

"크흐흐흑..."

이젠 팔 힘도 다 떨어져가는 장천은 점점 떨어지고 있는 자신의 몸을 느끼며

바닥에 처박혀가고 있었는데, 그때 필사적으로 꿈지락거리는 손 끝에서 무엇인

가 굴곡이 느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흑흑..."

눈물을 흘리며 굴곡을 만져보고 있던 장천은 그것이 하나의 문장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죽음을 각오하고 들어선 용기이려니 그 가운데 세심함이 있다면 그댄 비도문

의 제자가 될 자격이 있다.]

한참 힘이 빠져 죽을 때 발견한 이 글씨를 읽은 장천은 혹시 빠져나갈 비밀장

치가 있지 않을까란 생각에 간신히 오른 손을 들어서는 여기저기의 벽을 세심

하게 만져보기 시작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등쪽에서 또 다시 굴곡이 느껴지고

있는 것을 발견 할 수 있었다.

"으영차!!"

약간의 희망을 발견한 장천은 마지막 힘을 다해 몸을 돌려서는 천천히 글자를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대가 진정 비도문의 제자가 될 생각이 있다면 구배지례를 올리도록 하라.]

"젠장할 이 상태에서 구배지례를 어떻게 올리라는거야!!"

장천은 그 말을 듣는 순간 크게 분노가 치솟아 오르며 소리를 지를 수 밖에 없

었다.

하지만 팔의 힘이 빠져나가는 지금 더 이상 버틸 힘조차 없었기 때문에 일단은

그가 시키는데로 구배지례라는 것을 올려보기로 했다.

'그나저나 구배지례를 어떻게 올린다냐...'

어쩌면 비도문의 사조라는 사람은 정신이 이상한 자가 아닐까란 생각을 잠시

한 장천은 일단은 성의라도 보이라는 뜻인가란 생각에 천천히 물구나무서기로

팔굽혀펴기를 하기 시작했따.

'일단은 몸을 낮춰야 하는 것이렸다.'

생전 이런 황당한 절은 해본 적이 없기는 하지만 살기 위해선 뭣을 뭣하겠는가

시키는데로 할 수 밖에.....

천천히 물구나무서기를 하며 장천은 구배지례를 하기 시작하니 팔배가 끝난 후

팔은 이제 거의 마비가 되어가고 있는 상태였지만, 이 엉뚱한 말을 의심하지 않

은 장천은 마지막 일배를 위해 마지막 젖먹던 힘을 다해서 절을 했다.

"끄아악!! 다 끝났으니까 나좀 살려달란 말이야!"

마지막 구배를 끝낸 장천은 괴성을 지르며 통로에서 발버둥을 치니 그 순간 텅

하는 소림과 함께 밑뚜껑이 열려버렸다.

"끄아악!!"

손을 받히고 있던 문이 열리자 장천의 몸은 하염없이 떨어지니 한참을 떨어져

나간 장천은 얼마지나지 않아 또 다른 공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풍덩!!]

"푸하!! 꼬르륵...."

장천이 떨어진 곳은 깊은 물이였으니 물 속에 빠진 장천은 살고자 허우적거리

며 빠져나가려 했지만, 아쉽게도 그 통로에서 온 몸의 힘을 다 뺀 덕분에 수영

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없었다.

'통로에서 빠져나왔더니..이젠 물에 빠져 죽는구나...'

천천히 폐 속으로 깊숙이 물을 빨아들인 장천은 물 밑바닥으로 잠겨가기 시작

했는데, 한참을 그렇게 힘 없이 떨어지고 있던 장천은 이상하게 죽는다는 것이

너무나 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나 죽은 것 맞는걸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장천은 서서히 눈을 떴는데, 놀랍게도 자신은 물 속에 빠

진 채 그대로 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메...'

어떻게 된 일 일까하고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역시나 물 속인지라 천천히 손에

힘을 모아간 그는 바닥을 헤집으며 물 속에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푸하 꾸르륵...콜록콜록!!"

간신히 바닥을 짚어서 샘에서 빠져 나올 수 있었던 장천은 나가자마자 폐와 기

도에 가득찬 물을 내뱉으려 고통에 잠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폐에 들어갔던 물은 흔적 없이 사라졌고, 기도가 마치 뻥 뚫린 것과 같

은 기분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

숨을 제대로 쉴 수 있게 됐을 뿐 아니라 물에 빠지기 전과는 전혀 다른 점이

느껴지고 있었다.

마치 그 전에는 제대로 된 숨을 쉬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하는 착각이 들 정도

였다.

"응?"

간신히 정신을 차린 장천은 그 주변이 상당히 밝다는 것을 느꼈는데, 물 옆에

작은 비석에 글자가 쓰여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태모천수담(胎母天水潭)]

"이 못의 이름인가?"

다시 한번 못을 돌아 본 장천은 대충 넘어가기로 하는 생각에 천천히 앞으로

걸음을 옮겨갔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지금까지 지나왔던 통로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의 방을 볼 수 있었다.

"휴우....."

그곳에는 사당 안에서도 지겹게 보았던 할아버지의 초상화가 다시 한번 걸려

있었으니 조금 짜증이 나는 장천이였다.

온갖 고생을 하다보니 비도문의 시조라고 생각되는 할아버지가 미워졌기 때문

이다.

초상화가 걸려져 있는 밑에는 하나의 서신이 놓여져 있었는데, 장천은 서신을

들어서는 읽기 시작했다.

