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63화 (64/355)
  • 제 12 장 귀곡성의 남자를 장가 보내라! (1)

    다른 형제와는 달리 너무나 행복한 모습의 데비드를 보며 비결이 뭘까 궁금할

    수 밖에 없는 장천이였다.

    "형제 무슨 일입니까?"

    "음...너무나 행복하게 보여서 말하기 조금 힘들지만....데비드 우리의 일이 결정

    되었다."

    "오! 지저스!"

    데비드는 그 말에 크게 놀란 듯 알 수 없는 말을 하더니 옆으로 쓰러져 버렸는

    데, 그가 쓰러지자 옆에 있던 부인들이 크게 놀라서는 눈물을 흘리며 달려들기

    시작했다.

    "여보!! (곱하기 팔)"

    마치 어린아이들이 놀고 있을 때 한사람을 짜부시키는 것과 같이 달려드는 여

    인들을 보며 잠시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장천이였지만, 다행히 데비드의 몸이 상

    당히 컸기 때문에 여덟명가지고는 압사는 조금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 부인들...우리 이제 헤어져야 할 시간입니다."

    "흑흑흑..."

    데비드의 서글픈 어투의 말에 여인들은 모두 눈물을 흘리며 그의 몸 여기저기

    에 들러붙으니 동방명언이나 은조상이였으면 조금 견디기 힘들었던 순간이였을

    것이다.

    '그렇군...'

    그제서야 장천은 왜 이렇게 분위기가 좋은지 알 수 있었다.

    역시나 남자가 가장의 행복을 이루기 위해선 뭐니뭐니 해도 체력이 받춰 주어

    야 했던 것이다.

    비리비리한 은조상이나 동방명언보다야 건장한 몸집의 데비드가 체력에선 우수

    한 것은 당연한 일이였던 것이다.

    "날짜는 한달 후니까...그 시간 동안 열심히 신혼 분위기를 내라고..."

    "오! 알았습니다. 형제."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여인들은 비명과 함께 데비드를 따라 어디론가 사라지

    니 이 시끌벅적한 분위기에 한숨만이 나오는 장천이였다.

    데비드를 끝으로 형제들에게 전달을 모두 끝낸 장천은 다시 무공 수련을 할 겸

    연무장으로 향했는데, 그곳에선 한 젊은이가 멋드러진 폼으로 권법을 연마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오!! 은조상!!"

    그의 모습을 본 장천은 은조상이 새로운 무공을 연성하고 있다고 생각하고는

    빠른 속도로 가서 그의 뒷통수를 치며 소리쳤다.

    "짜식! 신혼의 꿈에 젖어 있는 줄 알았더니 무공도 연성하네."

    하지만 장천은 잠시 후 자신의 손에 느껴지는 느낌으로 그가 은조상이 아니라

    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애석하게도 은조상의 머리는 뒷짱구였었기에 손바닥으로 치며 지압을 하는 것

    과 같은 효과가 나야되는데, 녀석의 머리에선 그런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

    문이다.

    두려운 마음에 장천은 천천히 뒷걸음질 칠 수 밖에 없었는데, 난데없이 뒷통수

    를 얻어 맞은 그는 천천히 고개를 뒤로 돌리며 살기에 가득찬 눈망울로 장천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장천의 눈으로 확인한 그의 얼굴은 은조상과 비슷하게 생기기는 했지만, 애석하

    게도 이마에 주름이 하나가 추가된 조금 나이 든 모습이였던 것이다.

    물론 그 주름은 얼굴이 일그러졌기에 나타난 현상에 지나지 않았지만 말이다.

    "네 녀석은 누구냐..."

    "...조상이 의형제 두형인데요.."

    그의 소름 끼치는 목소리에 장천은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의 소개를 했는데, 천

    천히 장천을 흝어본 그는 낮은 저음의 목소리로 말했다.

    "난 은조상의 형인 은석영이라고 한다....다음 부터는 조심하도록..해라.."

    "예. 명심하겠습니다."

    그의 말에 장천은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는 고개를 땅에 박으며 사과를 하니

    천천히 고개를 돌리는 은석영이였다.

    "흑흑흑..너무 무서웠어..."

    간신히 그 자리에서 빠져나온 장천은 은조상에게 가서는 그때의 끔찍했던 일을

    말하니 한숨을 내쉬는 은조상이였다.

    "휴...역시나 너도 두려움을 느꼈구나..."

    "너네 형 너무 무서워...."

    "그럴만도 하지 우리형의 홍련교내의 무명이 뭔지 아니?"

    "뭔데?"

    "귀곡성랑(鬼哭聲郞)이야. 홍련교 내에서 어떠한 이도 우리형의 목소리를 듣고

    두려움에 떨지 않는 이가 없다고 하지."

    "음.."

    그의 말에 장천은 수긍할 수 있었다.

