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 장 눈물을 흘리는 정파의 꼬맹이 (3)
"왜 때려요!"
역시 아직 어린 소년인 수경은 갑작스럽게 한 대 터지자 장천에게 소리를 지르
며 달려 들었는데, 그런 수경의 모습을 보며 장천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
다.
"아프냐?"
"당연하잖아요!"
"그럼 참지 말고 덤벼!"
"...."
"네가 사문에서 받은 모욕은 방금 내가 때린 것 보다 더 크다고 할 수 있을텐
데 왜 넌 그대로 참고만 있는거지?"
"그건..."
"그깟 태생이 뭐가 그리 중요하다고? 왕후장상의 자식으로 태어났어도 거렁뱅
이보다 못한 자들도 있다. 태생에 연연하여 앞을 보지 못한다면 넌 언제까지나
기생의 자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거야! 남자라면 그 모든 것을 이기고 뜻을 쟁
취할 수 있는 투지가 있어야 하는거야 투지!"
장천의 말에 소경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자! 이제부턴 힘을 내고 남자답게 살아보라고 이 형을 봐라 얼마나 남자 답
니?"
물론 장천의 예쁘장한 모습에선 남자다운 모습이라곤 눈꼽만치도 찾아보기는
어려웠지만, 일단은 넘어가주기로 한 착한 수경이였다.
수경과 이야기를 마치고 돌아오는 장천은 즐거운 마음으로 선실 안에 있는 식
당으로 들어섰는데, 그 때 은영영이 앞을 막아섰다.
"뭐야?"
갑자기 은영영이 자신을 막아서자 장천은 그 이유를 물어 볼 수 밖에 없었는데,
그녀는 갑판에서 강가를 바라보고 있는 수경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녀석하고 너무 친해지지 말라고."
"응?"
"아무리 사람이 좋다고 해도, 정파의 사람임에는 틀림없다고 정파의 인간들이
홍련교의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잘 알고 있을텐데, 왜 자꾸 저녀석과 친해
지려고 하는거야 마지막에 마음을 다치는 것은 너라고, 너!"
은영영은 홍련교의 많은 사람들이 정파와 인물들과 친교를 나누다가 마지막에
배신을 당하는 장면을 많이 보아왔던지라 장천이 수경과 가까이 지내는 것이
조금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그녀의 말을 들은 장천은 자신을 위한 말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조금 귀찮
을 수 밖에 없었다.
사람을 사귀는 것 까지 일일이 간섭하려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것은 내가 다 알아서 할테니 신경 쓰지 말라고."
"....."
자신에게 차갑게 말하고 장천이 돌아서자 은영영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바보...'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는 장천을 보며 은영영은 천천히 고개를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장강을 따라 유유하게 흐르는 배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나루에 들리게 되었는데,
예상외로 이번 나루터에서 사람들이 많이 유람선에 오르는 것을 보며 괴이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음...느낌이 안좋군."
"대부분이 정파의 무사들이라는 것이 조금 마음에 걸리는데..."
은조상과 동방명언은 배에 오르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조금 긴장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현재 홍련교는 중원의 각지에서 5개년 계획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탓에 정파의
신경은 크게 곤두서 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런 이유로 홍련교 역시 명문정파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는데, 장강을
타고 내려가는 유람선에 삼십여명이 넘는 정파의 무사들이 한꺼번에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무슨 일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천의 정파의 움직임에 대해서 아는 것이 있는가?"
"전혀. 우리가 본단에서 움직이기 전까지는 사천을 물론 무림맹이 위치한 하남
에서 조차 정파가 움직인다는 보고는 없었다."
"음..."
자신의 신분을 자각하고 있는 장천으로선 배에 올라탄 정파의 무사들을 경계하
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배는 다시 장강을 따라 흘러가기 시작했는데, 정파의 무사들은 유람선의 뒷갑판
에 모여 무엇인가 중요한 회의를 하고 있었다.
장천은 갑판에서 간간히 녀석들의 모습을 감시하고 있었는데, 가끔씩 한 두사람
이 일행들이 있는 곳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이 보였기에 그들 역시 우리를 경
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질 것 같은데.'
그날 밤 장천은 정파 무사들의 동태를 알아보기 위해 그들이 머무르고 있는 방
으로 천천히 몸을 숨겨 갔다.
"우아아왕.."
한 무사가 하품을 하며 문을 열고 나오자 급히 몸을 숨겼는데, 선실 안에 불빛
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지금까지 회의를 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저 녀석을 이용해 볼까?'
지금 나온 무사를 이용하여 정파의 무리들로 잠입할 생각을 한 장천은 천천히
갑판으로 나가는 그의 뒤를 따라 붙었다.
갑판 위에 올라온 그는 넓디, 넓은 장강의 강물에 하수를 내뿜고 있었다.
"저기 말씀 좀 묻겠습니다."
"응?"
장천은 하수를 내뿜고 있는 그에게 다가가서는 말을 걸었고, 그는 옷을 추스리
며 뒤로 돌아섰는데, 그 순간을 틈탄 장천은 녀석의 마혈을 짚었다.
