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55화 (56/355)

제 10 장 마교의 입문 (5)

연공을 마치고 일어선 장천은 조금 배가 출출해 지는 감이 있었기에 간단하게

벽곡단 몇 알을 손에 들고는 벽에 등을 기대고는 천천히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틈틈히 박혀 있는 야명주가 하늘의 별과 같이 느껴지고 있었기에 한 참을 그렇

게 처다보고 있었는데, 문득 벽곡단을 들고 있던 손을 보자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라?"

이상하게 자신의 손가락이 조금 길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한마디 정도는 더 길어진 손가락은 이젠 귀여운 모습이 아닌 길고 아름

다운 손이 되어 있었다.

"헉...설마.."

그제서야 무엇인가가 다르다는 것을 눈치챈 장천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는

천천히 비천선녀의 벽화쪽으로 다가섰는데, 아니나 다를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올려다보았던 예쁘장한 발이 이제는 일직선상에 존재하고 있었다.

"키...키가 컸다!!"

자신의 키가 컸다는 것은 장천으로선 크게 기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였다.

얼마나 컸는지는 모르지만 오랜 시간을 작은 키에서 머물러왔던 장천에게는 한

치라도 키가 컸다는 것은 세상의 금을 몽땅 가지는 것보다 더 기쁜일이였다.

기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사방을 휘젖고 다니던 장천은 근 3일 만에 간신

히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었으니 그의 키 크고 싶은 욕망이 얼마나 컸던가를

짐작케 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쁨과 광란의 시간만을 보낼 수 없는 법, 이제 키가 커진만큼 그만큼의

능력도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장천은 다시 홍련십팔검을 연공하기 위해 검을

들었는데, 애석하게도 자신이 들고 온 검은 반토막이 난 상태였기에 검법을 익

히는데 불편하기 그지 없었다.

"음.."

장천으로선 검을 붙이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고민했지만 역시나 실패를 하

니 허탈한 마음에 문에 들을 기대고 앉았는데, 그때 자신의 눈 앞으로 하나의

검이 들어왔다.

"아!"

자신의 석실에 있는 장검, 뭐 바위에 꽂혀있기는 하지만 뽑는다면 서열상승과

함께 명검을 얻게되니 일석이조의 검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한번 도전해 볼까!"

아직까지 자신의 힘이 미약하다고 생각해서 한번도 시도를 해보지 않았지만, 지

금이라면 해볼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몸만 커진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과거보다 한단계 위로 올라갔다는 느

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검으로 다가간 장천은 손잡이를 잡고는 잠시 심호흡을 한 후, 부처님께 잠시 백

번 절하고, 천지신명께 잠시 이천번만 빈 후 천천히 손에 힘을 가해갔다.

"으랏차!! 끄아악!!"

놀랍게도 비천선녀의 벽화 앞에 꽂혀 있는 검은 너무나 쉽게 뽑혀 졌으니 장천

으로선 황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

"뭐야. 이거?"

원래 뽑혀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천천히 겁이 뽑혀진 구멍을 살펴보았

지만, 역시나 구멍만 봐선 뭔지 모를 수밖에 없었으니 대충 넘어가기로 한 장천

은 검에 내공을 불어 넣어보았다.

그 순간 검의 한쪽 면에서 글자가 나타나기 시작했기에, 장천은 천천히 그 글을

읽어보았다.

[축하드립니다. 당신은 오늘부터 홍련교의 십이사도입니다.'

"......"

새삼 홍련교에 대해서 무엇인가 나사가 하나 빠진 종교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드는 장천이였다.

어쨋든 십이사도가 된 장천은 길게 한숨을 내쉰 후 벽에 쓰여 있는 홍련십팔검

을 연공하기 시작했는데, 이상하게도 전에는 조금 막혔던 초식이 물 흐르듯이

흘러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건.."