    그때의 상황이 조금 안 좋기는 했지만, 뭐라고 말할 새도 없이 자신은 그 목소

    리에 제압당하여 있었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고개를 땅에 받으며 사과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는 낭랑하기 그지없는 목소리였었는데, 일곱 살 때 친구였던 소교주

    가 백귀뇌호공(百鬼惱號功)이라는 음공계열의 마공 서적을 건네주어 그것을 익

    히게 되었는데 그 때부터 저런 목소리가 됐지."

    "백귀뇌호공?"

    "응. 일단은 음공의 일종인데, 백귀가 울부짖는 듯한 목소리를 내어 적의 전의

    를 빼앗는 음공인데, 워낙 목소리가 아름다웠던 형이였기에 백귀뇌호공은 보통

    사람의 수준을 뛰어넘어버렸기에 지금은 무공을 사용하지 않아도 살기가 가득

    한 목소리가 흘러나오게 되버렸지."

    "음..너무 뛰어났기에 넘쳐버렸다는 거구나."

    "그래. 목소리는 저래도 무공의 자질은 물론이요 모든 면에서 난 상대도 안된다

    고."

    "그렇구나.."

    장천은 자신의 버릇없는 행동을 했음에도 동생의 의형제라는 말에 아무렇지도

    않게 보내주는 그의 모습을 보며 마음씨도 곱겠지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생각해보면 목소리를 제외하고는 외모나 무공 면에서 은조상은 상대가 되지 않

    았다.

    "휴..동생은 이렇게 명문가의 여식을 아내로 맞아서 잘 살고 있는데, 형은 가증

    스러운 소교주 때문에 뛰어난 능력에도 불구하고 단 하나의 여인도 없으니 넘

    불쌍해 흑흑흑..."

    은조상이 형을 걱정하며 눈물을 흘리니 한참을 생각에 잠겨 있던 장천은 결정

    했다는 듯이 녀석의 손을 잡고는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다.

    "형제의 두터운 우애에 본좌는 크게 감동했으니 네 형에게 저 하늘의 별이 된

    직녀와 같이 아름다운 여인을 맺게 해주겠느니라!"

    하늘을 가리키며 멋드러진 대사를 뿜어내는 장천을 보며 은조상이 드디어 홍련

    교 제일의 중신아비가 움직이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하늘의 별은 커녕 구름 한 점 없어 신빙성이 조금 떨어지는 대사였기는

    했지만 말이다.

    임무를 수행하러 떠나기까지는 앞으로 한달이란 시간이 있었으니 만큼 대사(大

    事)를 진행하기에는 어느정도 여유가 있다고 할 수 있었기에 장천의 형제들은

    은조상의 형 장가보내기 대책 위원회를 조직하여 활동을 할 수가 있었다.

    후원회로는 놀랍게도 장천의 앙숙이였던 은영영까지 끼여 있었다.

    "방해하지 않을꺼야?"

    "큰오빠의 일이니만큼 너 같은 말만 잘하는 놈에게만 맡겨 둘 수는 없으니까."

    "뭐 여자가 끼면 좋긴 하지."

    본단 내의 여성들에게 발이 넓은 은영영이 도와준다면 일이 더욱 쉽게 이루어

    질 수있었기에 괜찮겠지라는 생각을 하는 장천이였다.

    첫 번째 할 일은 본단내에 있는 미인들의 명단을 뽑는 일이였는데, 역시나 은영

    영의 도움으로 그것은 단시간에 안에 이루어질 수 있었다.

    "자 첫 번째 이름은....찢어 버리자!!"

    장천은 명단의 첫머리를 보자마자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깨닫고는 찢어버

    리니 은영영으로선 황당할 따름이였다.

    "뭐야! 남이 기껏 열심히 적어 줬더니!"

    "첫번째 이름부터 신빙성이 떨어져..본단 최고의 미인이 너라는 것은 세상이 무

    너질 일이다!"

    결코 이것을 있을 수 없다는 최고의 믿음을 가지며 은영영을 날카로운 눈으로

    처다보는 장천이였다.

    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기는 하지만 은영영이 이쁘기는 했다.

    본단 내의 최고의 미인은 아니라고 해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수는 있다고 할

    수 있었지만, 이미 눈에 미운 콩깎지가 박혀 있는 장천으로선 은영영이 이쁘다

    는 것을 절대 인정할 수 없었던 것이다.

    장천을 보며 분노의 주먹을 날린 은영영은 다시 명단을 작성해주니 마지막에

    최악의 미녀로 은영영을 추가하는 장천이였다.

    "...."

    "얼굴이 이쁘다고 여자냐...마음이 이뻐야 여자지...."

    잠시의 칼부림이 있은 후 장천은 온몸에 상처투성이가 된 몸으로 형제들의 앞

    에 서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중신 아비의 사망으로...본 대책 위원회는 여기서...."