"윽..."
외마디 비명과 함께 쓰러진 그는 허벅지까지 바지가 흘러내린 채 쓰러지고 말
았으니 그를 끌어와서 옷을 벗긴 장천은 입에 제갈을 물린 후 강물에 집어 던
졌다.
일단 빠져 죽지 않으려면 헤엄을 처야 했기에 그로선 제갈을 벗지 못할 것이란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장천의 예상대로 갑작스럽게 물에 빠진 그는 허우적거리며 발버둥을 쳤고, 배는
그에게서 점점 멀어져가기 시작했다.
녀석에게 벗긴 옷을 입은 장천은 변태변골술을 사용하여 자신이 처리한 자와
똑같은 모습으로 변한 후 잠 오는 표정을 지으며 그들이 머물고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아앙!"
"사제!"
하품을 하며 방안으로 들어서자 삼십대정도의 무사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자
신을 다그쳤기에 강물로 빠뜨린 자가 그와 같은 문파에 속해 있다는 것을 알고
는 고개를 숙이며 천천히 그의 옆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가 자리에 앉자 청의를 입은 구렛나루의 무사가 사람들을 돌아보며 계속 말
을 이어나갔다.
"이 정보는 본문에서 파견한 마교의 첩자에게서 나온 정보이니 확실하다고 생
각하오."
"음..그런데 생각보다 숫자가 많군요."
"모두 약관도 되지 않는 이들인데 무공이 높다면 얼마나 높겠소이까. 각 문에서
뛰어난 사람들이 모인 만큼 녀석들을 처리하는 것은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
오."
무엇인가 중요한 회의를 하고 있었다는 것은 알 수 있었고, 그것이 마교와 관련
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정확히 무엇을 노리는 것인지 알 수가 없는 장천이였
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흐르고 있을 때 문이 열리면서 방안으로 한 사람의 무사가
더 들어왔는데, 장천은 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무사들의 방으로 들어온 이는 열두살 정도의 소년무사, 바로 장천과 아침에도
이야기를 나누었던 수경이였기 때문이다.
"여러 대협들을 만나서 반갑습니다. 곤륜의 수경이라 합니다."
"오! 수경 소협 어서 오시오."
사전에 이미 만나기로 약조가 되어 있었는지 수경은 방안으로 들어서자 마자
가볍게 포권지례를 하며 인사를 했고, 사람들은 구파일방의 사람이 오자 크게
반기는 표정을 지었다.
수경은 사람들에게 인사를 나누며 천천히 비어 있는 자리에 앉아서는 한 장의
편지를 꺼내었는데, 구렛나루의 무사는 그것을 꺼내어 읽기 시작했다.
한참을 서신을 읽어나간 무사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옆에 있는 무사에게 건네주
었고, 그 역시 편지를 읽고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촛불로 편지를 태우며 사람들
을 보며 말했다.
"곤륜에선 경천포구에서 합류하시겠다고 하는군요."
"곤륜에서 힘을 보태준다면 저희로선 크게 안심할 수 있으니 다행입니다."
"예. 아무리 어리다 해도 일단은 마교 교주의 손녀이니 한 수 재간을 있을테니
까요."
그 말에 장천은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들이 이 유람선에 탄 것은 화룡패선이 좌초되는 바람에 부득이하게 이루어
진 것인데, 그것을 알고 정파의 무사들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음..역시 화룡패선의 좌초도 계획적이란건가...'
장천은 화룡패선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는 못했지만, 그 정도의 배를 움직일 자
들이라면 상당한 숙련가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좌초가 계획적으로 이
루어 졌다는 것을 유추한 것이다.
장천이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수경은 좌중에 있는 사람을 보며 천천
히 입을 열었다.
"우연히 이 배에서 교주의 손녀란 계집과 친분이 있는 마교의 교도를 알게 되
었는데, 그것을 이용하여 일을 쉽게 처리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아! 수소협 말씀 해보시오."
사람들은 수경의 말에 크게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관심을 표명했는데, 장천은
그가 사귄 마교의 교도가 자신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심한 배신감이 느껴
지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 그를 보았을 때 총기가 있고, 단정한 모습에 반하여 접근했던 것인데 그런
호의를 자신의 공명을 위해 팔고 있으니 어찌 배신감이 들지 않겠는가.
'역시나...'
아침에 은영영이 자신에게 했던 말을 생각하며 장천은 후회가 될 수밖에 없었
다.
"마교 교주의 손녀은 유능예와 그 친구라는 은영영이란 계집은 제가 알고 있는
이와 정혼을 약조한 사이 같았기 때문에 말씀드리는 것인데 저희가 그 자를 사
로잡을 수 있다면 다른 마교의 인물들과도 충돌 없이 그 계집을 끌어들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음...정혼을 약조한 사내라면 쓸모가 있겠군요."
"물론 이 일을 진행함에 있어서는 반드시 다른 이들이 그 사실을 알지 못하게
해야함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알겠네."
수경의 말에 사람들은 장천을 사로잡을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했으니 장천은 자
신을 납치하려는 정파의 무사들과 함께 계획을 짜는 처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