자신의 내공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까지 부드러운 초식을 할 리는 없다

고 생각한 장천은 홍련십팔검은 자신이 들고 있는 이 검으로 시전을 해야만 제

대로 연성할 수 있는 무공이 아닐까 하는 헛된 생각을 잠시 했지만, 이내 고개

를 젖고는 다시 검을 연성해 갔다.

시간은 점점 흘러 약속된 세달의 시간이 다가왔으니 장천은 문 앞에서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천천히 문이 열리면서 한 사

람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곡주!!"

"수고하셨습니다. 나의 귀여운 두형.....엥?"

청금공자 문익은 미소를 지으며 장천을 맞이하려고 했는데, 한 순간 잠시 말을

잊고 말았다.

세달동안 고생한 귀여운 장천을 맞이하려던 그의 눈에는 녀석은 사라지고 웬

녀석이 대신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헉...나의 귀여운 두형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문익은 들고 있던 섭선을 뒤로 던지며 잠시 경악한 표정을 짓고는 석실 안으로

들어가 여기저기를 둘러보았지만, 역시나 자신이 원하는 사람은 없었으니 눈물

이 날 수 밖에 없었다.

"오오!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흑흑흑..."

허망한 눈물을 흘리며 천천히 석실 밖으로 나간 문익은 손가락을 들어서는 장

천을 가리키며 말했다.

"흑흑...자네가..바로 두형인가..."

"예? 그런데 왜그러시죠?"

"흑흑흑!!"

그 순간 문익은 갑자기 장천은 가슴 가득히 끌어안고는 이유모를 눈물을 터뜨

리며 통곡하면서 소리쳤다.

"흑흑...어떻게 나의 귀여운 두형은 사라지고 난데없이 사랑스러운 두형으로 나

타났단 말인가!!"

그의 말이 끝나는 순간 두형의 소름과 함께 등에서 식은 땀이 흘러내릴 수 밖

에 없었다.

귀여운 두형이 사라졌다는 것은 만족할 만한 답안이였지만, 사랑스러운 두형이

라니....

문익의 이런 소름끼치는 모습과 마찬가지고 석실에서 나온 다른 문도들 역시

크게 당황하는 표정이 역력해 보였다.

문익과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그들의 얼굴은 세달동안의 석실 생활이 힘들었는

지 피폐하게 말라있었는데, 그 중 데비드는 더욱 더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석실

안으로 들어가더니 소리쳤다.

"오! 너무합니다. 우리들 석실에는 맛없는 벽곡단만을 넣어주고 두형 친구의 석

실에는 산해진미를 넣어 주었단 말입니까?"

"헛소리....."

데비드의 말에 일침을 가해준 장천은 끝없이 끌어 안고 있을 것 같은 문익은

발로 밀어버리고는 천천히 앞으로 나섰는데, 그 때 동방명언이 앞으로 다가오면

서 말했다.

"두형..축하하네.."

"고맙긴한데...왜 얼굴을 붉히는 거지..."

"앗..."

얼굴이 붉어진 채 사랑에 빠진 청년의 얼굴로 말하는 남궁명언을 보며 이제 주

변에 있는 사람들에게서 두려움이 느껴지고 있는 장천이였다.

붉어진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는 동방명언을 뒤로하고 장천은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려고 했는데 바보 은조상이 감탄한 얼굴로 자신을 보며 손을 내밀고는

말했다.

"오! 장천...나랑 결혼해 주겠소.."

"죽어라 이 자식아!!"

어쨋든 그렇게 해서 홍련교 금선곡의 특별 선발의 훈련은 모두 끝마칠 수 있었

고, 장천은 갑갑한 지하석굴을 지나 평범한 생활로 돌아 올 수 있었다.

장천은 외부로 나와서야 간신히 자신의 얼굴을 생김새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음.."

과거 귀여운 모습의 장천은 이제 완전히 사라져 버렸고, 지하수가 모여있는 샘

위에는 조금은 성숙한 모습의 소년의 얼굴이 보이고 있었다.