[역운기관(逆運氣關)에서 불순한 기운을 내뿜고 태모천수담(胎母天水潭)에서 호

흡기관을 깨끗하게 했으니 그대의 숨은 태아의 것과 다를 바가 없으리니 이곳

청공관(淸空館)에서 한시진의 운기조식을 함으로 그대의 몸은 진정한 무인의 것

으로 탈피하리라]

"쳇!"

뭔지는 모르겠지만 한시진 동안 운기조식을 취하라는 글귀라는 것을 알 수 있

었다.

서신의 뒷 쪽을 살펴보니 비도문의 것으로 보이는 운기조식법이 쓰여 있었는데,

장천으로선 사문의 운기조식법이 있는지라 그것을 내려놓고는 기문숙 사부에게

배운 태극일기공을 운기하기 시작했다.

이곳 청공관은 두 개의 관을 거친 후 들어서게 되는 관으로 청공관 자체 내에

는 자연의 자정능력으로 세상에선 볼 수 없는 맑은 기운이 가득한 곳이라 할

수 있었다.

태극일기공 자체는 자연의 기운을 맑게 정화시키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에 장천

의 몸에는 더욱 깨끗해진 맑은 기운이 흘러 들어오고 있었지만, 그것은 보통때

의 흡수되는 기운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휴..."

하지만 시키는데로 안 하다간 무슨 후환이 생길 것 같은 장천은 태극일기공을

운기하는 것을 멈추고는 다시 서신을 들어서는 그곳에 쓰여 있던 운기조식법을

살펴보았는데, 심결의 맨 밑에는 역시나 주의사항이 쓰여 있었다.

[명심해야 할 것은 이 기공은 단 이곳에서만 운기 할 것이며 다른 곳에서 운기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응?"

[청공관은 말 그대로 정화된 깨끗한 공기만이 존재하는 곳, 현존하는 내공심결

은 자연의 기운 중 그 힘이 되는 기운만을 흡수하여야 하기 때문에 몸 속에 들

어오는 기운은 전체의 일할도 되지 않지만, 이곳의 청공관은 탁기가 없기 때문

에 이 운기조식법을 사용하면 평상시의 수십배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으리

라.]

말그대로 장천의 손에 들어 있는 심법은 이 곳에서만 통용되는 것인지라 마음

을 굳게 먹은 장천은 천천히 심결을 읊으며 서신에 쓰여져 있는데로 심공을 운

공하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처음 태극일기공을 운기했을 때 느꼈던 느낌이 장천의 심폐 속

으로 가득히 몰려오고 있었으니 이 기운은 엄청나게 많은 기운이 그의 몸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본시 사람의 무엇을 익힘에 그 진도가 빠르면 흥이 나는 것이니 장천 역시 엄

청나게 빠른 속도로 기가 쌓이니 어찌 흥이 나지 않겠는가.

한참을 그렇게 운기조식을 하는 장천은 여과없이 자연의 기운을 빨아들이는 청

공관의 심공에 크게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시진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장천은 자신의 몸이 크게 가벼워지며 내공이 상

당히 진척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와!! 허허허허허!"

몸 안에 쌓여 있는 내공을 느끼며 이제 천하제일고수도 두렵지 않다는 자만심

에 빠진 장천은 길어진 코를 앞세운 채 나이 많은 고수들만이 간혹 가다 한 두

번씩 뱉는 무림고수식 너털웃음을 잠시 터뜨리고는 당당하게 앞으로 걸음을 옮

기기 시작했다.

한참을 또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니 또 다시 예의의 그 할아버지 초상이 눈에

띄였는데, 그곳에는 아홉 개의 단검과 함께 양벽에 두 개의 무공 초식이 자세하

게 적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장천은 천천히 그 벽에 쓰여져 있는 무공 초식을 읽기 시작했는데, 왼쪽 벽에는

팔연환비도공(八連環飛刀功)이 오른쪽에는 섬광비도공(閃光飛刀功)이라는 무공

이였다.

"음...이게 혈비도 무랑의 무공이란 말이지..."

천하를 어지럽힌 혈성이자 무림 최고고수의 무공이라는 생각이 든 장천은 부픈

가슴으로 무공을 익혀나가기 시작했으나 상당히 난해한 무공이였기에 섬광비도

술은 시전할 꿈도 못꾸며 팔연환비도술은 간신히 두 개의 비도를 연환하여 던

지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휴..역시나 무림 최고수는 함부로 되는게 아니였군."

하지만 그냥 내버려두기에는 아까운지라 무공구결을 암기하며 초식의 움직임을

외워나가기 시작하니 두시진만에 간신히 두 개의 무공을 모두 암기할 수 있었

다.

대충 암기를 끝낸 장천은 가지라고 두는 것 같은 아홉 개의 비도를 품에 넣고

선 경쾌한 몸놀림으로 다시 동굴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한참을 그렇게 걸어나가자 이젠 마지막이 되었는지 막다른 벽에 또 할아버지의

그림이 걸려 있었으니 더 이상 똑같은 할아버지 얼굴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 생

각에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여기서 빠져나갈 구멍이 있겠지?"

비도문의 제자가 무공을 익혔는데, 설마 동굴에서 아사시키지는 않을 것이란 생

각에 요기저기를 살피는 장천은 한참 후에야 치사하게 조그맣게 써 놓은 글귀

를 발견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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