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58화 (59/355)

제 11 장 출세를 위하여 (3)

"누구냐!!"

장천은 문쪽에서 누군가 다가왔다는 것을 깨닫고는 크게 소리질렀는데, 천천히

문 뒤에 있던 퍼런불빛은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헉!!"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장천 일행들은 모두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문 앞

으로 나온 것은 엄청난 몸집의 대호였기 때문이다.

"호랑이다!!"

"어흥!!"

"꺅!!"

욕실의 문 앞으로 다가선 호랑이는 장천들을 보며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큰 소리로 울부짖으니 사람들은 혼비백산 할 수 밖에 없었다.

목욕 중이였기에 병장기를 밖에 두고 왔기에 가진 것은 맨몸 뿐이였는대, 그 때

데비드가 욕실에 있는 작은 창문을 보고는 소리쳤다.

"창문으로 도망가자!"

그 말과 함께 물 밖으로 나온 일행들은 작은 창문으로 몸을 날려 호랑이를 피

해 달아났다.

하지만 창문밖에는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것들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그들의 모

습을 보는 순간 일행들은 얼굴이 시뻘개질 수 밖에 없었다.

"꺄아악!!"

"어머나!!"

욕실의 창문 밖에서는 이십여명의 정도의 여인들이 정원의 꽃밭에서 다과회를

즐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난데없이 창문이 깨지면서 벌거벗은 남정네들이 튀어나오자 여인들은 크게 놀

라며 비명을 질렀는데, 손으로 가린 눈망울은 손가락 사이로 남정네의 멋진 나

신을 훔쳐보고 있었으니 동방명언들은 크게 당황하며 중요한 부분을 손으로 가

리고는 몸을 최대한 꾸부정하게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젠장할 당했다!!"

장천은 그제서야 자신들이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알고는 크게 노하며 소리질렀

는데, 그때 옆에 있던 은조상이 옆구리를 찌르며 말했다.

"두형...두형.."

"열 받아 죽겠는데, 왜 자꾸 불러!!"

"여인들의 눈이 있으니 조금 가리지 그러나.."

장천은 나신의 몸 그대로 꼿꼿이 서서는 이를 갈고 있었기에 은조상은 여인들

의 눈에 드러나는 중요한 부분을 가리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장천은 노기에 부

끄러움을 모두 상실하고 있는 상태였다.

"은영영...이 계집애 어디 두고보자!!"

"꺄악!!"

여인들은 당당하게 나신을 드러낸 채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장천을 보며

크게 소리치며 도망가기 시작했는데, 그 때 장천이 그녀들을 보고는 노한 목소

리로 소리쳤다.

"어딜 가!!"

"꺄아악?"

"이것들이 남정네의 벗은 몸을 봤으면 책임을 져야 할 것 아니야!!"

"자네 무슨 소린가?"

"흥! 우리의 순결한 모습을 보았으니 어느정도의 책임을 져야 하겠지. 동방명언,

데비드, 은조상 이번에 내가 장가보내 줄테니까. 기대하고 있으라고 크크크크..."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다음의 계획을 생각하고 있는 장천을 보며 나신의 세남

자는 모두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처다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전각 안으로 들어선 후 대충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복도의 한 편에서

입을 가리고 웃는 여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은영영이였다.

욕실의 창문 쪽에 정원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런 곳에서 다과회를 할 리는 없을

터, 그렇다면 분명 누군가의 사주에 의해 여인들이 모여 왔을 확률이 크다는 것

을 알고 있었던 장천은 그녀를 노려보면서 말했다.

"오늘의 수모를 잊지 않겠다."

"흥!"

장천의 노기어린 말에 그녀는 코웃음을 치며 사라졌는데, 그때 은조상이 그의

뒤로 다가와서는 어깨를 치며 말했다.

"휴..자네들을 이곳으로 불러온 내 잘못이 크네.."

"무슨 잘못! 모두가 저 여우같은 계집애 때문이지! 내 죽는 한이 있어도 오늘의

수모를 갚고야 말겠다!!"

다음날 은영영은 건방진 녀석을 혼내주었다는 생각에 단잠을 자고는 눈을 뜰

수 있었는데, 자신의 머리맡에 이상한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응?"

이상한 생각에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옆을 처다보았는데, 그 순간 그녀는 크게 자

지러지며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침상이 피투성이가 되어 있는 것을 둘째치고 눈앞에 호랑이 한 마리가

두 눈을 부릅뜬 채 죽어 있었기 때문이다.

"꺄아악!!"

은영영은 그 순간 크게 놀라며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고, 그 소리에 사람들이

놀라서는 그녀의 방으로 몰려오기 시작했다.

"아가씨 무슨 일이십니까!! 허억!!"

그녀의 방으로 몰려 온 무사들은 방문을 열자마자 크게 놀라서는 뒤로 넘어져

서는 두 눈을 가릴 수밖에 없었는데, 그 모습에 이상하게 생각하여 자신을 모습

을 본 은영영은 그제서야 자신이 나신의 모습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꺄아악!!"

호랑이의 시체를 보았을 때의 두배 정도의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는 은영영은

급히 근처에 있던 옷을 주워 입을 수 있었는데, 그 순간 몸에서 이상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무엇인가 자신의 몸에서 꿈지락 거리고 있었으니 떨리는 눈으로 천천히 그것을

처다본 그녀는 다시 한번 놀라서는 옷을 벗어서는 집어 던져 버렸다.

자신의 옷에 보기만 해도 소름이 끼칠 구더기들이 넘실 거리고 있었기 때문이

다.

"꺄아악!!"

다시 비명을 지르며 구더기들에게서 도망을 친 은영영이였는데, 다행히 비명을

듣고 달려온 하녀가 옷을 벗어 그녀에게 입혀 줌으로써 더 이상의 수치는 면할

수 있었다.