젖살은 조금 빠지고 백옥같은 피부를 지닌 소년의 모습, 아직 자신의 원래 나이

만큼으로는 보이지 않았지만, 열살의 모습이 아닌 열세살 정도의 소년의 모습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나이가 가장 어정쩡할 수밖에 없었으니 장천의 옛날 모습에서 약간

살이 빠진 듯한 소년의 모습은 정말 아름다운 미소년의 얼굴이였던 것이다.

거기다가 몸집이 조금 커져 얼틋 보면 열다섯살정도 꿈많은 소녀의 모습과 같

으니 동방명언과 은조상의 말이 어느정도 실감이 가는 장천이였다.

"아우...난 왜 이렇게 잘 생긴거지...고민이당..."

한 대 때려주고 싶은 대사를 여지없이 읊어버리는 장천을 보며 주위에서 세수

를 하고 있던 뭇청년들은 모두 꽁꽁 얼어 지하수 속으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언제나와 같은 무공연마를 위해 병기를 챙겨들고 있을 때 권법의 달인이라 열

려져 있는 권법사범 마천수가 그 둔중한 몸매를 흔들며 장천에게 다가가서니

큼지막한 손으로 엉덩이를 후려쳤다.

"끄악!!"

"단련된 궁둥이로군. 좋아 좋아."

"마천수 사범!!"

장천은 마천수를 보며 떨리는 주먹을 진정시키고 있었는데, 그런 것에 아랑곳하

지 않는 그는 오른손에 들고 있던 닭다리를 뜯으며 말했다.

"준비는 다 했는가?"

"무슨 준비요?"

장천으로선 마천수의 뜬금없는 말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물을 수 밖에 없었다.

"이번에 금선곡 특별 선발제를 나온 열두명의 기재들은 홍련교 본교로 가 특수

임무를 맡게 된다는 말을 아직도 못 들었는가?"

"예?"

장천으로선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젓이 없었던지라 적잖이 당황할 수 밖에 없었

는데, 그 말에 마천수는 혀를 차며 말했다.

"크크크크 당장 들어가서 곡을 나갈 준비나 하도록 해라."

"예."

일단은 답답한 금선곡을 나갈 수 있다는 생각에 장천은 가던 길을 돌아서는 숙

소로 들어가서 물품을 챙기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데비드와 남궁명언

역시 황급히 들어와서는 물건을 챙기기 시작했다.

"오우! 배신자. 자기 혼자만 나갈라고 했습니까?"

데비드는 혼자 준비를 서두루고 있는 장천을 보며 투덜대기 시작했따.

"나도 방금 마천수 사범에게 들어서 겨우 알았다고! 넘겨 집지마!"

서둘러 곡을 나갈 준비를 마친 세사람은 급히 곡외로 나가는 바구니가 있는 곳

을 향해 경공을 날렸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곳에는 은조상을 비롯한 나머지 9명

의 기재들과 함께 검술사범 단징과 도술사범 순유 그리고 가장 문제의 인물인

금선곡주인 청금공자 문익이 기다리고 있었다.

"내 사랑!"

장천이 나타나자 청금공자는 석실에서 나온 후로 만날 때마다 했던 방식대로

다시 장천을 향해 두 손을 벌리고 뛰어들었다.

"죽어라!"

망설이지 않은 장천은 청금공자를 보며 그대로 일각을 내뻗으니 그대로 금선곡

의 절벽으로 떨어져버렸는데, 다행히 이런 일을 예상하고 있던 단징은 문익의

방에 끈을 묶어두고 있었다.

"휴우..."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줄을 끌어올리는 단징은 얼마 가지 않아 피가 얼굴로 몰

려 시뻘개진 청금공자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머리로 몰린 피를 잠시 통통거리며 밑으로 떨어뜨린 문익은 헛기침을 몇번 하

고는 기재들을 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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