    "죽어라!!"

    다시 한번 공격을 당한 장천은 이마에서 흐르는 피를 손등으로 닦아내며 제정

    신으로 돌아와서는 말을 이었다.

    "최고의 미인인 은영영의 마련해준 명단을 따라 사전 조사를 할테니까. 각자 두

    명 정도를 맡아 그 여인의 행동이나 여러 가지 사항을 조사해 오도록 해...."

    "알았어."

    등을 꿰뚫어버릴 듯한 단도에 눈물을 흘리며 약간의 거짓을 보탠 장천은 형제

    들에게 말하여 첫 번째 일을 수행하도록 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란 말도 있듯이 일단은 여인들을 조사하여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장천의 생각이였던

    것이다.

    애석하게도 자기자신은 사랑에 실패한 주제에 남일 해주는 것은 도가 튼 장천

    이였던 것이다.

    장천이 맡은 여인은 본단에서 제일 미녀라고 알려져 있는 하백운(夏白雲)원로의

    증손녀인 하미리(夏美裏)였다.

    원로의 신분답게 하가장은 꽤 큰 편에 속한 저택이였다. 이미 은영영에서의 그

    녀가 살고 있는 장소를 들은 후였기에 장천은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가서는

    담벼락에 들러 붙어서는 하미리란 여인이 모습을 드러내기만을 기다렸다.

    반시진 정도의 후, 장천은 이제 지쳐가며 떨어지려고 할 때 드디어 문제의 여인

    이 그 모습을 드러냈는데, 과연 본단 최고의 미녀라는 소문답게 아름답기 그지

    없었다.

    마치 폭포수가 흘러내리는 것 같은 긴머리와 함께 맑은 호수를 보는 듯한 눈동

    자, 앵두같은 입술에, 유려한 손가락을 보며 과연 최고의 미녀는 다르다는 생각

    을 하는 장천이였다.

    하지만 애석하게 보이는 것은 너무 도도하게 보이는 인상이라는 것이다.

    최고의 미녀만큼이나 그 정도의 성깔이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 그녀는 밖으

    로 나오자마자 살짝 인상을 일그러뜨리고 있었다.

    원래 서시의 미모라는 것도 일그러진 모습이 아름답다 했으니 조금 이해할 수

    있기는 했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사실이였다.

    "도대체 이 따위로 일을 해서 어떻게 하겠다는거냐!"

    "죄송합니다. 아가씨."

    다그치는 그녀의 앞에는 여린 몸의 소녀가 있었는데, 정황으로 미루어보아 하미

    리 소저의 시중을 여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미리 소저의 오른 손에는 비단으로 만들어진 옷이 들려 있는 것으로 보아 세

    탁이나 바느질을 잘못해서 욕을 듣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어느정도 짐작해 볼

    수 있었는데, 처음에는 예쁘다고 생각하던 것이 날카로운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

    면서 조금씩 정내미가 떨어지는 장천이였다.

    '이쁘면 다 용서해 주는 것은 내가 마음에 있는 사람 뿐인가?'

    이쁘긴해도 너무나 드센 여자였기에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일단은 최고의 미녀인 까닭에 한참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장천이였

    다.

    들고 있던 옷을 지 성질대로 찢어버린 여인은 그 옷을 여종에게 던져버리고는

    화가 난 표정으로 방으로 들어서니 여종은 옷을 들고는 축 늘어진 어깨로 돌아

    가고 있었다.

    돌아가는 여종에게 두세명의 여인이 다가왔는데, 옷차림으로 보아 다른 곳에서

    시중을 들고 있는 여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 혼난거니?"

    "응. 빨래를 잘못해서 비단 옷에 보풀이 일었거든.."

    "휴..."

    울먹이고 있는 여종을 보며 다른 여인들은 한숨을 쉬고 있을 뿐이였다.

    "너도 고생이다. 하필 아가씨께 잘못 보였으니 말이야."

    "...내 잘못인걸..뭐..."

    "힘 내..."

    "고마워 언니..."

    여인들의 말에 미소를 짓고 있는 여종을 보며 장천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

    덕이며 중얼 거릴 뿐이였다.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말거레이..."

    그렇게 한참을 지켜보는 장천이였는데, 자세히 보니 여종도 꽤 예쁜 편에 속했

    다. 조금 마르기는 했지만 잘 먹지 못해서 그러니 만큼 잘먹이고 화장도 한다면

    수준급의 미모를 가진 여인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미리란 여인과 같은 여자를 소개해 준다는 것은 조금 문제고..어디 저 여인이

    나 한번 살펴볼까?'

    물론 여종이라는 신분 때문에 은조상의 형과는 신분차이 때문에 맺어지기 어렵

    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웬지 끌리는 소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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