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 장 눈물을 흘리는 정파의 꼬맹이 (5)
퉁퉁부은 눈으로 장천은 식당으로 들어설 수 있었는데, 그 때 수경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 수경! 좋은 아침이야."
"예."
'가증스러운 것..'
미소를 지으며 간단하게 답하는 소경은 전에 만났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
으니 장천은 속으로 가증스러운 것이란 생각을 하며 그의 앞자리에 앉아서는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시켰다.
"어젯밤에 잠을 못이루신 모양이군요."
"조금 일이 있었거든."
"그렇군요."
별로 이야기를 나누지 않고 침묵을 지키는 두 사람이였는데, 그 모습을 보며 장
천은 수경이 약간 찔리는 것이 있기는 있나보다고 생각했다.
"조반을 끝내신 후 잠시 시간을 내어 줄 수 있겠습니까?"
"응?"
"두대협께서 조금 도와주셨으면 하는 일이 있어서 말입니다."
'드디어 시작이구나.'
어젯밤의 계획이 시작되고 있음을 알게 된 장천은 별 것 아니라는 얼굴을 하고
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자네가 부탁하는건데 내 반드시 들어줘야지."
"아!...예..감사합니다."
장천의 말에 수경은 조금 표정이 어두워지며 감사의 말을 하니 그렇게 파렴치
한 녀석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젖는 장천이였다.
'아냐..녀석을 동정하면 안돼...'
"무슨 일이라도?"
장천이 갑자기 고개를 젖자 수경은 계획이 틀어지는 것이 아닐까 당황하며 물
었는데, 손을 올리며 장천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말하며 천천히 점원이 가져온
조반을 들었다.
아침식사를 마친 장천은 간단하게 운기조식을 한 후 수경을 찾아 유람선의 화
물이 있는 것으로 발걸음을 옮기니 그곳에선 수경이 자리에 앉아서는 무엇인가
생각에 잠긴 듯한 모습을 취하고 있었다.
"수소협."
"아! 오셨습니까."
장천이 부르자 그제서야 눈을 뜬 그는 미소를 지으며 일어서서는 그를 맞았다.
"그런데 이런 곳에서 무슨 일이 있다는 것인가?"
장천은 다 알고 있으면서 모르는 척하며 물었는데, 그 때 그의 얼굴이 어두워지
면서 조용히 그에게 말을 했다.
"두대협님...정말 미안합니다."
"응? 무슨 말인가?"
장천은 정말 모르는 척 물었는데, 그 때 화물의 여기저기에서 무사들이 병장기
를 들고 튀어나와서는 장천을 둘러싸기 시작했고, 수경 역시 허리에 차 있는 검
을 뽑기 시작했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인가!"
크게 놀란 장천은 사방으로 둘러보며 당황한 표정을 지었는데, 수경은 그의 목
에 검을 가져가서는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마교의 악도들에게 이 정도의 함정은 흔한 일이겠지!"
"수경...."
장천은 수경이 검을 들어 자신의 목에 겨누자 크게 상심한 표정을 지으며 무릎
을 꿇고 말았으니 무사들이 와서는 그에게 포박을 씌우기 시작했다.
밧줄에 묶인 장천은 슬픈 눈을 하며 수경을 바라보니 그는 더 이상 견디지 못
하는 듯 고개를 돌렸고, 장천은 무사들에게 끌려 갈 뿐이였다.
장천의 밧줄에 묶여 어젯밤에 잠시 들렸던 방에 감금이 되니 크게 한숨을 쉴
뿐이였다.
장천을 가둔 무사들은 방안에 무사 한명을 남겨 놓고 자신들의 일을 처리하기
위해 움직이니 그로선 고개를 숙이며 크게 낙담하며 앉아 있었다.
"크크크..마교의 놈들이 네 녀석 같이 다 멍청하다면 좋겠구나."
방안에서 그를 지키는 무사는 낙담한 표정을 짓는 장천을 보며 웃음을 지으며
조롱하기 시작했기에, 장천은 고개를 들어서는 말했다.
"잠시의 만남이였지만, 사람을 믿었던 것이 그렇게 죄였던가..."
"강호란 원래 그런 곳이 아니겠느냐? 하하하하."
사람을 믿었다는 것이 죄였느냐는 말에 그는 강호의 생리를 운운하며 크게 웃
으니 미소를 짓는 장천이였다.
"그렇다면 나 역시 강호의 생리를 따라야겠군."
"하하하. 저승에서 강호의 생리를 잘 따라보려무나."
"아니...지금 당장 강호란 것을 맛보아야 겠소."
"응?"
장천의 말에 이상한 느낌이 든 그는 웃음을 멈추고 마니 그 순간 그의 목으로
무엇인가가 빠른 속도로 날아왔다.
"끅!!"
그의 목으로 날아온 것은 한자루의 단검이였으니 목에 단검이 꽂힌 그는 비명
도 제대로 지르지 못한 채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다가 쓰러져 죽고 말았다.
"강호의 생리라....이것이 강호라면...그리 오래 머무르고 싶은 곳은 아니군."
천천히 몸에 걸려 있는 밧줄을 내려놓은 장천은 쓰러져 있는 무사를 보며 천천
히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이미 그들의 작전을 알고 있던 장천은 긴 머리 뒤로 단검을 숨켜 두고 있었던
것이다.
사부인 기문숙에게서 무림의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으며 지금 같은 어두운 강
호의 생리를 깨닫기 시작한 장천은 조금씩 어른스러워지고 있었다.
방을 빠져나온 장천이 갑판으로 나왔을 땐 정파의 무사들과 은영영들이 대치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정파의 무사들의 얼굴에선 크게 당황한 빛이 보이고 있었으니 장천은
어젯밤의 일이 크게 먹혀들었음을 알 수 있었다.