"흑흑흑..."

하지만 놀라움과 수치스러움에 은영영은 하녀의 품에 안겨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쳐녀의 몸을 외갓남자들에게 보여 주었으니 어찌 수치스럽지 않을 수 있겠는

가?

한참을 그렇게 눈물을 흘리던 은영영은 그 짓이 어제 왔던 건방진 녀석들의 짓

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옷을 줏어 입고는 검을 빼어 든 채 일그러진 얼굴로 장

천 일행들의 방으로 쳐들어갔는데, 애석하게도 그곳에는 그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것들이 어디로 사라졌느냐!!"

"아침 일찍 일이 있으시다고 나가셨습니다."

"죽일 놈들...."

한편 장천 일행들은 명단이 적힌 종이를 들고는 은조상의 안내로 여기저기를

헤매고 있었다.

"여기가 맞는거지?"

"경비무사의 말을 들어보니 거의 대부분이 백화당 소속의 여인들이라고 했으니

까."

일행들이 도착한 곳은 홍련교의 본단에 있는 백화당의 전각으로 이곳은 홍련교

에서 유일하게 여자들로만 만들어진 당이였다.

현재의 백화당주는 구천음녀 단희상으로 탈명귀조(奪命鬼爪)라는 무공을 지니고

있는 홍련교 서열 21위의 고수였다.

백화당의 앞에 들어서자 두 명의 여자무사가 검을 들이대며 일행을 앞을 막으

며 말했다.

"여기서부턴 당주의 허락이 없으면 어느 누구도 들어 올 수 없습니다."

"은명석장로님의 서신을 가지고 왔습니다. 단당주님을 뵙고 싶군요."

은조상이 건넨 서신을 받은 여무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그녀의 말 따라 문 앞에서 두식경 정도를 기다린 후에야 백화당으로 들어 갈

수 있는 허락을 얻은 일행은 전각 안으로 들어섰는데, 역시나 여인들이 모여 있

는 만큼 들어서자마자 단아한 꽃 향기가 물신 풍겨오고 있었다.

"좋은 냄새군."

"냄새에 현혹되지 않았으면 좋겠군. 이 향기는 백화당의 취화향(醉花香)이라는

것으로 남자들의 정신을 혼미하게 하는 효과가 있으니까 말이야."

그 말과 함께 은조상은 품에서 약병을 꺼내어서는 천에다 적시고는 각자에게

나누어 주었다. 장천은 그것이 취화향을 중화시키는 약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코

에다 가져가서는 가슴 깊이 들이 마셨는데, 그 순간 머리가 맑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여무사의 안내를 받으며 몇 개의 문을 지난 그들은 화려한 꽃이 가득한 정원에

도착할 수 있었는데, 그 가운데에는 작은 연못과 함께 자그마한 정자가 세워져

있었다.

정자의 안에선 삼십대 정도의 미부가 앉아서는 조심스럽게 수를 놓고 있었는데,

장천은 그녀가 바로 백화당주인 구천음녀 단희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역시나 그 무사는 정자로 그들을 안내해가서는 조용히 그녀의 앞으로 가서 말

했다.

"은장로님의 서신을 전달한 자들이옵니다."

"물러가거라."

"예."

여인의 말에 여무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물러갔고, 그녀의 모습이 사라지자 단

희상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서는 은조상의 얼굴을 잠시 응시하고는 말했다.

"은장로님의 젊었을 적의 모습을 그대로 빼다 박았구나. 네가 금선곡에서 무공

수련을 마치고 온 은조상이로구나."

"예. 은당주님."

자신의 말에 은조상이 공손히 예를 다하여 대답을 하니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그래 백화당에는 무슨 일로 들렸느냐?"

그녀의 물음에 장천이 앞으로 한발자국 나가서는 포권지례를 하며 말했다.

"단당주님께 아룁니다."

"말하거라."

"저희는 어제 금선곡의 수련을 마치고 본단에 도착하여 잠시 은장로님의 저택

에 머무르고 있었는데, 그곳에서 백화당의 여인들과 불미스러운 일이 있어 찾아

뵈었습니다."

"불미스러운 일?"

장천의 말에 그녀는 의아한 얼굴을 하며 물었다.

"소인들이 치기를 버리지 못한 장난으로 그녀들의 순결에 큰 치욕을 가져다 준

것입니다."

"무슨 말인가?"

"여인의 순결에 치욕을 가져다주었다는 것은 가문은 물론 본교의 큰 죄를 저지

른 것이니 어찌 용서를 빌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 말과 함께 장천이 옆에 사람들에게 눈짓을 하니 그들은 수중에서 단검을 꺼

내어 들었으니 단희상으로선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이게 무슨 짓들인가?"

"여인들에게 지은 죄를 죽음으로 갚고자 하오니 내세에는 이런 불미스러운 일

을 저지르지 않기를 부처님께 청할 따름입니다."

그 말과 함께 손에 들고 있던 단검을 들어서는 자결을 하려 하니 크게 놀란 단

희상은 빠르게 앞으로 세도해 들어가서는 자신의 몸을 찌르려고 하던 그들의

단검을 탈명귀조를 사용하여 처내며 소리쳤다.

"무슨 잘못인지는 모르겠네만 다짜고짜 이러면 어떻하겠는가? 자결은 일의 진

상을 알고 난 후라도 늦지 않으니 소협들은 잠시 기다리도록 하게. 여봐라 게

아무도 없느냐?"

백화당에서 사람들이 죽는 것, 그것도 장로의 아들이 자결하여 죽으려 한다는

것은 작은 일이 아닌지라 단희상은 사람들을 부르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

아 그곳으로는 어제 저택에서 그들의 나신을 본 여인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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