유능예를 바라보며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있는 무사는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네..네년의 정혼자가 죽어도 상관이 없단 말이냐!"
"그딴 변태자식 죽여버리지 않고 지금까지 뭐했어! 차라리 죽였다면 고맙다는
뜻으로 너희들에게 순순히 잡혀 줬겠지만, 멀쩡이 잡아 놓고 살려뒀으니 그 보
답으로 목을 따 주겠다!"
서슬퍼런 얼굴로 소리치고 있는 유능예의 말에 정파의 무사들을 비롯하여 수경
마저 크게 당황한 빛을 띄우고 있었다.
수경으로선 장천과 함께 그들을 만났을 땐 크게 사이가 좋아 보였는데, 갑자기
이런 사태가 벌어지자 어찌 할바를 몰랐는데, 그 때 낭랑한 웃음소리가 두 무리
의 사이로 울려퍼졌다.
사람들은 그 웃음소리에 시선을 돌리지 않을 수 없었는데, 웃음의 당사자가 잡
혀있다고 알고 있는 장천이자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장천은 갑판이 보이는 높은 곳에서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그 들을 처다보고 있
었다.
"아!"
"장천 이 개자식아! 잡혀서 되지지 않고 왜 나와서 재수없게 웃고 야단이야!"
놀라서 아무 말도 못하는 수경과는 달리 왜 죽지 않고 나와서 웃고 야단이냐며
당장이라도 공격할 준비를 하는 은영영과 유능예였다.
"믿었던 자에게 배반당한 것이 너무 서러워 죽을 수가 없었다고."
한심하다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젖는 장천은 천천히 수경을 보더니 말
을 이어갔다.
"무림에서 정사를 막론하고 중시하고 있는 것은 신의거늘 정파의 한 사람으로
서 어찌 자네는 그런 짓을 했단 말인가.."
"아!"
"태생의 중하고 얕음을 떠나 사람으로서 지키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 바로 신의
라 할 수 있으니 그것을 어긴 자네는 스스로 천함을 찾아가는 소인배라고 밖에
말해줄 수 없게."
장천의 말에 수경은 온 몸의 힘이 빠졌는지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마니 그
의 시선 밑으로는 후회의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태생의 얕음을 한탄하며 그것에서 벗어나고자 신의를 저버리고 공을 세우려 했
던 정파의 소년은 지금까지 바라던 모든 것을 스스로 차버리는 신세가 되어 버
린 것이다.
수경의 모습을 보며 천천히 바닥으로 내려선 장천은 천천히 손을 올렸고, 그 모
습에 은조상이 이미 준비된 검을 잡아서는 그에게 던져 주었다.
"역시 나의 뜻을 알아주는 사람은 너밖에 없구나."
"고맙군."
은조상과 장천의 사이에서 우러나는 우정에 데비드와 동방명언은 영문을 몰라
하고 있었지만, 일단은 자신들을 노리고 있는 정파의 무사들을 처리하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하고는 병장기를 꺼내어서는 그들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젊은이들이라고는 하지만 거의 대부분이 본단에서 정식 수련을 받은 영재들인
데 반해 정파의 무사들은 급히 이 지방에서 실력이 있는 자들을 급히 모은 무
사들이였기에 차이는 확연히 드러났다.
홍련교의 제자들은 집단싸움을 대비한 진법을 의무적으로 배우고 있었기에 장
천을 필두로한 홍화진이 시전되면서 순식간에 정파의 무사들을 강물로 떨어뜨
리는 장천들의 큰 승리로 이번 싸움은 막을 내릴 수 있었다.
장천은 모든 싸움을 끝내고는 천천히 수경의 모습을 처다보았다.
크게 마음이 상한 듯 바닥에 무릎을 꿇고 눈물 흘리는 그였으니 조금 안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번 배반을 한 자에게 믿음을 주는 것은 그가 성군이라해도 비정한 강
호에선 어려운 일 장천으로선 단호하게 고개를 돌려야 했다.
믿음을 배반한 자의 최후는 아무리 그가 어린 소년이라해도 쉽게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미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있던 장천은 다음 포구에서 기다리고 있는 곤륜의
무사들을 속이기 위해 유람선의 선장을 위협해서는 깃발을 바꾸게하니 멀리서
작은 배에 옹기종기 모여서 마교 교주의 손녀가 타고 있을 배를 기다리고 있는
무사들의 모습을 보며 키득키득 웃음을 터뜨리는 장천들이였다.
배의 한구석에선 장천을 배신한 수경이 심한 몰골이 되어 묶여 있었는데, 은영
영과 유능예에게 잠시 맡겨 놓았더니 엄청나게 분풀이를 한 모양이였다.
장천은 유람선에 있는 작은 배에 망신창이가 된 수경을 옮겨놓고는 천천히 그
를 강물에 흘러보냈다.
이렇게 간다면 곤륜의 무사들에게 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두형. 저 녀석을 그냥 보내주는거야?"
"....불쌍하잖아."
"바로 같이 내가 말했잖아 정파의 녀석들은 자신들의 명성을 위해서라면 신의
를 밥먹듯이 무시한다고! 저런 녀석들은 보는 족족이 멱을 따야 한다니까!"
"....날 믿지 못해서 죽이려고 했던 여인보다는 백배 낫다고 생각하는데..?"
"......."
한마디로 은영영의 수다를 멈추게 한 장천은 멀리 흘러가는 수경을 보며 잠시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는 이런 슬픔이 없기를 바라며 나무아미타불을 외울 뿐이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